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꿈의 극단’ 창작교육 프로젝트 <오즈의 마법사>를 끝내신 소감부터 여쭐게요.
운 좋게도 서계동 앞마당에서 마무리 공연을 할 수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좀 부담이었어요. (강동구) 천호동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는 게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됐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자신들의 연극을 보여주는 것 자체를 너무 즐거워하더라고요. 덩달아 ‘꿈의 극단’에 참여한 저희 단원들도 신났던 것 같아요. 이번 사업은 리허설까지 총 20회를 했는데, 아이들한테 저희가 배운 게 훨씬 많아요.
20회면 그래도 꽤 긴 시간이었네요.
실질적으로 열흘이었어요. 오전에 한 회차, 오후에 한 회차. 세상에서 아이들이 제일 바쁜 거 아시죠? 오히려 우리(공상집단 뚱딴지)보다 아이들이 너무 바빴어요. 그래서 열흘 동안 종일 만나 공연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맞아요, 아이들이 학원 다니느라 더 바쁘죠. 열 번도 많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학원 시간 때문에 늦게 오는 아이들도 있었고, “우리 애가 학원 가야 하니까, 30분 먼저 끝내 달라”고 하는 학부모도 있었어요. 그런데 점차 아이들이 (수업이) 좋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에는 아이들이 빠지지 않고 다 참여했어요. 그리고 시키지 않았는데도, 한 아이가 나서서 친구들을 9시 반까지 오라고 해서 연습을 시키더라고요.
아이들 스스로요?
네, 저희도 우리가 이게 무슨 복을 받았나 싶더라고요. 자기들끼리 점심시간에 모여서 자발적으로 대사 연습도 하고 그랬대요. 누가 울면, 다 같이 우르르 가서 위로하고, 그렇게 아이들이 알아서 잘하더라고요. 그 부분에선 반성을 많이 했어요.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보는 아이들은 좀 우리 때랑은 너무 다르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겁을 먹고 만났던 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건강한 거예요. 그래서 관객을 만났을 때 그 기분 좋은 부담을 스스로 극복하고 있더라고요.
그나저나 연극 수업이 재미있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떠셨나요?
다행히 교과과정에 연극 수업이 있어서, 기본적인 건 다 알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연극 경험이 있어서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죠. 대본을 써봤다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사업을 진행한 곳이 혁신학교였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학교와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세월호 사건도 잘 알고 있고,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
그럼 주제 선정도 아이들과 함께하셨나요?
작품이랑 작품의 방향성은 미리 정해놨어요. 아이들과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이런 공연을 할 거야’라고 말해주기 위해서라도 뭔가 정해두어야 했어요. <오즈의 마법사>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어요. <오즈의 마법사>가 이미 갖고 있는데, 내가 갖고 있지 않다고 ‘결핍’을 이야기하잖아요. 그래서 그 이야기에 노래와 춤, 오브제를 가미해서 연극 놀이로 진행해보았어요.
‘자신에게 뭔가 결핍되었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누구에게나 재능이 있다는 뜻인가요?
네, 그게 이 작품의 메시지였어요. 그 안에서 우리가 가려고 했던 방향은 허울 좋은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협동’이었어요. 그래서 최소한 3명이나 5명이 움직여야 하는 큰 오브제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걸 만들려면, 다 같이 ‘협동’을 해야 하거든요.
대형 오브제는 어떤 거였나요?
‘오즈의 마법사’를 만들었어요. 머리, 몸통, 팔을 만들어서 3명이 들고 다녔어요. 사실 종이상자로 만든 거라 구겨지고 눈알이 떨어지기도 하고 했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 제가 알려주고 싶었던 건, 잘 만드는 게 아니었어요. 이런 오브제를 만듦으로써, 대도구나 소도구를 만듦으로써 다양한 걸 활용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러면 의상도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어요?
의상은 따로 안 맞추고, 이렇게 (소품을 이용해서) 했어요. (영상을 보여주며) 이건 사자인데, 보시면 입이 움직여요. 이걸 아이들이 만들었는데, 너무 똑똑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일도 있었어요. 마녀 옷은 우비에 뭘 달아서 표현했는데, 아이들이 우비 입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나이라 그런지 뚱뚱해 보인다고요. 어떤 아이는 자기가 만든 게 너무 무겁다고 울기도 했어요.
무대에서는 아무 문제 없었어요?
서계동에서 공연하기 전에 전교생 앞에서 리허설을 했는데, 관객 친구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이 완전 “뿜뿜”해졌죠. 연습-리허설-공연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기에는 분명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어요.
다른 꿈의 극단은 내부 발표 정도로 마무리했는데, 뚱딴지는 서계동에서 공연 형태로 발표했어요.
그때 ‘2024 대한민국은 공연중’이 진행 중이었는데, 거기서 ‘꿈의 극단’ 중 한 팀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로 ‘꿈을 잇다’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하게 되었어요. 참여한 아이들 부모뿐 아니라 친지까지 서계동에 모였어요. 아이들이 그간 무엇을 했는지 공연을 통해 정확하게 아시고 많은 응원을 주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무얼 가르친 게 아니라 배운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자랑하자면, 뚱딴지 단원으로 들어오겠다는 애들도 있어요. 저희가 3년에 한 번씩 단원을 뽑는데, 자기네끼리 계산하더니 했더니 7기나 8기쯤 들어올 수 있다며 그때 입단하겠다는 거예요. 졸업식에도 오라고 난리예요. 너무 귀엽지 않아요? 저희도 첫 사업의 첫 제자니까 더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들 대상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었나요?
개인적으로는 한 10년 전에 CJ에서 ‘꿈의 영화관’이라는, 아이들과 영화를 찍는 프로그램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처음이에요. 다행히 우리 극단에 여온 연출이 오랫동안 예술강사 활동을 해서 경험이 많았어요. 그리고 아동심리 대학원 다니는 단원이 강사로 참여했고요. 덕분에 아이들하고 직접 만나는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예술강사나 아동심리를 전공한 분이 이전 경험과 비교해 어땠다고 하시나요?
여온 연출이 예술강사로 여러 학교에 다녔는데, 학교마다 차이가 크대요. 어떤 학교는 연극을 되게 중요한 교과로 생각하고, 어떤 학교는 그냥 방과후 수업 정도로 생각한다고 해요. 이번에 진행한 서울 강명초등학교는 의지가 높은 곳이죠. 게다가 여온 연출이 3년 동안 연극 수업을 진행했던 곳이에요. 그리고 아동심리 대학원에 다니는 단원은 특별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장애 아동)이랑 작업을 많이 해서, 이번과는 아주 달랐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공공 사업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나 차상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많이 하는데 이번에는 ‘학교’라는 장소를 선택했어요.
저희도 처음에는 다문화가정이나 탈북민 아이들을 생각했어요. 대부분 다문화 아이들이 이런 혜택을 많이 못 받을 거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왠지 그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문화적으로 낙후되었을 것 같고, 정신적으로 결핍이 있을 것 같잖아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프로그램이 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어요. 장애 아동을 생각도 했는데, 그건 저희가 공부가 더 필요할 것 같았어요. 그러다 보니 공교육 안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렵잖아요.
저도 이런 사업은 굉장히 장기 프로젝트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역의 아이들을 꾸준히 보살필 수 있는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은 지속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공연장 상주단체 하면서 아마추어 성인 대상 프로그램도 오래 하셨죠? 성인과 아동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차이야 크죠. 지금 아이들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뭐라 말을 안 해도, 자기가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굉장히 애를 써요. 반면에 어른들은 과정을 더 즐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와 성인을 가르칠 때 교육적 목표가 좀 다를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아이들한테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걸 목표로 하자고 단원들이랑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교육을 하려는 게 아니라, 연극 한 편을 재미있게 만들러 온 사람이라는 걸 강사와 아이들에게 강조했어요. 아이들 심리 상담이 아니라, 좋은 공연을 만들어서 관객을 만나는 것이 최우선 목표여야 한다는 거죠.
방금 문화예술교육의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셨잖아요. ‘꿈의 극단’과 연결해서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요?
기존에 문화예술교육이 주로 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올해 시범사업에는 좀 더 확장해서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연극은 그런 것 같아요. 다른 장르에 비해서 연극은 문턱이 낮은 장르라 더 보편적으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연극은 음악이나 미술, 체육이랑 달리 아무 도구가 없어도 되는 장르라, 더 보편교육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공상집단 뚱딴지는 2008년 연출가 문삼화를 중심으로 창단했다. ‘엉뚱하고 재밌는 연극’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하였다. 현재 황이선, 여온을 비롯하여 연출가 4명이 40여 명의 단원과 함께 각자 다른 스타일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4년 <로풍찬 유랑극단>은 한국연극 베스트7에 선정되었다. 2024 꿈의 극단 홍보대사로 참여해 창작교육 프로젝트 <오즈의 마법사>를 기획·진행했다.
· 공상집단 뚱딴지 @ddongs21
- 김일송
- 공연 칼럼니스트이자 공연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책공장 이안재 대표소사이다. 공연문화월간지 [씬플레이빌]과 서울무용센터 웹진 [춤:in],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 플랫폼 [더아프로] 편집장을 지냈다.
페이스북 @ianjae - 인터뷰 사진_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사진제공_가치확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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