현장소식

해외 문화예술교육 관련 소식을 전합니다

소통하는 도시를 꿈꾸는 사람 –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를 만나다

소통하는 도시를 꿈꾸는 사람 –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를 만나다 청계천 9가의 두물다리 앞, 도심 한 가운데를 흐르는 청계천변의 풍경들 속에 이제 명물이 되다시피 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공사 중인 건물 전면에, 알록달록 고운 색동 빛깔 가림막이 예사롭지 않다. 건물 양 옆쪽 가림막은 오래전 교실 뒤편에 걸리곤 했던 정겨운 그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형형색색 애틋하고 재미난 그림들 사이로 “C-9 생생 프로젝트”라는 글자가 보인다. 청계천 9가를 뜻하는 C-9, 생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이곳은 옛 성북수도사업소 건물이다. 2004년에 설립된 서울문화재단이 성북수도사업소가 떠나고 난

“눈으로 마음으로” – 폴 클레 전시회를 가다

“눈으로 마음으로” – 폴 클레 전시회를 가다 소마미술관이 개관 후 처음으로 주최하는 “파울 클레 : 눈으로 마음으로”는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파울 클레 미술관(Zentrium Paul Klee, Bern)>에 소장된 60여 점의 작품을 국내에서는 최초로 전시하는 행사이다. 전시중인 작품들은 1910년경부터 30년간 제작된 것으로 클레의 초기작부터 말년의 죽음을 앞두고 그린 작품까지 클레 미술의 일대기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예술’, 특히 ‘현대 미술’은 감상하는 이들에게 감상의 노하우(know-how)를 제시하기를 꺼린다. 그것은 예술이라는 영역이 이성적 두뇌활동보다는, 감성과 감각에 의지하는 바가 큰 탓에, 각자의

행복한 책 읽기, 즐거운 영화 읽기 – “오만과 편견”

행복한 책 읽기, 즐거운 영화 읽기 – “오만과 편견” 한국은 문화적 수준에 비해 외국문화에 배타적인 사회다. 라디오는 가요 프로 일색이고, 고전문학은 논술 점수를 위해서나 읽히고, 극장에 넘쳐나는 영화들의 국적도 한국 아니면 미국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넓고 다양한 세상의 향기를 가르쳐줄 수 있을까? 예술 안에서 주변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갖도록 자극하고, 그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시야와 공감을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걸 이해시킬 수는 없을까? 교사이면서 작가인 다니엘 페낙은

인류를 위한 예술가들 – “Artists for Humanity”

인류를 위한 예술가들 – “Artists for Humanity” 보스톤에 위치한 단체 <인류를 위한 예술가들 (Artists for Humanity, 이하 AFH)> 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과 친구를 통해서였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 단체에서는 돈을 받고 고용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판매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그림을 팔다니! 게다가 돈을 받고 그림을 그린다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들이 돈을 받는 것의 가치만 알고 그림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의심부터 앞서는 마음을 숨기고 그 프로그램이 왜

문화예술교육, ‘동네에서’ 꽃피다

문화예술교육, ‘동네에서’ 꽃피다 광명5동의 가파른 골목길. 약도를 보고 <광명 문화의집>을 찾아가다 길을 잃었다. 광명5동 동사무소 2층에 자리한 문화의집을 찾아가려면, 길에서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에게 동사무소의 위치를 묻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마침 까르르 웃으며 뜀박질해 오는 아이들 무리가 있다. “얘들아, 동사무소가 어디 있니?” 구불구불한 골목길에서 뛰느라 숨이 차오른 아이에게 손짓을 하며 물으니, 아이는 숨을 고르며 짐짓 틀린 말을 고쳐주는 말투로 또박또박 되묻는다. “문,화,의,집, 찾으시는 거죠?” 그리고는 신이 난 목소리로 길을 가르쳐주더니, 마지막에 큰 소리로 또 이렇게 덧붙인다. “그러면 거기에 문화의집, 이라고

“내가 이렇게 예쁘구나” – 정심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안양소년원) 무용 교육 탐방

<기획연재> “내가 이렇게 예쁘구나” – 정심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안양소년원) 무용 교육 탐방 이른 아침 한 사무실, 출근하자마자 업무를 시작하기 전 성별, 나이, 직급을 불문한 모든 사원들이 월드컵 응원가에 맞춰 꼭짓점 댄스를 춘다. 이것은 무용일까, 체조일까, 혹은 치료일까? 결론을 말하자면 이렇다. 그런 질문은 의미가 없다. 도심의 꼭짓점 댄스는 그저 졸음을 쫓는 것일 수도 있고 신나는 춤일 수도 있고 마음의 치유가 될 수도 있으며, 이들 사이의 공통점이라면 전부 ‘몸의 움직임’이라는 점이다. 그저 졸음을 쫓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아침체조일 것이고, 전날 밤 클럽의 여운이 아직 남아

놀고, 생각하고, 성장하자!’ – 거창 지역의 연극 수업 탐방

놀고, 생각하고, 성장하자!’ – 거창 지역의 연극 수업 탐방 이번 <현장에 가다> 코너에서는 <거창연극제 육성진흥회>가 주관하고 사업을 펼치는 학교-지역사회연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참관하였다. 거창연극제 육성진흥회는 현재 거창 군내의 9개 초, 중등학교에 6명의 상근강사 및 3명의 보조강사를 파견하여, 재량ㆍ 특별 활동시간을 통해 ‘학교 안’ 문화예술교육으로 연극수업 및 영어 연극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으로는 여름 연극교실과 함께, 공연관람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기사를 통해, 거창지역 연극교실의 생생한 교육현장을 목격하시길 바란다. (이 취재는 <거창연극제 육성진흥회>의 교육팀장이자 파견 강사인 서정상씨가 안내해 주었다.)

문화다양성이 불편해야 할 이유

<여는글> 문화다양성이 불편해야 할 이유 <!–   지난 한해, 농촌지역에서 결혼한 한국 남성들의 열 명 중 네 명은 국적이 다른 여성을 배우자로 맞이하여 부부가 되었다고 합니다.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민 온 외국 여성들의 수가 어느덧 정부 통계상으로도 7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베트남, 중국에서 온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도 점점 더 늘어나게 되겠지요. 5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규모까지 감안해본다면, 단일민족의 문화동질성을 내세워왔던 한국도 이제 다민족, 다문화사회로 진입해가는 듯합니다. 변화의 기미는 인구통계학적인 사실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백인혼혈의 매력적인 배우들이

문화다양성, 탈식민주의적으로 실천하기 – 영어‘들’ 시대의 영어교육

문화다양성, 탈식민주의적으로 실천하기 – 영어‘들’ 시대의 영어교육 <!–  올해부터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에서 글로벌 학교를 담당하게 되었다. 작년에 하자의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글로벌 감수성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나름대로 반응이 좋다고 생각된 모양이다. 작년의 경험에서 아이들에게 좀 더 체계적으로 영어를 가르치자는 공감이 있었다. 어떤 영어를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이 났다. 영국식이나 미국식 영어가 아닌 좀 더 탈식민적인 내용과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추상적인 수준에서 원리에 대한 말은 쉽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그래서 어떤 이름으로 가는

다양한 교육 주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교육,

다양한 교육 주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교육, <알츠커넥션> 지난 겨울, 뉴욕의 공립 초등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예술가 상주 프로그램들을 참관했다. 대부분의 수업들은 알츠커넥션(ArtsConnection)이라는 비영리 예술단체가 주관하는 프로그램들이었다. 하루는, 미국에 이민 온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영어를 잘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아트 수업을 위해 예술가들과 교사들, 그리고 알츠커넥션의 스탭이 함께 모여 진행한 프로그램 회의를 참관하였는데, 예술가와 교사의 열린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수업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수업을 계획, 확인하는 한편, 수업을 통해 변화, 발전된 아이가 있는지, 또 언어습득을 위해 예술활동을

이주노동자의 영화 만들기 – ‘함께하는 영화세상’에서 본 우리시대의 자화상

이주노동자의 영화 만들기 – ‘함께하는 영화세상’에서 본 우리시대의 자화상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 종합촬영소>는 대부분의 한국 영화가 거쳐 가는 필수 촬영지이다. 그곳에는 거대한 6개의 실내 스튜디오와 3만여 평의 야외 세트장이 있으며, 촬영뿐만 아니라 영화후반작업을 지원하는 녹음실과 디지털 영상실을 갖추고 있다. 극장에서 보는 완성된 영화의 한 단계 이상은 종합촬영소를 거쳐 간다고 하더라도 거의 틀림이 없다. 영화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발걸음도 잦은 곳이 이곳이다. 서울 근교에 거주하는 시민들, 영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지망생들,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 심지어는 효도

잡다한 것들의 공존과 대화 –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본 소녀들의 영화

잡다한 것들의 공존과 대화 –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본 소녀들의 영화 도대체, 이건 무슨 이야기일까?  남학생들이 순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정말 이런 걸 붙이고 걸어 다닌단 말이야?”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몸을 뒤틀며 옆으로 누워버린 한 남자 아이는 말한다. “ 여자들이 예민해지는 이유를 알겠어.”   두 명의 소녀는 양손에 커다란 생리대를 한 개씩 쥐고 겅중겅중 춤을 추며 노래를 한다. <생리해 주세요(2004, 손현주)>라는, 유난히 관객들의 박장대소가 잦았던 서울여성영화제 상영작 한 편의 대목이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지난 4월 6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신촌의 한 극장에서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Women’s Film Festival in

자연의 속살에서 자라는 아이들,

자연의 속살에서 자라는 아이들, <아이들은 자연이다> 며칠 전 출장길, 저녁 무렵 남녘의 국도를 달릴 때였다. 어스름 해가 져 가더니 슬금슬금 어둠이 사위를 덮어 버렸다. 하나 둘 집집마다 불이 들어왔다. 어디선가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 상 차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차창을 열었다. 어둠이 뺨에 찰싹 달라붙었다. 얼마 만에 만져 보는 어둠인가. 진짜 어둠이다. 그런데 “산골의 그믐은 깜깜하다. 전깃불만 끄면 온 세상이 고요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온전한 어둠, 무서울 줄 알았는데 편안했다. 밤에 오줌 누러 갈 때도 불을

상춘곡, 푸른 싹의 다짐

<여는 글>상춘곡, 푸른 싹의 다짐 바야흐로 봄이 왔습니다. 짐짓 어느 시인의 말을 빌어보자면,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는 그 봄입니다. 난데없이 봄 타령을 시작하려니, 사계절이야말로 인간이 처음으로 가지게 된 추상적 개념이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저 아득한 먼 날 인류가 처음으로 대지에 씨앗을 흩뿌리던 그 순간부터, 아마 인간에게 봄은 “시작”을 뜻하는 추상명사와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소식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일도 있었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면서 나날이 들려오던 승전보가 그것입니다. “한국 야구 세계4강 진입”보다,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야구 이야기에

‘카니발 페다고지’, 국지적으로 실천하는 예술교육-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 원정기

‘카니발 페다고지’, 국지적으로 실천하는 예술교육-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 원정기            ‘카니발 페다고지’, 국지적으로 실천하는 예술교육               –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 원정기                                                                                                   글 l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지난 3월 6일부터 9일까지 개최된 유네스코 세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포르투갈 리스본에 다녀왔다. 과거 아메리카 대륙을 호령했던 제국의 수도 리스본의 풍경은 뭐랄까, 제국의 도시답지 않게 수수하고 소박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카스텔로’나 ‘신트라’ 성, 그리고 도심의 오랜 건축물들은 과거 영광의 유산들이면서 동시에 유럽의 변방으로 밀려난 리스본 현재의 감정을 고스란히 발산한다. 권위롭긴 하되 귀품스럽지 않은 풍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