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서는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을 발족하였다. 이후 사회문화·경제·복지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변화와 정책 이슈를 연계하여 문화계와 예술계, 교육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 관계자분들과 함께 미래의 문화예술교육 방향을 모색하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작년 세 차례의 포럼에서는 거시적 사회 변화 흐름과 미래 문화예술교육 방향을 살펴보고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접근방식과 전략을 모색해 보았다면, 올해 「제4회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에서는 현대사회 이슈와 조금 더 밀접한 주제를 다루고자 했다.
이번 포럼은 ‘돌봄경제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진행됐다. 아동부터 청년, 중장년, 노년층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각종 돌봄이 필요한 영역들을 살펴보고, 앞으로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의 역할과 정책적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세계적으로 초고령사회가 가속화되면서 ‘돌봄경제’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돌봄 서비스 수요에 비해 관련 인프라와 정책 제도는 부족한 편이다. 제4회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다양한 ‘돌봄’ 수요가 늘어나고, 국가/지역사회 차원의 정책적 접근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돌봄 시장 형성을 통한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어떠한 방식으로 경제/정책/사회적 관점에서 돌봄 이슈에 적용될 수 있고 사회적 비용 절감/사회문제 해소 등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기조발제] 국가가 아동 돌봄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코넬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첫 번째 순서로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이자 의사, 경제학자인 김현철 교수가 ‘국가가 아동 돌봄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관련기사, 2024.5.27.)이라는 주제로 기조 발제를 진행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42년이 되면 우리 사회가 돌봄에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이 약 45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사회 계층의 여러 영역에 돌봄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함께 나누고자 김현철 교수와 함께 ‘경제학적 관점에서의 돌봄 정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김현철 교수는 “우리 사회는 주로 아동 발달 시기 학업성취와 관련하여, 인지 기능에 주로 많이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인지 기능과 비인지 기능은 사회적 성취 측면에서 똑같이 중요하다. 문화예술교육은 자존감, 참을성, 성실성, 정서적 안정성 등 비인지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라고 전하며, 특히 5세 미만 아동의 성장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또한 “정책 입안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실제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에 대해 당당하게 내밀 수 있는 증거를 찾아야 할 것이다”라며 교육진흥원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문화예술교육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김현철 교수
[주제발제1] 미래 인적자원 함양을 위한 돌봄체계 완성과 문화예술교육 정책
신의진 연세대학교 의학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저출산, 고령화, 사회적 고립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각종 ‘돌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부터 현 정부 국정과제인 ‘늘봄학교’ 정책사업은 전국 340개 초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이러한 정책적 요구에 발맞춰 교육진흥원에서는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학교 현장에 제공될 수 있도록 중추 기관으로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첫 번째 주제 발표에서는 신의진 교수와 함께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아동 돌봄 이슈와 대응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나누고자 했다.
신의진 교수는 “미래사회 아동 돌봄체계를 완성하는 늘봄학교 국정과제와 문화예술교육 정책 역할의 확장 필요성”을 주제로 앞으로 국가와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서 교육, 예술, 심리, 의학 분야 전문성을 융합한 ‘미래형 마음 성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미래지향적 기술(디지털, 게임화(gamification) 등)과 융합하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더욱 활발히 펼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문화예술은 마음의 건강과 뇌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술이라는 것은 나다움을 표현하는 것이고, 문화예술교육은 자아 정체성 확립에 존재론적 의미가 있다”라며 과거 교육진흥원 복합피해자 문화예술 치유 프로그램 참여 경험 등을 통해 심리 건강에 어려움이 발생한 학생들이 심리와 사회적 성장을 회복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회복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 신의진 교수
[주제발제2]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선진적 시니어 문화예술교육 시스템
이두희 베테랑소사이어티 대표·고려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최근 ‘돌봄’의 개념은 사회적 약자의 물리적 불편함을 보살피는 것을 넘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노하우를 제공하고 재무관리, 정서/마음치료 등 일상 돌봄의 개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자발적 활동을 기반으로 한 ‘액티브 시니어’ ‘청년 소셜 모임’ 등 새로운 세대와 생활 양식을 고려한 다양한 관점의 돌봄 정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예술을 통해 돌봄을 실행하는 정책이나 서비스는 그 수요에 비해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두희 대표는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선진적 문화예술교육 시스템”을 주제로 시니어 대상 문화예술교육의 수요와 공급을 매칭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두희 대표는 “시니어 관련 조사에서 기존의 분석 관점으로는 액티브 시니어의 니즈에 부합하는 솔루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라며, 액티브 시니어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신체적, 경제적, 심리적 차원의 니즈를 아우르는 솔루션과 가치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 제공자와 수요자가 필요한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통합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 이두희 대표
[주제발제3]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미래를 위한 교육: 콜롬비아 메데진 교육 시스템 사례
알레한드로 비쟈 고메스 콜롬비아 메데진 ITM시립대학교 총장
한편 이번 포럼은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 문화재단과 협력하여 콜롬비아 메데진시(市) ITM시립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 교육생태계 구축 정책과 ‘국가과학기술혁신지구’ 지정에 따른 지역 혁신 교육정책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알레한드로 비쟈 고메스 총장은 “메데진시 시민 개개인이 도시, 지역사회 및 세계와의 관계를 해석할 수 있는 기술과 태도를 배우고, 그러한 작업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역량을 발전시키는 교육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하며, 공공 및 민간기업, 대학, 학계 등이 협력하여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 교육체계를 개선하고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메데진의 다양한 노력과 과정에 대해 공유했다.
또한, 알레한드로 총장은 “예술이 갖는 특성 중 하나는 끊임없이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메데진에 필요한 교육이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필요한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라며, 앞서 다른 발제자들을 통해 이야기된 문화예술과 교육의 역할,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사회 이슈 해결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했다. 교육체계/문화예술 중심의 도시 혁신정책으로 지역이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 문화예술교육이 지역의 발전에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지에 메데진시의 사례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알레한드로 비쟈 고메스 총장
    (통역: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 문화재단 양삼일 이사장)
[종합토론] 돌봄 이슈와 결합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과 정책 방향성
초기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주로 공교육의 변화를 위한 학습자의 창의성 증진에 중점을 두어 추진되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국민의 정신건강과 마음 돌봄의 측면에서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정책으로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역할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종합토론에서는 김자현 미래사업본부장이 좌장을 맡아, “돌봄 이슈와 결합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과 정책 방향성”,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정책 영역 확장 및 다양한 현장에 요구되는 전문인력의 성장을 위한 지원 방향”에 대해 연사들 간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문화예술교육이 가진 경제적 가치,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공감대를 더 확장해 갈지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현철 교수는 “문화예술교육이 어떠한 효과가 있고, 누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실험적 접근방법’ ‘준실험적 접근방법’ ‘데이터’ 등을 가지고 그 효과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신의진 교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이 발달/심리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효과성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육성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어서 ‘미래세대의 경험과 성장을 위한 사회이슈 연계 융합 프로젝트 교육’을 주제로 박지원 프로젝트 플래닛 대표가 미래세대 융합 교육 사례를 발표했다. 박지원 대표는 “미래세대가 살아갈 내일의 세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미래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핵심 역량은 생각하는 힘, 실행하는 능력, 연결하는 힘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라며, 이러한 핵심 역량을 기르기 위한 기후행동 프로젝트,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매거진 프로젝트 등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사회 이슈에 대해 스스로 해결해 보는 경험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어린이,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에 대한 논의에 더해, 새로운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신중년/노년, 더불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이두희 대표는 “마케팅 분야에서 핵심은 시장을 나누는 것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름에 대해서는 공급하는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문화예술에 접근하는 기회와 범위가 매우 다양한데, 이들끼리 서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 서로가 필요한 것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학준 청년채움 대표가 청년세대의 고립, 우울증 등 정신질환 문제와 거주 문제 등 청년들의 문제를 ‘공동체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해소하는 사례를 공유했다. 이학준 대표는 “동네에서의 적응을 돕는 동네 중심의 콘텐츠와 다양한 취향, 취미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라며 <틈만나면>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끝으로 지역이 돌봄의 맥락에서 염두하고 있는 전략에 대해, 콜롬비아 ITM 시립대학교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프로그램 사례를 통해 “학부모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제4회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 종합토론 시간을 마무리했다.
  • 박지원 대표
  • 이학준 대표
그간 돌봄 서비스 정책은 ‘복지’나 ‘치료’의 관점에서 대부분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번 포럼에서 다뤄진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는 각종 돌봄의 경제적 측면, 즉, 사회적 비용을 낮추기 위한 돌봄 정책과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치료와 의학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적 접근을 통해 돌봄 이슈를 보다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해소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제4회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을 통해 정부와 민간, 학계와 교육 현장의 정책이 시너지를 내면서 미래지향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더욱더 깊이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있는 관계자 및 교육자가 앞으로의 교육적 목표와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길 바란다.
이현민
전략사업팀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