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화예술교육은 무엇과 맞서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설문조사를 넘어 현장으로 향한다. 문화예술교육가, 행정가, 전문가, 연구자 등 24인의 시선으로 각기 다른 조건 속 장벽의 실체를 짚고, 그 공통점과 차이를 탐색하며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의 성숙을 위한 통찰을 모색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주입식_예술교육 #사라지는_기대감
배인숙 음악·사운드 작가
예술을 주입하는 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은 문화, 예술, 교육이 합쳐진 말이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다룰 수 있는 범위가 넓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 때도 있다. 전업 작가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술교육을 함께 하게 되었고, 그 과정은 항상 나의 작업과 겹쳐 있다.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주제를 정하고, 활동을 시간에 따라 배분하여 순서를 구성한다. 처음에 무엇을 하고,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효율성은 있지만, 진행하는 사람을 점점 ‘컨트롤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잠시 다른 쪽으로 가는 참여자를 평화롭게 제지하고 흥미가 낮아 보이는 참여자는 유머로 붙잡으면서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결국 내가 하는 예술교육도 어느 순간부터는 주입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 되지’하면서 일부를 생략하고 여백의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방식이 충분한 것으로 받아들여질지, 혹은 ‘덜 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따라온다. 특히 이러한 고민은 외부 의뢰가 아닌 개인적으로 예술교육 지원사업에 지원할 때 더욱 도드라진다. 차후 계획까지 완결된 형태로 제시된 지원서일수록 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직 열려 있어야 할 부분마저 미리 정리하고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너무 오랫동안 이러한 시스템 안에 머물러 있다 보니, 문제의식을 느끼기보다 ‘지원서 쓰기가 다 그렇지 뭐’ 하면서 그저 따르게 된다.
문화예술교육은 문화, 예술, 교육이 합쳐진 말이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다룰 수 있는 범위가 넓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 때도 있다. 전업 작가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술교육을 함께 하게 되었고, 그 과정은 항상 나의 작업과 겹쳐 있다.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주제를 정하고, 활동을 시간에 따라 배분하여 순서를 구성한다. 처음에 무엇을 하고,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효율성은 있지만, 진행하는 사람을 점점 ‘컨트롤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잠시 다른 쪽으로 가는 참여자를 평화롭게 제지하고 흥미가 낮아 보이는 참여자는 유머로 붙잡으면서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결국 내가 하는 예술교육도 어느 순간부터는 주입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 되지’하면서 일부를 생략하고 여백의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방식이 충분한 것으로 받아들여질지, 혹은 ‘덜 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따라온다. 특히 이러한 고민은 외부 의뢰가 아닌 개인적으로 예술교육 지원사업에 지원할 때 더욱 도드라진다. 차후 계획까지 완결된 형태로 제시된 지원서일수록 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직 열려 있어야 할 부분마저 미리 정리하고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너무 오랫동안 이러한 시스템 안에 머물러 있다 보니, 문제의식을 느끼기보다 ‘지원서 쓰기가 다 그렇지 뭐’ 하면서 그저 따르게 된다.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그렇다면 처음에는 있었으나 조금씩 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예술교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그것은 ‘기대감’이다. 내가 기획한 예술교육은 이미 예측 가능한 길이 있고 참여자가 그 길을 따라가게 만드는 일이라서 이미 끝난 일과 마찬가지이다.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거나, 비어 있는 한 톨의 시간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 완수인 것이다. 물론 개인 작업 과정에서는 머뭇거리는 시간, 지켜보는 시간, ‘이건 아닌가 봐’ 하면서 잠시 멈추는 것을 당연시하지만 예술교육 안에서 이러한 과정은 기록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라진다. 언제부터인가 예술교육 현장의 기록들도 숏폼처럼 다이내믹하다. 한정된 시간에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이 그렇게 드라마틱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그저 편안하게 두 시간 함께 보내는 일에 가깝고, 의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천천히 생겨난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있었으나 조금씩 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예술교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그것은 ‘기대감’이다. 내가 기획한 예술교육은 이미 예측 가능한 길이 있고 참여자가 그 길을 따라가게 만드는 일이라서 이미 끝난 일과 마찬가지이다.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거나, 비어 있는 한 톨의 시간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 완수인 것이다. 물론 개인 작업 과정에서는 머뭇거리는 시간, 지켜보는 시간, ‘이건 아닌가 봐’ 하면서 잠시 멈추는 것을 당연시하지만 예술교육 안에서 이러한 과정은 기록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라진다. 언제부터인가 예술교육 현장의 기록들도 숏폼처럼 다이내믹하다. 한정된 시간에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이 그렇게 드라마틱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그저 편안하게 두 시간 함께 보내는 일에 가깝고, 의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천천히 생겨난다.
다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이 글을 쓰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하나가 떠오른다. 하나의 방향은 제시하되, 그 안에서 참여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하며 신경 써야 하는 일도 많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도 생길 것이다. 그럼에도 앞으로는 종종 이러한 방식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이어가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의 시간이 점점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구경하거나 소비하는 데 쓰이고, 정작 스스로 움직이고 머뭇거리며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시간은 어느새 사라지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에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서도 우리가 잃어버린 머뭇거림, 낯섦, 그리고 서서히 차오르는 기대감을 다시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하나가 떠오른다. 하나의 방향은 제시하되, 그 안에서 참여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하며 신경 써야 하는 일도 많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도 생길 것이다. 그럼에도 앞으로는 종종 이러한 방식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이어가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의 시간이 점점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구경하거나 소비하는 데 쓰이고, 정작 스스로 움직이고 머뭇거리며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시간은 어느새 사라지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에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서도 우리가 잃어버린 머뭇거림, 낯섦, 그리고 서서히 차오르는 기대감을 다시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계획 바깥에서 일어난 것들
#정해진_형식 #사회적_시스템 #정책
추유선 시각예술가·분더캄머
2006년 인천문화재단 학교문화예술교육 강사로 ‘문화예술교육’에 첫발을 디뎠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단순한 테크닉 중심의 그리기가 아닌 ‘예술’이 주는 즐거움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학생들과의 소통뿐 아니라 교육 시스템 역시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분 단위 시간 구성을 요구하는 교육계획서는 학생들의 자율성이 스며들 틈을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그 형식 자체에 의문을 가졌다. 낯선 감각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도록 기다려주는 여백은 계획서 안에 없었다. 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수업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초조함에 사로잡혔고, 강사로 부적합한 사람은 아닐까 자책하곤 했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자와 만나면서, 잘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보다 참여자의 이야기와 무의식적 행동에서 발현되는 감각에 집중해야 함을 배웠다.
서울문화재단의 예술가교사(TA)로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을 했을 당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주제로 루페를 통해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학생들은 학교 운동장 잔디밭에 대자로 누워 뒹굴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친구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새롭게 느끼는 햇빛과 바람, 개미와 친구들이 인상적이었는지 이 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쪽지 글을 써서 내게 건넸다. 또한 교실 공간을 마스킹 테이프로 가득 채웠던 시간은 기존 계획을 훌륭하게 초과했다. 학생들은 마스킹 테이프를 뭉쳐 바위 같은 형상을 만들고 교실 곳곳에 세워 공간 자체를 낯선 풍경으로 전위시켰다. 예술은 그렇게 익숙해진 감각을 잠시 낯설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뀔 때마다 문화예술교육이 정책의 잉여처럼 취급되는 것을 보며, 학생들이 예술을 통해 익숙해진 감각에 스스로 질문할 시간마저 사라지는 것 같아 깊은 안타까움이 들었다.
문화예술교육이란, 일상의 규칙과 사회적 시스템 뒤로 밀려난 실재를 잠시 엿볼 수 있게 하는 일은 아닐까.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 능동적으로 질문하게 만드는 일은 아닐까. 세계는 주름져 펼쳐져 있고 그 주름은 깊은 층을 이루고 있다. 그 틈새가 펼쳐질 때 발견하는 것은 ‘나’일 수도 있고 나란히 있는 ‘너’일 수도 있다. 서로가 발견한 세계의 틈, 혹은 소외된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는 장이 예술이라면, 문화예술교육은 정책의 장식이나 시스템에 의해 제한되는 도구가 아닌 그 자체로 사회적 예술이어야 한다. 문래동에서 김진·이말용 작가와 만나면서 이 질문은 우리의 공통된 질문이 되었고 예술단체 ‘분더캄머’로 함께 활동하게 되었다. 우리는 프로젝트 <흔한 여행>(2022)과 <버섯과 함께 춤을>(2024)를 통해 교육이라는 틀에서 벗어났을 때 오히려 사회로 확장된 예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더캄머는 2024년에는 ‘디지털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제안을 받았다. 그 과정 안에서 우리는 사물이 가진 질감과 물성을 디지털 세계 안에서 어떻게 감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의심을 품었다. 또한 과정이 삭제된 AI 중심의 예술 경험 안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이면에 겹겹이 남아 있는 수많은 드로잉의 시간을 배울 수 있을지 질문이 맴돌았다. 따라서 ‘디지털 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역설적으로 물질세계의 사물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찾고자 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 정책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었기에 분더캄머의 탐구와 실험은 지속되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고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이제 또 다른 정책의 결정을 기다리는 듯 보인다.
문화예술교육이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거대한 벽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그 답의 실마리는 이미 현장 안에 있었다. 학생들이 운동장에 대자로 누워 태양을 마주했던 순간, 마스킹 테이프로 가득 채워진 교실이 낯선 공간으로 전위되던 순간 — 그 순간에 학생들은 이미 결정된 감각의 자리를 잠시 벗어나 있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계획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획의 바깥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우리가 맞서고 있는 벽은 그 순간이 지속되지 못하게 하는 것, 나아가 일어날 수 없도록 감각을 미리 결정하고 제한하는 질서가 아닐까? 그 질서는 정책의 형태로, 분 단위의 계획서로, 신기술 적용의 방향성으로 매번 다르게 나타났다. 그러나 균열은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성과를 넘어 존재와 관계로
#다움_찾기 #함께_성장
한명일 온몸 주식회사 대표
문화예술교육 20년. 그동안의 문화예술교육은 참여자 중심의 눈부신 기록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했는지,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는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었는지. 우리는 오랫동안 눈에 보이는 성과와 숫자를 증명하기 위해 분투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의 20년은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존재와 관계를 만들어 낼 것인가. 이제는 참여자만이 아니라 운영자, 즉 문화예술교육 주체(단체, 교수자) 역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한 존재와 관계로 인정받아야 한다. 운영 주체의 철학과 태도, 관계를 지속하려는 의지가 한 지역과 장소 안에 오랜 시간 스며들 때,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삶의 경험이 된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은 오랜 시간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와 관계의 변화’를 다루는 일이다.
‘다움’을 찾아서
나는 충북 청주에서 ‘온몸’이라는 문화예술 단체를 운영하며 이 질문을 현장에서 실험해 오고 있다. 그간 충북문화예술교육 거점 5년,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생활거점형 2년차 운영하며 지역과 중앙 거점 생태계를 경험했고, 동시에 좋은 문화예술교육과 운영 주체의 지속성에 대한 질문과 마주해왔다. 그 과정에서 온몸은 ‘온몸다움’이라는 방향을 구축하고자 했다. 온몸은 단체만의 철학과 언어 문법이 녹아 있는 프로그램을 ‘문화예술교육 브랜드 프로그램’이라 정의했고, <안녕, 몸>을 6년째 연구·운영하며 커뮤니티 기반의 팬덤형 프로그램으로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관계를 확장해 오고 있다. 여기서 브랜드란 산업적 개념이 아니라, 단체의 철학과 태도, 감각이 오랜 시간 쌓여 만들어진 고유한 결과물에 가깝다. 또한 ‘몸의 문해력’이라는 주제를 확장하는 ‘온몸학교’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거점의 새로운 운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나는 충북 청주에서 ‘온몸’이라는 문화예술 단체를 운영하며 이 질문을 현장에서 실험해 오고 있다. 그간 충북문화예술교육 거점 5년,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생활거점형 2년차 운영하며 지역과 중앙 거점 생태계를 경험했고, 동시에 좋은 문화예술교육과 운영 주체의 지속성에 대한 질문과 마주해왔다. 그 과정에서 온몸은 ‘온몸다움’이라는 방향을 구축하고자 했다. 온몸은 단체만의 철학과 언어 문법이 녹아 있는 프로그램을 ‘문화예술교육 브랜드 프로그램’이라 정의했고, <안녕, 몸>을 6년째 연구·운영하며 커뮤니티 기반의 팬덤형 프로그램으로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관계를 확장해 오고 있다. 여기서 브랜드란 산업적 개념이 아니라, 단체의 철학과 태도, 감각이 오랜 시간 쌓여 만들어진 고유한 결과물에 가깝다. 또한 ‘몸의 문해력’이라는 주제를 확장하는 ‘온몸학교’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거점의 새로운 운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함께 성장
지역은 모든 자원이 부족하지만, 특히 인적 자원의 부족이 크다. 좋은 예술가는 있어도 지역에 정착하기 어렵고, 교육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구조 역시 충분하지 않다. 온몸은 6년째 네트워크 랩(LAB)과 생활거점형 사업으로 참여자를 문화예술교육가로 성장시키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청년 예술가에게 프로그램 실행과 운영 경험을 제공하며, 지역 안에서 다음 세대 문화예술교육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다. 많은 관계와 시도는 지속하지 못한 채 사라지기도 했고, 녹록지 않은 현장의 벽을 매번 실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실험이 가능했던 이유는 ‘거점’이라는 지속 가능한 구조 안에서 실패와 연구의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모든 시도가 성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주제를 오래 붙들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문화예술교육 주체로 성장해 가는 즐거움을 발견했다. 그 성장의 기쁨과 보람은 힘겨운 현장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었고, 나아가 지역의 다양한 예비 문화예술교육가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지역은 모든 자원이 부족하지만, 특히 인적 자원의 부족이 크다. 좋은 예술가는 있어도 지역에 정착하기 어렵고, 교육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구조 역시 충분하지 않다. 온몸은 6년째 네트워크 랩(LAB)과 생활거점형 사업으로 참여자를 문화예술교육가로 성장시키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청년 예술가에게 프로그램 실행과 운영 경험을 제공하며, 지역 안에서 다음 세대 문화예술교육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다. 많은 관계와 시도는 지속하지 못한 채 사라지기도 했고, 녹록지 않은 현장의 벽을 매번 실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실험이 가능했던 이유는 ‘거점’이라는 지속 가능한 구조 안에서 실패와 연구의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모든 시도가 성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주제를 오래 붙들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문화예술교육 주체로 성장해 가는 즐거움을 발견했다. 그 성장의 기쁨과 보람은 힘겨운 현장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었고, 나아가 지역의 다양한 예비 문화예술교육가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히 참여자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현장의 운영 주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주체의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20년 후에도 우리는 오늘 이야기하는 고민을 반복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너지고 있는 현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화예술교육이 다시 매력적인 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노력이다. 프로그램 몇 시간의 운영 지원에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주제를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실험할 수 있는 구조와 연속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주체가 그 안에서 자신다움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전문성과 경험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네트워크와 실천으로 확장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20년. 이제는 성과를 나열하는 단계를 넘어, 현장의 존재와 관계를 어떻게 지속하고 돌볼 것인가를 다시 질문해야 할 시점이다.

배인숙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여 관련 기술과 그 배경, 의미까지 관심이 확장되었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는 것을 바탕으로 사운드 작가이자 예술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족 대상 예술교육 프로그램 <사운드 다이어리 1-8>(2026)을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에서 진행했다.
인스타그램 @bae.ins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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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유선
시각예술가로 인천문화재단, 인천예총의 문화예술교육 강사, 서울문화재단 예술가교사로 활동했다. 현재 소마미술관 어린이 아카데미 강사이자 예술단체 ‘분더캄머’ 멤버로 김진(대표), 이말용 작가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yoosunc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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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일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연극연출가, 배우. 공연에 관한 거의 모든 일을 다루며, 춤추는 각시와 움직임으로 일상의 감각을 관계의 감각으로 연결하는 문화예술교육 입문서 『안녕, 몸』(2024, 공저)을 펴냈다. 나만의 방식으로 문화예술 현장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다.
인스타그램 @onmom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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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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