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은 늘 지역에서 이루어져 왔다. 우리 모두는 지역에 살고 있고, 문화예술교육은 우리 일상과 삶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여 년간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특별한 힘과 가치를 중심으로 시대적 소명과 함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며, 과정과 맥락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교육으로서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저변을 확대하는 토대를 만들어 왔다. 이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출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절대불변의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성을 기반으로 지역의 이슈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10조에 따라 ‘지역문화예술교육 지원의 효율적인 실시 및 이에 필요한 참여 주체 간의 협의와 조정, 그 밖의 협력 증진을 위하여’ 2009년부터 순차적으로 17개 광역지자체장과의 협의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다. 지역센터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이 지역 여건에 맞게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역별 정책을 수립하고 지역 내 허브로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최초의 법정계획인 「제1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18~2022)」을 기점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실질적인 지역 생태계 활성화 정책 방향을 공표하며 관련 정책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정부의 지역분권 기조, 사회환경 변화와 수요에 대응하는 정책 실현을 위해 중앙과 지역의 역할을 재조정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생활밀착형 추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18년 1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과 17개 지역센터 간 공식적 협의체인 ‘문화예술교육 지역협력위원회’가 발족되었다. ‘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 누리는 문화예술교육’을 슬로건으로 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027)」 발표 이후 17개 광역시도별 종합계획(2023~2027)을 수립해 지역의 특성과 이슈를 반영한 정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이면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20주년을 맞이한다. 문화예술교육이 지역별로 더욱 다양하게 펼쳐지며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지역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성과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지난 몇 년간 교육진흥원과 지역센터 담당자들은 수많은 자리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함께 만드는 성과를 규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새롭게 발견하고 서로를 공유해왔다.
「2023 지역 문화예술교육 성과 사례집」은 17개 지역센터에서 추진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 중 지역센터와 교육진흥원이 협의를 통해 대표 사업을 선정, 지원사업의 정량적 실적뿐만 아니라 정성적 성과를 맥락적으로 담아보고자 기획했다. 17개 광역시도별 인구·사회·문화·지리·환경적 특성을 고려해 문화예술교육을 중심으로 지역 내 다양한 정책 분야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시도한 지원사업의 설계부터 실행, 그 과정에서 발견한 크고 작은 변화의 단초와 성과를 공유했다.
17개 광역센터 대표 성과사례
서울 · 서울권역별 문화예술교육센터 조성 경기 · 경기문화예술교육 판로지원사업 <노는 예술>
부산
  • · 기초 거점센터 협업 <문화예술교육, 부산에서 더 가까이>
  • · 영남문화예술교육 축전 <아우르미>
  • · 2023 부산문화예술교육 페스티벌 <와르르,우르르,모야>
강원 · 디딤돌 문화예술학교
충북
  • · 헬로우아트랩
  • · 문화예술교육거점 지원사업
대구 · 2023 대구문화예술교육 전문가 좌담회 충남 · 충남기초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구축지원사업
인천
  • · 마을문화교육활동가 양성과정
  • · 유아매개자 대상 연수협력
전북 · 창의예술교육랩
광주
  • · 유아 문화예술교육 유관기관 협의회 구성 및 운영
  • · 유관기관 협력구축사업
전남 · 전남형 문화예술교육 기반구축사업 <행복전남 문화지소>
대전 · 예술과 과학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아티언스 캠프> 경북 ·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도담도담>
울산 · 2023년 찾아가는 아카데미 ‘문화예술 드림’ 경남 · 경남문화예술교육 성과공유회 <꿈지기 ㅎㅎㅎ-함께 회복 행복>
세종 · 교육청, 학교, 육아종합지원센터 연계 협력 사업 제주 · 교육청, 학교, 도서관, 유관기관, 주민협의체 연대 협력 사업
[충북]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가꾸는 지원체계

전영주 팀장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몇 년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 체계의 핵심이 문화예술교육거점 지원사업(이하 거점사업)과 헬로우아트랩 사업(이하 아트랩)이다.
거점사업은 「제1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과 연계가 있다. 지역 기반이 강조되다 보니 충북만의 특화 사업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다 거점사업과 헬로우아트랩이 나오게 되었다. 그동안 꿈다락문화예술학교나 지역특성화 같이 대상이 명확한 지원사업이 많았는데, 현장에서는 일반 도민, 지역 주민이라는 넓은 범주를 아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시설 중심이 아니라 유무형의 플랫폼을 만드는 사업을 거점 형식으로 갖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기초거점이라고 하더라도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공간 자체가 포인트는 아니었다. 충북문화재단이 명시한 거점이란 “지역 내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위한 협력의 구조를 만드는 유무형의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며 꿈다락문화예술교육, 지역특성화 사업과는 다른 차원으로 수동적인 지원 수행 주체에서 적극적인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발굴, 성장하는 과정”이다.
헬로우아트랩 사업은 2017년부터 시작했다. 재단의 역할은 단체들이 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도록 판을 깔고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고, 성장하는 단체 중 아트랩을 거치지 않은 단체는 거의 없다. 그만큼 아트랩이 굉장히 중요하고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토양이라고 할 수 있다.

박슬기 차장 헬로우아트랩으로 시작해서 거점사업으로 끝나는 지원체계를 만든 이유는 현장 단체의 진입 경로를 생각해서였고, 실질적으로 거점사업과 아트랩이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에는 거점단체가 꿈다락과 지역특성화 참여 단체를 지원하는 체계가 될 거다.

[부산] 가치 확산을 위한 영남권의 연대

최윤진 팀장 최근 예술계에서는 그동안 창작-유통-소비의 체험형 문화예술교육 패러다임이 협력과 협업, 연대의 네트워크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시민에게도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산하여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는 예산이나 구조적인 한계를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서 풀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교육 페스티벌과 연계한 기획사업과 예술교육 가치확산을 위한 협업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소통과 연대에 초점을 맞춰 협업을 이루어 나갔다.

조수연 대리 ‘영남문화예술교육축전 아우르미’는 부산·경남·울산·대구·경북 5개 영남권 광역센터들이 힘을 합쳐 영남권 협업 브랜딩을 구축해 보자는 큰 꿈을 안고 협업했던 사업이다. 최근 지역 중심 과제가 빠르게 현실화 되고 있는 시점, 지역에서 스스로 할 수 있게 지원사업을 설계하기 위해 교류하며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들었다. 이 사업은 네트워크의 최고봉이었다.

이정형 금정문화재단 팀장 3개 기관(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북구문화도시지원센터, 금정문화재단)이 처음 만났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어떻게 행정적으로 잘 풀어나가면서 협업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행정적인 면들을 고려하다 보니 팸투어를 하게 되었다. 이번 사례를 통해서 각 기관에서 다음 질문, 다음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어떻게 해볼까, 또 다른 것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볼 수 있지 않을까,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지점들이 생겼다.

[제주] 연대의 씨앗이 품은 가능성을 상상하며

국혜원 팀장 제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올해 다양한 주체와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다. 협력체계, 협업 구조를 만들었던 사업의 추진 과정과 성과를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처음 협업 구조를 가지고 진행한 것은 ‘2023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5.22~28.)이다. 예술교육가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라운드테이블, 제주 외곽 지역의 마을과 협력한 도민 참여 프로그램, 제주 도내 4개 권역(제주시 시내권, 서귀포시 시내권, 동부권, 서부권)의 기관과 단체가 참여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런 방식으로 협업 구조를 운영하는 의미를 담아 ‘연대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를 제안하였다.

박진희 상상창고 숨 대표 2019년 ‘창의예술교육랩’에 참여한 15명의 청년연구원이 있었다. 이들이 다음 해에는 매니저 역할을 하고, 그다음 해에는 현장의 독립기획자로 자리하게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장 예술가들이 어떻게 깊이 맞닿느냐가 중요한 지점이다. 그래서 제주센터가 사람을 키워내는 것을 많이 고민했다. 여기서 성장한 사람들이 콘텐츠를 훨씬 더 발전시켜 지역에 보급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정량적 성과든 정성적 성과든, 꼭 그 사업으로 시작하여 그 사업으로 끝나야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민경언 커뮤니티 아트랩 코지 대표 저는 ‘예술공간 이아’에서 제주 청년장애예술가랩 <두 번째 집>이라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8월부터 청년장애예술가랩을 운영하면서 제주센터와 연대를 맺게 되었다. 장애인에게 정서적 변화를 줄 수 있으며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제주센터에서 이에 공감하여 공간을 열어주었고, 계량적인 사업 성과를 언급하지 않고 자유롭게 쓰도록 해주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환경 덕분에 장애인의 예술적 지향을 키워갈 수 있도록 목표지점을 재설정할 수 있었다.

이소선 이야기공방 마음담기 대표 2019년부터 유아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했다. 연대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문화예술교육에서의 연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의 첫 번째 시작은 상상력이다. 내가 하는 작업, 내가 만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맥락까지 상상할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판을 깔아주지 않으면 우리가 만날 일도 없고 그 너머를 상상할 일도 없다. 특히 유아 문화예술교육은 씨앗을 심는 일이지, 열매나 꽃을 피우는 일이 아니다. 오늘 뿌린 씨앗이 아이들이 열 살 되어서 피어날지 스무 살 돼서 피어날지 아니면 평생 씨앗으로만 남을지 모른다. 그 씨앗의 시기를 기다리는 상상력, 그리고 이것을 품고 간 아이들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혹은 씨앗을 품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눈여겨볼 수 있는 상상력이 중요하다.

더 많은 지역의 사례는 「2023 지역 문화예술교육 성과사례 모음집 – 문화예술교육의 지속성, 지역에서 답을 찾다」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략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