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우리 일상과 현장에 영감을 주는사례와 시도를 소개합니다.

내 인생의 예술가 되기

어쩌다 예술쌤㉙ 즉흥과 변주, 실천으로 찾아가는 삶의 방향

충북 괴산에 있는 목도나루학교는 고등학생 대상의 1년 과정 청소년 인생 학교다. 인생 학교? 3년도 아니고 1년? 청소년이 교과 공부가 아니라 인생 공부? 무척 생소하고도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목도나루학교와 같은 1년제 인생학교는 대한민국에는 몇 없는 아주 특별한 학교지만 덴마크라든지 아일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에프터스콜레(Efterschole),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등의 이름으로 많은 청소년이 ‘인생을 위한 1년’을 보내고 있다. 자유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국어와 사회 이외에는 과목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고, 과목 상관없이 원하는 교사가 자원하여 일할 수 있도록 ‘각종학교’라는 제도를 택했다. 〈만남과대화〉〈삶을위한인문학〉〈몸활동〉〈예술〉〈삶의기술〉〈프로젝트〉〈인턴십〉〈문학과성장〉 등 일반 학교에서

이름보다 오래된

오늘부터 그린㉘ 생명과 교감하고 공존하기

어느 이른 아침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다 사슴과 마주쳤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마주한 사슴은 몹시 다급하고 이상하리만치 간절한 눈빛이었다. 무언가 망설이듯 머뭇거리던 사슴은 이내 사라졌고, 잠시 후 흰 개 몇 마리가 나타났다. 쫓기고 있었구나! 종일 사슴의 잔상이 마음에 남아 뒤숭숭한 기분이었다. 반쯤 얼이 빠져 있던 나에게 누군가 물었다. 노루였어? 아니면 고라니? 그제야 둘 다 이름만 익숙할 뿐 서로 무엇이 다른지 조금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신비를 하나의 단어로 덮어버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름을 안다는 것 내가 아침에

다르게, 새롭게, 창의적으로

어쩌다 예술쌤㉘ 디지털 기술과 예술교육의 만남

“선생님, 악기를 배우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요” 이 한마디로 시작된 고민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음악 교육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음악 교육은 경제적, 지리적 제약 등으로 인해 악기를 다루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했다. 악기를 연주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연주하는 즐거움과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이를 위해 메이키메이키(Makey Makey)를 사용했는데, 특별한 설치 없이 모든 전도성 물체를 키보드나 마우스의 컴퓨터 입력 장치로 바꿔주는 디지털 도구이다. 예를 들어, 젤리와 같은 전기가 통하는 물체를 메이키메이키와 전선으로 연결한 후에, 접지(ground) 전선을

역사와 문화의 맥이 뛰는 지역 문화예술 거점 공간

예술로 365길⑩ 예천박물관

예천박물관 이용안내 경북 예천군 감천면 복골길 150 개방시간 | 화~일 9:00 (월 휴관) 054-650-8317 홈페이지 예천박물관은 개관 이래 문화예술교육과 체험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는 지역 내 문화예술 대표 기관이며, 단순한 전시관이 아닌 지역민의 창의성과 예술적 감수성을 북돋우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010년 예천충효관으로 출발해 2021년 새롭게 리모델링한 후 재개관한 예천박물관은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하고 전시하는 기관으로서 역사와 문화의 맥이 다시 뛰도록 다양한 활동을 통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개관 이후 예천박물관은 문화예술교육과 체험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지역민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에 대한 이해와

그린세대의 마음에 지구를 심다

오늘부터 그린㉗ 그린마인드를 키우는 문화예술적 실험

자연보호,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ESG경영…. 지난 20여 년간 명칭을 달리하며 불려 온 환경 이슈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명칭으로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맴돌 해결하지 못한 어쩌면 해결하지 않은, 회피당한 환경 이슈들. 우리는 왜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할까? 어쩌면 그럴 마음이 없어서는 아닐까? 환경 이슈들을 극복할 방법은 ‘그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으로 생각하며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통해 그럴 마음의 씨앗을 심어보기로 했다. 청년 농부와 어린이 농부 ‘그럴 마음’의 씨앗 “선생님 물 주러 언제가요?” “뽑으면 이제 못 만나요?” 작은 씨앗으로부터 무를 만나는 데 걸렸던

이야기, 배움, 예술이 머무는 곳

예술로 365길⑨ 청소년열정공간99℃

청소년열정공간99℃ 이용안내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네고지 1길 14 1층 개방시간 | 화~금 15:00~20:00 (매월 2·4주 10:00~12:00까지 동아리 활동) 공간 이용 대상 | 청소년 031-416-1318 페이스북 @99teenagers 요즘 세상이 무덤덤하고 밋밋한 것 같아도 청소년열정공간99℃(이하 99도씨) 청소년 사이에선 새로움과 흥미로운 감정들이 흘러 다닌다. 어른들 사이에선 새롭지 않은 일도 이들 사이로 옮겨가면 흥미진진한 일로 바뀐다. 따분할 수 있는 책 읽기도 친구와 함께라면 새로운 경험이 되니까. 청소년들에게 99도씨는 어떤 존재일까? 공간에 불이 켜지면 청소년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벌렁 눕거나 음악을 들으며 흔들흔들

바꿔 입고 고쳐 입는 기쁨, 생명을 아끼는 마음

오늘부터 그린㉖ 생태적 시선으로 보는 옷

예전부터 나는 요즘 현대 사회가 참 이상하게 여겨졌다. 아이들에게는 들에 핀 작은 풀꽃 하나, 지나가는 개미 하나 함부로 밟지 않도록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가르치면서, 우리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산을 깎아 도로를 내고, 땅을 파헤쳐 집과 공장을 짓고, 농약과 살충제를 뿌려 먹거리를 재배한다. 생태계와 지구환경을 무참히 파괴해도 이유가 있겠거니, 인간이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겠거니 하며. 지금 사회는 인간이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아닌, 무작정 많이 만들어 최대한으로 팔아서 돈을 벌고 남는 것은 자연에 버리는 ‘소비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멈출

집이라는 세계에 온전히 계절을 담아

예술가의 감성템⑳ 마당, 이름, 이웃

2021년 여름, 주변 반경 2km 이내 편의점 하나 없을 정도로 한적한 동네에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서울을 떠나 이렇게까지 멀리 올 수 있었던 건 팬데믹 이후 일하는 방식이 유연해진 사회 전반의 분위기 덕분이었다. 도시에 비해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막연하게 짐작한 정도였을 뿐, 이 집을 둘러싼 세계가 얼마나 다채로운 사건과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예상하지 못했다. 살피고 살피는 – 마당 집의 일부이자 외부 공간이기도 한 마당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노동하는 공간이다. 마당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구석구석을 열심히 살피고

나를 명료하게 하는 동작

예술가의 감성템⑲ 푸시업과 스쿼트

푸시업(push-up)은 몸을 엎드려 팔을 굽혔다 펴기이고, 스쿼트(squat)는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 동작이다. 어떤 느낌이 떠오를 듯 말 듯 할 때, 생각이 복잡해서 정리가 잘되지 않을 때,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푸시업이나 스쿼트를 한다. 익숙하면서도 정교한 움직임 양손, 양발로 바닥을 짚고 몸통을 곧게 펴서 엎드린 후 크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 잠깐 숨을 참으며 팔을 굽혀 몸을 낮춘다. 다시 팔을 펴면서 숨을 길게 후~ 하고 내쉬며 원래 자세로 돌아온다. 여덟 번이나 열 번 아니면 열두 번 정도씩 컨디션에 따라 무리하지 않는 정도로 푸시업을 하고

진짜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여행으로 충전하는 법

글을 의뢰받고 주제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여행으로 충전하는 법’. 가만, 내가 충전을 위한 여행을 떠난 게 언제였던가. 사업을 시작하고 일로, 출장으로 다닌 곳들은 있었지만, 오롯이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났던 게 전생의 일처럼 까마득했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전 인류의 발목을 부여잡기 전, 나는 방랑벽의 화신처럼 이곳저곳을 기웃댔다. 유독 추위를 싫어하는 탓에 겨울이면 계절을 거슬러 여름의 나라에 당도해서야 마음이 놓이곤 했다. 낯선 나라의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시며 얼마나 황홀했는지 잊고 지낸 것 같아 조금 착잡한 기분이 되었다. 여행을 위해 가방을 꾸리던

예술로 놀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어쩌다 예술쌤㉗ 함께 모여 만드는 학교예술교육

이번 가을, 우리 학교는 유난히도 화려했다. 학교 곳곳에서 새로운 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학교 숲에는 3학년 학생들이 버스킹 무대를 꾸렸고, 새로 생긴 교실에서는 4학년의 신발 전시회가 열렸다. 도서관 앞에는 곱게 빚은 찰흙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고 복도에는 2학년의 작품과 3, 4학년의 오일파스텔 작품이 걸려있다. 가을 행복주간 동안 이뤄진 다양한 예술 활동을 지켜보며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때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실 문턱을 넘어 동료 찾기 양평초등학교는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문화예술 수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수업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예술 수업이라기보다는 기능

서가를 떠난 책이 담아온 마을 이야기

예술로 365길⑧ 느티나무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 이용안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수풍로 116번길 22 개방시간 | 화·수·금·토 10:00~21:00 / 일 13:00~18:00 / 월·공휴일 휴관 / 목 집중 업무일 031-262-3494 홈페이지 http://neutinamu.org/ 소란스럽고 활기찬 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도서관 한복판에서 책 읽는 소리는 일상이다. 낭독회의 안내 문구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소리 내어 돌아가며 읽어요’처럼 낭독회 멤버들은 한 문장, 한 단어를 곱씹으며 한 손에 들기에도 버거운 벽돌책을 또 한 권 완독한다. 물고기를 좋아한다며 바닥에 주저앉아 바다 도감 푹 빠진 어린이 옆에서 더 큰 사진을

법석이면서 가만한

예술가의 감성템⑱ 모빌의 세계

아기였을 때, 내가 누워 있던 곳에도 이게 있었을까. 고향에 내려갔을 적에 때마침 궁금해졌다. “엄마, 우리 집에도 모빌이 있었어?”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투로 묻는다. “있었지.” 엄마는 짧은 대답으로 대화를 끝내려고 한다. “언제 있었어? 어떤 모양이었어?” 그걸 다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답하면서도, 엄마는 아들을 위해 기억을 더듬는다. “알록달록했지.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어. 너는 특히 동그라미가 빙그르르 도는 걸 좋아했어. 꺼이꺼이 울다가도 동그라미가 회전하면 그걸 응시하느라 눈물을 뚝 그쳤으니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웃는다. 공중에 매달린 동그라미가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모순되고 터무니없는, 그러나 온전히 교감하는

오늘부터 그린㉕ 자연과 관계 맺는 예술적 시도

나는 자연을 좋아하는 예술가다. 나의 작품 활동과 교육 활동을 포함한 사회적 활동은 ‘공존’과 ‘자연’이라는 키워드에 집중되어 있다. 나는 자연과의 조화를 탐색하는 활동을 즐겨 하며 환경적 실천을 위한 소소한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환경운동가는 아니다. 단지 자연에 애정이 있는 예술가일 뿐이다. 공존과 자연을 주제로 예술 활동을 하다 보니 사람들 눈에는 내가 환경운동가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솔직히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다. 나의 작업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함께 있으면, 그들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행동해야 할 것만 같다. 행여나 깜빡하고 텀블러라도 집에 놓고 오는 날이면,

사람과 사람, 점을 찍고 선을 잇다

예술로 365길⑦ 공간릴라

공간릴라 이용안내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50, 3층 개방시간 | 월~일 9:00~22:00 (사전예약 필요) 프로그램 | (정기) 마을탱고, 가끔요가, 발달장애청년허브사부작 훌라·요가 / (비정기) 마더피스 타로 워크숍, 희곡낭독 워크숍 외 02-323-1575 페이스북 @leela2010 공간릴라는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가게, 단체, 대안학교, 어린이집, 공간(주택) 등 여러 요소가 모여있는 대로변 건물 3층이다. 좁은 인도에 나무가 키가 커서 간판을 달지 않은 비슷한 건물이 나란히 있으니 찾기가 불편하지만, 찾으려고 하면 금방 보인다. 성미산을 깎아 만든 홍익여고 맞은편 건물이니까. 누군가 우리 공간을 이용하려면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을

협업으로 가르치고 협력으로 배운다

어쩌다 예술쌤㉖ 매개자와 협력하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올해 2학기에는 디자인을 주제로 1학년 미술 수업을 계획했다. 첫 번째 주제인 공공디자인 수업에 이어서 두 번째 디자인 수업으로 ‘집 만들기 – 슈필라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간과 건축에 관한 수업은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접하는 공간에 자신을 담아내는 작업이면서, 공간을 만들며 체험하는 건축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기도 하다.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공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우리의 주변 환경과 공간을 스스로 가꿀 수 있는 능력과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라 하겠다. 아울러 모둠에서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과 소통하며 서로에게서 배우고, 협력의 가치를 깨닫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