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가의 냉철한 자기 비평과 외부 전문가 또는 동료의 깊이 있는 비평과 해석을 나란히 싣는다. 문화예술교육가 스스로 자신의 예술교육 실천을 성찰하는 것과 타인의 예술교육 활동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다양한 활동이 지닌 철학적 의미와 예술교육적 가치를 함께 탐색해 보고자 한다.
꾸준하게, 언젠가는, 빛을 볼 지니
문의영 극단 청년극장 대표
“선생님, 저 꿈다락 강사가 되었어요.”
“그때 연극동아리 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 연극동아리 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7~8년 전에 우리 극단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수업을 들었던 고등학생 제자가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상기된 목소리로 자신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꿈다락 선생이 되었다는 연락이었다. 그즈음에 가르쳤던 또 다른 중학생 제자도 이제는 어엿한 작가가 되어 만나게 되었다.
나 역시 고등학생 때, 연극동아리를 경험했고, 대학교를 졸업하곤 연극하고 싶어 시민연극교실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지금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연극의 길을 가고 있다. 이즈음에서 연극교육을 ‘왜 하는가’ ‘왜 하게 되었는가’ ‘왜 해야만 하는가’ 생각해 본다.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했던 이유는 연극을 하면서도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생계에 도움이 되는 연극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다분히 사적이고 현실적인 이유였다. 그리고 서울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청주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지원해 5년간 진행했다.
<호구아트 연극학교>.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이름을 패러디하여, ‘밝을 호(晧) 함께 구(俱), 함께 빛나는 예술, 연극을 배우다’라는 의미로 이름을 짓게 되었다. 5년간 150명 정도의 학생들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중간에 ‘코로나’라는 역병을 만나기도 했지만,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마스크를 쓰고 발표회를 만들며 쉼 없이 이어 나갔다. 이후 5년은 ‘청년’ 대상으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생애주기 문화예술교육 등을 진행했다. <연극세끼, 감정맛집> <연극몬 Go!>라는 재밌는 작명으로 청년들의 이목을 끌었고 100여 명의 청년들이 연극을 배웠다.
우리가 문화예술교육에서 처음 바탕을 둔 것은 ‘재미’였다. 이 시간, 이 공간에서만큼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음껏 놀고 표현하는 욕구를 풀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강사들도 그 시간만큼은 함께 놀았다. 물론 출강확인서를 쓰고, 정산하고, 보고서를 쓰고, 이런 과정은 힘들다. 그래도 함께 노는 재미가 있었기에, 그리고 참여자들이 한바탕 신나게 놀고 가는 모습을 보며 판을 깔아준 강사와 기획자가 느끼는 보람이 있었기에 10년을 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아쉬웠다. 지원사업이 아니더라도 이런 활동이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구아트 연극학교> 청소년들을 만났을 때도 같은 고민을 하며 시도했으나, 입시와 극단의 일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흐지부지되었다. 그 후 청년 대상 수업이 5년째를 맞은 올해, 드디어 청년연극동아리 ‘청운’을 만들게 되었다. 이제 집행부를 꾸리고, 단원을 모집하고, 규칙과 여타의 세부적인 것을 논의하며 차근히 실행하는 중이다.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품을 들여야 하고, 극단에도 담당할 인력이 있어야 하고, 목적과 의지가 분명해야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이번엔 흐지부지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중심을 잘 잡고 나아가려 한다.
극단 공연도 많고, 행정적인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문화예술교육을 놓지 않고 하려는 이유는 시민이 없으면 연극도 없기 때문이다. 연극을 경험한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오고, 연극을 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가르쳤던 제자가 그랬던 것처럼. 연극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 우리가 문화예술교육을 계속하는 이유다. 연극을 상설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곳. 꼭 연극학과를 가거나 학원을 가지 않더라도 내 주변에서 쉽게 연극을 할 수 있다면, 연극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연극이 더 발전하지 않을까. 이것은 연극이 아니라 어떤 예술을 대입해도 같으리라 생각된다. 예술 경험은, 특히나 청소년 시기 예술의 경험은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너무나 귀하고 값진 경험이다.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류를 만들어간 동력은 기초예술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초예술에 대한 경험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는 기초예술을 누구나, 쉽게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청소년, 청년, 시니어 등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연극 아지트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각자의 인생 동력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싶다. 과정은 힘들지만,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빛을 보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다.
본 투 비 청년극장
오혜자 초롱이네도서관 관장
텅 빈 무대를 마주하고 관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찾아 앉는다. 관객들은 아주 어리거나 젊거나 어르신들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이 작은 무대를 바라보는 것이 어색한 모습이다. 웅성거리는 소리는 극장 안의 불이 모두 꺼지자 일시에 음소거가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적막의 시간 속에 무엇인가 공간에 채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관객들의 기대가 담긴 숨소리, 무대 뒤편에서 들리는 잔뜩 긴장된 숨소리, 한껏 고조된 순간을 깨는 발자국 소리, 번쩍 켜지는 조명들. 연극은 이렇게 극적으로 관객에게 다가든다. 그리고 공연 내내 배우와 관객은 매우 가까운 자리에서 서로의 숨결을 느낀다, 호흡을 맞춘다.
극단 청년극장은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생애주기 문화예술교육으로 청년 대상 연극교육 프로그램인 <연극몬 GO!>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화요일마다 모여 생활 속 소재를 찾아 희곡을 쓰고 배역을 정해 연극으로 구성한 청년들은 지역의 직장인, 취준생, 프리랜서들이다. 강사진도 청년 배우, 세상에 막 나온 연극 전공자들이다. 모두 시대의 최전선에 있는 ‘청년’들이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연극에 참여한 ‘현석’ 역의 철몬(연극몬으로서 각자 정한 이름)은 “새로운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극을 만들어가는 건 역시나 즐거운 일이다. 적어도 마지막은 모두 하나 되어 웃으며 맞이할 수 있기를”이라며 소감을 전했고, ‘민지’ 역의 콜라몬은 “대본 쓰기를 마무리하고 면역력 증가와 혈액순환”의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연극을 통해 고질적인 성인병의 초기 진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문의영 대표는 올해부터 청년극장의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았다. 40년 전 창단 시기부터 극단의 명칭은 ‘청년극장’이었다. 처음부터 동인제 극단 체제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단원 누구나 주인의식을 갖고 이어달리기처럼 바통을 넘겨받으며 대표가 되는 방식이다. 극단이 여전히 오랜 세월 청년극장일 수 있었던 공개된 비법인 셈이다. 청년은 청년의 방식으로 사고하고 조직하고 소통한다. 시간이 지나 노련해지면 이런 직설은 경계가 무디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극단 청년극장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보고 있는 문의영 대표의 서사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배우이자 기획자이고 연극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소위 뒷심이 궁금했다.
연극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초등학교 4학년 국어 시간이라고 했다. <흥부와 놀부> 희곡을 읽는데 흥부 역을 맡았다. 어떻게 읽었는지 친구들도 놀라고 선생님도 놀라고 이후 자신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난 순간이었던 것이다. 6학년 학예회 때는 초대한 부모님도 자신을 몰라볼 정도로 역할에 몰입했다. 계속 연극을 할 것 같다는 예감 아닌 자각은 연극동아리에서 극단 활동으로 이어졌다. 율동패에서 가극단 배우, 조연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교육, 작품 쓰기, 극장 운영 등 지나온 시간이 지금 이 자리에 마주하고 있는 문의영 대표의 실체를 말해주고 있다. 자신에게 충실하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개인과 극단 청년극장의 단단한 뿌리가 만나 일종의 방향성을 만들어내는, 요즘 시대에 흔하지 않은 성장 스토리다. 시선을 이어가면 이러한 서사가 <연극몬 GO!>에 참여한 청년들에게도 스며드는 것을 목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주목할 부분 중에는 기회와 몰입의 경험이 있다. 작년에 <연극몬 GO!> 연습이 한창일 때 참관의 기회가 있었다. 직장에서 야근한 다음 날 피로가 쌓인 상황에도 출석한 청년을 반가이 맞이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들은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서로를 고려하여 규칙을 만들고, 조를 나누어 직접 구성한 대본으로 연습하고, 무대 소품에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하는 등 작품 하나를 온전히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참관하며 강한 인상을 받은 부분은, 연습한 과정을 조별로 발표하면서 합평하는 모습이었다. 서로를 격려하고 인정하고 잘 보아주는 시간을 충분히 누렸다. 대부분의 생활이 비대면으로 가능한, 개별화되어버린 사회관계망이 단번에 촘촘해지는 현장을 보는 듯했다.
올해부터 <연극몬 GO!> 막내 강사가 손을 들어 참여했던 청년들과 연극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연극을 경험하면서 깨워진 감각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감각의 단련을 욕망하게 하는 것. 단순 경험의 다음 차원으로 예술교육의 단초에 이르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연극몬 GO!>의 연극이 끝나고 조명이 다시 켜진 자리에 하나둘씩 무대에 나타난 직장인, 취준생, 프리랜서 청년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객석에 있던 부모, 연인, 친구, 조카, 동료들도 모두 무대에 올라 손을 잡고 서로 가까이 마주 보며 한동안 격한 감정을 나누었다.
문의영 대표는 배우로서의 본성을 계속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시대의 목소리를 연극에 담고 싶은 기획자의 의지를 극단 청년극장에서 실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삶의 조각들을 넣어 구성한 연극 활동으로 자신을 만나고, 타인을 이해하고, 남 앞에 서서 자신을 드러내는 등 자기 발견의 동기성과 청년이라는 시기성을 잘 어우러지게 구성한 연극 기반 문화예술교육 <연극몬 GO!>는 그 과정의 하나다.
- 극단 청년극장 <연극몬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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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충북형 생애주기 문화예술교육 사업으로 운영한 <연극몬 GO!>는 4월부터 21회차에 걸쳐 직장인, 대학생, 취업 준비생 등 청주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연극의 다양한 요소를 재미있게 배우고 협업을 통해 직접 연극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직접 대본을 쓴 ‘지옥행 버스’ 에피소드로 구성한 <다음 정류장은> 공연을 8월 말에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특히 올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연극 동아리 ‘청운’을 출범하여 청주 지역 청년이면 누구나 언제든 연극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

문의영
전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연극 활동을 하다가 현재는 충북 청주에 있는 극단 청년극장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배우, 극작, 연출, 기획, 교육 등 연극 분야의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숙희책방>(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은상), <상설의 시대>(2024년 충북상주예술단체 신작) 등이 있다. 또한 청년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를 넘나들며 연극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jujuclubli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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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자
1999년부터 초롱이네도서관이라는 마을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문화도시 청주’의 동네기록관 프로젝트로 일상 속 작은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록집을 제작하고 있으며, 개인의 서사와 공간의 관계를 재해석하며 변화를 도모하는 ‘도서관실험실’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chorong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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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_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사진제공_극단 청년극장 https://cafe.daum.net/cn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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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없으면 연극도 없다”는 말이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연극을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로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고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청년들이 스스로 연극을 만들어가고, 또 그런 과정을 통해 시민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을 꾸준히 이어가는 노고와 열정에 깊은 존경을 보냅니다.
청년답게 풀어가는 반짝이는 성장 스토리
극단 청년극장 를 바라보는 두 시선
잘 보고 갑니다
청년답게 풀어가는 반짝이는 성장 스토리
극단 청년극장 를 바라보는 두 시선
기대만점입니다
연극 교육의 시간은 결국 또 다른 연극 시민을 길러내며 한 사람의 경험이 다음 세대의 무대까지 이어지는 기적을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청년들이 서 있는 연극 무대가 정말 멋지네요~
예술을 통해 미래의 희망이 보이는 듯 합니다.
응원합니다.
청년극장이라니 정말 멋있네요 저도 마음속에 있는 꿈을 다시 꿈꾸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네요!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새해에는 모든 일에 행운과 성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건강과 평안 속에서 뜻하는 바 모두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