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과 인접한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은 2005년 개관했다. 도서관 3층에는 트윈세대를 위한 특별한 공간인 ‘트윈웨이브’가 있다. 트윈세대란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뜻하며, 트윈웨이브에서는 12~16세로 정의하고 있다. 도서관 속 사이의 공간 트윈웨이브에서는 연령의 사이, 공간의 사이를 어떻게 이어가고 있을까.
일렁이는 파도 앞에서, 항해의 시작
슬기샘어린이도서관 ‘트윈웨이브’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되었다. 하나는 청소년이 이용할 만한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현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청소년의 도서관 이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도서관은 안전한 공간에서 트윈세대가 즐거움을 찾을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고민의 시기에 도서문화재단 씨앗의 공공도서관 안에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 ‘Space T 프로젝트’를 만나게 되었고 ‘트윈웨이브’는 이 프로젝트의 두 번째 기지가 되었다.
2020년 협약을 시작으로 공간 개선이 진행되었고 2021년 7월, 수원시 최초의 트윈세대 전용 공간인 ‘트윈웨이브’가 탄생하였다. 트윈웨이브의 조성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의 관행을 탈피했다는 것이다. 과거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공간을 만들고 청소년의 이용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면, 트윈웨이브는 트윈세대가 직접 스태프로 참여해 사전 리서치와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처럼 공간을 채워가는 전 과정에 트윈세대가 주도적으로 참여했기에, 트윈웨이브는 진정한 의미의 트윈세대 전용 공간으로서 의의를 지닌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 제공을 넘어, 트윈세대의 니즈(needs)와 선호도를 정확히 반영한 맞춤형 공간 조성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4가지 핵심경험
트윈웨이브의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운영 4년 차에 접어들어서도 유지되고 있는 ‘핵심 경험’이다. 핵심 경험은 개관 당시 트윈세대와 함께 진행한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것으로, 쉼, 만남/소통, 탐색/탐험, 표현/창작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트윈웨이브의 첫 번째 핵심 경험인 ‘쉼’은 일상적인 휴식과는 차별화된 개념이다. 이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 ‘일상(루틴)에서 벗어난, 여백, 전환, 자유’를 의미하며, 집이나 학교와는 다른 편안한 경험,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는 여백을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
트윈웨이브에서 ‘쉼’을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으로는 파도언덕과 다락공간이 있다. 파도언덕은 다목적 공간으로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대형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3개의 다락공간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트윈세대의 선호도를 반영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더불어 해먹공간은 트윈세대에게 독특한 휴식 경험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도서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게임존의 존재 또한 트윈웨이브의 특별함을 더한다. 닌텐도 스위치와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비한 게임존은 전통적인 도서관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트윈세대의 관심사와 취향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만화책과 게임존의 존재는 트윈웨이브를 처음 방문하는 트윈세대들에게 가장 큰 놀라움을 안겨주는 요소이다. 이는 트윈웨이브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트윈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반영한 혁신적인 공간임을 잘 보여준다.
두 번째 핵심 경험 ‘만남/소통’은 새로운 것을 직접 경험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단순한 만남을 넘어서, 친구들과 새로운 활동을 함께 체험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포함한다. 2024년에 새롭게 선보인 ‘캡틴의 D.I.O.(Do It Ourselves)’와 ‘캡틴의 공유주방’ 프로그램은 이러한 ‘만남/소통’ 경험을 구현한다. 트윈세대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워크숍 ‘캡틴의 D.I.O.’에서는 인형 만들기, 종이접기, 보드게임, 합동 작품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자신의 관심사를 또래와 나누고 공유할 수 있어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캡틴의 공유주방’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제한적으로 운영되었던 키친바 공간을 활용하여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참여가 저조했으나, 현재는 다양한 요리 활동이 이루어지는 활기찬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곳은 단순한 요리 공간을 넘어, 나눔과 행복이 공존하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을 통해 트윈세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관심사를 더욱 발전시킬 기회를 얻고 있다.
세 번째 핵심 경험인 ‘탐색/탐험’은 흥미로운 주제와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세계관을 소개하는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의 중심에는 운영자들의 세심한 노력으로 구성된 북큐레이션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트윈웨이브에는 약 1,300권의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도서는 ‘나’와 ‘세상’을 탐색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표현과 창작 과정에 영감을 주는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도서 선정은 운영자들의 지속적인 관찰과 고민을 통해 이루어지며, 필요에 따라 유지되거나 교체되기도 한다. 2024년에는 전국의 Space T 운영자가 함께 모여 트윈세대 공간에 적합한 도서 선정에 대해 고민하는 워크숍을 진행하며 큐레이션의 질을 더욱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북큐레이션과 더불어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파랑북클럽’과 ‘그림책사기단’은 정기적으로 독서 토론과 독후활동을 진행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다양한 탐색과 탐험의 기회는 단순한 독서 활동을 넘어, 새로운 세계관을 접하고,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며,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는 중요한 경험이 되고 있다.
마지막 핵심 경험인 ‘표현/창작’은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낯선 재료와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보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게 탄생한 창작물은 전시를 통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선순환의 과정을 만들어내고 있다. 트윈웨이브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창작활동으로는 직접 글을 쓰고 제본까지 해보는 ‘책 만들기’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창작품 만들기가 있다. 특히 2023년 콘텐츠 개선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한 것이 제본공간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재질과 두께의 종이에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한 후, 스프링이나 열제본 방식으로 직접 책을 만들어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책이라는 매체에 흥미를 갖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트윈웨이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다양한 재료가 가득한 ‘메이킹존’이다. 이곳에서는 갖가지 재료를 활용해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며, 완성된 작품은 ‘오브제(objet)’로 촬영하거나 전시한다. 트윈세대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환경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자아 발견과 성장의 기회로 작용하며, 미래의 재능 있는 창작자를 양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제3의 장소가 필요한 이유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제시한 ‘제3의 장소’ 개념은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가정과 일터 외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은 현대 사회에서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이러한 ‘제3의 장소’로서 완벽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데 특히 어린이도서관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민주시민, 문화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거점이 된다. 트윈웨이브의 사례는 어린이에서 트윈세대, 나아가 청소년과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도서관의 역할과 가치가 어느 한 세대에 국한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또한, 트윈웨이브는 단순한 도서관의 확장이 아닌, 청소년의 종합적인 여가·문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곳에서 청소년들은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또래와 소통하며, 때로는 그저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디지털 중심의 현대 청소년 여가 활동에 대한 보완적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균형 잡힌 성장을 돕는 중요한 ‘제3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 트윈웨이브와 같은 모델이 다른 지역과 기관으로 확산된다면, 이는 단순히 청소년의 여가 활동을 풍부하게 하는 것을 넘어 세대 간 소통과 지역 사회 통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저출산과 인구 감소라는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문화적 영양분을 줄여서는 안 되고 오히려 더욱 풍부하고 질 높은 문화적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문화를 이해하고 향유하는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출과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린이도서관, 나아가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 김현주
- 수원문화재단 슬기샘어린이도서관 관장. 20년 넘게 도서관에서 책과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경험을 나누고 있다. 그림책, 청소년문학, 장르문학에 관심이 많고 책과 다양한 매체를 연결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더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찾아 책을 통한 즐거움을 알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며 일하고 있다.
hjkim1@swcf.kr
슬기샘어린이도서관
@tweenwav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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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샘어린이도서관 ‘트윈웨이브’가 추구하는 사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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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샘어린이도서관 ‘트윈웨이브’가 추구하는 사이 공간
기대만점입니다
정말 깊이 고민하고 많은 탐구 속에서 만들어진 멋진 공간이네요!! 트윈웨이브가 생겨남에 따라 트윈세대들에게 책과 문화 예술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더 많이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 기쁘고 감사합니다~!! 주변 학생들에게 많이 추천해 주고 싶네요. ^^
트윈웨이브 공간이 너무 좋네요~
나이상 딱 사춘기의 나이대에 책과 문화를 통해서 나의 미래를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좋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