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우리, 보호받을 권리
인간은 누구나 취약하다. 생애 발달 과정에서 신체·정신적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재난, 빈곤, 사망 등의 다양한 사회적 위험도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성인 10명 중 7명이 안경이나 렌즈를 사용하는데, 시력 저하는 정도에 따라 시각장애가 된다. 현재까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국민의 67%가 확진되었는데, 극심했을 때는 매일 사망자 뉴스에 온 국민이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야 했다. 이제는 미세먼지와 황사 등의 대기오염 환경으로 마스크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2023년 0.72명)에 따른 절대인구 감소로 학령인구(2022년 748만 명·14.5%→2040년 446만 명·8.9%) 및 생산연령인구(2022년 1,357만 명·26.3%→2040년 948만 명·18.9%)의 감소, 급속한 고령화(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와 지방소멸 가속화(2023년 228개 시군구 중 인구소멸 위험지역 118곳, 52%), 소득·주거·고용·성별·계층·지역 등에서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이념·세대 간·노사 등의 갈등 양상, 높은 스트레스(2020년 스트레스 인지율 50.5%)와 자살률(OECD 평균 10만 명 당 11.1명보다 높은 26명으로 1위), 낮은 삶의 만족도(OECD 평균 6.7점보다 낮은 5.9점으로 36위)와 행복지수(UN 세계행복보고서 146개국 중 59위) 등의 지표는 대한민국이 총체적으로 취약하고 위험한 사회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사회·경제·인구환경의 다변화로 인해 핵개인화에 따른 고립·외로움 및 돌봄 부재의 1인 가구, 디지털 전환·격차에 따른 소외 등 새로운 취약계층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특수고용직 근로자·플랫폼노동자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와 저소득 장애 여성 노인, 다문화 이혼가정 자녀 등 복합위기층이 증가하면서 취약계층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보통 취약계층은 경제적·신체정신적·지리적·사회적 속성 등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아래 표에 제시된 취약계층 인구를 모두 합치면 5천만 명이 넘을 정도로, 중복인구를 제외해도 사회적 약자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취약계층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거나 생애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사고나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거나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보호가 없으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제10조),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제31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를 유지하기 어렵다. 바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가 아닌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국내 취약계층의 유형 및 현황]
취약성 세부 대상 및 현황
경제적 속성 기초생활수급자(245만 명), 차상위계층(102만 명), 기초연금수급자(665만 명) 등
신체·정신적 속성 장애인(265만 명), 치매환자(96만 명), 중증정신질환자(56만 명), 희귀질환자(5.2만 명), 암환자(131만 명), 약물중독자(1.6만 명), 산업재해요양자(12.3만 명) 등
지리적 속성 읍면동리 기준, 도서지역(118곳), 벽지지역(400곳), 접적지역(132곳) 등 거주 주민
사회적
속성
아동
청소년
아동보호시설(10,097명), 지역아동센터(10.6만 명), 다함께돌봄센터(2만 명), 학교밖청소년(14.6만명)/학교밖청소년센터(39,293명), 청소년쉼터/회복지원시설(29,143명), 학교폭력피해자(5.4만명), 청소년부모(2,954가구), 청소년자립지원기관(300명), 소년원학생(5,684명) 등
청년
중장년
군장병(55만 명), 고립·은둔청년(74만 명), 교정시설수용자(5.1만 명)/갱생보호대상자(6만 명), 병무병원수용자(1,024명), 보훈대상자(83.4만명)/상이군경(10.3만 명), 노숙인(8,469명), 특수고용직종사자(221만 명), 산업재해요양자(12.3만 명) 등
노년 고령자(902만 명)/독거노인(199만 명), 노인복지관(300만 명), 요양시설(21.6만 명), 양로시설(9,752명) 등
전 생애 종합사회복지관(679.2만 명), 가족센터(716.6만 명), 성폭력피해자(3.8만 명)/해바라기센터(2.4만 명), 범죄피해자(159만 명), 북한이탈주민(3.4만 명)/하나센터(7,200명), 난민인정자(1,331명), 다문화가구원(115만 명), 한부모·조손가구원(398만 명) 등
※ 해당부처·통계청·유관기관 등 공개자료 참조, 수치는 2021~2023년 기준이며, 시설의 수용인원 또는 이용자임
문화안전망·문화돌봄을 더하다
우리 사회의 취약한 구조가 또 다른 원인이 되지 않도록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개인과 사회가 긍정의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려면 범부처 차원에서 통합적·지속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약자 프렌들리 정책(국정목표 3.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을 강화하여 복지·고용·보건·교육·문화 등의 사회문제 해결·완화형 돌봄 정책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문화취약계층에도 문화소외·격차 해소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등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국정과제 56)’를 실현하고자 저소득층 통합문화이용권, 19세 청년 문화예술패스, 저소득 유·청소년 및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 등을 지원(2024년 288만 명 대상 3,770억 원)하고 있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누리는 사회 문화예술교육
그동안 사회문화예술교육은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수혜자를 지원하기 위해 중앙주도·공급자 접근에서, 특정 계층·시설 대상에게, 소액다건·획일적 방식으로 지원해 온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중앙과 지역, 공공과 민간이 수평적 협력체계로 다양한 취약계층과 전 생애주기 일반 국민을 향해 수요자 선택·맞춤형 문화예술교육을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먼저 지난 20여 년간 추진해 온 군부대·교정시설·소년원학교·병무병원 등의 특수계층, 지역아동센터·학교밖청소년센터 등을 포함한 부처 협력사업과 아동·노인·장애인 복지시설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통합하여 기존 및 새로운 취약계층과 사각지대를 포용할 수 있는 ‘예술누림 지원사업’을 출범하였다. 특히 ‘예술누림플랫폼’을 통해 전국의 취약계층 보호 지원시설 이용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상호 선택하여 단기·중기 회차나 2인 팀티칭, 현장체험학습 및 결과나눔발표회 등 보다 유연하게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1,100여 개 시설에 1,300여 개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의 문화안전망이자 문화 돌봄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4년 예술누림(취약계층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지원시설 현황]
아동·청소년 성인·전 생애(가족 등) 노년 장애인
아동복지시설
지역아동센터·다함께돌봄센터
학교밖청소년센터
청소년쉼터·회복지원시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년원학교
공동생활가정(그룹홈) 등
군부대
교정시설·병무병원
종합사회복지관
가족센터
공동생활가정시설
한부모가족복지시설
가정폭력피해자시설
장애인부모·가족지원시설
북한이탈주민돌봄시설
이동노동자지원센터 등
노인복지관
상이군경(보훈복지문화대학)
노인요양시설
노인양로시설
재가노인복지시설 등
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시설
보호작업장
근로사업장
직업적응훈련시설
수어통역센터
재활·치료센터 등
또한 지리적으로 문화시설 접근이 어려운 도서·벽지·접적 지역 650개 읍면동리와 인구감소 및 감소 관심 지역 107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하여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삶에 활력을 증진하고, 나아가 마을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교육으로 정주 여건 향상을 통해 지방소멸 문제에도 대응할 예정이다. 올해 산업단지·농산어촌·구도심 등 지역의 수요와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교육이 다채롭게 펼쳐질 수 있도록 60여 개 기초지역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전용시설로 조성 중인 전국 13개 ‘꿈꾸는 예술터’ 중 개관한 곳을 대상으로 특화선도형 문화예술교육 사업모델 및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지원하여 예술특화거점(꿈의 오케스트라·무용단 등)과 함께 기초 문화예술교육의 중심 거점으로서 기능 확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일반 국민의 다양한 환경·특성·생활양식(life style)·관심사 등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더 가까이 경험하고 문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꿈다락 문화예술학교’를 확대 운영한다. 이를 위해 2012년부터 진행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중심의 23개 세부 사업과 44개 프로그램 운영 사례를 생애주기별로 정리한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 가이드북」을 배포하여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철학·운영 방향을 공유하고, 프로그램을 재기획·구성하는데 참조하도록 하였다. 2023년에 운영한 프로그램의 60%가 가이드북을 연계·활용하여 새롭게 적용·확장 운영하였는데, 실제 문화예술교육사업 운영 경험이 적은 생활기반시설과 문화예술 기관·단체가 가이드북을 통해 새롭게 진입하였고, 전국 80개 기초지자체에서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확산하는 역할을 하였다. 올해는 255개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양질의 신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기획·개발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앞으로 사회 문화예술교육은 청년(자립준비·고립은둔·가족돌봄 등), 중장년(조기은퇴·이혼·생애전환기 등), 노년(베이비부머·독거노인) 뿐만 아니라 1인 가구(750만 가구, 34.5%)와 생활인구(귀농귀어·귀촌·워케이션 등) 및 거주외국인(2024년 250만 명으로 인구 5% 이상인 다인종·다문화국가 진입), 그리고 심리정신적 장애(2022년 진료인원 398만 명, 진료비 5,155억 원) 등의 새로운 사회적 수요에 맞춤 전략으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사회 문화예술교육이 생활예술, 지역(생활)문화, 평생교육 등과 혼재되어 정책의 차별화가 요구될 수 있으나, 삶에서는 문화가 서로 다르면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듯이, 사회 문화예술교육도 고유한 정체성과 가치를 지속하되, 경계를 넘어 인접·타 분야와 관계를 맺고 변화 발전할 때, 정체되지 않고 정책 외연을 확대함으로써 본질적 가치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현장을 바라보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까지 읽어내어 수요를 실천적 상상력으로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술은 누구의 마음에서도 생긴다’는 프랑스 속담이나 ‘모든 아이는 다 예술가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성장한 후에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는가이다’라고 한 피카소의 말처럼, 일상에서 예술로 저마다의 삶을 그리고, 연주하며,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아름답고 행복해진 우리가 곧 세상이 되어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리라 믿는다.
노준석
노준석
2004년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10년간 문화콘텐츠산업 정책과 연구 조사를 수행하여 K-콘텐츠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작은 힘을 보탰다. 이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 옮겨 학교와 사회예술교육본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꿈다락 문화예술학교(구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아르떼 라이브러리’, ‘문화예술교육 자원지도’, ‘국민문화예술교육조사(국가승인통계 지정)’ 등을 기획·주도한 바 있다.
yes0253@arte.or.kr
썸네일사진 출처: 2022 복지시설 이용자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 결과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