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미래,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의 변혁적 역할과 도전

2024 문화예술교육 영리서처 리포트 제1호 :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포용성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의 관점에서
2002년 유엔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뒤, 문화예술 분야는 전반적으로 지속 가능한 관점을 중심으로 정책 및 실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서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는 이러한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2010년 세계예술교육대회에 107개 참가국이 선정한 유네스코 예술교육 로드맵이다. 이후, 2024년 2월 제3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총 125개국의 만장일치로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UNESCO Framework for Culture and Arts Education)가 최종 채택되어 문화예술 교육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계기가 되었다(박은실, 2024).
이 프레임워크는 미래 시대의 주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다: ▲접근성, 포용성, 균등성 ▲문화 다양성의 이해와 비판적 참여를 위한 역량 ▲맥락적, 질적, 생애주기별 학습 ▲회복 탄력적이고 공평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의 제도화 및 안정화(장희경, 2024). 프레임워크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술 격차로 인한 불균형을 경계하며 접근성, 포용성, 형평성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있는 교육가와 매개자들은 이러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 없이 실천 현장에서 빠르게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맞춰 확장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의 역할을 살펴보고 미래에 적합한 전문인력양성을 위한 기회를 탐색하고자 한다.
문화예술교육가·매개자의 범위와 역할
문화예술교육 인력은 학교 및 사회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며, 여러 제도적 구조 내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학교예술교육에서는 교원뿐 아니라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따라 정의된 문화예술교육사도 그 범주에 포함된다. 서울문화재단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우선시하면서 교육자와 예술가로서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교육예술가’(Teaching Artist, TA)를 양성 및 지원해왔다. 나아가, 여러 분야 예술가와 매개자가 공연장,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교육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도와 관계없이 사회복지 및 민간 분야에서도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부는 (예술교육의 논의에서 자주 간과되는) ‘학원’이라는 한국만의 특수한 사교육 제도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2020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주관으로 열린 ITAC5(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모두 포함하여 ‘예술교육실천가’라는 공식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용어의 혼용은 일반적이다(Anderson, 1981; Booth, 2003). 다만 미국의 사례를 보면 K-12 교육과정에서 활동하는 교원에게 초점을 맞춰 ‘예술교육가’(art educator)라는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하고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교육예술가(Teaching Artist)라고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그 외에도 방문 예술가(Visiting Artist), 예술가 교육가(Artist Educator), 커뮤니티 예술가(community artist) 등 다양한 용어가 언급된다.
이러한 넓은 범주 내에서 예술교육가의 역할과 역량은 명확히 구분되기보다는 점차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사의 역할은 “기획·진행·분석·평가 및 교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 프로그램에서는 예술강사, 교원, 기획자, 행정인력을 구분하여 예술, 관계 및 협력, 교육, 정체성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교육이 이루어진다. 싱가포르예술위원회에서는 예술교육가와 예술교육연구자의 역할을 구분하며, 예술교육가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예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 예술 장르별 교수법, 커리큘럼 설계, 수업 전달력 및 학습관리능력, 다양성과 웰빙을 위한 예술적 역량을 제시한다. 나아가 예술교육연구자로서 연구역량, 사회문화적 역량, 다양성, 감수성, 교육 및 평가능력, 프로젝트관리 역량이 요구된다. 미국 케네디센터의 예술교육가 프로그램에서도 예술 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가장 기본적인 역량으로 두고, 지속적인 창의적 탐구, 예술 안에서 예술을 통해 예술을 교육하는 능력,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역량을 중시한다. 사업의 규모에 따라 문화예술교육가는 기획, 교육, 행정, 연구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필요한 곳에 맞춰 적절히 배치되거나 모든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접근성, 포용성, 균등성을 위해
휠체어를 타는 공연예술 창작자이자 퍼포머, 변호사, 작가로 활동하는 김원영은 그의 에세이집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입시에 불합격한 자전적 경험을 언급한다(김원영, 2024, p.19-34). 고등교육기관에서 포용적 교수법에 대한 실행 부족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2019년 서울 어젠다 10주년을 기념하여 연구자들은 포용적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을 도출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박신의·장웅조·이민하(2020)는 포용적 문화예술교육이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를 배제하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성찰하며, 신체, 정신, 문화, 경제, 성별, 연령 등 다양한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차별 없이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 접근을 꾀하여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적 차원의 혁신과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행위”라 정의했다. 유네스코 프레임워크에서 제시한 접근성, 포용성, 균등성은 이러한 포용적 문화예술교육을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여기에서 예술교육 인력의 변혁적 역할은 단순히 기술 전수뿐 아니라 상호 교환적인 관계 형성과 언러닝(unlearning)을 통해 기존 교육법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참여자의 개별성을 존중하며 예술적 수용과 표현의 다양성을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예측 불가능성에 대비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수적이다(Fox & Macpherson, 2015; 박신의, 심규선, 주명진, 2018; 장수혜, 2024). 따라서 변화하는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평가 기준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며, 문화예술교육 인력은 기획, 분석, 실행, 평가의 모든 과정에 참여해야만 다양한 과정과 결과를 이해하고 이해관계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교육인력에게는 문제를 발견하고 계획하며, 실행, 관찰을 통해 다시 발견할 수 있는 역량과 시간이 요구된다. 다만, 기존 연구와 사례를 종합해 보았을 때 이러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술교육 인력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뢰 있는 파트너십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사례]

현재 다양한 문화예술기관에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 및 개발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리움미술관은 접근성 중심 예술교육 프로그램 ‘감각 너머’를 기획하기 이전에 미술관 각 부서의 다양한 직원을 소집하여 참여 워크숍을 시행했다.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및 전문가를 초청하여 직원과 함께 기관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예술적 접근성을 제고했다. 이는 기관 차원에서 직원에게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예술교육가에게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프로그램의 실행 과정에서 예술적 접근성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인력이 투입되기도 했다. 팀티칭뿐 아니라 수어 및 문자 통역, 음성해설, 복지사 및 보조자를 배치하여 예술교육가의 역할을 완화하고자 했다.

  • 감각 너머 워크숍 ‘타인의 공간’ 워크숍 장면
    [사진] 삼성문화재단
지속 가능한 미래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위해
소셜미디어,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문화예술은 위협을 감지함과 동시에 다양한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술교육 인력은 새로운 기술과 융합된 장르를 수용하고, 그에 맞는 교육적 접근 방식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사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은 1969년 물리학자 오펜하이머 박사가 설립한 과학 박물관이다. 2020년 약 1년의 정비를 거친 후, 이 박물관은 참여형 박물관으로 재개관했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은 1984년부터 중고등학교 과학 교사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으며, 시즌별 캠프와 홈스쿨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1972년부터 ‘아티스트인레지던스(Artist-In-Residence)’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예술가들이 과학적 영감을 바탕으로 선구적인 예술 작업과 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이러한 협업이 가능한 데에는 박물관 내 과학·예술교육 랩 팅커링스튜디오(Tinkering Studio)와 박물관팀의 적극적인 발굴 및 큐레이션 덕분이다. 이를 통해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있던 예술가들은 창의적 성장을 경험하고, 과학을 통해 예술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다.

융합 예술의 주요 난제 중 하나는 정체성의 이슈이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문화예술교육 인력들의 융합적 역량을 강화하려면,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그들이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어떻게 융합 예술교육 전문가들을 발굴하고 반대로 기존의 인력에게 역량 강화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도전 과제다. 급격히 바뀌고 있는 미래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에서 예술교육 인력에게 일방적으로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기보다는 다양한 파트너십과 이해관계자의 참여, 실험의 기회를 부여하여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 (왼쪽) 레지던시 예술가 버니 루벨(Bernie Lubell)이 박물관 내 창작한 참여형 설치예술 작품 〈Aspirations〉(2018)
    (오른쪽) 레지던시 예술가 케이티 쿠안(Catie Cuan)의 로봇융합무용작품 〈Breathless〉(2024)
    [사진] Exploratium
결론과 질문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만, 그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문화예술교육가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와 경험 제공자의 역할을 넘어, 변화하는 세상을 매개하고 중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눈에 보이는 변화뿐만 아니라 보지 않는 가치의 변화를 주도하며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고 예술의 가치 확산에 기여한다. 더불어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혼란스러워할 미래 세대를 돌보아야 할 책임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교육 인력의 지속가능성은 누가 지원해야 할까? 문화예술교육 인력이 그들의 확장된 역할과 역량을 통해 사회와 문화예술에 기여뿐 아니라, 더 높은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예술교육 인력의 역량이 향상됨에 따라 예술교육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아질 수 있을까?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전문인력의 보호와 기회 도출을 통해 더욱 견고한 예술교육의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 박은실. (2024) 자유, 평화, 존엄의 회복을 향한 모두의 노력: 2024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 채택과 이행을 위한 한국문화예술교육 향방, 2024.05.13, 아르떼365 URL. https://arte365.kr/?p=103809
• 박신의, 심규선, 주명진. (2018).‘포용적 예술’(inclusive arts)을 통한 장애 예술의 개념적 연구, 11(2), 39-61.
• 박신의, 장웅조, 이민하. (2020). 사회적 배제의 인식과 극복으로서의 ‘포용적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시론적 연구. 문화예술경영학연구, 13(1), 9-35.
• 장수혜. (2024). 포용적 예술의 국제협업 실행연구 : 프로젝트이인 × 캐나다 내셔널엑세스아트센터 협업사례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경영학연구, 17(1), 209-231.
• 장희경. (2024). 문화예술교육 비전과 방향, 실천 사례가 한자리에: 202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문화예술교육 국제포럼’ 프리뷰, 2024.05.20., 아르떼365 URL. https://arte365.kr/?p=103946
• Anderson, C. H. (1981) The identity crisis of the art educator: Artist? Teacher? Both? Art Education, Vol. 34, No. 4, pp. 45–6
• Booth, Eric. (2003). Seeking Definition: What is a Teaching Artist?. Teaching Artist Journal. 1. 5-12. 10.1080/15411796.2003.9684265.
• Fox, A., & Macpherson, H. (2015). Inclusive arts practice and research: A critical manifesto (1st ed.). London: Routledge
• Korean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2010). Seoul Agenda: Goals for the development of arts education. World conference on arts education, 2nd, Seoul. UNESCO.
• UNESCO. (2024). UNESCO Framework for Culture and Arts Education. (PDF)
• 김성은 외 (2024) 감각 너머 포럼 총서 1 『경험으로서 미술관』, 서울: 리움미술관, 2024
• 김원영. (2024)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경기도: 문학동네, 2024.
아르떼 아카데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교육
ITAC5
National Arts Council Singapore- Arts Educatoin
The Kennedy Center- Kennedy Center Teaching Artist
Exploratorium – Artist-In-Residence

* 이 기사는 「2024 문화예술교육 영리서처 리포트 제1호 :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포용성」에 수록된 소논문을 축약한 것이다. 전문은 아르떼 라이브러리 연구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장수혜
장수혜
공연예술분야 프로듀서이자, 예술교육 매개자, 연구자이자 국내외 예술가 및 문화예술기관과 협업을 통해 기획과 연구를 주도하는 ‘커넥티드 에이’ 대표이다. 2013년부터 10년간 독서 및 문화예술교육단체 ‘책누나프로젝트’를 운영했고, 국내외 축제 현장에서 국제교류 담당 PD를 역임해 왔다. 현재 다양성, 포용성의 관점으로 공연, 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있으며 예술 현장에 필요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문화예술경영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성신여자대학교 인문융합예술대학과 독일 로이파나대학에서 예술경영을 가르친다.
connecteda20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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