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공예문화예술연구소

- 충남 보령시 성주면 먹방계곡길 72

- 월~금 10:00~17:00 (사전 연락 필수)

- 041-934-8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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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폐광되어 사라진 산속의 탄광촌, 계곡물이 흐르는 한 작은 마을에 보령공예문화예술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산골짜기 사이사이로 슬레이트 지붕과 함석 벽으로 만들어진 허름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탄광촌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집다운 집들이 들어서고 30세대 남짓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 되었다.
광부의 하숙집에서 공예의 공간으로
옛날 성주사지에서 공부하는 승려들을 위한 먹을 만들었다는 설이 내려져 오는 충남 보령의 먹방계곡길. 먹을 만들 때 사용했던 한국 토종 적송은 몇 년 전만 해도 산에 가득했으나 기후변화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제 강점기의 상흔을 품고 있는 오래된 소나무가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석탄을 캐던 곳이라 산도, 계곡의 돌도, 땅의 돌도 까맣고 흙이 많지 않아 농사도 짓지 못한다. 그런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는 보령공예문화예술연구소는 광부들의 하숙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폐광 후 사람들이 떠난 집을 구해 수십 년간 지역의 여러 예술가가 거쳐 갔고, 2015년 도자기 작업실 겸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보령공예문화예술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역 공예문화의 발전과 문화예술의 가치 전달을 위해 전시 행사와 문화예술교육 등 다년간 문화활동을 기획해왔다. 특히 지역 내 무형유산 보유자 및 공예가들과 지역 특산 등 지역 특성을 중심으로 한 공예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머드축제로 유명한 보령시는 깊고 오랜 역사의 공예문화를 가지고 있다. 바로 벼루와 석공예이다. 보령에서만 채석되는 돌 중에 오석(烏石)과 애석(艾石)은 조선시대 왕릉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였고 청석(靑石)은 벼룻돌로 전국 수요의 90%까지 차지했을 정도로 널리 쓰여왔다. 지금도 연구소를 둘러싼 산에서 벼룻돌이 나온다. 이 돌로 전통을 이어온 남포 벼루장, 보령 석장 장인과 함께 보령만의 문화를 알리는 전시 행사가 매년 연구소 마당에서 열린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전국 규모 대축제인 ‘공예주간’ 기획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보령의 전통 공예와 현대가 어우러지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를 선보였다. 보령의 돌 다듬는 소리와 공예가의 작업 소리로 실험적인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흘러가는 물소리와 정다운 말소리처럼
최근에는 보령댐 주변에서 거주하는 어르신들과 <도란도란 물결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흘러가는 물소리와 정다운 말소리를 뜻하는 단어인 ‘도란도란’처럼, 성주계곡부터 보령댐까지 이어지는 물길 따라 사시는 어르신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표현해 보고 이야기를 담아보는 활동이다.
연구소가 위치한 성주계곡은 보령댐으로 흘러가는 물의 수원지로 당진, 서산까지 사용하는 수돗물의 원류이다. 물길은 성주3리 먹방계곡길부터 4리, 5리를 거쳐 미산면을 지나고 웅천천을 만나 보령댐으로 흐른다. 이 물길이 닿는 마을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만난 지는 올해로 5년 차다. 이전까지 다양한 세대를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해왔다. 그때마다 참여자 중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과 추억담이 그대로 흩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도란도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에서는 어르신들이 한 해 동안 보고 관찰하고 그려내고 표현한 것들을 작품집으로 묶어 만들었다. 그 이야기가 해를 거듭하며 쌓여 갈수록 어르신의 역사이자 마을의 이야기, 나아가 지역의 특성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종이에 점 하나를 찍는 것도 두려워하시던 어르신은 수업하면서 점차 자신만의 색과 개성을 찾아가며 자신감 있게 도화지를 채워 나갔다. 더 나아가 어떤 걸 해보고 싶다거나, 이런 걸 표현해보고 싶다고 먼저 제안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어르신들께 스케치북과 채색 도구를 드리고 일상에서 고운 것, 좋은 것, 마음에 드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숙제(?)를 내드렸는데, 숙제하며 자신의 일상이 달라졌다고 말씀하셨다. 주말이나 명절에 찾아오는 가족과 수업에서 만든 것, 숙제로 그린 작품을 보며 대화가 달라지고, 선물도 그림 도구로 바뀌었다고 했다. 평범했던 나날들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 거다. 자기 전에 자신의 작품집을 넘겨보며 ‘이렇게 그림도 잘 그리고, 참 멋지게 살고 있구나’ 하며 스스로를 대견해한다고 하셨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나, 가족, 집, 마을, 나의 주변 등 자기 자신과 공동체나 소속된 ‘나’의 위치를 환기하는 주제로 진행했다. 올해는 나의 시간, 계절 등 시공간적이고 추상적인 주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계절감에 맞는 소재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자연을 느끼고 표현하며 어르신들이 인지하고 있는 계절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표현해 보는 활동이다. 봄꽃들을 말려 사진을 꾸며보기도 하고 나뭇잎과 열매로 하늘의 빛깔을 스카프에 담아보기도 한다. 소녀 시절 아끼던 책에 끼워 넣던 꽃송이처럼, 어릴 적 돌멩이와 각종 열매로 소꿉장난하던 때처럼 아롱아롱 떠오르는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만든 작품이 그럴듯한 형태로 완성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함을 느끼신다고 하셨다.
청명한 하늘 아래 산속 맑은 공기와 쉴 틈 없이 지저귀는 새 소리와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 푸르게 피어오른 신록과 신선한 풀 내음. 지붕이 얇아 비 오는 날이면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들리는 공간에서 오늘도 도란도란 문화예술이 피어나고 있다.

- 한겨울
- 보령 머드로 보령의 풍경을 담는 현대 도예가. 도자기에 보령을 담아 표현하기도 하지만 지역으로 와서 발견한 특별함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 전시 기획과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고 주변의 것들로 재미를 찾는 활동을 추구한다. 산과 바다 등 천혜의 자원을 품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어린이부터 노인, 장애·비장애, 무형유산 등 다양한 대상을 만나 자연과 문화예술을 매개로 소통하며 큰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 midwinter87@hanmail.net
인스타그램 @midwinter_han - 사진제공_한겨울 도예가·보령공예문화예술연구소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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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사이에 흐르는 물길처럼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읽혀서 참 좋네요. 자연의 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기사라 마음에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보령공예문화예술연구소를 통해 어르신들이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는 과정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특별한 프로그램과 새로운 것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이웃을 정감있게 예쁜게 소개해 주셨네요
마치 머리속에 그려지는것이 절로미소를자아내게 잘 소개해 주셨네요. 아름다음 보령을 볼수 있어서 감사하게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