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은 경쟁 상대의 반응을 고려해 최적 행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 행태를 연구하는 경제학·수학 이론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여 더 나은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거론되곤 한다.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규칙에 만족하고 있을까?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것이 더 큰 공동의 이익을 끌어낼 수 있을까? 12월 ‘성남 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를 맞아 그간의 문화예술교육에 ‘게임오버’를 선언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포럼을 준비 중인 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 STAN:D(이하 스탠드) 윤용훈 회장과 김율리아 사무국장을 만났다.
오늘은 두 분을 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 회장과 사무국장으로 만났지만,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 예술단체의 대표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두 분의 활동 반경을 소개해 주시면 좋겠다.
윤용훈 예전부터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했지만, 2014년 ‘어반아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재밌는 것은 스탠드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주로 서울문화재단이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업을 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올해는 <예술가의 프롬프트는 무엇을 훔치는가>라는 타이틀로 서울문화재단 자율기획 사업에 지원하여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그리고 부처 간 문화예술교육 사업 중 남아 있는 군부대 사업을 두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많은 예술교육가가 그런 것처럼 저도 부업으로 영상 제작을 하는데, 얼마 전에 의뢰받은 유치원 아이들 영상 작업이 어제까지 마감이라서 편집하고 보내드리고 왔다.
김율리아 2012년 서울지역 학교예술강사에 선발되면서부터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몸담게 되고 재미를 느껴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은 ‘아르틴’이라는 문화예술교육 단체에서 연구와 기획, 사업을 하고 있다. 한편, 성남문화재단에서 예술교육가를 위한 재교육이나 문화예술교육사를 갓 취득한 분들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한 교육 과정 등에 윤용훈 선생님과 함께 2년째 멘토를 하고 있고, ‘꿈의 무용단 전주’ 예술감독도 하고 있다. 그리고 저의 가장 큰 정체성이기도 한 스탠드 네트워커로서의 활동도 한 3~4년째 이어가고 있다.
윤용훈 나에게 스탠드는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다. 나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혹은 단체를 꾸려가기 위해 여기저기서 각기 다른 역할로 바쁘게 살아왔지만, 스탠드에서는 아주 순수한 의도로 뭔가를 만들어가는 게 의미 있었다. 늘 ‘독고다이’처럼 지내다가 성남이라는 곳에서 살고 예술교육을 하며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과 만나서 차 한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고 연대가 된다. 그것이 제일 의미 있고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김율리아 나에게는 비빌 언덕이다.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내 편이 돼 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는 자리, 편안하게 힘 빼고 와도 되는 곳.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정말 많았다. 그 시간을 같이 헤쳐나가고 함께 버텨준 선생님들에 대해 엄청난 감사함과 우정을 느낀다.
스탠드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율리아 2021년쯤 동료 선생님들과 네트워크가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눴다. 문화예술교육가들이 현장에서 각자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이나 처우와 관련된 것들, 나는 어떻게 성장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늘 있었다. 이런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고 대안을 모색하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마침 정책적으로 문화예술교육 지방 이양의 흐름과도 맞아떨어졌다.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 생태계가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하향식(top-down)으로 떨어지는 흐름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어 어젠다를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다. 행정은 늘 불안정하다. 예산도 그렇고 순환 보직으로 한 담당자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결국 현장을 지키는 것은 우리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2021년 여름에 네트워크가 필요한가에 관한 공론장을 처음 열었고, 그때부터 거의 1년 동안은 계속 그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정식으로 스탠드가 창립된 것은 2022년 10월 26일이다.
윤용훈 1년 동안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던 때 저도 한두 번 정도 참여했다. 그때는 회장이 되기 전이었고, 저는 사실 사람을 믿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김율리아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저를 찾아오셨을 때 어떤 진정성이 느껴졌다. 영화 <외인구단>처럼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모아서 힘을 합치려는 선생님이 안쓰러웠고, 속는 셈 치고 같이 한번 해보자고 했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거기 모인 운영위원들 덕택이다. 각자 너무나 달랐지만, 바라보는 지점은 비슷한 느낌이었고 스탠드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진지했다.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가는 이유도 그분들 덕분인 것 같다.
김율리아 이렇게 모이기까지 설득하고 공감대를 만들고 비전을 탐색해 보는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 제가 한분 한분 찾아다니며 이런 거 해야 하지 않겠냐, 함께 도모해 보자고 했었다. 지금 운영위원은 8명인데, 초창기부터 주도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큰 역할을 해주셨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경험과 연륜이 있는 분들이다 보니, 내가 당장 여기에 참여하는 것이 품도 들고 시간도 들고 돈을 버는 일도 아니지만, 긴 호흡으로 볼 때 내가 몸담은 이 현장을 좀 더 아끼고 잘 가꿔 나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주셨던 것이 아닐까.
윤용훈 초기 멤버들 외에도 스탠드의 문은 늘 열려 있다. 잠깐 쉬는 분도 있고, 따로 연락이 오거나 우리가 진행한 문화예술교육사 강의를 들었던 분 중에서 새로 들어오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순환되는 구조다. 성남에 살거나 성남을 거점으로 활동하지 않아도 열려 있다. 그것이 예술이 가진 유연함과 다양성인 것 같다. 원칙을 지키되 유연함을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다.
김율리아 회칙상 운영위원회 협의를 거쳐서 회원이 된다고 되어 있는데, 한 번도 거절을 안 했던 것 같다. 열려 있는 분들이다 보니 늘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자리를 내어주는 문화가 있고, 단톡방에 늘 40여 명의 선생님들이 왔다 갔다 한다. 네트워크가 약간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느낌이다.
스탠드 SNS를 살펴보니 늘 활발하게 활동이 이뤄지고 있더라. 스탠드는 어떻게 움직이고 주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윤용훈 크게 두 가지다. 12월 초에 ‘성남 문화예술교육 주간’으로 박람회와 포럼 등을 운영하고, 상시적으로는 ‘역량 나눔’을 진행한다. 우리가 매달 모여 회의만 하기보다는 역량 나눔의 형태로 같이 가져가면 어떨지 생각했는데, 너무 잘한 것 같다. 물론 연말 행사도 선생님들이 굉장히 자긍심을 갖고 운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매달 열리는 역량 나눔에 마음이 제일 쓰인다. 당장 내일이 제가 할 차례인데. (웃음) 사실 각자 스케줄이 있다 보니 시간을 빼는 것이 힘들긴 하다. 저도 예술강사 하면서 뭔가 스킬을 높이기 위한 연수를 약간 의무적으로 들었지만, 역량 나눔은 의무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수업하는 분도 참여하는 분도, 다른 연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그것이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김율리아 동료들에게 보여주려다 보니 긴장되고 나의 밑천이 드러날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내 것을 꽁꽁 쥐고 있는 것보다 풀어놓고 나누면서 더 커지고 발전된다는 것에 다들 공감대를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윤용훈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 요즘 인공지능도 나오고 있고, 이제는 과연 뭐가 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러 실수를 통해서 얻은 노하우가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스탠드 선생님들에게는 아무런 조건 없이 나의 고민을 다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율리아 네트워크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가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전반을 두루 관심 있게 보고 고민해야겠다는 욕심과 큰 뜻을 품었다. 총회를 비롯한 정례적인 회의뿐 아니라 정책팀, 연구팀, 기획팀, 홍보나 대외 협력 관련 부서도 만들었다. 앞서 말씀하신 역량 나눔은 회원들의 결속을 다지고 같이 성장해 나가자는 목적으로 월 1회 진행하는데, 회원이 자발적으로 번갈아 가면서 호스트가 되어 자신의 수업이나 교육 방식에 대한 역량을 나누고 참가자들이 피드백하는 자리다. 한편, 우리와 성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매월 한 번씩 정례적인 미팅을 한다는 점이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정례회의 자리에서 성남 문화예술교육 주간 같은 큰 행사를 같이 기획하기도 하고 여러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서로 논의하고 조언한다. 문화재단과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저는 이것이 스탠드의 의미 있는 행보라고 생각한다. 예술교육가 네트워크라고 하면 자칫 이익집단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의 처우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당연히 노력해야겠지만, 문화재단 등 기관과의 파트너십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스탠드와 성남문화재단의 관계가 궁금했다. 다른 지역에도 예술가 단체가 없지는 않을 텐데, 성남문화재단과 스탠드는 유달리 돈독한 파트너십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윤용훈 콘텐츠적인 면에서 재단이 우리에게 힘을 실어준다. 주간행사도 전체적인 틀과 예산은 재단이 담당하고, 어떤 형식으로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 등 내용을 채우는 것은 우리가 함께하는 형태다. 우리가 성남의 문화예술교육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껏 우리가 계속 반걸음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던 것이 성남문화재단이나 외부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태도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김율리아 우리는 대표성을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대신성이라는 말을 쓴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발전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들어와서 얘기할 수 있고, 우리가 대신해서 말해줄 수도 있다는 거다. 굉장히 품이 많이 드는 일이고 쉽지 않지만, 늘 열린 구조와 소통을 지향하고 있다.
윤용훈 스탠드는 단체 이름으로 공모 사업에 지원하지 않는다. 성남에 있는 예술교육가들과 경쟁한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익 집단이 아니고, 함께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옳다 그르다 싸울 일이 없다. 대신 예술교육과 관련된 각자의 철학이나 생각을 충분히 공감하고 공유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누구나 경쟁하는 데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나. 예술교육가도 마찬가지다. 스탠드가 오아시스처럼 휴식이자 나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여기까지 끌고 와서 뭔가 할 필요가 있을까? 이익을 위한 목표가 생기는 순간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 결국 합리성을 따지게 되고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다음 스텝을 위한 고민은 필요할 것 같다.
김율리아 우리끼리 경쟁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초기에 끝없는 논의를 하면서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 존재하자’ ‘건강한 지역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위해서 연구하고 실천하는 연대가 되자’라는 목표와 어젠다를 수립했고, 이것이 중심을 잡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활동에 보상이 따르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지칠 수 있고 느슨해질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려고 한다. 어떤 때는 누가 더 끈끈해질 수 있고 누구는 느슨해져도 상관없는, 그것에 서운해하지 않고 용인하고 이해하고 포용하는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초창기 2~3년 정도는 제가 제일 앞에 서서 끌고 가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또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렇게 계속 순환해 나가는 방식이 네트워크가 유지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가 아닐까.
지역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교육가를 대신하여 정책이나 생태계를 고민한다는 말씀이 무척 인상적이다.
윤용훈 정책 수립에 현장 예술교육가들이 함께하는 경우가 없지 않나. 대부분 행정가나 교수님들이 큰 틀을 만든다. 예술교육가의 시선에서 정책을 살펴보고 우리가 제안할 부분을 찾아보고 싶었다. 우리가 수많은 논의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려면 결국 정책에 반영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네트워커로서 역량 나눔이나 우리를 계발하는 것도 중요한 한 축에 두긴 하지만, 조금 더 멀리 보면 정책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율리아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체들이 정책 논의에서 배제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네트워크가 어떤 목소리를 어떻게 낼 것인가 고민했다. 쉽지 않더라도 건강한 거버넌스 구조가 지속적으로 잘 작동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시도해야겠다고 얘기를 나눴다. 우리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기 위해 우리끼리 정책 세미나를 기획하고, 발제자를 모셔서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일단 지역 예술교육 정책에 목소리를 내면서 그다음 스텝도 고민하며 더 나아가야 하는데, 어떤 방식이 될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윤용훈 아마도 정책팀에서 준비하는 12월 포럼이 지금껏 준비한 이야기를 처음 내놓는 시점이 될 것 같다.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강사 노조원이지만, 스탠드의 입장에서 현재 학교예술강사 예산과 관련하여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할지는 고민되는 지점이 많다.
이번 주제가 ‘균열과 재구성’이다. 최근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나 위기의 신호라고 느껴지는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하거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까?
윤용훈 몇 년 전부터 계속 문화예술교육 사업과 예산이 많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잘 아실 것이다. 예전에 어반아츠 프로젝트가 경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 수업을 운영할 때는 예술강사 13명~15명 정도를 우리 단체에서 파견하는 형태였는데, 작년부터 예술누림이라는 사업으로 바뀌면서 예술강사가 각자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기회를 열어놓는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단체 입장에서는 선생님들이 졸지에 소속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예술강사 수업료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예산 삭감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람은 뭔가 기댈 곳이 있어야 다른 것을 탐색할 여유가 생긴다. 물론 돌봄 영역으로 뭔가 할 의도가 있는 듯하지만, 그것 또한 설득의 과정이 아닌 일방적으로 내려지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싶다. 영화〈킹스맨〉에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우리를 이해시키려는 매너가 느껴지지 않는 거다.
김율리아 예술 현장은 늘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이 공존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지금도 변화의 시기 한가운데 있는 것 같고, 또 어떻게 급변하게 될지 걱정스럽다. 예술교육가 개개인이 이 큰 흐름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현장이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하고, 계속 머리를 맞대고 비판적인 토론을 주고받으며 나름의 대안을 고민하는 장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결국 네트워크에서 그 방향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윤용훈 오늘 [아르떼365]와 인터뷰하는 것도 예술교육가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스탠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 여러 형태 중 하나일 뿐인데 마치 ‘스탠드처럼 느슨하고 즐겁게 뭔가를 모색해 보세요’라는 식으로 보인다면 정말 큰 오해일 수 있을 것 같다.
김율리아 처음에는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만나서 뭘 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면, 지금은 ‘급변하는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지?’에 관해 얘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연말에 준비하고 있는 ‘성남 문화예술교육 주간’ 주제가 ‘게임오버(Game Over)’다. 이제까지의 판이 끝나가고 있고 새롭게 변화된 무엇인가가 오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뭘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게임이라는 은유를 통해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그 안에 네트워크에 관한 얘기도 있을 것이고, 정책 얘기, 예술교육에 관한 얘기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게임오버’라고 해서 진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새로운 판을 짤 것인지 같이 모색해 보는 장이 됐으면 한다. 많이 찾아와주시면 좋겠다.
윤용훈 예술강사 제도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사실 예술가들도 다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게 낯설고 모든 것이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근데 그때 막 발을 내디뎠던 선생님들이 20년 넘게 활동하며 생각이 많아졌다. 그 틀이 바뀔 수 있을까? 모르겠다. 예산이 지역으로 이양된다는 얘기는 계속 듣고 있다. 지역 중심으로 지역마다 더 살가운 예술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올해 지역문화재단 예산이 줄어든 것도 있고, 그 돈이 예술적으로 더 풍요롭게 만드는 데 쓰일까 하는 물음표도 사실 있다. 그나마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세우던 시절에는 예술의 공공성과 국민의 향유권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문화예술교육을 해야만 한다고 얘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지역에서 예산을 어떻게 쓸지 알 수 없다. 결국 모든 순위에서 예술은 제일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판이 바뀌는 게 항상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번에 소멸하기보다는 점층적으로 변화하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탠드 운영위원들이 20대 중후반에서부터 50대 초반 정도인데, 나이를 떠나서 오랫동안 예술교육을 해온 분들이라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다음 세대, 후배들이 활동할 환경에 대한 고민도 많다. 저는 근본적으로 예술교육가도 예술가라고 믿고 있다. 예술가로서 이 어두운 시기를 즐겁게 잘 버티고 싸워야 할 거다.
김율리아 예술교육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은 이미 각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거다. 저는 궁극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더 크게 형성되어 조금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현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문화예술교육이 공공재의 역할을 하면서 언제든 필요할 때 가까이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넋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작을지언정 같이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저도 예술교육가로서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이고 힘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때로는 진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응원받고 지지받을 수 있고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우리 스탠드가 비빌 언덕이 되어 드릴 수 있으니, 언제든 찾아와주시면 좋겠다.
윤용훈 스탠드는 ‘서 있다(stand)’라는 의미도 있지 않나. 물론 우리가 공론을 모아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늘 혼자 서 있던 사람들이 스탠드라는 이름으로 ‘함께 서 있다’라는 연대감을 심어주는 것도 큰 상징적인 의미가 될 것 같다.
김율리아 함께 서 있어 드리겠다.
윤용훈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연출) 전문사 졸업 후 장편영화 <실제상황>(공동감독), <사랑하는 나의 임 못보셨소?>, 단편영화 <비창>(제24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 <섬>(제2회 대구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등 여러 작품을 감독했다. 2014년 ‘어반아츠 프로젝트’를 만들고 미디어융합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고 있으며, 예술강사 연수, 문화예술교육사 역량강화 교육,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성남미디어센터 등에서 미디어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율리아
움직임 기반 문화예술교육가, 기획자, 연구자, 네트워커로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예술경영을 공부했고, 후배 문화예술교육가를 조력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문화예술단체 아르틴(ARTIN)의 대표로 삶과 예술을 매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 남은정
- 프로젝트 궁리 기획자
archive0721@gmail.com - 인터뷰 사진_이재범 라무팜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프로젝트 사진 제공_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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