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쌈 싸 먹는 특급 레시피

문화예술기획단 쌈

‘문화예술기획단 쌈’의 홈페이지와 SNS 계정을 둘러본 뒤 검색창에 무심코 ‘쌈’을 적어보았다. 오호! 예상외로 여러 가지 뜻이 나온다. 익히 아는 채소에 싸서 먹는 음식과 싸움의 준말 정도로만 예상했는데 바늘, 옷감이나 피혁 묶음을 세는 단위, 금의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갑자기 ‘쌈’이라는 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목포에서 시각예술 장르를 주축으로 하는 청년들이 활동하는 ‘문화예술기획단 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담고 쌈의 작업실로 향했다.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쌈은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적으로 밥하고 쌈장만 있으면 무엇을 싸 먹어도 맛있잖아요. 또 그렇게 많이들 먹기도 하고요.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한군데로 모아보자는 의미로 단체 이름을 ‘쌈’으로 지었는데, 쌈과 함께 하는 멤버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싶진 않아요. ‘우리 이거 해보고 싶다’ 하면 같이 머리를 맞대는 하나의 공동체면 되죠. – 신형만 작가(신자까), 문화예술기획단 쌈 전 대표
쌈은 느슨하고 유연하게
여러 가지 재료를 잎채소에 넣고 하나로 모아 싸 먹는 게 쌈인데 소속감을 주고 싶진 않다니, 들을수록 궁금해지는 말이다. 쌈의 시작은 2018년 신형만, 정민정 작가를 주축으로 출발하였다. 신형만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작업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상황이 쉽진 않았다. 작업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상의할 동료 작가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 작업이나 취업을 위해 대도시로 이주하였고 목포에서 활동 중인 선배 작가들과는 10년, 많게는 20년 차이가 났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전남문화재단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강사 제의를 받고 활동했는데, 그 경험이 잊히지 않아 이후 쌈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목포를 중심으로 예술교육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참여 대상인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저 스스로가 너무 재밌었어요. 기존 학교에서 하던 미술 교육하고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느끼게 되었죠. 예술가가 실천하고 싶은 교육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서 아이들의 변화를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 신형만 작가
이후 단체를 만들고 경험 속에서 발견해 낸 예술교육의 매력을 함께 나누고 싶어 주변의 작가들을 찾고 제안했다.
하고 싶은 거 해. 도와줄 수 있는 건 다 도와줄게. 이렇게 중간중간에 한 2~3년 같이 해보니 서로가 가고 싶은 방향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때때로 의견 차이가 생기면 ‘나는 조금 빠져 있을게’ 이게 가능하더라고요. 그건 서로 멀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다른 걸 인정하는 거죠. 어렵지만 빠질 때와 결합할 때를 알아차리고 형태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쌈의 문화입니다. – 신형만 작가
그렇다면 쌈은 어떤 활동을 하냐, 어떻게 소개하면 좋겠냐고 물으니, 소개가 제일 어렵다며 “그냥 재밌게 노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좋겠다며 웃는다. 쌈의 주요 대상층은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이 제일 많다.
그냥 같이 노는 게 재밌어요. 아이들이 막, 말도 안 되는 거 많이 하거든요. 그 말도 안 되는 걸 저도 같이 하는 게 재밌어요. 실은 그 안에서 저도 말도 안 되는 짓을 많이 하거든요.“와~ 저런 생각을 한다고? 진짜 천재다, 천재!” 아이들이 이 얘기 듣고 신나서 더 열심히 노니까. 말도 안 되는 걸 함께 이야기하면서 (말이) 되게 만드는 게 참 재밌어요. – 신형만 작가
쌈은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곳
쌈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눈, 머리, 손, 예술학교>는 2020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프로젝트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데 완전한 것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라는 순전히 예술가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눈, 머리, 손, 예술학교> 프로젝트가 쌓이면서 결국 쌈이 알고자 했던 것이 “느끼고 생각해서 표현하는 것” “탐색하고 탐구하고 발견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신형만 작가의 말대로 쌈의 활동들은 하나하나가 일상의 고민에서 출발해서 대안을 찾아가 보며 해석하는 작업들이다.
수상한 연구소 (2020)– 분해와 조립 그리고 상상을 통해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찾아가기장난감, 더 이상 쓸모없어진 가전제품들, 매일 보던 사물들을 분해하고 내부의 프로세스를 관찰해 각각 부품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활동
색의 탄생 (2021)– 바나나는 노란색이 아닐 수도 있잖아색의 기본적인 개념 색의 삼원색으로 시작해, 실제로 알고 있지만 실험해 보지 않은 것들을 실험하는 과정과 더불어 우리 주변의 흙, 먼지, 엄마의 화장품, 고춧가루 등 색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안료로 만들어 보고 실제로 물감으로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색을 만들어 가는 활동
마이크로의 세계 (2022)–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색드러나지 않는 사물의 형상을 찾는 행위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탐색함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험을 통해 새로운 생각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수행하는 활동
프로젝트 제로(2023)교육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를 자연에서 얻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도구로 제작하고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프로세스를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는 과정, 우리가 손쉽게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을 자연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실험해 나가는 활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꿈꾸는 쌈
어느 날 저희가 탐색하다가 어떤 특정적인 걸 발견하면 거기에 꽂혀서 작업하듯이, 아이들도 한 명 한 명이 어딘가에 꽂히면 조 안에서 조원들과 그것을 가지고 해석을 해요.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 또 다른 데로 튈 수도 있고요. 그걸 쫓아가는 게 저희의 역할이에요. – 정민정 작가(춘리정), 문화예술기획단 쌈 대표
아이들과 재밌게 노는 시간만큼 쌈을 이어가기 위한 고민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정민정 대표는 말한다. 쌈의 최종 목표는 지역 예술생태계의 구축이다. 지금 쌈은 아이들이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경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자 목포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료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자 발표 공간을 주축으로 내일을 상상하고 있다.
쌈은 예술교육 장소이자 전시공간으로 5층 건물에서 세 개의 층을 빌려 3여 년간 운영했다. 하지만 어느 겨울 동파로 침수가 되었고, 건물주가 퇴거를 요청하여 아쉽게 운영이 중단되었다. 지금도 그 ‘아트스페이스 O.A(one step after step)’를 다시 이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쌈의 정민정 대표는 공간이 주는 힘이 꽤 컸다고 회고했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교환하는 그 순간이 중요한 거잖아요. 활동을 지속해 보니 아이들한테도 필요하다는 걸 느껴서 그런 장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계속해서 청년 예술가들하고 매칭하고, 아이들하고도 계속 매칭 해보고 싶어요. – 정민정 대표
정민정 대표는 목포 지역 예술생태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후배 작가들의 전시에는 반드시 참석한다. 후배 학부생들과 모임도 만들어서 작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역 내의 선배 작가로서 예술교육의 가치와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함께 활동할 동료들을 찾고 있다. 그동안 강사로 활동하면서 동료들과 써왔던 작업 일지를 분석하고 맥락을 찾아내는 작업도 이러한 과정의 일부다. 이를 통해 쌈의 고유한 교육안을 정리하고 만든다. 초등학생 중심으로 해왔던 예술교육을 2023년에는 중학생으로 확장하였고, 올해는 산정동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인 명도복지관과 협력하여 장애인 대상 예술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저희가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예술가들은 관계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입니다. ‘교육’이라는 단어를 통해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는 만큼 재밌게 놀면서 어떤 화두를 던질 것인가를 늘 고민하고 있어요. 우리 사유로 탄생하는 작업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그 맥락을 어떻게 만들어 갈까, 그 과정에서 생각들이 어떻게 더 확장되고 연계가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꾸준히 채워나가고 싶어요. – 정민정 대표
쌈은 뭐든 채소잎에 넣어 싸 먹으면 되므로, 꼽아보자면 셀 수 없이 많은 조합이 만들어진다. 쌈의 재료 또한 제한이 없다. 먹다 남은 음식조차 쌈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문화예술기획단 쌈의 활동 또한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변주로 확장되고 있다. 예술의 재료도, 예술을 함께하는 동료 예술가도, 예술이 펼쳐지는 지역사회도, 문화예술기획단 쌈의 넓고 다양한 품속에서 지속적으로 모이고 섞이고 상생하며 맛있어지기를 애정을 담아 응원해본다.
  • 전시《수상한 연구소의 수상한 ???》(2022)
황지원(육끼)
황지원(육끼)
문화기획자, 마을활동가. 서울 성북과 전북 고창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전라도의 예술가들과 연대하는 것을 요즘 많이 상상하면서 조금씩 움직여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 @memory.talk.house
사진제공_문화예술기획단 쌈 @artssam99
2 Comments
  • author avatar
    김양남 2024년 07월 31일 at 12:50 PM

    예술을 쌈 싸 먹는 특급 레시피
    문화예술기획단 쌈
    잘 보고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4년 07월 31일 at 1:51 PM

    예술을 쌈 싸 먹는 특급 레시피
    문화예술기획단 쌈

    기대만점입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2 Comments
  • author avatar
    김양남 2024년 07월 31일 at 12:50 PM

    예술을 쌈 싸 먹는 특급 레시피
    문화예술기획단 쌈
    잘 보고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4년 07월 31일 at 1:51 PM

    예술을 쌈 싸 먹는 특급 레시피
    문화예술기획단 쌈

    기대만점입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