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도서관
- 제주시 신성로12길 21-2(2층)
- 11:00~29:00 (일/월/화 휴관)
- 064-702-0236
- 공간이용로: 3,000원 (후원회원 무료)
- 인스타그램 @dalli_jeju
달리도서관(이하 달리)은 제주시청 근처의 고산동산이라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산’은 높은 산이고 ‘동산’은 야트막한 언덕인데 두 말이 붙어있는 것부터 무언가 남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위치한 달리의 공간을 소개합니다. 달리도서관은 다섯 개의 공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달리의 현관을 들어서서 제일 먼저 마주하는 공간 ‘모여드실’은 대다수 프로그램이 이루어집니다. 조금씩이지만 매달 새롭게 구비하는 신간을 비롯해 문학 류의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걱실걱실’은 집으로 치면 방과 방을 잇는 통로이자 거실 겸 주방을 말합니다. 달리에는 이 공간에도 책장(젠더/제주/역사/신화 류)이 있고 단차가 있는 마루가 있어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툭 꺼내어 아무 곳에나 걸터앉아 책을 보기에 좋습니다.
‘비워내실’은 직관적인 제목 그대로 화장실을 뜻하며 ‘모두를 위한 화장실’인데, 이곳에도 작은 책장을 둘까 잠시 생각하였지만 달리를 찾는 분들의 건강을 위해 꾹 참았습니다. ‘둥실둥실’은 만화책과 그림책으로 가득 찬 방입니다. 다른 공간과 달리 좌식 책상만 단출하게 두어 방바닥에서 뒹굴뒹굴하며 책 읽기에 딱 맞습니다. 그리고 사실 도서관이라고 하여 모두가 매 순간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 방에 숨어(?) 깊은 잠 아니 내면으로의 침잠을 하는 분들에게 참 좋은 방이지요. ‘샘이나실’은 고서를 모아놓은 방으로 ‘고전이라는 샘에서 길어 올리는 정수’라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지만, 실상은 달리지기들의 모든 작당이 이루어지는 작업실이기도 합니다. 소위 ‘꿀잠소파’라고 불리는 – 낡았지만 치명적으로 – 편안한 소파가 있어 달리 최고의 휴게실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열다섯 달리, 경험과 기회의 동반자
달리의 공간이 눈에 그려지셨다면, 이제 달리의 역사 속으로 떠나볼까요? 2009년 10월 ‘달빛 아래 책 읽는 소리’를 줄인 ‘달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고 얼마 전 15주년을 맞았습니다. 15년의 세월 동안 변함없었던 것은 그 자리를 지키며 작은 도서관의 기능과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쉬지 않고 해왔다는 것입니다. 개관 초기에는 그림자극장, 도자기 만들기, 역사공부+입체퍼즐 만들기 등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1318 청소년 문화기획 캠프’라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사진을 보니 몇 년 전 함께 했던 어린이 참여자들이 청소년이 되어 또다시 함께 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도서관 안팎에서 이루어졌는데요. 드로잉 강좌, 클래식 강좌, 숲길 걷기, 누드 크로키 등 연속성 있는 프로그램과 그 사이사이 비정기적으로 진행한 초청 강연도 있었으니 달리 쉬는 날이 없어서 ‘달리’ 도서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15년이라는 세월 속에 부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개관 때부터 합을 맞춰오던 창립 멤버 두 명이 새로운 공간을 운영하게 되면서 달리는 약간의 숨 고르기가 있었습니다. 2018년 새로운 달리지기를 모으고 2기 체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때부터 많은 소모임과 강좌가 새롭게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일단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라는 지기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세대를 잇는 기록모임, 필사모임, 타로 강좌, 글쓰기 강좌, 부끄럼북클럽 등의 소모임이 생겨났습니다. 이중 절반 이상이 2024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니 자랑할 만하지요?
특히 필사모임과 그림그리기 모임, 낭독모임의 모임장은 달리지기가 아닌 달리와 오랜 시간 함께 걸어왔던 단골 방문객이자 회원이라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수용하거나 향유하는 참여자에서 스스로 기획하거나 제안을 하여 소모임을 이끄는 경우가 최근에 부쩍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때때로 참여자 모집이 되지 않아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것 또한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생각합니다. 실패(라고 이름 붙여도 될지는 모르겠지만)하는 경험이라는 것은 시도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다음 걸음일 수도 있으니까요. 달리는 앞으로도 그런 기회의 장을 열어주는, 함께 실패해주는 동반자가 되고자 합니다.
달리 방법이 있을텐데
민간 사립 도서관인 달리의 재정적인 기반은 후원회원의 후원금이 전부입니다. 후원금만으로는 공간을 유지하고 운영하기에는 빠듯한 상황이지요. 연속적인 프로그램이나 초청 강연 등을 진행하기 위해 공공 지원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매해 다음을 장담할 수 없으니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이에 달리도 재정적인 자립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유료 강의를 신설하거나, 도서관 후원금 마련을 위한 플리마켓을 연다거나, 연대 단체들과의 콜라보 사업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차선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의 작은 도서관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과 복합문화공간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여 지켜내고자 하는 지역사회의 연대가 없다면 이런 방법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비관하고만 있기에는 시간과 달리를 찾아주시는 모두에게 아깝고 미안한 우리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장 이번 달에만도 <달리방송국-2024 이어달리기>와 <돌봄에 나서다-2024 또박또박, 읽고 걷다>, <책친구-읽고 잇고 익다> 등을 진행할 예정이니까요.
‘달리 보고 달리 듣고 달리 생각해보자’는 의미의 달리도서관이 내년 그리고 그다음에도 지금 이 자리에서 변화하며 유지될 수 있기를 달리지기 이전에 열혈 방문객이자 이용자였던 한 사람으로 간절히 바라봅니다.
- 수달
- 수달은 ‘수요일의 달리지기’의 줄임말이지만 현재는 달리도서관 토요지기이다. 다른 지기들과 함께 달리도서관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달리에서의 주된 역할은 큰 목소리와 퀴즈 내기, 영상 촬영 등이다.
drunkenchild0308@gmail.com - 사진제공_달리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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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도 변함없는 편안한 친구처럼
예술로 365길⑭ 달리도서관
공감이 가네요
세월에도 변함없는 편안한 친구처럼
예술로 365길⑭ 달리도서관
기대만점입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무심코 들러서 책 읽기 너무 좋을것 같아요.
지원을 받아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함께 이끌어 갈수 있는 도서관이 되길 응원합니다.
친구처럼 가까이 두고 자주 방문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 도서관이 좋습니다.
세월에도 변함없는 편안한 친구처럼
예술로 365길⑭ 달리도서관
재밌게 잘봤습니다
친구처럼 편안하게 언제나 찾을수 있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