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우리 일상과 현장에 영감을 주는사례와 시도를 소개합니다.

소멸의 위기에서 선택의 가능성을 찾다

오늘부터 그린㉓ 남극에서 만난 기후위기

“작가님, 이제 남극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2011년 여름, ‘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를 기획하던 김용민 기획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에 참여하기 위해 기획하는 중인데 영상 부분을 맡아 참여해달라는 제안이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지구온난화와 탄소 줄이기 등 기후위기에 관한 일련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제작하고 영화제에 참가하던 시기였다. 아이들과 함께 창작한 애니메이션에는 종종 남극 대륙이 등장했지만 실제로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남극은 지도상의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훨씬 멀었고 마치 다다를 수

낮은 문턱에서 뭉근한 환대가 넘친다

예술로 365길⑤ 안녕코너샵

안녕코너샵 이용안내 대전 동구 대전천동로 586-1 개방시간 | 목,금,토 12:00~22:00 010-2950-2703 / seduk@hanmail.net 인스타그램 @hi_corner_shop 셋이서 따로 또 같이 빚어나가는, 올해 4월 5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세 친구들이 작은 공간을 열었다. 각자의 작업을 하며 각자의 코너를 운영하는 코너샵 사장님이 된 것이다. 대전에서 20여 년간 기획 일을 한 서은덕은 주변 예술인과 친구들의 작업물을 모아 ‘컬처코너’를 채웠고, 허벌리스트인 강수희는 따뜻한 온기를 담은 허브티를 마음과 몸의 상태에 맞게 블렌딩 해 ‘허브코너’에 담아냈다. 미국인 아티스트 패트릭 라이든은 소규모 갤러리와 본인이 좋아하고 소개하고 싶은

노인의 지혜와 예술의 건강함이 만나는 현장

어쩌다 예술쌤㉔ 노인을 이해하는 예술교육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고, 온갖 매스컴에서 그 말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그땐 크게 체감하지 못했고,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배워 좋은 연주자와 교육자가 되어 보겠노라 두 번째 대학에 다녔던 시기이기도 하다. 노인이라는 대상을 관심 있게 보고, 연구를 시작한 건 2015년부터였다. 성인 플루트 취미반을 운영 중이었는데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 간에 실력 차이가 나면서 젊은(young) 팀과 나이 든(old) 팀으로 나눠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 비로소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누구나 늙는 것이 불변의 법칙인 것을, 다소 늦음이 함께 어울려

작지만 분명 의미 있을 오늘의 실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목소리 ‘오늘부터 나도 그린’

기후위기는 빠른 속도로 일상을 위협하며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르떼365]는 ‘오늘부터 그린’ 연재를 통해 전지구적 문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실천하는 예술가·활동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기획에 참여한 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일상의 순간에서 기후위기를 마주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지 않을까? 지난 7월 24일부터 3주간 진행한 ‘오늘부터 나도 그린’ 이벤트를 통해 독자들의 환경을 위한 실천 사례를 들어보았다. 일상 속 작은 실천과 다짐을 독자들의 ‘그린일지’을 통해 만나보자. 관심을 두고 살피면 보이는 것들 일상의 소소한 발견이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는 아파트에

지역 사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예술로 365길④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이용안내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금로1길 10, 1층 평일 12:00~18:00, 토요일 12:00~17:00 043-732-8116 인스타그램 @doombung_grs “우리 지역 청소년 갈 곳 없다.” 1989년 9월 30일 [옥천신문] 창간호 1면 기사 중 일부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이들을 위한 공간이나 활동은 담보되지 않던 시절, 이를 걱정한 지역사회의 감각이 꽤 오래전부터 벼려져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그 후속 조치도 일찍이 실행됐을까? 잊을만하면 한 번씩 신문 지면에 오르내리던 청소년 문화 향유에 대한 염려 어린 기사는, 정작

지극히 당연하게, 소리 없이 다가오는 봄과 같이

오늘부터 그린㉑ 만물과 더불어 나누고 돌보는 삶

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무더운 날들이 이어진다. 따가운 햇볕 아래 오이는 오이답게 푸르고 가지는 가지답게 보랏빛으로 묵직하게 익어간다. 이른 아침 풀을 베고 있는데 삼총사 언니들이 산에서 내려온다. 잠깐만요, 밭에서 소리 지르고, 서둘러 집에 와서 보따리를 싼다. 보따리라야 별거 없다. 가지와 오이고추와 옥수수와 토마토가 다이다. 보따리 전해주고 헤어져 돌아오다 수돗가에서 일하던 승분 언니를 만난다. 잠깐 집에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언니 집에 들어가 커피 마시며 얘기 나누다, 피클에 가까운 오이짠지와 수박 반 통과 튀겨온 강냉이와 말린 버섯 얻어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의 집 숟가락

길 잃는 사이에서 만난 것들

예술가의 감성템⑮ 생각, 몸, 헤매기

유년 시절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져 있는 작은 동네에서 살았다. 우리 집 뒤편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고 조금 더 걸어가면 산과 들이 펼쳐져 있었다. 다른 쪽으로는 회색 도시가 둘러싸고 있었다. 도시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었던 시기 우리 동네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었고 나는 그 더딘 시간 덕분에 자연을 즐기며 그곳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살았다. 나를 지지하는 – 생각 어느날,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어떤 집을 송충이 떼가 뒤덮었다는 소식을 듣고 열심히 달려갔다. 털이 송송거리는 귀엽지만 징그러운 송충이 떼가 한 집을 뒤덮은

일상, 사람, 예술을 잇는 예술의 상호작용

어쩌다 예술쌤㉓ 학교 중심 프로젝트

학부모들이 하얀색 우비를 입고,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어린 시절, 모난 돌을 줍고 잡초를 뽑던 벌칙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장면이 생경하면서도 재미있어 웃음이 났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교육일까? 교사도 아닌 내가 예술꽃 씨앗학교 ‘씨앗가꿈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충북 영동 부용초등학교)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는 활동을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모두의 정원 학교로부터 시작되는 모두를 위한 예술 장마가 시작되던 늦은 6월, 학부모 대상으로 ‘모두의 정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자녀들이 스스로 가꾸어 놓은 공간을 체험하고, 봄꽃이 저문 자리에 새로운 식물을 보식하는 활동이었다. ‘모두의 정원’은

손 내밀고 손잡을 용기가 필요하다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은 변화한다. 작년 12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 발표되었다. 이번 교육과정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팬데믹과 인공지능의 발전 등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은 한 개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역량인 창의성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을 ‘포용성’이라는 낱말로 표현하고 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사계절출판사, 2018) 『입 없는 아이』 (박밤, 이집트, 2020) 존중의 관계를 맺는 최선의 방법 학교와 사회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 정체성을 품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단적으로 16만

몬딱 몽땅 모두 다 함께

예술로 365길③ 문화예술공간몬딱

문화예술공간몬딱 이용안내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 1488번길 5 개방시간 | 10:00~18:00 010-3307-8805 홈페이지 www.monttak.net 인스타그램 @monttak_net 문화예술공간몬딱(이하 몬딱)은 2017년 제주도 서귀포로 이주해 온 김민수 작가가 자생적으로 만들어 가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2018년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소재 유휴공간이었던 감귤창고를 새롭게 개발하여 전시를 위한 갤러리,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아트클래스 공간, 공연예술을 위한 무대, 커뮤니티 활성을 위한 공유주방 등 복합적인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몬딱’은 제주어로 ‘모두, 다, 몽땅’이라는 뜻으로 ‘모두 다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을 지향하며,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음과 재능을 나누고, 문화와 예술을 즐긴다’라는 슬로건으로

반려식물과 함께 그린 일상의 즐거움

오늘부터 그린⑳ 원예수업으로 뿌린 작은 씨앗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성장하였고 결혼하며 경력 단절이 되었던 지극히 평범한 주부였다. 그런 나에게 자연과 식물이란 먼 이야기였을 뿐, 크게 관심을 쏟아 본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알 수 없으며, 삶은 계획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30대 초에 갑작스럽게 유방암을 겪게 되었고, 수술 후 건강 회복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생활을 통해 처음으로 자연과 식물을 접하게 되었다. 시골에서 살며 정원에 나무와 식물을 심고, 가꾸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텃밭에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면서

연극이 있는 교실, ‘사회’가 살아 숨 쉬는 수업

어쩌다 예술쌤㉒ 사회 수업과 연극의 만남

“친구들의 연기를 통해 사법부의 역할을 알아보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연극으로 수업을 진행한 뒤, 어떤 학생이 내게 했던 말이다. 작은 예술적 경험이 때론 학생들의 꿈을 만들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다양한 문화생활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교사가 되기 전, 국립예술단체에서 공연 홍보와 마케팅을 맡았던 나는 지금 중학교에서 예술이 생소한 학생들에게 예술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사회 과목를 가르치면서 기존의 통념과 틀을 깬 활동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강의 형태를 벗어나 연극과 문화예술, 에듀테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사회 수업에 연극 더하기 중학교 [사회2] 과목에서는 인권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소집

예술로 365길② 갤러리 소집

소집 이용안내 강원도 강릉시 공항길 30번길 5 개방시간 | 수,목 12:00~19:00, 금~일 12:00~18:00 (전시 준비로 임시 휴관일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꼭 운영 여부를 확인 바랍니다.) 0507-1345-1018 | 이메일 storysozip@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storysozip 페이스북 @storysozip 인스타그램 @storysozip 어제의 소집 – 소집을 다시 소집으로 “소들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이곳이 예전에 소가 살았던 집이라서 이름이 ‘소집’이라고 하면 공간의 변화에 놀라워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소들의 안부부터 묻는다. 처음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부모님이 대신 발 빠르게 답변을 해준

쓸모 이상의 상상,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

예술가의 감성템⑭ 철물, 탐조, 쌍안경

흥미진진한 가능성 – 철물 어린 시절 살던 집에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붙박이장이 있었다. 성인 한 명이 웅크리고 들어갈 크기의 작은 창고였는데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면 못, 나사, 철사와 끈은 물론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데 필요한 톱, 망치, 끌과 같은 수동 공구와 전동드릴, 직쏘(전동톱의 일종)와 같은 전동 공구가 들어있었다. 그 외에도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부속품이 많았다. 어린 나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가끔 붙박이장을 열어 보고는 했다. 이것저것 꺼내다 못과 톱날에 찔리고 긁히기도 했지만 그곳은 그 어떤 장난감보다 흥미진진한

작은 텃밭에 흐르는 ‘드는’ 시간들

오늘부터 그린⑲ 텃밭에서 만난 순환

생이 들고 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쓰고 버리는 쓰레기들을 오랜 시간 바라보게 했고, 내가 먹고 싸는 것에 몰두하게 했으며, 내가 숨 쉬며 만나고 사그라지는 것들의 관계로 다가가게 했다. 그저 살아가며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이었기에 한 발짝 더 내 삶을 스스로 일구며, 내가 심고 키운 것을 취하며 살고자 했다. 그런 시간이 흘러 흘러서 만나게 된 것이 마을 텃밭이었다. 강북마을텃밭 모내기 수확하고 밭에 남겨진 작물들 생의 시간을 이어가는 나의 흔적들 북한산 아래 자리한〈강북마을텃밭〉은 마을의 여러 주민이 자연과 더불어 농사를

상상하고 헤아리며 공존을 터득하는 대화

어쩌다 예술쌤㉑ 예술교육실천가의 생태 전환 일기

요즘 내가 제일 재밌어하는 것은 도시에서 만나는 동물들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길을 가다가 날아가는 까치에게 어디 가느냐 묻고, 참새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치면 무얼 먹고 있는지 묻는다. 가끔은 수풀 속에 숨어 있는 고양이와 비슷한 눈높이로 앉아 ‘뭐해?’하고 묻는다. 그리곤 귀여운 상상에 빠진다. 까악ㅡ까악ㅡ 하고 지나가는 까치는 ‘나 지금 바빠! 나중에 얘기해!’라고 말하는 것 같고, 참새들은 ‘오늘 여기 쌀알이 엄청 많아! 너는 아침 먹었어?’라고 되묻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내가 이렇게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하는 사람이 된 데에는 개인적인 생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