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갈등 사이, 거리 좁히기

어쩌다 예술쌤㉛ 공항을 창의적으로 경험하는 ‘꿈의 비행’

많은 사람에게 공항은 ‘설렘과 기대감’을 떠올리게 하지만, 항공기 이착륙 소음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도 있다. 한국공항공사(이하 공사)는 공항 소음 완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공항을 방문하는 여객들에게는 설렘을 더해주고, 소음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는 공항을 새롭게 이해하고 경험할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기존에도 버스킹이나 북콘서트 같은 문화 행사를 진행했지만, 대부분 일방적인 행사로 여객들이 관람하는 형태였다. 이번에는 공항에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과 협력하여 ‘꿈의 비행’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소규모나 개인 참여를 선호하는 흐름을 반영하여 더욱 참여적이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되었다.
떠나기 전 다시 새기기: <이번 여정은,>
단순한 기념품 증정이 아닌, 여객이 직접 참여하여 여행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기획한 <이번 여정은,>(기획_오은 시인)은 여행지에서 하고 싶은 활동이나 느끼고 싶은 감정을 자신의 문장으로 표현하고, 이를 열쇠고리에 담아 여행 목표를 떠올릴 수 있도록 3단계로 구성하였다. 먼저, 다양한 용언(동사나 형용사) 스티커를 고르고, 그 스티커를 카드에 붙인다. 마지막으로 스티커를 선택하고 붙인 카드를 모아 끈으로 합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쇠고리는 단순한 공항 기념품이 아니라, 자신의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특별한 매개체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가족, 연인, 어린이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가 더 설레게 했고, 여행의 의미를 다시 곱씹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외국인 여객들도 함께 즐기며 프로그램의 의미를 함께 공유하였다.
2023년 파일럿 프로그램에는 1시간 동안 약 100명이 참여했고, 2024년에는 김해, 제주, 대구, 청주 공항으로 확대 운영하여 약 400명이 참여하였다. 올해는 여객들의 사진을 포함한 키링 제작 과정을 추가하여,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김해공항에서는 “참여자들이 열쇠고리를 캐리어에 부착하며, 공항과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는 평가가 있었다. 제주공항에서는 여행이 끝난 후 열쇠고리를 제작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변형했는데, “여행의 기억을 생생히 간직할 수 있어 프로그램의 의미가 확장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 이번 여정은,
공항, 새로운 장소로 인식하기: <자율비행>
소음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공항을 이해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진흥원과 협력하여 어린이들을 초대해 공항 탐험과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다. <자율비행>(기획_노드트리)에서는 『국립항공박물관 학술총서 1권: 대한민국의 항공을 말한다』 내용에 어린이들의 공항 탐험 과정과 경험을 더하여 자율비행 오디오 가이드와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한 기내 안전 영상을 제작했다. 새로운 시각으로 공항을 이해하고 창작하는 기회를 통해 공항이 단순한 여행의 출발점이 아닌,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장소로 인식되기를 기대했다. 어린이들은 매 순간 다양한 일이 발생하는 공항을 탐험하면서 호기심을 채우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움직임을 반영한 영상을 제작함으로써 “내 움직임이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같은 용어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화영 노드트리 작가의 눈높이에 맞춘 세심한 설명 덕분에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재미를 느끼고 예술의 문턱을 한층 낮추었다. 또한, 어린이들이 ‘하늘을 바다로 표현’하는 등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공항을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며 공항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 공항 탐색을 통한 단어 수집
  • 수집한 단어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이미지 만들기
갈등에서 소통으로: <Noisy Trash>
공항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쓰레기를 새로운 창작 도구로 활용해 보고자 기획한 <Noisy Trash>(기획_피스오브피스)도 흥미로웠다. 불쾌한 소음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공항 인근에서 수집한 쓰레기로 비행기와 키네틱 오브제를 제작하며, 공항과 지역이 공존할 수 있는 관계를 탐구했다. 참여자들은 공항 소음이 불쾌한 요소가 아닌, 하나의 음악적 요소로 변화되는 과정에 큰 흥미를 보였고, 쓰레기를 창의적으로 재활용하여 자신만의 창작물(장난감)을 만들어 전시하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공항과 주민이 함께 환경 문제를 생각해 보는 소통의 장이 되었고,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하여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발견하는 기회였다.
  • 공항 소음피해 지역에서 수집한 쓰레기로
    장남감을 만들고 전시하기
문화예술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로 예술과 담을 쌓고 지냈던 내가 어쩌다 문화예술 공항 조성과 ‘꿈의 비행’ 프로그램 담당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작가들이 하는 말이 도통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예술은 역시나 어려운 미지의 세계라고 느꼈으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오은 시인, 노드트리, 피스오브피스 작가와 진흥원 담당자의 적극적인 격려와 도움 덕분에 행사를 즐기면서 진행하고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또한, 지금은 전시회와 공연을 직접 찾아다닐 만큼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이 웃고 즐기는 반응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던 만큼, 공항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여 추억과 경험을 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공항을 웃으며 방문하기를 기대한다.
김민상
김민상
한국공항공사 운영본부 공항운영실 서비스개발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문화예술 공항 조성 전략 조성 업무를 담당하여 공항 문화브랜드 ‘이륙위크’ 고도화를 위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skim7@air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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