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좇다 땅을 좇다

분단의 경험을 기록하는 비무장사람들

‘비무장사람들’은 DMZ권역을 중심으로 사회문화리서치 기반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분단을 가시화하고자 하는 작가·기획자들의 모임이다. 이러한 ‘비무장사람들’을 제안하고 조직한 비무장사람들 대표, 작가 진나래를 만나보았다. 보라색 별을 얼굴에 담고 다니는 사람 진나래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겨울이었다. 그해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에코뮤지엄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진나래 작가는 경기도 내 다양한 지역 현장을 탐방하던 중 내가 있던 의정부 빼뻘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경기 북부지역에서 비슷한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동료 작가를 만나니 반가웠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경계의 땅이기도 한 의정부 빼뻘과 연천 신망리에서 각자 작업하고 있는

평화의 감각, 일상에서 깨우다

협동조합 청풍 평화프로젝트

평생 따뜻한 남도에서 살다 올해 1월, 추위가 매서운 강화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말해주듯이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철책선과 검문하는 군인들, 지척에 있으나 갈 수 없는 북한 땅의 모습은 생경함 그 자체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이 생경함도 이곳에 머물러 살다 보면 평범한 ‘일상’이 될 거라는 걸 안다. 특별했던 것들도 일상이 되면 무던해진다. 무던해진다는 것은 무감각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각 하지 못하는 어떤 것들은 우리의 의식에서 배제되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감각은 다시 무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런 관점에서 ‘평화’라는 말을 다시

한 뼘 자란 모습으로 “우리 만나요”

어쩌다 예술쌤⑪ 예술교육 기획

내가 영화를 보고 만들고 공부한 이유는 즐거워서다. 우리가 예술을 교육하는 이유도 문화로 그들의 삶이 즐겁기를, 예술로 다채로워지기를 바라서가 아닐까. 나는 수업 시작과 끝인사를 “반갑습니다”와 “또 만나요”로 한다. 이는 교육 참여자들이 조금이나마 영화 수업을 반겨주고 다시 만나기를 희망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약속한 인사이다. 영화 예술강사로서 영화교육을 연구하고 실행하면서 ‘예술을 즐기는 문화시민’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참여자뿐만 아니라 예술강사도 포함하는 목표다. ‘교육과 강의장’을 넘어서 영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만들고 즐기는 ‘작업실과 공론장’이 되기를, 나와 함께하는 참여자가 영화라는 예술을 통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며 노력해왔다. 수업

안전한 공간, 장미다방에서 만나요!

어려움에 처한 이를 위한 환대의 꽃 피우기

아나스와 자이납은 이집트 군부 독재 정권에 맞섰다는 이유로 군과 경찰에 쫓기고 고문을 당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목숨을 지키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두 사람은 안전한 곳을 찾아 함께 고국을 떠났다. 군부를 몰아내고 민주 정부를 세운 나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난민법을 제정했고 전쟁과 피난을 경험한 이가 대통령인 한국에 정치적 망명을 하고 난민 신청을 했다. 해마다 수천 명이 한국에 찾아와 난민 신청을 하는데, 그중 난민 인정을 받는 사람은 고작 1% 남짓인 수십 명 정도인 걸 그들은 미처 몰랐다. 자이납과 아나스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 아이가 안정적인

감각 교차를 채집하는 도구와 장소

예술가의 감성템③ 피에조, 루페, 실상사

조각을 공부하고 그 뒤 사운드아트와 사운드 설치미술, 필드레코딩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난 뒤부터 나의 활동의 폭은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시각적인 영역과 청각적인 영역을 오가기도 하고 그 둘의 영역의 교차지점에 서 있기도 하면서 소리를 매개로 한 다양한 형태의 과정과 결과물을 경험하고 소개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2017년 가을이 지나가는 시기에 ‘깡깡이마을’이라고 불리는 부산시 영도구 대평동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전자공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예술학을 공부한 다른 작가와 둘이서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깡깡이마을은 부산 자갈치 수산물 시장이 맞은편에 보이는 영도의 해안가 선박수리 공업지역이다. 마을 전체가 선박을

불안 아닌 평안, 고립 아닌 공존

예술로 연대하는 공존-솔리다르코

모든 것이 멈추고 고립된 상황에서 힘없는 존재들의 삶은 더 큰 위협을 받는다. 예술가라는 존재 역시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언어가 자유롭지 않은 낯선 삶,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불안함 속에 있는 난민 예술가에게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진 여러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다. 2021년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며 한국 예술가와 한국에 살고 있는 난민 예술가들이 만남과 교류를 위해 ‘예술로 연대하는 공존(Solidary Art of the Coexistence)-솔리다르코’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불안한 시절, 예술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찾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삶은 어떻게 지속되는가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한 이 만남의 기원은 10년이라는

어디에나 있는, 그러나 쉽게 오지 않는

평화를 느낀다는 것

평화란 무엇일까? 누구나 평화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평화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평화에 대한 정의는 하나로 말할 수 없다.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요한 갈퉁이 전쟁이나 직접적인 폭력의 부재 상태를 소극적 평화로, 그리고 그러한 전쟁, 폭력, 갈등을 유발하는 구조적이고 문화적이며 간접적인 폭력까지 사라진 상태를 적극적 평화로 명명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사회가 지닌 복잡하고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폭력까지도 사라진 상태가 평화라고 한다면 한 사회의 평화는 그 사회의 맥락에서, 또는 개개인의 관점에서 다르게 정의될 수

꽃을 피우듯 함께하는 마음, 평화를 향한 모두의 외침

우크라이나를 돕는 예술 활동

작은 움직임이 평화의 불씨가 되길 이선철_감자꽃스튜디오 대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압도적 우위의 대국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거나 곧 어떤 식으로든 적절한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거세어 양국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사회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이나 핵전쟁 또는 우크라이나의 만성적 내전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현실적 우려를 하게 되었다. 또한 전황이 전개되는 양상을 지켜보며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감하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부당한 침공에 맞서 기꺼이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에

성난 지구를 달래는 다정하고 느릿한 인사

오늘부터 그린⑧ 기후변화와 생활 속 실천

북한산 자락에 속하는 우리 동네 뒷산은, 오래된 나무들과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작지만 제법 훌륭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은 산 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아침이면, 낯익은 조기축구회원들과 부지런한 동네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산을 즐기며 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반려동물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나들이 인파가 꽤 있는 편이다. 잘 발달한 숲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공간을 창조하여 그 안에서 생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유지해준다. 폭염으로 고통받는 한여름이나 한파가 덮친 겨울철에도, 숲 안으로 들어가면 더위나 추위도 적당히

“당신 자체로 충분하다”

레베카 블랙만 잉글랜드예술위원회 디렉터

지난 5월 열린 2022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주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교육, 회복과 전환’이었다. 오프닝 행사였던 국제 심포지엄에 초청된 레베카 블랙만(Rebecca Blackman) 잉글랜드예술위원회 디렉터는 지난 10여 년간 국가지원사업으로 추진한 ‘창의적인 사람과 장소’(Creative People and Places, 이하 CPP)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다. 더불어 2018년 영국 정부가 고독 정책을 발표한 후 팬데믹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요 의제가 되었던 사회적 고립 문제와 연계하여 CPP 프로젝트가 추진한 다양한 역할과 가치를 함께 짚어주었다. 2012년 잉글랜드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ACE) 주도로 시작된 CPP는 잉글랜드 지역 내 예술 활동 참여도가 하위 20%인

회복과 전환을 위한 혁신·지속·포용

2022년 4·5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1.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관광·콘텐츠 정책지표 상황판 누리집 개설 (‘22.3.29.)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원장 김대관)은 문화·관광·콘텐츠 분야의 정책지표체계를 생산, 고용, 소비, 여가활동의 네 영역으로 구분하여 정책 현안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누리집을 공개했다. 정책지표에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생산·가공하는 문화·체육·관광 지표부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산하 기관의 정보시스템에서 집계하는 자료까지 총 29개 지표가 포함된다. 사용자가 직접 그래프의 조회 기간을 변경하거나 표시항목을 선택할 수 있는 양방향 시각화 기술을 적용하고 지표의 데이터와 그래프 이미지를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편의 기능 제공하여 종합적이고 신속하게 정보를

그 서점엔 예술이 있다

예술가의 책방③ 청학서점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책방 문을 여는 남편에게 나는 20년째 묻는다. “그렇게 일찍 책 사러 오는 사람이 있나?” 그럼 남편은 어김없이 대답한다. “아버지는 6시에 책방 문 열었다아이가!” 그렇게 아버지가 걷던 길을 따라 남편은 26년째 책방을 지키고 있고, 아버지의 일생과 아들의 청춘을 오롯이 담은 청학서점은 올해로 환갑을 맞이했다. 1961년 8월 18일 밀양 내일동에서 시작하여 오랫동안 밀양 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책방이건만 세상의 긴박한 변화를 거스를 순 없었다. 사람이 넘쳐나던 도심의 한가운데에서 밀양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던 청학서점의 위상도 순식간에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다음 내리실

음악으로 건네는 회복의 인사

[좌담] 회복과 전환을 위한 꿈의 오케스트라의 역할

지난 4월 한 달간 코로나19로 인해 관계가 단절된 시민에게 회복의 가치를 전하고 사회적 지지를 보내기 위해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19개 거점 기관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초등학교, 지하철역 등 지역 내 의미 있는 장소에서 대면 공연을 진행하거나, 지역 단체와 협업해 온라인 공연으로 회복의 메시지를 전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자립거점의 실행과 경험, 포스트코로나 시대 꿈의 오케스트라의 역할은 무엇일지 이야기 나누었다. 좌담 개요 • 일 시 : 2022년 5월 12일(목) 오후 4시 • 장 소 : 온라인 ZOOM • 참석자 : 꿈의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4인_차문호(창원,

춤추는 예술쌤으로, 역할놀이 하듯 즐겁게

어쩌다 예술쌤⑩ 연구와 협력으로 만든 변화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 생소했던 문화예술교육 그 긴장된 첫 발디딤을 했을 때 나는 몹시도 들떠있었다. 춤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놀라웠고 유년 시절 학교 놀이를 하며 친구들과 선생님이 되고 학생이 되는 역할놀이가 현실이라니 마냥 신기했다. 일과 놀이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한 것에 흥분했고 사람들과 춤을 추어야 함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두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3년쯤 지난 어느 날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나는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내 춤은 고급스럽다 / 배려 없이 출 수 없는 춤 /

전환의 길목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기 위하여

2022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국제 심포지엄’

매년 5월 넷째 주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발의한 ‘서울 어젠다’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세계에 선포한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다. 지난 5월 23일 ‘2022 제11회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가 7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매년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되었고,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 주간행사는 엔데믹으로 가는 길목에 근접하며 오랜만에 대면으로 열릴 수 있게 되었다. 주간행사의 시작을 여는 첫 자리인 국제 심포지엄이 2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교육, 회복과 전환’을 주제로 열렸다. 오랜만에 대면 행사라서일까, 행사장을

나와 남 사이 역동적인 균형을 찾아서

사회적 면역력이란 무엇인가

전염병은 외부에서 균이나 바이러스가 몸으로 침투해서 일으키는 몸의 교란이다. 건강한 사람은 그러한 적(敵)들을 잘 막아내는 면역력이 강하다. 면역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나’를 ‘내가 아닌 것’으로부터 지내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 둘 사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우리 몸 안에는 엄청난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그들이 건강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면역력을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장내 세균만 해도 200조 개나 되고, 그 가운데 10% 정도는 유해균이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박테리아는 명백히 ‘내가 아닌 것’이고, 더구나 해로운 세균은 나를 위협하는 것이지만, 그들이 일정 비율 있어야만 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