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악기를 배우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요”
이 한마디로 시작된 고민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음악 교육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음악 교육은 경제적, 지리적 제약 등으로 인해 악기를 다루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했다. 악기를 연주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연주하는 즐거움과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이를 위해 메이키메이키(Makey Makey)를 사용했는데, 특별한 설치 없이 모든 전도성 물체를 키보드나 마우스의 컴퓨터 입력 장치로 바꿔주는 디지털 도구이다. 예를 들어, 젤리와 같은 전기가 통하는 물체를 메이키메이키와 전선으로 연결한 후에, 접지(ground) 전선을 손에 잡고 젤리를 터치하면 컴퓨터가 젤리를 키보드의 특정 키를 누르는 것처럼 인식한다. 각 젤리마다 다른 키를 설정하면 다양한 악기와 소리를 내며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코딩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은 직접 코딩을 하여 악기를 만들고, 코딩이 어려운 친구들은 스크래치 스튜디오 등에서 미리 만들어진 페이지를 활용하여 누구나 쉽게 창의적이고 다양한 디지털 악기를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알루미늄 포일을 활용하여 아프리카 전통 악기인 봉고를, 구리 테이프를 활용하여 첼로와 바이올린, 트럼본 등을 만들고 기존의 악기를 새롭게 상상하여 풍선 피아노, 손가락 피아노 등을 만들었다. 이때 전기가 통하지 않는 색연필 등과 같은 채색 도구를 활용하여 더욱 예쁘게 꾸밀 수 있다. 여러 가지 아이들의 작품 중에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콜라의 기포를 동전으로 표현하여 동전을 누를 때마다 클라리넷 소리가 나오도록 만든 ‘콜라리넷’이다. 메이키메이키를 사용해 디지털 악기를 만들며 아이들은 음악, 과학, 기술을 통합적으로 배우고 창의력을 발휘했다. 이를 통해 음악 수업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다양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 접지(ground) 상태에서 물체 터치
  • 콜라리넷
생각의 폭을 넓히는 수업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융합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창의 융합 프로젝트 ‘퓨처피 챌린지’를 진행하였다. 퓨처비 챌린지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UN 지속가능발전목표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로, 일상의 문제를 관찰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표현하거나 결과물을 창작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다.
‘새들을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젝트는 아파트나 학교에서 죽어 있는 새들을 보고 왜 새들이 죽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터전에서 평화롭게 살던 새들이 아파트와 학교가 생기면서 서식지를 잃고 새롭게 생긴 건물 등에 충돌해 죽는다는 원인을 발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적 관점을 바탕으로 맹금류 스티커, 점자형 스티커를 활용하려 하였으나 효과가 없거나 설치 장소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실현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초음파 센서, 허스키렌즈 등으로 건물에 새가 다가오는 것을 인식하고 이때 LED 불빛을 켜서 새가 건물에 충돌하지 않도록 디자인하였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문제를 디지털 기술 기반의 디자인 사고로 생각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더 나아가 캠페인 활동을 통해 더 많은 곳에 새들을 구해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새들을 구해줘~ 홈즈
‘친환경 쓰레기통’이라는 프로젝트는 주변의 쓰레기 문제를 발견하고 사람들이 왜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사람들이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거나 잘 보이지 않아서 길가에 쓰레기를 버린다는 원인을 발견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쓰레기통을 계획하였다. 쓰레기통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멀리서도 눈에 띄는 색으로 칠하고, 사람들이 일정 거리(10m)까지 다가오면 LED 불빛이 켜지고, 더 가까운 거리(1m)까지 다가오면 자동으로 뚜껑이 열리도록 디자인하였다. 또한, “쓰레기를 통 안에 버려주세요”라는 안내 멘트와 함께 쓰레기를 제대로 넣으면 흥겨운 노래가 나와 쓰레기를 버리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교육적 가치를 제공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는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예술적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수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은 변화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배우게 된다.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융합 교육은 아이들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며, 미래를 향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 친환경 쓰레기통 디자인
엉뚱해도 실패해도 다 괜찮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감정을 이해하며,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문화예술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 도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 창작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 교육을 통해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이 복잡한 문제를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에서는 다음과 같은 유의점이 필요하다.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교육 목표와 일치해야 한다. 기술은 학습자의 음악적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하며, 디지털 기술과 전통적인 음악 교육 방법을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저작권, 개인 정보 보호 등에 대한 디지털 시민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운 기술들이 보편화되고 장벽이 낮아지는 시대에는 아이들이 디지털 역량을 가지고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엉뚱한 상상이라도, 실패가 아니라 계속 수정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놀이와 학습이 될 수 있다. 계속 수정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어떤 아이디어든 실현 가능하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 융합 수업이 아이들의 생각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최상현
최상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AI 문화예술교육 정책자문단,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인공지능윤리 정책 포럼 위원, 마이크로비트 글로벌 챌린지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인 초등학교 교사. 디지털 기술을 교육과정에 융합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모든 아이가 지속적이고 보편적인 디지털 기술 교육이 경험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chachoi83@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