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학교예술강사
2009년 지방교육재정 매칭과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편제
2010년 예술강사 근로계약 체결 시작
2010년 예술강사 근로계약 체결 시작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문서 작성을 하며 쉼 없이 울려대는 전화 응대로 숨이 막힐 때면, 가끔 회사 옥상으로 올라갔다. 2009년 늦여름, 옥상 귀퉁이에 쪼그려 앉은 선배들이 말했다. “주리 씨, 이제 학교문화예술교육은 망했어. 일자리 사업으로.” 갓 입사해 어리숙했던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밤낮없이 토론하던 선배들은 이후에 펼쳐질 수많은 일을 다 알고 있었던 걸까?
지나고 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의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협약으로 2009년부터 지방교육재정이 국고와 매칭되었다. 2010년에는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에 학교예술강사 사업이 포함되면서 예산이 크게 늘었다. 2005년 설립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산이 불과 5년 만에 7.5배로 늘어나면서 정책 초기부터 정책 제도 정비와 사업의 ‘효과’나 ‘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새천년 <창의한국>의 제1과제로 등장한 문화예술교육이 제도적으로 성숙하기도 전에 한국정부가 2010년 제2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를 개최하겠다며 전 세계에 선포하는 바람에 각종 사업예산과 업무가 쓰나미처럼 몰려들면서, 설립된 지 5년도 채 안 된 기관의 살이 벌겋게 트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학교예술강사 사업은 2000년 초부터 분야별(국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애니메이션) 협회에서 학교로 파견하던 강사풀을 진흥원이 이관받아 운영하면서 크게 확대됐다. 2009년과 2010년, 학교예술강사 수는 매년 1천여 명씩 증가했다. 2006년 1,431명에서 2010년 3개 분야(공예, 사진, 디자인)가 추가된 4,156명으로 4년 만에 290%가 늘었다. 첫 대규모 공식 행사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예술강사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09 전국 예술강사 발대식’에서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특강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2010년 충남대학교 문화회관에서 열린 발대식은 행사가 끝날 무렵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참석한 1,500여 명의 예술강사가 한꺼번에 몰려나와 전 직원이 달라붙어 기념품 우산을 황급히 나눠 주던 그날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여기 우산! 우산!! 나 못 받았는데!’
문화예술교육이 전 국민의 문화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함은 틀림없지만, 어떤 정책사업이 수십 년간 지속하는 일은 예산과 제도가 뒷받침해야 하기에 쉽지 않다. 2009년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정부 국정과제 중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에 편제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다른 사업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2020년 일자리 사업에서 제외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학교예술강사 현장에서 불거진 이슈로 예술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2009년 대법원판결로 2010년부터 근로계약이 체결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학교문화예술교육이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되도록 제도화되긴 했으나, 모든 정책과 제도가 그러하듯 이 장면도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사업 관련 각종 고발·고소 건 증가와 2013년 결성된 노조 활동 등 노무 업무 부담으로 전국 각 시도교육청·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진흥원의 관계가 점점 악화되다가, 결국 2016년 지역센터의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운영 반납 선언으로 이어졌다. 관련된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사연과 입장 차이로 다들 몸과 마음이 괴롭고 아팠던 때였다. 그때 학교교육팀에 있던 나는 팀원들과 매일 밤낮없이 전화와 메일 폭탄을 처리하며, 광역센터와 시도교육청 협의를 위한 지역 순회 회의를 돌다 대상포진에 걸리고 말았다.
10년 전 당시를 떠올리면, 진흥원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업 규모가 커져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한해 한해를 거듭하며, 당초 학교 교육의 경직성을 타파하고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고자 했던 사업의 본래 취지에 대한 담론은 노무 문제나 사업 제도개선 등의 이슈에 밀려 후순위가 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학교예술강사 연대기]
| 2005 | 2008 | 2009 | 2010 | 2016 |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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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문화예술교육사
2013년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시행
첫해 총 3,469명 문화예술교육사 2급 발급
첫해 총 3,469명 문화예술교육사 2급 발급
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학교예술강사 외에 수많은 역할과 이름으로 불리는 다양한 전문가가 있다. 그 사이에 대표적인 인력양성 정책이자 국가 자격제도인 문화예술교육사가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재 2급 취득자는 4만 명이 넘었고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사 2급은 해당 예술 분야를 전공하고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따라 교육과정 5개를 이수하면, 예술대학 졸업장과 함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과정 이수형 자격제도다. 현재 지정된 문화예술교육원 8곳 이외에 전국에 있는 예술대학 대부분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니, 거의 매 학기 배출되는 예술대학 졸업생의 숫자만큼 문화예술교육사 2급이 발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를 생각하면, 각종 쟁점을 두고 찬성과 반대 의견 충돌이 난립하던 공청회 자리부터 시행 이후 매년 반복되는 제도개선 협의회의, 각종 토론회 등 수많은 장면이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제도 도입 이전부터 자격증이 현장의 진입장벽이 될지, 진입기반이자 마중물이 될지를 두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겠지만,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는 문화예술계와 교육계, 장르별 학계와 다양한 현장 이해관계자의 욕망(?)이 뒤얽혀, 제도의 구현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꼬여버린 부분이 적지 않다.
자격제도는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안 검토 초기에도 논의되었는데 기능 위주의 자격으로 인식될 우려와 다양한 인력의 현장 활동 장려 등을 고려해 최종 제정안에서는 제외되었다. 대신 ‘문화예술교육전문인력’의 양성과 배치, 지원을 위한 내용이 담겼다. 이를 근거로 소위 ‘에듀케이터 지원사업’으로 불렸던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추진됐다. 이 사업은 당시 지원법 제1장 정의에서부터 명기된 전문인력이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기획, 분석 및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문화기반시설(박물관·미술관·도서관·문화원·문화의집 등)에 배치하고, 활동을 위한 교육·연수와 인건비를 지원하는 형태였다. 선발·배치된 문화예술교육전문인력이 시설·기관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제18조에 명기된 76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했고, 그 내용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문화기반시설·기관 현장의 사업 실행에 맞춰져 있었다.
「2007-2009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 결과자료집」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2007~2010): 박물관·미술관·문화의집 등 문화기반시설에 교육 전문인력을 선발·배치하고 인건비 50% 지원, 교육 전문인력 및 기관 실무자에 대한 재교육 및 기관운영을 지원했다.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2007~2010): 박물관·미술관·문화의집 등 문화기반시설에 교육 전문인력을 선발·배치하고 인건비 50% 지원, 교육 전문인력 및 기관 실무자에 대한 재교육 및 기관운영을 지원했다.
2010년 제2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공표한 ‘서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의 국내 실천전략 중 하나로 제시된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TF가 설치됐다. 그 이후 등급별 자격제도 설계와 법령 개정, 교육과정 개발 및 교과목 설치·운영 등 각종 연구가 빠르게 추진되면서 2013년부터 2급 자격증이 발급되기 시작했다.
제도 시행 첫해, 자격증을 자동으로 발급받은 사람은 3,469명으로 모두 활동 중인 예술강사였다. 이는 2012년 지원법 개정으로 기존 법령에 있던 ‘문화예술교육전문인력’을 ‘문화예술교육사’로 교체하고, 인력의 정의에 강의 업무를 표현하는 ‘교수’와 ‘진행’을 추가하면서 ‘학교 및 사회문화예술교육 강사로 3년 이상 활동하고 진흥원에서 운영한 140시간 연수를 수료한 자’는 2급 자격을 갖춘 것으로 간주하는 경과조치 규정을 두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오랜 기간 애써 온 예술강사에게 2급 자격의 소급 적용은 일면 타당하지만, 제도도입 초기에 자격취득자 전원이 예술강사다보니,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 오랫동안 ‘강사 자격증’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지원법 개정 전 문화예술교육전문인력으로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해 법적 의무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문화기반시설에 배치·활동한 200여 명은 별도 경과조치가 없어 지난 경력을 소급 적용받지 못했다. 전문인력 양성사업 담당자였던 나도 잘 이해되지 않아서 사업에 참여했던 이들로부터 폭주하는 민원 전화를 받으며 함께 속상해했다.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운전을 잘하는 건 아니다. 자격증 제도가 정책과 제도적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 역할이 있지만, 자격증만으로 변화무쌍한 현장이 잘 돌아갈 수는 없다. 당초 제도가 지향했던 것처럼 예술가가 ‘강의·교수’ 외에도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로서 역할을 확장하고 현장의 질적 혁신을 추동하고자 한 취지에 잘 맞춰 운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여전히 많다. 그럼에도 국가 자격이라는 공신력을 무기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저변을 넓히고, 예술대학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견인하며 더 많은 예술전공자의 현장 진입기반을 만드는 데 자격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화예술교육사 제도의 흐름]
| 2005 | 2007~2010 | 2010 | 2011 | 2012 | 2013 |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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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 문화예술교육전문인력 근거 마련 |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배치 사업 운영 | 「서울 어젠다」 발표, 자격제도 도입 논의 본격화 |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도입 TF 구성 | 법 개정, ‘문화예술교육전문인력’→‘문화예술교육사’ 전환 | 2급 자격증 첫 발급, 3,469명 취득 | 2급 자격취득자 4만 명 돌파 |
scene 3. 매개자로서의 문화예술교육 실행 주체
지원법상의 주체, 정책사업에서 찾는 주체와 실제 현장 주체
매개자로서 역할이 더욱 확장되는 문화예술교육 실행 주체와 정체성
매개자로서 역할이 더욱 확장되는 문화예술교육 실행 주체와 정체성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는 인력을 지칭하는 용어가 세 개 있다. 문화예술교육사, 학교예술강사, 교원. 2012년 법 개정으로 ‘문화예술교육전문인력’ 용어가 ‘문화예술교육사’로 변경되어 자격제도와 자격증을 취득한 자를 지칭하게 되었고, 2021년 법 개정을 통해 ‘학교예술강사’ 채용과 지원 관련 조항이 추가되었다. ‘교원’은 법 제정 시부터 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연수, 연구 활동 지원 사항이 진흥원 업무에 명시되어 있었다. 이를 근거로 학교예술강사 사업 외에 ‘학교-지역사회 시범사업’(2004-2007), ‘선도학교’(2007-2010), ‘예술꽃 씨앗학교’(2008-2023) 등과 교사연구모임 지원, 학교경영자 역량강화 연수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교사가 핵심주체로서 지역의 예술가와 협력해 학교에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이 세 개의 용어로 표현될 수 없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주체와 전문인력이 존재한다. 오랜 기간 학교문화예술교육의 대표사업이었던 예술꽃 씨악학교에는 ‘씨앗가꿈이’(2011~2023)라는 명칭의 주체가 있었다. 농산어촌과 문화소외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4년간 집중 지원한 이 사업의 업무전담자인 씨앗가꿈이는 지역사회와 학교, 예술강사와 학교 관계자 사이를 매개하며, 학교 안팎의 문화예술교육을 기획·조정하는 코디네이터로서 사업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대응으로 비대면·온라인 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온라인콘텐츠 기획자, 예술교육 키트나 콘텐츠 개발자, 지역문화예술교육 자원 조사자 등 새로운 인력 명칭이 등장했다. 그리고 단일 예술강사 파견 방식을 탈피해 유연한 프로젝트 지원 방식의 ‘예술로 탐구생활’(2021-2024)이나 ‘예술로 링크’(2022-2023) 등 학교문화예술교육 사업이 다각화되면서 참여 주체가 강의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 인적·물적·문화적 자원과 연계한 학교문화예술교육을 기획·조정, 운영하는 역할로 확장했다. 그밖에 농어촌 기획사업인 ‘로그온 예술교실’ ‘늘봄학교 문화예술교육’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학교문화예술교육 사업과 주체 역할의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사업비 삭감 등으로 아쉽게도 정책이 지속되지 못했다.
사회문화예술교육에서도 주체의 역할과 전문성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왔으나, 2024년까지 예술강사 파견 방식의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현 예술누림) 외에는 대부분 문화예술단체나 지역의 운영 거점을 공모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 사업 추진체계와 특성에 따라 인력의 명칭과 역할이 다양하다.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에 대한 표현을 살펴보면, 예술가, 교육강사(주·보조), 기획자, 매개자, 전담인력, 행정실무자, 코디네이터, 연구원, 기록담당자, 창작인력, PM, 감독 등 사업 실행구조와 방식, 현장 특성과 주요 역할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곤 했다. 주로 강의와 진행, 기획과 조정, 행정 등 업무를 담당하는 주체가 많다.
정책 초기 사회문화예술교육과 인력양성 사업에서는 주로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시설·기관·단체에서 ‘매개’와 ‘기획’ 역할을 할 전문인력에 주목했다. 2006~2007년에 문화관광부를 중심으로 추진된 ‘문화예술 매개 전문인력 양성사업’은 매개의 범주를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 기획·경영, 문화정책행정, 전통문화’ 부문으로 설정하고, 진흥원을 포함한 4개 공공기관에서 부문별로 운영했다.
국내외 다수 연구에 따르면 ‘문화예술매개’는 문화예술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화예술 서비스 제공과 소비를 매개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문화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책과 문화예술의 창작과 감상, 향유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문화예술매개’에 대한 개념과 역할에 대한 층위도 변화되었고, 지역사회와 시민, 문화예술의 매개 역할을 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개념과 범주도 계속 확장되었다. 지역에서 문화예술과 시민을 잇는 매개 역할로서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더욱 확장되고 있는 지금, 다양한 현장에서 사업과 프로그램을 기획·중재·조정하는 매개자로서의 문화예술교육 실행 주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주체의 새로운 유입과 변화, 정체성과 관련한 또 하나의 중요한 시기는 2014년, 2015년 무렵일 것이다. 당시 법 제정과 기관창립 10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각종 콜로퀴엄, 심포지엄, 포럼 등에서 여전히 문화예술교육의 정의와 범주에 관한 논의가 많았다. 2000년대 초반 문화교육과 예술교육의 팽팽한 논의로부터 시작한 문화예술교육은, 「문화기본법」(2013년 제정),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2014년 제정), 「지역문화진흥법」(2014년 제정),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2016년 제정) 제정 등으로 문화예술교육과 유사한 정책사업이 증가하면서 지역 현장에서 중복 지원이나 칸막이 행정 문제, 정책별 차별화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지역의 한정된 실행 주체가 중복 참여로 지역문화, 생활문화, 평생학습, 공공예술, 문화다양성, 인문문화향유 등 지원사업 현장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지면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정책적 구분 짓기를 위해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을 중심에 두고 교육 행위를 넣은(차시 등) 예술가 활동 영역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각종 개념과 상호관계성을 가지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을 증명하는 시기를 거쳤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문화예술교육이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향유 할 수 있도록 시민과 지역사회를 매개하는 정책으로 폭넓게 이해되면서 실행 주체의 다양성도 수용하게 된 것 같다.
사회문화예술교육 정책은 경제적·신체적·지리적·사회적 여건으로 문화예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다. 점차 모든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정책 대상과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동시대 사회적 이슈와 결합한 정책목표를 설정해 전략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기도 했다. 국가 세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문화예술계 예산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늘 타 부처의 예산에 비해 턱없이 적다. 그와 중에 문화예술교육은 사회적 이슈를 물고 와야만 그 적은 예산이라도 확보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지난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을 나열해 보면, 우리가 지나온 시대적 키워드가 보인다.
사회문화예술교육 영역의 다양한 실행 주체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와 잘 호흡해왔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각 사업을 둘러싼 화려한 수식어나 들쭉날쭉한 문화예술교육 정책 지향으로 정신이 조금 산만해진다. 그 과정에 함께 한 주체, 사람들도 계속 들고 났다. 지난 20년간 정책 현장에서 예술가, 문화예술단체와 지역 문화기획자 등 여러 주체가 발굴되어 성장해왔음에도 사업이 계속 들고나면서 상대적으로 큰 규모로 굳건히 자리를 지킨 학교예술강사 직군의 존재감이 더욱 커 보였던 게 아닐까 싶다.
[문화예술교육사 제도의 흐름]
| 2005 | 2006 | 2011 | 2012 | 2014~2015 | 2020 | 2021~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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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으로 교원·전문인력 지원 근거 마련 | 매개 전문인력 양성-‘매개·기획’ 역할과 전문성 주목 | 예술꽃 씨앗학교 기획·조정·매개자로 ‘씨앗가꿈이’ 등장 | 지원법 개정으로 전문인력→문화예술교육사로 변경 | 문화예술교육 10년, 문화예술 관련 법(률) 제정 등으로 전문인력의 정체성과 범주 논의 활발 | 비대면·온라인 지원사업으로 개발자·자원 조사자 등 새로운 인력 명칭 등장 | 예술로 탐구생활, 예술로 링크 등에서 강의를 넘어 기획·조정·운영 역할로 확장 |
기억의 조각들과 혼자만의 고백
“주리 씨, 문화예술교육이 뭐라고 생각해?”
자정이 넘은 시간. 2009년 구로 청사 앞 술집에서 한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젖은 머리 휘날리며 8시 반쯤 출근해 밤 10시까지 각종 업무를 겨우 끝내면,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술 한잔을 핑계 삼아 각자의 머리부터 몸 끝까지 가득 찬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나누곤 했다. “아니 선배, 그건 아니잖아.” “하… 망했어.” “최소한 저건 막았어야지.” 서로의 담당 사업과 현장에서의 일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현재에 대해 신랄하게 논의했다.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여전히 뭐부터 설명해야 할지 망설여진다(그보다 이젠 그걸 묻는 사람조차 극소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제도, 현장과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하나로 정의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자정이 넘은 시간. 2009년 구로 청사 앞 술집에서 한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젖은 머리 휘날리며 8시 반쯤 출근해 밤 10시까지 각종 업무를 겨우 끝내면,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술 한잔을 핑계 삼아 각자의 머리부터 몸 끝까지 가득 찬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나누곤 했다. “아니 선배, 그건 아니잖아.” “하… 망했어.” “최소한 저건 막았어야지.” 서로의 담당 사업과 현장에서의 일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현재에 대해 신랄하게 논의했다.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여전히 뭐부터 설명해야 할지 망설여진다(그보다 이젠 그걸 묻는 사람조차 극소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제도, 현장과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하나로 정의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우리는 모두 주관적 렌즈로 세상을 본다. 이 글을 읽으며 혹자는 불편할 수도, 그게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어떤 일을 나쁜 의도로 과도하게 왜곡시키는 색안경은 물론 경계해야 하겠지만, 이 글은 그저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집행하는 회사에 17년간 다니고 있는 어느 직장인의 회고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

- 김주리
- 일상에서 예술이 주는 새로운 시선, 호기심 혹은 뜻밖의 위로, 이런 문화적 경험들이 삶을 지속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된다는 믿음으로 오랜 기간 아르떼(KACES)에 몸담고 있다.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 정책 담론과 현장 이슈 공론화, 협력 거버넌스 구축, 기관 경영전략 및 신사업 기획,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문화인재양성본부에서 아카데미 연수 등 전문인력 사업과 연수원(가) 조성, 정책 홍보 및 R&D 사업을 추진하며, AX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kjooly@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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