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움트고 피어나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장면들을 포착합니다.

예술을 쌈 싸 먹는 특급 레시피

문화예술기획단 쌈

‘문화예술기획단 쌈’의 홈페이지와 SNS 계정을 둘러본 뒤 검색창에 무심코 ‘쌈’을 적어보았다. 오호! 예상외로 여러 가지 뜻이 나온다. 익히 아는 채소에 싸서 먹는 음식과 싸움의 준말 정도로만 예상했는데 바늘, 옷감이나 피혁 묶음을 세는 단위, 금의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갑자기 ‘쌈’이라는 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목포에서 시각예술 장르를 주축으로 하는 청년들이 활동하는 ‘문화예술기획단 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담고 쌈의 작업실로 향했다.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쌈은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적으로 밥하고 쌈장만 있으면 무엇을 싸 먹어도 맛있잖아요. 또 그렇게 많이들 먹기도 하고요.

서로 힘껏 배우고 나누고 돌보고

온 마을이 공유하는 문화공간 ‘송악마을공간 해유’

따가운 볕에 가만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맺히는 오후, 최근 열린 듯한 장터 현수막 아래로 어린이 서너 명이 뛰어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충남 아산시 ‘송악마을공간 해유’(이하 해유) 마당으로 들어서는 길, 면에 있는 마을 공간이라기엔 규모가 큰데도, 마당, 카페, 제로웨이스트숍 등 공간을 삼삼오오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해유 마당 앞 자유롭게 피어 있는 여름꽃들 사이를 지나 건물로 들어서자니, 번듯하게 지어졌지만 텅 비어 있는 시골의 수많은 공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수억을 들여 지어진들 누구에게도 ‘장소’가 되지 못하는 공간들과 이곳은 무엇이

모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하여, 변함없이 변화한다

문화·교육 거점으로서의 지역 미디어센터

디지털 미디어가 일상화된 후 ‘일반 시민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힘입어 미디어 콘텐츠의 저장, 해석, 전유, 변형, 재유통 과정에 참여하는 문화(Jenkins, 2003)’, 즉 ‘참여문화’는 ‘지역 미디어센터’의 등장 배경이자 주요한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미디어센터는 디지털 미디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시민·공동체의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과 미디어 참여를 지원하는 지역의 전문조직이자 시설로 「지역문화진흥법」 상 생활문화시설에 포함된다. 영상미디어센터, 시민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지원센터, 시청자미디어센터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지만 ‘지역 미디어센터’는 미디어의 가치와 역할, 그리고 미디어와 관련된 시민의 권리를 전제로 해당 지역(시군)의 특성과 디지털‧미디어 기술변화를 반영하며 사업을 기획‧운영한다.

나고 자란 지역을 배움터로, 지속 가능한 교과서로

충북 교사자율연구회 ‘리얼월드러너’의 로컬크리에이팅 수업

“그래서, 진로는 생각해 봤니?” 사실 학생들과 첫 상담에서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은 아니었다. 요즘 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의미 있었던 경험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교의 상담 시간은 너무 짧았다.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 왜? 언제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어?” “모르겠어요.” “그럼, 어떤 의사가 되고 싶어? 의사가 되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 “음… 모르겠어요.” 의사, 간호사 아니면 반도체공학과, 화학공학과, 경영학과 등 말하는 직업이나 학과만 달라질 뿐, 학교 안에서 늘 반복되는 대화였다. ‘모르겠어요’라는 말에는 아이들의 가슴에

음악으로 더 멀리 더 깊이, 한 발자국 나아가기

문화예술치유 기획형 프로그램 ‘음악의 숲에서 힐링을 만나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다. 그럴 때 누군가는 혼자 끙끙 앓으며 방법을 고심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친구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 고민의 갈림길 끝에서 예술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다. 문화예술치유 기획형 프로그램은 온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일상적 우울감, 상실감 등 치유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그중 1인 가구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음악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서울사이버대학교 음악치료학과 여정윤 교수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올해 진행하는 ‘음악의 숲에서

현장의 천재성, 현장이 키우는 천재들

꿈다락 문화예술학교의 전환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특히 지난 10년은 예측도 안 되고 감당하기도 힘든 속도와 밀도로 우리 삶의 풍경, 토대가 급변한 시간이었다. 달라진 세상과 세대를 겪으며 아동‧청소년 중심이었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도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인 ‘꿈다락 문화예술학교’로 바뀌었다. 나는 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역할을 자임한 변화라 생각한다. 전환의 시대, 새로운 역할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이 어떤 가능성을 발명할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생애주기, 생활권, 가이드북과 같은 주요한 이슈를 등장시켰다. 그리고 예술교육 현장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삶의 달라진 풍경과 일상을 환기하는 어떤 계기가 되어줄 것인가? 시대와 함께 던져진

실험과 도전으로 함께 맹근다

강릉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새 거점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

2021년 12월 개관한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는 융합형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간이다. 스스로 나아갈 바를 정하고, 행한 ‘입지(立志)’라는 신사임당의 철학 아래에 예술가와 함께 평등한 기회와 주체적인 선택을 통해 스스로의 예술을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서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의 그간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고자 강릉문화재단 예술교육팀과 만났다. • 일시 : 2024.04.24.(수) • 장소 :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 • 인터뷰어 :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 • 참석자 : 강릉문화재단 예술교육팀_김우영 팀장·서지원 주임·김의정 주임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  강원도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전문 공간은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가 처음이라고

서로 교차하며 맘껏 꿈꾸게

광산 꿈의 오케스트라·꿈의 무용단이 이뤄가는 전략적 성장거점의 꿈

광주송정역에서 10분 남짓 차로 달려 당도한 소촌아트팩토리. 높은 담과 컨테이너로 둘러싸여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던 눈이 발견한 ‘아르코 공연연습센터’ 간판에 의지해 걷다가 보면 이렇다 할 대문의 경계를 거치지 않은 채 주차장과 잔디밭을 가로질러 들어가게 된다. 격자로 포개지고, 2층으로 올려지기도 한 컨테이너들은 오래된 건물을 중심으로 공간을 감싸 안으면서 여러 개의 작은 잔디마당과 회랑을 만들어 내는 구조로 배열되어 공간을 이동하게 되는데, 중세 유럽의 수도원의 중정을 잠시 연상시키기도 한다. 소촌아트팩토리는 2014년도에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어 소촌공단 관리소와 민방위 비상대피소로 사용되던 건물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홍보관 아시아문화나루에

배치 말고 매치, 수요자를 위한 협력과 모색

자율선택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누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23년 문화취약계층 참여자가 다양한 예술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누림’을 시작했다. 예술가가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운영시설에서 선택함으로써 교육기획과 내용의 확장성을 추구하는 자율선택형 사업인 예술누림에 지난해부터 참여하고 있는 문선미, 이현정 예술강사와 이혜인 인천보라매아동센터 담당자, 우치호 인천광역시자립지원전담기관 기관장, 김세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나눔팀 팀장이 만나 현장의 소회와 기대를 나눴다. 김세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나눔팀장  예술누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더 많은 교육 참여자와 더 다양한 수혜자를 만나고자 2023년 예술누림 플랫폼을 열었다. 예술가가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올리면 시설 담당자들이 프로그램을 선택해 예술가들과 사전협의를 거쳐 지원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시범적으로

낯선 일상에 적응하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지지와 응원

부산 명동초등학교 늘봄학교 초1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봄비가 오락가락 내리던 3월 25일, 부산 명동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 앞에 있는 아파트 단지는 가로수 크기로 보아 조성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했다. 학교 운동장은 1시에 끝나는 정규수업을 마치고 하교하거나 정글짐으로 직행하는 저학년 학생들로 약간 붐볐다. 왁자지껄한 하굣길 풍경을 뒤로하고 찾은 곳은 늘봄학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명동초등학교 도서관이다. 늘봄학교는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 대상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부산은 모든 초등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으며, 명동초등학교는 학습형 프로그램과 함께 매주 월요일, 금요일 각 2교시의 예술 수업을 진행한다. 따뜻한 격려와 지지가 있는 안전한 공간

납작한 일상을 뒤엎는 뜨거운 대화

아트테이블 파고가 비평예술교육을 하는 이유

예술가는 종종 변화의 해석자, 혹은 변화의 촉진자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비평하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덕분인지 해마다 겨울이면 각종 지원 서류에 ‘사회적 변화에 대한 예술적 대응, 존재적 탐구, 창의성과 혁신’의 언어를 채워 넣는다. 무한 지혜나 불사의 물약을 제조하는 연금술사처럼, 거대한 당위를 앞세워 예술이 만병을 통치할 기세도 불어 넣어본다. 이런저런 성취를 영끌해 숙련도를 강조하면서, 차별화된 참신함도 쥐어짜(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바늘귀처럼 좁아진 기회를 잡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변화에 대한 격언들-“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바로 지금(파블로 피카소)” “모든 성공의 비밀은 새로운 시작(헨리 포드)”-도 곱게

땅에서 움튼 씨앗이 깊이 뿌리내리려면

<노는예술>이 지속 가능한 변화를 찾는 여정

땅에 씨앗을 심어본 일이 있는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지난봄 난생처음 농사에 도전했다. 땅을 고르고 이랑과 고랑을 만든 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구덩이를 팠다. 씨앗을 심고 나니 봄볕에 땅이 마르면 움트는 게 더디겠다 싶었다. 흙을 흠뻑 적셔줄 요량으로 물 한 동이를 길어왔다. 그 모습을 보던 선배 농군이 파안대소하며 말했다. “씨앗을 땅에 직접 심을 때는 물 주는 거 아니야.” 씨앗을 심고 물을 주지 말라니. 무슨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한 내게, 그가 땅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움이 튼 씨앗은 땅이 머금은 물을 빨아 먹기

무르익은 이야기는 계절도 없이

복합문화공간 창영당의 겨울나기

문화예술사업이 농사와 닮았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고는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봄에 나는 공고를 시작으로 여름, 가을 동안 열심히 사업을 진행하고 겨울에야 마무리한다. 사업을 마친 겨울에서 이듬해 사업이 시작되는 봄까지의 기간은 농한기와 비슷하다. 이 사이의 시간은 문화예술단체에는 혹독한 보릿고개이지만 또 다음 한해를 지낼 힘을 비축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사이의 시간에 더욱 바빠지는 공간이 있다. 인천광역시 동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창영당’(이하 창영당)이다. 창영당의 조은숙 대표는 자신을 ‘이야기꾼’으로 부른다. 학창 시절 방송반을 시작으로 기업 방송 아나운서, 동화구연 선생님을 거쳐 지금은 연극 무대에도 서고 있는 베테랑이다.

공허와 불안이 아닌, 가능성과 열정을 채우는 시간

사회예술강사가 사이의 시간을 건너는 방법

연구와 도전의 시간 2022년 복지시설 이용자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 <창작 실험 프로젝트>를 계기로 ‘창조적파쏭쏭’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창작 실험 프로젝트>는 아동·노인·장애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으로 예술강사, 사회복지사 등 여러 선생님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그때 마침 산본장애인주간보호시설에서 수업했던 우리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필요했다. 이곳에 참여자들은 언어소통이 매우 힘들었다. 대화가 가능하긴 하지만 상대 말을 따라 하는 정도였고 질문에 좋고 나쁨도 간단하게 표현할 뿐이었다. 수업 중 답문이 오고 가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연극 수업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가야 할지

일상과 자연 사이, 도시숲과 예술이 만날 때

국립세종수목원 ‘도시숲 예술치유’

2012년 여름, ‘우락부락 창의예술캠프’(이하 우락부락 캠프)가 강원도 횡성의 숲체원에서 열렸다. 우락부락 캠프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예술가와 함께 놀고, 작업하는’ 경험을 하며, 예술을 즐기고, 삶의 의미와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2박 3일 캠프다. 우락부락 캠프를 통해 자연, 숲속이라는 공간은 자유도가 높은 유형의 예술놀이를 할 수 있는 무대이며, 이런 예술놀이를 통해 자연의 따뜻한 환대를 느끼고 더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나의 그 확신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는데, 이번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젝트를

서로를 비추고 함께 이뤄가는
사회적 상상

사회참여적음악가네트워크의 동력

“제가요?” ‘사회 참여적’이라는 단어에 음악가들은 종종 손사래를 친다. 정치적이거나 사회운동을 도모해야 명명될 수 있는 수식인 것 같단다. 사회참여적음악가네트워크(Socially Engaged Musicians’ Network, 이하 SEM(샘)네트워크)는 음악가들이 사회에서 음악이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사람들과 음악으로 관계 맺는 방법을 따로 또 같이 모색하고 실천하는 연대다. 그 시작점에는 엘 시스테마형 오케스트라가 있다. ‘삶을 변화시키는’ 아동·청소년오케스트라 프로젝트의 모델을 7~10여 년 운영하면서 각성한 음악가, 사회복지사, 기획자들이 모여 2018년도부터 느슨한 연결과 결집된 실행을 오가며 진화해 온 모임이다. <자장가 프로젝트(Lullaby Project)>(2019) ‘사회적 상상’으로 연결된 음악가들 ‘사회 참여적’이라는 단어를 굳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