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현장의 닻과 돛이 되어

[아르떼365] 4기 편집위원의 항해를 시작하며

백현주 편집위원장 김주리 편집위원 김혜일 편집위원 이화원 편집위원 최선영 편집위원 새롭게 구성된 [아르떼365] 4기 편집위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질문을 시작한다. 정책과 현장, 인간다움과 관계, 그리고 예술이 삶과 만나는 방식에 대한 고민. 새로운 편집위원들과 함께 찾아갈 문화예술교육의 오늘과 내일을 미리 가늠해 본다. 창문을 열고, 길을 잃고 백현주 death&us 발행인 고백건대 나나나는 꼰대이다. 어쩔 수 없지만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는 꽤 확증적으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나나나 때, 그러니까 20년 전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이 있기도 전에, 그것은 완전히 새롭고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세계였고, 그것을 목격한다는

지금, 우리가 함께 질문해야 할 이유는

‘전환을 위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본격적인 제도적 틀을 갖추고 첫발을 내디딘 이후, 지난 20여 년의 시간은 일정한 한계가 있었음에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심상 자체를 크게 변화시켰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는 단연코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통적인 기능 중심 예술교육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빚어내는 ‘과정’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으로 전환해 냈다는 것에 있다. 과거 중산층 이상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양으로서의 예술교육이나 전문예술인을 기르기 위한 기능적 훈련에 머물렀던 예술교육이, 2000년대 중반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본격화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출범하면서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로 강조되었다. 이는 단순한 양적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바다

오늘부터 그린㊻ 함께하는 바다 만들기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바닷가에 살았던 나는 늘 곁에 있는 바다의 소중함을 몰랐다. 그 소중함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외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힘들게 생활하던 중, 부산 광안대교 2층 교각을 지나며 우연히 본 바다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내 마음속으로 훅 들어왔다. 그 순간 저 바다가 내 맘의 안식처가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바다 수영이 내 인생을 바꿨다. 매일 새벽 해운대 바다에 입수할 때마다 내 맘은 점점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 바다 수영에 몰입하던 3년 차 어느 날, 검정 비닐봉지가

인문과 예술은 삶과 어떻게 만나는가

인문정신문화 전담기관 첫해의 첫 질문

우리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예술을 매개로 인간이 자기 삶의 질문을 갖게 하는 것,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경험하게 하는 것, 인문적 인간을 키워내는 것을 지향해왔다. 이런 정책 방향에 따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학생부터 농산어촌 마을의 어르신, 복지기관 이용자, 교정시설 수용자 등 삶의 가장 구체적인 현장에서 사람과 문화예술교육이 만나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 다양한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은 프로그램 너머의 관계였고, 관계를 통해 가능해진 변화였다. 2026년, 진흥원은 처음으로 ‘인문정신문화 사회적 확산 사업’의 전담기관이 되었다. 20여 년간 쌓아온 문화예술교육 정책 현장에 대한 감각과 철학이

두 도시에서 마주한 중장년의 감각

중장년 여가 예술감상교육 프로그램 ‘예술에 빠질 예.감.’

오랫동안 나는 미술의 현장 안에 있었다.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 앞에서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일을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작품보다 사람들의 얼굴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그림 앞에 선 몸의 각도, 시선이 머무는 시간, 그리고 그 시선이 이내 어디론가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순간들. 미술관은 늘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이 있었다. 작품은 충분히 존재했고, 정보 역시 부족하지 않았지만, 그것들이 감각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공기 중에서 흩어지는 장면을 나는 반복해서 목격했다. 본다는 것의 감각 그 공백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서로의 집에 손을 넣으면

모두의 예술교육⑪ 감각의 경계를 확장하기

어릴 때 두꺼비 집을 만들어본 적 있는가. 손등 위에 흙을 올리고 조심조심 두드려 집을 짓고, 완성되면 손을 빼내어 작은 구멍을 남긴다. 그 구멍 속으로 누군가의 손가락이 들어올 때의 감각. 서로의 세계가 처음으로 맞닿는 그 순간. 나는 감각을 나누는 일이 꼭 그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흙집은 모양이 다 다르고, 들여다봐도 잘 모르고, 손을 직접 넣어봐야만 비로소 무언가를 알게 된다. 나는 보청기 없이 일상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 눈에는 멍때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나는 그 시간에 관찰하고 있다. 내 몸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이

시작은 돌봄이라도, 본질은 예술에

[좌담] 늘봄예술학교의 성과와 과제

현장의 여건과 이슈들 한계 속에 본질을 찾아 협업과 확장, 실천의 인사이트 늘봄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기획·개발부터 연수, 시범운영, 확산에 이르는 단계적 구조 속에서 학교 현장에 새로운 교육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번 좌담에서는 다양한 역할로 늘봄예술학교에 참여해온 전문가와 함께 실제 적용 과정에서 드러난 이슈와 대응 경험,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현장 변화를 공유했다. 아울러 변화하는 정책 환경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방향과 돌봄 영역에서의 역할을 함께 모색해 본다. [좌담 개요] • 일시·장소: 2026. 4. 13.(월) 오전 10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 라이브러리 • 참석자 :

내 모든 시절이 제철이었다

‘할매발전소’가 옮기는 삶의 기억

“나 사는 이야기가 무슨 쓸모가 있어.” 할머니들을 만나며 자주 듣던 말이다. 처음에는 겸손이라 생각했다. 오래 듣다 보니 그 말은 체념에 가까웠다. ‘내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내 이름은 기록될 일이 없다. 내 삶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여겨온 시간이 그 말 속에 들어 있었다. 이야기는 늘 그다음에야 시작되었다. 밥을 먹으며 옥수수 이야기를 하다가, 어린 시절 못 간 학교 이야기가 나왔다. 밭에서 일하던 손 이야기를 하다가, 이름을 쓰지 못한 세월 이야기가 이어졌다. 꽃을 심던 기억에서, 오래 버틴 마음이 나왔다. 할머니들의

문화예술교육, 새로운 전환의 바람

2026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프리뷰

지난 2025년 10월, ‘몬디아컬트 2025’에서는 문화가 더 이상 보조적 영역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핵심축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와 공동개최한 몬디아컬트 공식 사전행사인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와 영향력’ 웨비나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사회적으로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이어갔다. 아울러 진흥원이 20여 년간 축적해 온 문화예술교육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네스코 카테고리 2센터(C2C)’* 인준을 추진하며 ‘문화예술교육 효과 측정’ 분야의 국제적 논의를 확장하고 관련 분야에서의 위상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유네스코와 공식 협력 관계를 맺고,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연구·교육 기능을

인문정신문화-문화예술교육을 축으로, ‘문화국가’를 꿈꾼다

임진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2026년은 유네스코가 공식 지정한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의 해’다. 유네스코는 회원국이 제안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 교육, 과학, 문화를 통한 국가 간 협력 촉진과 평화와 안보에의 기여라는 유네스코의 목표와 가치에 부합하는 경우 ‘유네스코 기념해’(UNESCO Commemorative Year)로 지정하고 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의 힘’을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한 김구 선생의 사상이 지닌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2025년 12월 취임한 임진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역시 오랜 기간 현장에서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확대하고 문화의 힘을 높이는 다양한 창작과 축제 기획 활동 등을 이어왔다. 마당극이라는 공통의

거리를 두고 한발 가까워지기

오늘부터 그린㊺ 공존을 위한 접근법

유인원과 함께 ‘자연스럽게’ 유인원은 동물·환경 과학소통 단체다. 김예나와 안재하, 그리고 생명을 바라보는 눈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11살 반려견 구르미가 코어 멤버로 활동한다. 우리의 시작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동물권이나 환경에는 별로 관심 없었던 2009년 김예나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동물원에서 사육 보조를 하다가 동물행동학이라는 분야를 접하고 석사과정에 지원했던 그 시절 김예나는 동기였던 안재하를 만나게 된다. 안재하는 어느 날 공장식 축산에 관한 책을 읽고 그 책을 덮자마자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단다. 동기들이나 연구실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 으레 육류나 어류를 소비하곤 했는데 안재하는 그

쌓아온 기록 위에, 다음을 향한 움직임

202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요 발간자료 모음

문화예술교육 정책 수립과 기관 창립 20주년을 맞은 2025년에는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다음 단계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다양한 자료가 발간되었다. 지난 20년의 발자취를 담은 백서를 통해 그간의 정책과 현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만족도 조사와 성과 분석, 효과성 연구 등을 통해 사업의 결과를 점검하며 향후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이 경험과 사례를 넘어, 데이터와 근거를 기반으로 설계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늘봄학교를 중심으로 한 돌봄 기반 문화예술교육, 꿈의 예술단 사업의 장르 확장, 직장인 문화예술클럽과 같은 대상 확대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며

전환의 시간, 다시 질문을 시작하자

‘문화예술교육 전환을 위한 집담회’를 진행하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전환을 위한 집담회’를 운영 중이다. 별도 방청객이 없는 형식의 특성상 외부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4월 여섯 차례에 걸친 집담회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전환을 위한 질문과 의제를 발굴해 5월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 연계 ‘문화예술교육 포럼’에서 나누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도화 이후 남겨진 과제들 20년, 한국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제도·정책 영역 진입 후 지난 시간. 문화예술교육의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얼마 전 발간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년 백서」를 보면 예산과 참여 인력, 기관, 시설, 전문인력 등의 양적 성장은 가파르게 이어져 왔다. 그뿐만 아니다.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은

초고령사회, 주체로 다시 서는 노년

보스턴 문화예술교육으로 본 노년 인식의 전환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대한민국 역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빠르게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으며, 늘어난 삶의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사회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25년 10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5 리딩에이지 연례 회의(2025 LeadingAge Annual Meeting)’ 콘퍼런스에 참여하고 현지 노인 복지 기관 등 다양한 현장을 방문했다. 보스턴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에이지랩(MIT AgeLab)과 하버드 의과대학 연계 기관 등 세계적인 고령화 연구 인프라와 지역 공동체 기반의 문화예술

숫자로 드러난 예술의 궤적

빅데이터로 들여다본 문화예술교육 공급 생태계

프롤로그: 우리 동네 화실은 어떻게 ‘산업’이 되었나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작은 미술 교습소나 피아노 학원을 보며 우리는 흔히 ‘교육’이나 ‘예술’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경영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곳은 조금 다른 이름을 갖는다. 누군가의 열정이 깃든 일터이자, 시민들의 감성이 소비되는 ‘서비스 산업’의 현장이다. 그동안 문화예술교육은 주로 ‘공공복지’나 ‘사회적 가치’라는 틀 안에서 논의되어왔다. 예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치유하고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담론은 풍성했으나, 이 생태계가 실제로 얼마나 큰 규모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관한 실체적 데이터는 늘 안갯속에 가려져 있었다. 정책은 실체 없는 이상만으로는 지속할

모델 확장을 넘어 꿈꾸는 힘을 키운다

「꿈의 예술단 가치체계 연구」와 ‘함께 예술하기’

악기, 무용, 연극과 같은 장르 예술교육은 흔히 ‘경험해 보면 좋은 것’ 정도로 여겨진다. 그래서 전공을 하지 않는 한 입시의 압박 앞에서 쉽게 뒤로 밀려나기도 한다. 그 가치가 눈에 보이는 실력 향상이나 취향 형성, 취미 개발 정도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꿈의 예술단은 이러한 통념을 흔든다. 무엇을 잘하게 만드는 교육이기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몸으로 익히게 하는 교육이 이뤄진다. 함께하는 예술 활동 안에서 자기 마음을 마주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타인과 감응하며 관계를 맺는 감각을 익히고, 삶과 세상을 새롭게 상상하는 힘을 기른다. 실패와 성취 사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