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말하는 오롯한 목소리를 듣는다

[편집위원 좌담] 무엇과 맞서고 있나① 현장이 던진 질문

이번 편집위원 좌담에서는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무엇과 맞서고 있나’를 주제로 지난 2개월간 진행한 독자 설문 결과와 현장 전문가 기고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서로 다른 위치와 역할에서 마주한 경험을 연결해 그 배경과 맥락을 짚어보고, 지금 문화예술교육이 어떤 변화의 국면에 있고 당면과제는 무엇인지 논의한다. 나아가 [아르떼365]가 이 논의를 어떻게 이어갈지 함께 모색해 본다.
[좌담 개요]
일시·장소: 2026.6.22.(월) 오후 1시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 라이브러리
참석자 : 백현주(좌장/편집위원장)·김주리·김혜일·이화원·최선영 편집위원
 
[글 싣는 순서]
① 현장이 던진 질문
다음을 여는 실마리
백현주  처음 편집위원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컸다. 문화예술교육계가 쉽지 않은 국면에 놓여 있다고 느꼈고, 할 이야기는 이미 충분히 해서 차고도 넘치는데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으며, 특히 매체의 역할이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다만 전환에 대한 요구가 강력하고, [아르떼365]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데에 공감하면서 참여하게 되었다. 매체는 다른 담론장에 비해 지속적이고 정교하게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나 인식의 격차들을 비교적 가감 없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들여다볼 수 있다면, 또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질문과 아직 충분히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떤 길이 열리지 않을까. 그런 의도를 가지고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무엇과 맞서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예상을 훌쩍 넘어 881명이 답했고 2,600여 개의 다양한 키워드가 쏟아졌다. 우리가 기대했던 답변이었는지, 이번 설문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부터 이야기 시작해 보면 좋겠다.
거대한 존재와 상황에 홀로 맞서는 사람들

김혜일  편집위원 제안을 받았을 때는 왜 지금, 왜 나인가를 먼저 생각했다. 막막하기도 했지만, 지금이야말로 문화예술교육에 조금 더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볼 시점이라는 데 공감했다. 반신반의하며 현장에 질문을 던졌는데 800여 명이 응답했다. 전무후무한 일일 거다. 그 순간 ‘지금 이 질문이 유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적인 키워드뿐 아니라 긴 글들을 읽어보니, 우리가 고민해 왔던 문제의식이 각자의 현장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그 목소리를 잘 정리하고 연결해 담론으로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경험과 말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생겼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더 나아가 정책과 현장으로 연결되면서 어디선가 균열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최선영  질문의 내용과 답변도 중요했지만, 어떤 상황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참여하게 했을까 싶었다. 예상했던 문제의식도 많았다. 문화예술교육은 성과 중심 사회에서 비가시적인 의미를 만들어내는 일인데, 그 가치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다양한 표현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동시에 아쉬웠던 것은 많은 답변이 결국 행정과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이 정책 기반으로 시작되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펼쳐질 수 있는 질문의 갈래는 다양할 수 있다. 행정의 경직성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하지만, 예술교육가 개인의 질문이 왜 거기로만 많이 쏠릴까 하는 생각은 좀 들었다.
‘무엇과 맞서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보면, 예술교육가는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각자의 현장으로 혼자 가방을 들고 다니며 활동한다. 답변을 읽으면서 각자가 자신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거대한 존재와 상황에 홀로 맞서고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의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로를 묶지는 않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장치는 필요하다. [아르떼365]가 예술교육 현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잠시 열어보며 힘을 얻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연결선 같은 매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화원  이번 설문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1~5년 차와 10년 이상 활동한 사람들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력이 쌓인다고 해서 어려움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 비슷한 문제와 맞서고 있었다. 결국 우리가 예측했던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한 셈이다. 그래서 편집위원으로서 이 목소리를 어떻게 변화와 해결의 이야기로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무엇과 맞서고 있나’라는 질문은 여러 방향으로 답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이었다. ‘맞서다’라는 말 안에는 대응하고 버텨내는 감각이 함께 담겨 있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고충을 풀어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이렇게 모인 고충을 단순히 토로하는 데서 끝낼 수는 없다. 이 어려움을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갈 것인지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앞으로도 이 주제를 계속 이어갈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주리  이번 4기 편집위원 활동은 현장의 의견을 듣는 것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분명 달랐다. 웹진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를 논의하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첫 출발이었다. 웹진도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쳐왔다. 초기에는 기관보다 현장에 가까운 매체였다가 진흥원이 성장하면서 점차 기관지 성격이 강해졌다. 그러다 2019년 편집위원 제도가 시작되면서 기관지의 성격을 덜고,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기수마다 성격은 달랐지만, 현장과 기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 백현주 편집위원장
  • 김주리 편집위원
맞선다는 것의 의미

백현주  ‘무엇과 맞서고 있나’라는 질문이 조금 막연해서 어떤 답변이 나올지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맞서다’라는 말은 단순히 무엇이 힘드냐고 묻는 것과는 달랐다. 답변하는 사람에게 먼저 용기와 주체성을 부여하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드라마 <모자무싸>(<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나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기획했는데, (일동 웃음) 그만큼 시대가 요구하는 질문인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이어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서 우리에게 큰 힘이자 부담이고, 한편으로는 정책과 현장을 연결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답변을 읽어보면, 사회의 거대한 변화 앞에서 무엇과 맞서야 하는지조차 명확히 찾지 못한 채, 밀려오는 변화에 압도되고 있는 감각도 함께 느껴졌다.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어서 더 세심하게 읽어야 했지만, 결국 자신의 경험으로 현장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들이 응답했다는 사실 자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보여서, 앞으로를 조금은 고무적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일  말씀을 들으며 다시 생각해 보니, 보통 이런 질문을 던지면 무기력함이 많이 드러나는데 이번 답변에서는 오히려 오기도 느껴졌다. 질문 자체가 그렇게 읽혔기 때문이 아닐까.
김주리  맞다. 답변 속에 주체성을 드러내는 표현이 정말 많았다.
최선영  설문에서 ‘재미’ 점수가 높게 나온 것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지금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사업은 확대되고 운영 체계는 더 촘촘해졌지만, 현장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식과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 그러면서 개개인의 어려움을 나눌 자리는 없고, 경력자는 쌓이면서 고여간다. 사회도 빠르게 변하고 있고, 어떤 지역은 문화예술교육을 특별히 바라지 않고, 지역마다 참여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복잡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참여자의 미묘한 변화나 긍정적인 반응을 더 크게 기억한다. 무력감보다 그 작은 변화에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에, 그것이 ‘재미있게 하고 있다’라는 응답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최근에 저 역시 어려움 가득한 문화예술교육에 재미를 느끼며 더 집중해 보고 있다. 예술가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 오히려 가장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사방이 암흑 같지만, 무엇이 진짜 어려움이고 무엇이 가짜 어려움인지 탐색해 볼 수 있고, 싸워볼 재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저에게도 다시 동력이 생겼다. 그래서 ‘재미있게 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앞서 이야기한 ‘오기’나 ‘결기’와도 연결되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혜일  예술가는 늘 세상과 맞서고 싸워온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시도였지만 시간이 지나 다른 길을 만들고, 뚫어내고, 그렇게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이 영역에서는 그런 돌파의 힘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 예술가들과 이야기해 보면 무엇을 새롭게 만들었는지보다 부딪혔던 벽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다. 그렇다면 무엇을 뚫어내지 못했던 것일까. 혹은 그 힘은 어디에서부터 약해졌던 것일까. 그리고 정말 그들이 부딪힌 벽이 전부였을까. 왜 유독 문화예술교육에서는 그 힘이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을까. 물론 돌파한 사례도 있었지만, 왜 그것이 또 다른 동력이 되지는 못했는지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화원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응답자의 위치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공공 지원을 받는 예술교육가, 지원 없이 활동하는 예술교육가, 단체 운영자, 교사 등 처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맥락을 구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특히 지속성의 문제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 사업이 바뀌면 내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도 한다. 공공 지원은 정산과 평가 등으로 힘들지만, 그마저도 받아야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지원받지 못하면 스스로 사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공공 지원으로 무료였던 프로그램을 유료로 전환하기는 지역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사업은 지속되지 못하고, 예술교육가 역시 자신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가 지원사업이 있을 때는 문화예술교육에 집중하다가, 지원이 끊기면 다시 창작 활동으로 돌아간다. 예술교육가를 하나의 지속 가능한 전문 직업으로 삼기에는 구조가 매우 취약한 것이다. 그래서 800여 명의 응답자 가운데 10년, 20년 뒤에도 예술교육가로 활동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공공 지원 안에서 예술교육가를 어떤 존재로 포지셔닝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최선영  두 분의 말씀을 연결해 보면, 많은 예술가가 문화예술교육을 자신의 첫 번째 활동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공공 지원에 선정되면 하는 일, 창작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부수적인 활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문화예술교육 자체를 뚫어내야 할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동력도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이 아닐까. 이런 점은 설문에서 제도 비판이 많았던 이유와도 연결된다. 문화예술교육은 만나는 시간부터 운영 방식, 증빙 방식까지 활동 형식을 제도가 규정한다. 문화예술교육의 형식을 실험해 보려는 의지가 없는 주체에게는 결국 ‘1~2년 지원받아서 하는 사업’ 정도에 머물기 쉽다.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지만, 아주 냉정하게 보면 예술가들이 예술교육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 이를 의미 있게 이어갈 주체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설문은 몇 가지 갈래로 나누어 읽을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로 개선할 문제도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성찰하고 질문해야 할 문제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인정해야 할 부분도 있다. 기관은 갑자기 예산이 생겨 충분한 질문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고, 현장도 계속 지원사업에 선정된다는 이유만으로 깊은 고민 없이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지점까지 함께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그런 갈래를 구분해 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된 것 같다.

  • 김혜일 편집위원

  • 이화원 편집위원

  • 최선영 편집위원
누구를 주체로 볼 것인가

김주리  ‘문화예술교육은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처음부터 계속 논의해 온 주제였던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도 문화예술교육 주체와 전문 인력이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번 설문만 봐도 응답자들이 모두 섞여 있다. 처음부터 정책과 현장이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만들어 왔다. 학교는 교사를 중심으로 예술가와 협업하는 방식이었고, 사회에서는 예술가가 자신의 활동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교육 방식을 바꾸고 싶은 교사와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예술가가 만나는 접점이 문화예술교육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을 하나의 단일한 주체로 규정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은 누구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전문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데, 그 답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백현주  관련해서 좀 주목해야 할 답변들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도파민’이나 ‘AI’를 키워드로 든 경우다. 여기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참여자들이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문화예술교육이 그것과 맞서고 있다는 인식이고, 다른 하나는 AI 등으로 인한 직업적 불안감이다. 아직 상관관계 분석까지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이 키워드를 고른 분들은 어떤 분들일지 궁금하다. 이 답변들이 여섯 명의 예술교육가에게 받은 기고문과 대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이들은 거대한 사회 변화나 기술 변화를 맞설 대상으로 언급하지 않고, 그런 변화상에 응하는 자신의 태도나 입장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지점을 잘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다.
이화원  성공한 예술가의 경우 여유를 가지고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반면 주변의 많은 예술가를 보면 예술가로만 살아가기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아 교육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결국 예술도, 교육도 모두 전업이 되지 못하는 불안정한 상태가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백현주  문화예술교육의 출발을 돌아보면, 예술가 혹은 예술 전공자의 밥벌이와도 분명 연결되어 있었다. 거기서 오는 딜레마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현장에는 예술가뿐 아니라 기획자, 행정 담당자 등 다양한 주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현장에서 활동하던 기획자들이 문화재단 등 공공영역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김혜일  이 지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현장에서 주체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한쪽에는 예술 작업의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다. 반면 처음에는 비슷하게 시작했더라도, 지금은 하나의 직업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두 그룹 모두 예술을 전공했지만,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의미 부여는 조금씩 다르다. 결국 그 차이 때문에 초점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흩어진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그런 다양한 시선이 함께 드러난 것 같다.
백현주  설문 답변 가운데 “문화예술교육은 직업인가”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 질문을 보면서 앞으로 [아르떼365]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주제로 ‘주체’를 떠올렸다. 또 하나는 개별적인 주체들도 중요하지만, 주체 간 조합이다. 어떤 예술가와 어떤 행정이 만나면 상당한 파괴력으로 제도에 균열을 내기도 한다. 반면 주어진 지침에 부응해 선정되는 것이 우선인 문화예술교육자가 정교한 행정력과 만나면 그 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누가 맞고 틀렸다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주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문제 상황도, 그것을 풀어갈 가능성도 함께 만들어지는 것 같다.
최선영  그 주체들이 가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기준과 해석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큰 것 같다. 달리 말하면 문화예술교육이 아직 하나로 정의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20년간 정책 기반 사업이 이어졌지만, 일관된 담론이나 논리, 학문처럼 공유되는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많은 사업이 공모와 심사를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이번 설문에서도 나왔듯이 심사위원이나 지역, 해마다 작동 기준이 달라지는 ‘복불복’ 같은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인정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남는다. 저는 또다시 전문가를 잘 뽑거나 진흥원이 하나의 정의를 내리는 방식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정 관계자를 포함해 예술교육가와 매개자 등 관련된 사람들이 각자의 주장을 더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도 그런 목소리를 발견하기 어려운 점은 아쉽다. 서로 다른 주장이라도 개별성과 다양성이 바탕이 되어야 논의할 수 있고, 제도도 조금 더 설득력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지금은 예술교육가들이 매년 사업에 선정되고, 매칭된 기관의 만족도를 살피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은 원래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이 아니다. 그 어려움의 기저에 있는 공공성에 대한 각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제는 각자의 주장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번에 ‘예술교육가의 키워드’ 글을 써주신 여섯 명의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가 자기 성찰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 것 같다.
백현주
백현주

death&us 발행인. 영리와 비영리, 사기업과 공공기관을 오가며 예술과 교육 관련 기획과 연구, 컨설팅을 해왔다. 조직 생활을 벗어난 지금은 각자의 대체 불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놀고 쉬는 데 있어서 비교우위에 있는 것, 그리고 ‘잘 죽는 것’에 집중하면서 꿍꿍이를 모색하고 실현 중이다. 현실문화연구, 안그라픽스, (재)희망제작소, 수원시평생학습관 등에서 일했으며 공저로 『생애 전환 학교』(서해문집)가 있다.
hi.hjoo@gmail.com

김주리
김주리

일상에서 예술이 주는 새로운 시선, 호기심 혹은 뜻밖의 위로, 이런 문화적 경험들이 삶을 지속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된다는 믿음으로 오랜 기간 아르떼(KACES)에 몸담고 있다.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 정책 담론과 현장 이슈 공론화, 협력 거버넌스 구축, 기관 경영전략 및 신사업 기획,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문화인재양성본부에서 아카데미 연수 등 전문인력 사업과 연수원(가) 조성, 정책 홍보 및 R&D 사업을 추진하며, AX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kjooly@arte.or.kr

김혜일
김혜일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사주신 기타 한 대로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 이후 문화예술이 가진 힘을 믿으며 문화공동체 아우름을 만들고 18년 동안 예술교육가로 살아왔다. 코로나 이후에는 청소년들을 더 깊이 만나고 싶어 강화도의 청소년 대안학교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가 행복하다’는 모토로 ‘함께서구 행복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micol3004@hanmail.net

이화원
이화원

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이자 상명대학교 연극학과 명예교수. 우리나라에 현대적 거리극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프랑스 현지에 진출하는 작품들을 제작했으며 문화 소외 지역과 계층에 예술을 널리 나누는 공공적 예술 활동과 국경을 넘어 우리의 공연예술을 작업 및 평론으로써 소개하는 데에도 힘써왔다. 2009년 서울시장 표창, 2011년 민관협력 우수사례 우수상, 2026년 올빛 평론상 등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라신 비극의 새로운 읽기』 『연극으로 세상 읽기』가 있다. 2023-2025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연극전문지 [연극평론] 편집장을 역임했다.
audela90@gmail.com

최선영
최선영

문화예술기획자. 2007년부터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보조자, 강사, 기록자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개별성 중심의 활동을 기획·연구 중이다. 경기도 도정자문위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온라인] 기획위원, 서울문화재단 인권경영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 장애인 예술교육 강의 노트 『같이 좀 모르자』, 기획자의 노트 『쓰다 보면 읽히겠지』를 집필했다.
홈페이지 uugoorichoi.tistory.com
인스타그램 @bokman_choi

[글 싣는 순서]
① 현장이 던진 질문
다음을 여는 실마리
정리_주소진 프로젝트 궁리 기획팀장
사진_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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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6년 07월 30일 at 10:59 AM

    오늘을 말하는 오롯한 목소리를 듣는다
    [편집위원 좌담] 무엇과 맞서고 있나① 현장이 던진 질문
    잘 보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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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혜 2026년 07월 30일 at 11:41 AM

    ‘예술교육은 직업인가’라는 질문이 유독 오래 남네요. 매년 사업 선정과 만족도 평가 사이에서 소진되는 현장의 마음, 도서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800여 명의 목소리가 데이터로 쌓였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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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6년 07월 30일 at 12:05 PM

    오늘을 말하는 오롯한 목소리를 듣는다
    [편집위원 좌담] 무엇과 맞서고 있나① 현장이 던진 질문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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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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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6년 07월 30일 at 10:59 AM

    오늘을 말하는 오롯한 목소리를 듣는다
    [편집위원 좌담] 무엇과 맞서고 있나① 현장이 던진 질문
    잘 보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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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혜 2026년 07월 30일 at 11:41 AM

    ‘예술교육은 직업인가’라는 질문이 유독 오래 남네요. 매년 사업 선정과 만족도 평가 사이에서 소진되는 현장의 마음, 도서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800여 명의 목소리가 데이터로 쌓였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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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6년 07월 30일 at 12:05 PM

    오늘을 말하는 오롯한 목소리를 듣는다
    [편집위원 좌담] 무엇과 맞서고 있나① 현장이 던진 질문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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