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81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 조사 결과에는 현재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인식하는 2천여 개의 키워드와 경험, 그리고 현장의 언어들이 담겼다. 그중 ‘예술교육가·문화예술교육 강사’(이하 예술교육가) 192명의 답변 속 총 499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고민과 질문, 현장의 감각들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응답에서 AI와 도파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반복된 키워드는 ‘성과’였지만, 전체 키워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5.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현장의 고민은 하나의 문제로 단순하게 수렴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자가복제’를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빈틈’을 말했으며, 또 다른 이는 ‘질문을 숨기고 목표를 꾸민다’라는 표현으로 현재의 감각을 설명했다. 각기 다른 현장 경험과 언어로 쓰인 응답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지금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반복해서 마주하는 구조와 그에 얽힌 감정들이 겹겹이 흐르고 있었다.
구조의 문제: 성과와 효율, 증명
예술교육가의 응답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가 왜 ‘성과’였을까. 그 뒤를 이어 행정, 심사, 정산, 결과물, 참여자 모집 같은 단어들이 따라오면서, 많은 예술교육가가 공모사업에 참여하며 행정적·제도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짐작해 보게 된다. 관계와 감각, 실패와 기다림처럼 오래 축적되어야 하는 변화들이 여전히 ‘설명 가능하고 증명 가능한 결과’로 환원되기를 요구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과주의 “문화예술교육은 여전히 정량적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와 맞서고 있다. 참여 인원, 횟수, 결과물 중심의 지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학습자의 감정, 관계, 몰입, 변화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의미 있는 경험보다 “보고 가능한 결과”가 우선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 황청하
#가치증명 “문화예술교육은 참여자의 내면 변화나 정서적 치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지향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늘 정량적인 성과와 가시적인 결과물로 그 효용성을 증명해 내야 하는 상황과 맞서고 있다. 예술이 주는 느린 호흡의 가치가 단순한 수치에 가려지지 않도록, 매 순간 교육의 본질을 설득해야 하는 치열한 과정에 있다.” – 김민희
성과 중심 구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안전한 기획’을 선택하게 된다는 응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참여자의 변화와 질문보다 심사 기준에 적합한 형식과 결과를 먼저 고민하게 되고, 결국 비슷한 프로그램과 익숙한 언어들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를 “자가복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질문의 자리 “무엇이 필요할까? 어떻게 함께 살아갈까? 같은 것을 질문하고 싶었는데, 실제 계획서에는 ‘○○ 역량 강화’나 ‘△△ 활성화’ 같은 익숙한 문장을 먼저 써넣게 된다. 내 솔직한 고민은 “아이들이 이미 너무 지쳐 있다”라는 것이었지만, 지원신청서에는 결국 다른 표현을 썼다.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질문을 숨기고 목표를 꾸미라는 압박’과 맞서고 있고, 다시 질문을 앞에 세우는 자리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싶다.” – 최민주
#빈틈 “완벽하게 짜인 커리큘럼은 가끔 현장의 생동감을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한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러 나가고 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을 따라 길을 잃어보는 그 빈틈에서 진짜 예술이 싹트는 거다. 그런데 자꾸만 정해진 회차와 계획된 목표를 달성했는지 묻는 행정적인 잣대들이 이 아름다운 빈틈을 메우라고 강요한다. 나는 그 빈틈이야말로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숨 쉴 수 있는 가장 비옥한 땅이라고 믿으며 꽉 막힌 계획표와 맞서고 있다.” – 김기현
#관성과 성과 “지금의 시스템은 안전하고, 예상 가능하고, 성과 측정 가능한 형태를 대체로 요구한다. 누구나 이해하고 접근이 용이한 프로그램도 물론 필요하지만, 때로는 과감하고 낯선 시도를 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안전하고 쉬운 선택으로 점점 흘러가고 있다. 프로그램들이 점점 비슷해지고 서로가 서로를 복제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 별똥별
행정과 정산에 대한 피로 역시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공공 예산의 투명성과 책임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교육 자체를 압도하고 있다는 감각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정산과 지침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인데, 어느 순간부터 책상 위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보다 영수증 풀칠과 지침서 해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더라. 교육 기획안을 짤 때 어떤 즐거움을 줄까를 고민하기보다 이 항목이 나중에 정산할 때 반려되지는 않을까를 먼저 검토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참 씁쓸했다.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현장의 자율성이 증빙이라는 틀 안에 갇혀버린 현실과 매일 싸우고 있는 기분이다.” – 박현장
#정산지옥 “영수증 하나 잘못 끊으면 수업에서 만든 기억이 모두 무효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정산 규정은 매년 더 세밀해지는데, 현장의 행정 역량은 그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수업이 너무 좋아서 즉흥적으로 공간을 연장 대관했는데 지침에 맞지 않아 비용 처리가 안 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고 자책했던 적이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여전히, 관계와 경험보다 ‘영수증이 더 무서운 구조’와 맞닥뜨리고 있다.” – 정현우
단년 사업 구조와 일회성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도 반복됐다. 문화예술교육은 관계와 신뢰가 쌓이는 시간이 중요한 작업이지만, 현실은 매년 공모를 준비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하는 구조에 가까웠다.
#관계와 신뢰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이 ‘관계’라고 말하지만, 공모 구조에서는 대부분 1년 단위, 많아야 2~3년 단위로 끊어지는 프로젝트가 여전히 많다. (이제) 막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수업 전에 안부를 물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질 때쯤이면, 사업이 종료되고 재공모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문화예술교육은 ‘천천히 쌓이는 신뢰’와 ‘빨리 성과를 보여줘야만 연장되는 관계’ 사이에서 늘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 조현주
#일회성 프로젝트 “한 번의 멋진 결과물, 한 번의 축제, 한 번의 발표로 모든 것을 증명하라는 요구가 많다. 하지만 참여자들이 진짜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는 건, 대부분 몇 달이 지나고, 여러 번 실패와 재시도를 반복한 뒤다. 그럼에도 예산과 일정은 ‘한 번의 행사’에 맞추어 설계되는 경우가 더 많다. 문화예술교육은 지금, 삶의 과정이 아니라 ‘행사성 프로젝트’로만 소비되는 현실과 맞서고 있다.” – 승우
그러나 현장에서 이런 가치들을 지속적으로 지켜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응답자들은 말했다. 특히 최근 문화예술교육이 다양한 정책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과정에서, 예술교육의 본질보다 ‘효율적인 운영’과 ‘가시적인 성과’가 우선되는 순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가성비로 호출되는 예술 “최근 여러 부처와 기관에서 예술교육 활동이 공모사업 형태로 전개되는 것을 자주 본다. 예술이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어떤 사업들은 예술교육의 본질을 충분히 고민했다기보다 기존 정책사업에 예술을 덧붙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예술교육가들이 현장에서 쌓아왔던 감각보다도 그 감각을 얼마나 행정적으로 보기 좋게 포장하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묻게 된다. 지금 예술교육은 정말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가 말이다. 아니면 예술가들이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로 여겨지기 때문에 계속 여기저기서 호출되고 있는가?” – 박호상
기술적·사회적 환경 변화: 도파민과 AI의 공세
생성형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숏폼 중심의 콘텐츠 환경은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풍경 역시 빠르게 바꾸고 있었다. 실제로 많은 예술교육가는 지원사업이나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서 AI 활용, 기술 융합 콘텐츠, 디지털 기반 결과물을 요구받는 경험을 이야기했다. 기술 변화는 더 이상 문화예술교육 바깥의 일이 아니라, 현장의 언어와 방식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조건이 되고 있었다.
#손끝의 감각 “프롬프트 한 줄로 이미지를 만드는 수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참여자가 하얀 종이 앞에서 고민하며 선 하나를 긋는 주저함은 사라지고 있다. 수업 중에 수강생이 “AI가 더 잘 그리는데 제가 왜 이걸 그려야 해요?”라고 물었을 때의 당혹감과 맞서고 있다. 기술이 결과물을 1초 만에 뽑아낼 때, 우리는 손끝의 감각을 익히고 실패하며 배우는 인간 고유의 시간이 왜 여전히 필요한지를 더욱 삶의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 김하나
#도파민 “우리는 29초 분량의 숏폼 영상처럼 짧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넘쳐나는 미디어 콘텐츠와 즉각적인 도파민 분비를 추구하는 환경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자칫 ‘느리고 지루한’ 과정으로 밀려나기 쉽다. 예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향유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긴 호흡과 인내심, 그리고 조용히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대중의 시선을 끊임없이 훔쳐 가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천천히 내면을 들여다보고 예술을 음미하도록 설득할 것인지가 현장의 치열한 고민이다.” – 김길환
#기다림의 미학 “예술교육에 항상 즉각적인 피드백과 효율성이 요구된다. 나 또한 상부에 보고될 자료 및 그날그날 수업의 반응 등을 요청받았고,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기다림의 미학과 숙련이라는 시간이 무시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만의 리듬은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현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곤 했다. 인간적인 속도를 되찾기 위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 유나리
#보여주기식 결과물 “보여주기식 결과물에 집착하게 만드는 플랫폼의 특성이 교육 과정의 진정성보다 화려한 사진 한 장을 더 중요하게 만든다. 과정의 고통과 성찰은 생략된 채 매끈하게 가공된 결과물만 공유되는 문화는 참여자에게 왜곡된 예술적 성취감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전시용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예술교육이 지향해야 할 내면의 성장은 설 자리를 잃고 껍데기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 라슬기
#세대 간 언어 “어린 참여자들의 언어와 문화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제도와 프로그램 문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획서에 적힌 ‘문화예술 향유’ 같은 표현은, 청소년들에게는 거의 도달하지 않는 말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수업 시간에 유튜브·게임·밈 이야기를 꺼냈다가, 오히려 그 지점을 통해서 더 깊이 작품과 현실을 연결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경험도 있다.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세대 간 언어의 간극을 줄이는 일과 맞서고 있다.” – 데이브샘
하지만 응답자들이 더 깊은 고민으로 이야기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 환경 속에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감각과 시간의 방식이었다. 숏폼과 SNS, 알고리즘 중심의 환경 속에서 지루한 기다림과 몰입, 천천히 관계를 맺는 감각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즉각적인 재미와 더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의 변화는 참여자와 함께하는 현장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 예술교육가를 둘러싼 모든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현장의 소진과 생존: 버티기와 정체성 혼란
많은 예술교육가는 “좋은 예술교육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이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라는 현실, 어느 순간 더 잘 해내는 것보다 “버티는 것 자체가 일이 되어버린 감각”, 끊임없이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정작 노동으로는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들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한정된 공모사업안에서 같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동료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구조는 문화예술교육을 점점 더 외롭고 고립된 노동으로 만들고 있었다.
#생존 “문화예술교육은 여전히 정책적 지원과 사업 구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단기적인 프로젝트 중심 운영이 많아 지속가능성이 취약하다. 이는 예술가이자 교육자로 활동하는 개인에게 불안정한 노동 환경을 야기하며, 교육의 질 또한 장기적으로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은 ‘좋은 교육’을 고민하기 이전에 ‘지속할 수 있는가’라는 생존의 문제와 끊임없이 맞서고 있다.” – 이수민
#인건비 “매 순간 마주하는 가장 서늘한 질문이 있다. 바로 ‘과연 이 일만으로 전문성을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는가?’이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구조 속에서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가장 큰 문제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전문적인 노동에 대한 인건비가 책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나의 완성된 수업을 현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대상자 분석 및 기획, 시장 조사, 맞춤형 교구재 및 자료 제작, 수차례의 사전 미팅 등 방대한 시간과 에너지가 투입된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오직 현장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는 ‘강의 시간에 대한 시급’만 비용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 신주화(새동전)
#능력주의 “구조적 문제를 판단하기에 앞서 창작자로서나 생계형 개인으로서나 스스로를 증명해 내야만 하는 현실적 문제에 놓여 능력주의에 매달리기 쉽다고 생각한다. 함께 문제를 바라보기보다 경쟁과 독자 생존으로 당장 오늘을 살아가야만 하는 예술가이자 교육가로서의 삶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는 예술교육으로 만나는 현장에서도 어떠한 식으로든 전달되지 않을까.” – 최혜영
#자기증명 “예술가는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의미를 고민하고 증명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증명을 요구하는 주체는 비슷한 고민을 지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예술을 통해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자신을 타인의 기준에 맞춰 증명하다가 지치는 경우가 많다.” – 윤영욱
#버티기 “솔직히 요즘은 새롭게 뭔가를 해보는 감각보다, 계속 이 일을 이어가는 게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공모 준비, 심사, 운영, 정산까지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지치기도 하고. 그래도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의미 있었던 순간들 때문에 쉽게 놓지는 못하고 계속 남아 있는 상태다. 예전에는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이 흐름을 끊지 않고 계속 가져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선택처럼 느껴진다.” – 강현수
참여자의 변화, 관계를 쌓아가는 시간,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의미와 감각들이 여전히 문화예술교육을 붙잡게 만들지만, 그러한 관계와 의미마저 개인의 책임감과 헌신 위에서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다는 피로와 소진 역시 응답 곳곳에서 드러났다.
살아 있는 시도: 과정의 실험과 관계의 회복
문화예술교육과 예술교육가를 둘러싼 환경과 구조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역시 끝까지 놓칠 수 없는 키워드다. 점점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설명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길들여지고, 질문보다 정답이, 우연보다 매뉴얼이, 실험보다 검증된 형식이 우선시되면서 예술교육 고유의 감각 역시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 이전에, 질문하고 흔들리고 실패할 수 있는 감각 자체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와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질문을 잃지 않기 “최근 문화예술교육은 정해진 목표와 운영 방식 안에서 움직이며 ‘왜 이 교육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여자보다 사업 목적이 먼저 설정되다 보니 현장의 언어가 사라지는 순간도 많다. 한 청소년 프로젝트에서 아이들은 완성도 높은 결과물보다 자신의 불안과 고민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시간을 더 의미 있게 기억했다. 문화예술교육은 정답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함께 발견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효율과 매뉴얼 속에서 질문할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김지현
#굳어진 맥락 “현재 문화예술교육은 특정한 형식과 공간 안에서 작동한다. 안전, 그리고 효율적인 경로 지향으로 인해 경험의 방식 또한 일정하게 조직된다. 나는 이러한 방식이 감각의 작동을 제한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거창하진 않지만 조금씩(?) 맞선다. 예술이 놓이는 조건과 관계를 바꾸면서 감각이 다르게 해석되고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지금 문화예술교육이 맞서고 있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 부족이 아니라, 경험이 작동하는 방식이 고정되어 있는 구조일지도 모른다.” – 정경미(파고)
#자가복제 “공모사업이나 지원금에 의존하는 구조상, 작년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커리큘럼을 다시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새로운 시도는 실패의 리스크가 크고, 성과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무한 반복하며 예술적 갈증을 느끼게 된다. 매년 바뀌는 참여자들에게 늘 같은 ‘검증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겉으로는 “창의성”을 외치지만 정작 교육자 자신은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실패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장의 분위기가 자가복제를 부추긴다.” – 이화선
#작업 “문화예술교육을 하되 나의 작업과 연결할 수 있는 것들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참여자들을 작업자로 전환할 수 있을지 여전히 어렵다. 문화예술교육은 나의 작업일까, 부수적인 일종의 알바(?)일까? 그것과 싸우고 있다.” – 장정아
#모호함 “그저 예술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된다고 하면 “모든 것이 문화예술교육으로 일반화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 두우웅
#돌봄으로 축소되는 예술 “돌봄을 위한 예술교육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예술교육은 예술의 핵심을 나눌 수 있는 장이어야 하는데 데이케어센터 같은 돌봄의 장에 구겨 맞춰지고 있는 상황을 여러 곳에서 보게 된다.” – 손혜정
#예술공간 “문화예술교육은 미술관, 문화센터, 창작공간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지지만, 이러한 공간들은 종종 전시나 창작 중심으로 설계되어 교육적 기능이 부차적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동시에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를 넘어 경험과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은 기존의 예술공간을 어떻게 교육적 실천의 장으로 재해석할 것인지,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참여적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맞서고 있다.” – 이수민
#언어의 벽 “현장에서는 매우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말들이 오가지만, 공모와 보고서에는 정책적·행정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라는 참여자의 말은 ‘몰입도 향상’으로 바뀌고, ‘좀 울컥했어요’는 ‘정서적 공감 능력 증진’으로 변환된다.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내가 현장에서 느낀 감정과 기록 속의 문장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괴리감이 생긴다.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살아 있는 언어를 잃지 않기 위해 번역과 싸우고 있다.” – 승우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제도와 환경, 구조 안에서 흔들리면서도 예술과 예술교육의 본질을 담아내기 위한 ‘과정’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응답자들은 그 과정이 단순히 참여자와 만나는 ‘프로그램’ 안에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설명되지 않는 감각을 끝까지 붙들어두는 일, 참여자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흔들리고 변화하는 존재로 만나는 일처럼, 예술교육이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 자체가 곧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결국 ‘과정 중심’ 문화예술교육은 정해진 매뉴얼이나 형식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교육가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 속에서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고 응답자들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문화예술교육이 성장과 성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 왔듯, 지금의 현장 역시 사람과 지역, 사회를 어떻게 예술적으로 만날 것인가를 계속해서 고민했다. 하나의 수업과 프로젝트, 한 명의 예술교육가의 고민과 하루하루의 선택들이 쌓여 오늘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여기에 다 담지 못한 다양한 목소리와 질문들이 앞으로 [아르떼365]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 정리_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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