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하는 관계에서 북돋는 관계로

[좌담] 제도와 현장 주체가 만나는 또 다른 방식

제도는 현장 주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호명하며, 현장 주체는 제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문화예술교육가를 위한 연수와 매개자 양성, 주체 발굴사업 등을 기획·운영해 온 실무자들과 함께 제도와 현장이 만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대와 간극을 살펴본다. 현장 주체의 발굴과 변화, 관계와 지속가능성, 성과를 둘러싼 고민을 통해 제도와 현장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이야기 나눴다.
[좌담 개요]
일시·장소: 2026.8.12.(수) 10시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 라이브러리
참석자 : 최선영 문화예술기획자·[아르떼365] 편집위원(좌장), 곽지효 경기문화재단 예술교육팀 주임, 유미선 충남문화관광재단 예술교육팀 대리, 이종은 양평문화재단 문화사업팀 대리, 황지아 금천문화재단 지역문화팀 대리
최선영  문화예술교육이 정책 기반으로 시작된 만큼, 제도와 현장 주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 제도가 현장 주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호명하는지, 반대로 현장 주체는 제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함께 살펴보려 한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곽지효  경기문화재단 예술교육팀에서 5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문화다양성과 매개자 연수 사업을 맡았고, 올해 문화예술교육사 사업을 새롭게 맡으면서 인력 양성 업무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이종은  양평문화재단 설립 때부터 6년 동안 교육 파트를 맡아왔다. 지난해까지 3년간 경기문화재단의 ‘경기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받아 매개자 양성사업을 진행했는데, 자체 예산이 책정돼 올해는 지역 매개자들과 교사 연수를 새롭게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이와 연계해 경기도교육청과 예술공유학교 <아트온랩(ART ON Lap)>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전시 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황지아  금천문화재단 지역문화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금천에서는 주로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을 해오다가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사업과 교육진흥원 생활밀착형 ‘가가호호’ 사업을 맡으면서 처음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게 됐다. 올해는 문화예술교육 주체를 발굴하는 신규 사업 <금천 러닝 그라운드>를 맡고 있다.
유미선  2012년 충남예총이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운영하던 때부터 학교예술강사 사업을 담당하며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일해왔다. 현재는 충남문화관광재단 예술교육팀에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과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 문화관광 융복합 사업 <충남형 패밀리 아트 워케이션> 등을 맡고 있다.
  • 최선영 문화예술기획자·[아르떼365] 편집위원
  • 곽지효 경기문화재단 예술교육팀 주임
제도는 왜 새로운 사람을 찾는가

최선영  문화예술교육에서 공공기관이 주로 지원사업을 통해 현장 주체를 만나다 보니, 이들을 지원이나 모니터링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매개자 과정이나 연수처럼 조금 다른 구조에서 예술교육가를 만나면 관계도 달라지는 것 같다. 지역마다 새로운 주체를 발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활동하는 예술가나 예술교육가도 많다. 그런데도 왜 새로운 주체를 찾고 만나려 했는지, 지역의 상황과 함께 들어보고 싶다. 가장 최근에 시작한 금천은 어떤가?
황지아  금천을 비롯해 서울에는 예술교육가가 많지만, 정작 재단에서는 지역의 주체에 관해 잘 모르고 있었다.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지속적으로 함께 기획하고 운영할 협력 파트너를 만나고 싶었다. 지난해 「금천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 정책 중장기 계획수립 연구(2025~2029)」에서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누구와 함께해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저도 ‘금천 예술인 데이터베이스’를 담당하면서 지역의 기관 담당자들로부터 문화예술교육을 누구와 함께하면 좋을지 문의를 자주 받았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연구 과정에서 ‘주체 발굴’의 필요성을 제안했고, 장기적으로 금천에서 함께 활동할 주체를 만나기 위해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15명 모집에 20명 정도가 지원했고, 최종 14명이 참여하고 있다. 막상 시작해보니 참여자마다 기대하는 방향이 달랐다. 예술창작의 연장선에서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온 분도 있고, 문화예술교육을 꼭 시도해보고 싶어 온 분도 있었다. 짧은 기간 워크숍을 거쳐 그룹별로 파일럿 프로젝트까지 진행해야 하다 보니, 서로 방향이 다른 참여자들이 한 팀을 이루면서 불편함도 생겼다. 하지만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참여자와 만나면서 해냈다는 감정과 열정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이종은  지역에 예술가는 많은데 정작 문화예술교육을 함께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 예술가를 발굴하고자 경기문화재단 ‘경기 지역중심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2023년부터 <양평문화예술교육 양평시점>를 시작했고, 올해로 4년 차다. 사업을 기획하면서 현황 조사와 그룹인터뷰(FGI)를 해보니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역 예술가들의 관심은 높았지만, 재단이 생각하는 방향과는 조금 달랐다. 처음 38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8명이 생존(?)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도대체 문화예술교육이 뭐야’ 하셨던 분들이 많았다. 초기에는 자신이 잘하고 혼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하느라 다른 방향을 제안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정원철 칼산공방 대표님이 3년간 멘토로 함께하면서 조금씩 문화예술교육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지금 남은 8명은 혼자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서 벗어나 함께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 동료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다.
최선영  경기문화재단도 올해 예술교육가뿐 아니라 교사와 재단 직원 등 문화예술교육에 협력하는 행정 관계자까지 연수 대상을 넓혔는데, 어떤 고민이 있었나?
곽지효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설립된 이래 매개자 양성과정을 계속 마련해 왔고, 2025년부터 재단의 고유목적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더 주력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역이 워낙 넓고 예술교육가들의 활동 반경도 서울, 인천, 강원까지 이어져 ‘경기만의 특성’을 하나로 말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는 문화예술 예산의 감축으로 단단해 보이는 지원사업도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연수가 누군가를 ‘완결된 예술교육가’로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할 힘을 얻는 자리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올해는 예비 매개자, 활동 중인 매개자, 행정 관계자로 대상을 세분화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필요한 의제를 중심으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제도 변화에 대한 행정 관계자의 인식과 협력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유미선  충남은 오랫동안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이라는 틀 안에서 축제 기획자나 문화기획자를 양성해왔는데, 교육이 끝난 뒤 활동을 이어갈 기회가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다. 교육과 실제 사업을 연결할 수 있는 대상이 문화예술교육 주체라고 생각해 멘토 세 명과 함께 지난해에는 <예술교육가, 피어나다>를, 올해는 <질문이, 메롱 헤롱 멜론>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지역특성화나 꿈다락 사업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진입하기에는 규모가 커서, 올해는 연수 이후 직접 프로그램을 실행해볼 수 있는 개인 트랙을 신설했다. 실제로 지난해 교육 참여자 몇 명이 참여하고 있다.

  • 유미선 충남문화관광재단 예술교육팀 대리

  • 이종은 양평문화재단 문화사업팀 대리

  • 황지아 금천문화재단 지역문화팀 대리
막연함과 기대, 서로 다른 온도

최선영  실제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면 참여자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나 참여 동기, 원하는 바도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처음 사업을 기획할 때의 예상과 실제 참여자를 만나면서 발견한 차이는 무엇이었나?
이종은  처음에는 참여자들이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을 거로 생각했다. 필요한 것을 물었더니 공모사업 지원 신청서 작성이 어렵다고 해서 실질적인 강연도 마련했는데, 의외로 관심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의 교육 철학과 익숙한 방식이 단단해서 그것을 유연하게 만드는 일이 더 어려웠다. 그래서 지난 3년간은 당장 결과물을 만들기보다 굳어진 생각을 조금씩 깨는 데 시간을 들였다.
올해는 남은 8명이 2주에 한 번씩 CoP로 만났다. 재단에서 만나면 저 역시 빠른 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길 것 같아, 정원철 선생님의 공방에서 예술가들끼리 편하게 이야기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회차별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지역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테크닉을 가르치는 데 집중했던 분이 몸이나 글 등 다른 방식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자기 나름으로 생각을 전환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하나의 점에서 시작해 조금씩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3년의 과정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황지아  저희도 기존의 인식을 깨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한 팀을 이뤘는데, 처음에는 각자 시간을 나눠 자기 프로그램을 구성하다 보니 전체적인 흐름이 없었다. 참여자와 무엇을 함께하고 싶은지보다 자신이 해오던 방식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서, 통합예술교육에 대한 관점과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교육이나 컨설팅을 통해 관점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쉽지 않았다. 이런 매개자 교육 참여자 중에는 자신보다 나이나 경력이 적은 사람에게 컨설팅받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교육 방식이나 철학은 짧은 교육만으로 바뀌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해가 첫 사업이었으니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선영  참여자에게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막연함이 있다면, 연수를 기획하는 기관에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경기 예비 예술교육가 연수에서도 참여 동기는 새로운 일자리 찾기, 기존에 해오던 원데이 클래스의 연장, 새로운 교육 시장 등 다양했다. 관심은 높지만 그 이유와 온도는 저마다 달랐다.
곽지효  나름대로 참여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준비하는데도 살짝 엇나가서, 자꾸 한 걸음 뒤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 기획서 작성이나 지원사업의 흐름처럼 실질적인 내용을 준비하면 과정이나 방법을 알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올해처럼 방향성을 생각해보는 과정을 준비하면 오히려 답을 얻고 싶어서 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모집할 때 기획 의도를 최대한 잘 전달하려고 해도 이런 간극은 항상 있는 것 같다.
유미선  저희는 연수를 통해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싶지만, 현장에서는 어떤 지원사업이 있는지, 언제 어떻게 신청하고 정산해야 하는지 같은 현실적인 질문이 많다. 요즘에는 우리가 프로그램 이야기만 하다 보니, 이런 현실적인 문턱을 넘지 못한 분들은 내용에 대한 고민까지 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행정이나 제도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도 가능하지 않을까. 당장 정산이 급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꾸 ‘고도화하자’ ‘질을 높이자’고 이야기하는 게 오히려 부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실험을 담을 ‘그릇’은 있는가

최선영  그래서 결국 ‘주체’와 ‘제도’를 같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이어가려면 지원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연수에서는 새로운 실험과 가능성을 이야기해놓고 그다음 단계로 가면 결국 기존 지원사업이라는 똑같은 ‘그릇’만 남는다. “이거 하고 나서 다시 지역특성화나 꿈다락을 하라는 건가요?”라는 질문도 나온다. 결국 사람의 변화뿐 아니라 그 변화를 담아낼 제도도 함께 달라져야 하는 것 같다.
유미선  지난해 사업 고도화 컨설팅을 하면서 서류만 봤을 때는 와닿지 않았는데 현장에서는 감동받기도 하고, 반대로 지원서 내용은 좋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예술교육이 맞나 싶은 경우도 있었다. 지원 신청서나 교부 신청서가 사업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참여자의 반응까지 담아내지는 못한다. 공정성과 책임을 위해 제도의 기준은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자신의 가능성을 그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공공기금인 만큼 정산과 행정은 필요하겠지만, 신청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서류에 잘 담을 수 있으려면 어떤 양식이어야 할지 고민이 크다. 매년 교부 신청서를 받을 때마다 고민하지만, 막상 사업이 시작되면 큰 틀을 바꾸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
곽지효  조금씩 개선하려고 하지만 재단 전체의 기준과 공모의 큰 틀이 있어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 현장에서 느끼는 행정적인 어려움을 연수나 실용적인 노하우 교육으로 해소해보려고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고민된다. 결국 지원사업 자체에서도 대안이 필요하다. 현장 주체가 제도 안에서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최선영  다들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지만 권한이 없다 보니 문제를 알면서도 결국 현장에 그대로 발신하고 있는 것 같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고 관계를 맺는 공식적인 자리를 만드는 것도 지역문화재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황지아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재단이 어디까지 개입하고 지원해야 참여자들이 자립하여 활동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올해가 첫해인데 벌써 ‘내년에도 파일럿 지원이 있는지’ ‘지원금은 얼마인지’ 묻는 분들이 있다. 재단도 이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려면 성장할 기회와 예술교육가로서의 활동기반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년 차에는 예술교육 연구 모임이나 파일럿 프로젝트 정규편성 등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최선영  사업 1, 2년 차에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참여자들은 내년에 어떻게 되는지 계속 묻지만, 기관이 이들을 계속 책임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어느 시점까지 어떻게 함께하고, 이후에는 어떻게 활동을 이어가게 할 것인지 현실적인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이종은  저희도 주체 발굴과 성장을 위한 사업을 3년간 해왔고, 올해는 경기문화재단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3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협의체도 만들고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디게 가더라. 이들이 문화예술교육 주체가 되기까지는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3년 안에 모든 걸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제 욕심이었다. 서두르기보다 이들이 낙오하지 않도록 붙잡고 천천히 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매년 하는 고민은 지속가능성이다. 예술가와 매개자 각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재단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지금은 다양한 연수와 지원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에서 활동이 시작되면 다른 곳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선영  그런데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오히려 재단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지는 않나?
이종은  예전에는 지원사업에 떨어지면 ‘나는 안 되나 보다’ 하고 손을 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왜 안 됐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AI의 도움을 받아 자기만의 오답 노트를 만들기도 한다. 사실 이런 부분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이 사업이 어떻게 보면 재밌는 것 같다.
곽지효  여러 사람을 연수에서 만나면서 느낀 건, 지원사업으로 만날 때와는 다른 관점으로 만난다는 점이다. 공모사업에서는 담당자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지’를 묻거나, 자신의 생각을 공모의 틀에 맞추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건가’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정답 없는 질문에 저도 방향성을 고민하는 순간이 많다. 이와 달리 연수에서는 지원사업의 틀과 방향에서 벗어나, 오롯이 그 사람의 생각과 고민을 마주한다는 느낌이 크다.
역량 강화, 경험에 질문을 더하다

최선영  지금까지는 문화예술교육에 새롭게 진입하는 참여자 이야기를 했다. 저도 연수를 많이 하지만, 자기 장르와 방식을 쌓으며 오랫동안 활동한 분들에게 엄청난 변화를 원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기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분들에게 갑자기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을 요구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태도를 조금 유연하게 하거나 기존 방식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정도의 변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역량 강화’라는 이름으로 경력자에게도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 활동한 분들과 연수나 컨설팅에서 만나면서 어떤 고민이 생겼는지 궁금하다.
유미선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오신 분들에게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방식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안이나 컨설팅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언가를 바꾸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오랫동안 공예를 해오신 선생님도 처음에는 기존 방식을 지키고 싶어 하셨지만, 컨설팅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활동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고민을 이어가게 되셨다. 이후 현장을 다시 찾은 컨설턴트가 변화를 보고 놀라워할 만큼 활동의 방향과 깊이가 달라졌고, 올해 지원사업 심사 과정에서도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변화할 필요는 없지만,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활동을 새롭게 바라보고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현장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곽지효  한 분야에서 15년, 20년 이상 문화예술 활동을 주로 해온 분들은 예술교육을 조금 다른 영역으로 느끼면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본질적인 것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다른 현장에 있지만 결국 사람을 만나고, 형태만 다를 뿐 각자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의 관점도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다.
황지아  한 장르를 긴 세월 해오신 분이 워크숍에 참여하면서도 아직 뭔가 잘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것 같아 왜 참여하셨는지 물어봤더니 “궁금해서 왔다”고 하시더라. 그런 호기심을 갖고 온 분들을 위해서라도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뿌리내리는 사람, 변화하는 제도

최선영  의지가 있어도 단기간에 크게 달라지기 어려울 수 있고, 그 변화가 몇년 후에 미묘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변화도 성과일 텐데, 그렇다면 이런 사업에서 성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도 궁금하다. 연수나 교육도 사업으로 운영되다 보니 참여자 수나 수료율처럼 확인할 수 있는 성과가 중요해진다. 하지만 몇 회차의 교육만으로 사람의 변화나 인력 양성을 이야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숫자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업을 운영하면서 유의미하다고 느꼈던 변화나 성과가 있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이야기해달라.
유미선  지난해 참여자 중에 문화예술이나 교육 전공자가 아니라서 ‘내가 해도 되나’ 하고 부담스러워하던 분이 있었다. 그런데 참여하면서 자기 프로그램을 만들어갔다. 저희에게는 그런 분들이 양성과정 이후에도 직접 실행해볼 수 있도록 올해 개인 트랙을 새롭게 만든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과인 것 같다.
곽지효  사람을 기른다는 ‘양성’의 의미에서 성과를 찾아내고 이름 붙이는 게 어려운 것 같다. 미묘한 내면의 성장은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참여자들이 연수에서 만난 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별도의 모임을 만들고, 학습모임을 만들어 CoP 사업에 지원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만든 흐름은 아니었지만, 만남과 교류가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황지아  참여자 중에 작가이자 미술 교사였던 분이 있는데, 처음 특강을 듣고는 “지금 너무 혼란스럽다”고 했다. 이후 워크숍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학교 미술교육과는 다른 방식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여 실행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많은 변화를 느꼈다고 했다.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사 공부를 비롯해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종은  지금 생각해보면 38명에서 8명 생존(?)이니 숫자로만 보면 재단 안에서는 실패한 사업일 수 있다. 그래도 가장 큰 성과는 참여자들이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문화예술교육을 자기 작업을 위한 서브 활동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자기 작업의 일부로 문화예술교육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다른 장르와 협업도 하게 됐다. 또 하나는 지역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지역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런 변화를 보면서 이 사업이 참 유의미하다는 생각을 했다.
최선영  앞서 자립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왔지만, 제도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것만이 자립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이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갈 동력과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한 자립의 과정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연수나 교육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한편 사업의 규모나 행정 지침에 따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방식도 달라진다. 같은 고민에서 출발하더라도 기관이 선택할 수 있는 구조에 따라 사업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제도가 현장 주체를 어떻게 만나고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는 사업의 내용뿐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긴 시간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하다.
곽지효
곽지효

경기문화재단 예술교육팀 주임. 지역문화팀을 거쳐 예술교육팀에 머무르는 중. 조용히 사는 것이 꿈인데, 어쩌다 보니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나서서 말할 기회도 제법 많다. 계속 만나다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일이 재미있다. 제도의 경계를 오가면서 어떻게 하면 이들이 그리고 내가 더 힘내볼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kwakjihyo@ggcf.or.kr

유미선
유미선

충남문화관광재단 예술교육팀 대리. 2012년부터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며 예술교육의 다양한 가능성과 의미를 고민해왔다. 현재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기획·지원하며 예술가와 예술교육가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술을 직접 만들어가는 것에서 나아가, 예술을 통해 사람과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지원하는 일에서 더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msyoo@cnctf.or.kr

이종은
이종은

양평문화재단 문화사업팀 대리. 전업 작가를 꿈꾸었으나 의도치 않게 미술관 및 사회적기업 등에서 학예사와 에듀케이터로 활동하며 문화예술교육을 기획·운영하였다. 현재 기초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 및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발굴과 전시 기획 운영을 하며 행정과 예술 그 언저리에서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boglebogle88@naver.com

황지아
황지아

금천문화재단 지역문화팀 대리. 미술 이론을 전공하고 미술관 교육을 계기로 문화예술교육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광역·기초문화재단에서 10여 년간 문화예술교육과 지역문화 현장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예술인 공간인 ‘만천명월예술인가(家) 운영과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주체를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좋은 사업을 만드는 것만큼, 함께할 사람을 새롭게 만나고, 이들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관계와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jahwang@gcfac.or.kr

최선영
최선영

문화예술기획자·[아르떼365] 편집위원. 2007년부터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보조자, 강사, 기록자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개별성 중심의 활동을 기획·연구 중이다. 경기도 도정자문위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온라인] 기획위원, 서울문화재단 인권경영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 장애인 예술교육 강의 노트 『같이 좀 모르자』, 기획자의 노트 『쓰다 보면 읽히겠지』를 집필했다.
홈페이지 uugoorichoi.tistory.com
인스타그램 @bokman_choi

정리_프로젝트 궁리 주소진 기획팀장·양희경 에디터
사진_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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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숙 2026년 09월 08일 at 11:37 AM

    힐링을 받았어요 고마워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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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준 2026년 09월 08일 at 11:37 AM

    행복충전소입니다 감동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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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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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숙 2026년 09월 08일 at 11:37 AM

    힐링을 받았어요 고마워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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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준 2026년 09월 08일 at 11:37 AM

    행복충전소입니다 감동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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