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문화예술교육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와 현재 하는 활동도 함께 소개해 달라.
2021년에 전북도립미술관 교육팀에서 인턴 생활을 하던 때가 시작이었다.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함께 경험한다’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그 순간 표정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신기할 만큼 재미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현재는 교육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미술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고 기획하고 있다. 현재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와, 낯선 지역으로 새롭게 흘러들어 온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즐거움을 느낄 때는 언제이고, 반대로 힘들거나 흔들릴 때는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나.
즐거움은 언제나 참여자들의 웃는 얼굴에서 온다. 최근 유아 대상 놀이교육 프로그램 〈공장에서 놀이하다 – 우리들의 공장 만들기〉를 기획해 아이들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아이들의 감정을 상상 속 동물로 형상화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상상 속 동물’이라는 낯선 주제 앞에서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어느새 그림을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활동에 빠져들었다. 완성한 작품을 손에 들고 뛰어놀며 즐거워하는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힘이 들 때도 있다. 기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반응이 미지근할 때면 나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곤 한다. 그럴 때는 그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기보다 짧게 기록해 두는 편이다. 기록을 시작하게 된 건 우진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사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잘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마음을 담아 기록 수업을 기획했다. 참여자들과 함께 각자의 하루와 감정을 기록해 나가다 보니, 기록이란 단순히 무언가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 지나간 순간을 다시 바라보고 그 안에서 미처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져, 나는 여전히 현장의 크고 작은 장면과 감정을 짧게 적어 둔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도 생길 것 같다. 그럴 때는 어떤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편인가.
혼자 끌어안기보다 비슷한 고민이 있는 예술교육가와 나누려 한다. 프로그램을 마친 뒤의 짧은 대화나 기획안을 두고 던지는 질문 속에서 더 솔직한 이야기가 오간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확인만으로도 다음을 준비할 힘을 얻는다. 최근 전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교육하는 예술가 시외답사 워크숍 〈새롭, 계모임〉(4.1.~4.3.)’에 다녀왔다. 2박 3일 동안 ‘제주 4·3 미술제’와 제주의 문화예술 현장을 경험했다. 어린아이를 두고 가는 게 맞는가 싶어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남편과 가족의 응원, 그리고 여러 예술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 덕분에 용기를 냈다.
내가 제주에서 찾은 것은 ‘무정형의 삶’과 ‘든든한 동료’들이다. 올해 서른이 되며 생각이 많아졌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잘 나아가고 있는지’ 자꾸 되물었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내게 제주에서 마주한 ‘무정형의 삶’은 흔들리고, 돌아가고, 멈추는 시간조차 삶의 한 형태라는 걸 깨닫게 했다. 그동안 너무 정형화된 기준으로 나를 평가해 왔는지도 모른다. 제주의 풍경이 바람과 빛, 날씨에 따라 매 순간 다른 모습을 보여주듯 나의 삶도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흐르는 과정임을 느꼈다. 지금의 나는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만들어지는 중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큰 위로가 되었다. 이번 워크숍은 나를 조금 더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을 덜 조급하게 바라볼 시선을 선물해 주었다. 이런 경험 하나하나를 통해 조금씩 나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맞서고 있는 키워드로 ‘생존, 비수도권, 예술공간’을 꼽았다. 어떤 경험이 이 키워드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게 했나.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고른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다. 문화예술교육사 현장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했을 때, 사업 기간에는 안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이 종료된 이후 다음 공고가 나기까지 생각보다 긴 공백이 찾아왔다. 그 시간 동안 별도의 정기적인 소득 없이 지내야 한다는 불안감이 컸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일을 병행하며 그 공백을 채워야 했다. 한 해 한 해 경력이 자연스럽게 쌓이기보다는 매번 다음 공고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경험을 하면서, 정말 좋은 교육을 고민하기 이전에 ‘예술교육으로 내 삶을 지속할 수 있는가’라는 생존의 문제와 맞서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에게 ‘생존’은 단순한 생계의 문제를 넘어, ‘예술교육가’라는 정체성을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문화예술교육의 여러 과제 중 나에게 가장 실감 나게 다가온 것은 ‘비수도권’의 문제였다. 가장 절실하게 부딪히는 것은 ‘배울 기회’의 부족이다. 역량을 채우는 연수와 워크숍의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열린다. 작년에 「2025 늘봄예술학교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연수」 중 ‘생태예술교육’을 꼭 듣고 싶었지만, 연수 공간이 수도권이었고 당시 만삭이었던 나는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워 끝내 신청하지 못했다. 이런 격차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시간이 쌓일수록 지역 예술교육가의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무겁게 다가왔다. 배움의 기회가 비수도권에도 적절히 개설되어 가까운 지역에서 배우고 나눌 수 있다면, 더 많은 지역 예술교육자가 부담 없이 성장의 기회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런 배움이 지역에 쌓일 때, 수도권의 것을 그대로 옮겨 오는 ‘보급’을 넘어 지역성에 뿌리를 둔 자생적인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비수도권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그 어려움을 감당하는 동시에, 그 답을 현장에서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문화예술교육의 ‘재미’는 8점이라고 답했다. 그 점수를 만든 것은 무엇인가.
여전히 이 일을 하며 설레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참여자들의 반응을 상상하며 질문을 다듬는 시간은 지금도 가장 즐거운 과정 중 하나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나 행동을 마주할 때, 준비했던 기획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그 순간만큼은 이 일이 왜 나에게 중요한지 분명해진다.
그럼에도 10점이 아닌 이유는, 재미와 동시에 책임과 부담도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산과 성과에 대한 압박, 다음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긴장감은 프로그램의 즐거움과는 또 다른 차원의 에너지 소모를 만든다. 교육 자체는 재미있지만, 그 바깥의 구조까지 포함하면 마냥 가볍게 웃을 수만은 없다. 그래도 8점이라는 숫자는, 여전히 즐거움이 더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참여자와의 만남, 동료들과의 협업, 그리고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현장의 공기 덕분에 이 일은 아직 살아 움직이고 있다.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계속 시도해보고 싶고, 그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 일을 여전히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 기사를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이나 자신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들려달라.
두 편의 기사는 단순히 설문 결과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현실과 그 속의 감정까지 함께 담아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숫자로 현황을 객관적으로 제시한 뒤(①데이터로 읽기), 실제 응답자들의 언어와 사례로 그 의미를 풀어내면서 현장의 고민이 훨씬 생생하게 전달되었다.(② 키워드로 읽기) 문화예술교육이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이 아니라, 사회 변화와 제도적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공감된 부분은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가 예술교육의 본질과 충돌한다는 지점이었다. 예술교육은 참여자의 변화와 관계 형성, 창의성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수치와 결과물로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는 내용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구조가 결국 예술교육가의 소진과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의 반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도 깊이 공감했다.
반대로 예상과 달랐던 결과나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 대목도 있었나.
의외였던 부분은 ‘AI’와 ‘도파민’이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였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예산 부족이나 처우 문제가 가장 큰 고민으로 꼽힐 것이라 예상했는데, 기술 발전과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도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동시에 전체 키워드의 77% 이상이 단 한 번만 언급되었다는 결과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어려움이 하나의 문제로 설명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개별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어 특히 기억에 남았다.
다양하고 개별적인 문제일수록 오히려 각자의 작은 실천이 중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도를 바꾸고 예산 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개인의 힘으로 당장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일은, 결국 ‘좋은 교육을 꾸준히 하는 것’이 아닐까. 규모가 크지 않은 프로그램일지라도 매번 같은 태도로 성실하게 임해온 시간이 있다. 사업의 조건이나 예산이 어려웠던 적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참여자와 나누는 활동의 질만큼은 타협하지 않으려 했다. 눈에 띄는 큰 성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난 뒤 참여자들이 건네는 짧은 인사나 소감, 혹은 다음을 기다린다는 말 한마디에서 이 꾸준함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이런 순간들을 통해, 화려한 기획서나 큰 규모의 사업이 아니어도 꾸준함 자체가 하나의 실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꾸준한 실천이 개인을 넘어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구조가 불안정하고 성과 중심의 평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예술교육가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좋은 교육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이 생태계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꾸준한 실천이 모이면, 그것이 결국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제도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사업의 규모나 조건에 흔들리기보다 참여자와의 만남을 하나의 관계로 여기고, 수업 한 번 한 번을 축적의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 꾸준함을 서로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동료가 되어 주는 것이다. 화려한 변화보다, 이런 우직한 지속이 결국 더 나은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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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_이수민 에듀케이터
정리_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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