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에 있는 목도나루학교는 고등학생 대상의 1년 과정 청소년 인생 학교다. 인생 학교? 3년도 아니고 1년? 청소년이 교과 공부가 아니라 인생 공부? 무척 생소하고도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목도나루학교와 같은 1년제 인생학교는 대한민국에는 몇 없는 아주 특별한 학교지만 덴마크라든지 아일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에프터스콜레(Efterschole),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등의 이름으로 많은 청소년이 ‘인생을 위한 1년’을 보내고 있다. 자유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국어와 사회 이외에는 과목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고, 과목 상관없이 원하는 교사가 자원하여 일할 수 있도록 ‘각종학교’라는 제도를 택했다. 〈만남과대화〉〈삶을위한인문학〉〈몸활동〉〈예술〉〈삶의기술〉〈프로젝트〉〈인턴십〉〈문학과성장〉 등 일반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과목들이 편성되어 있다. 비유해 말하자면 일반 학교의 교육과정이 정해진 틀을 따라가는 클래식이라면 목도나루학교는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즉흥적으로 변주할 수 있는 재즈 형 학교라 말하고 싶다.
삶, 자발성, 행복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행복한 배움’ 현관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학교의 비전이다.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하고, 왜 필요한지 그 의미를 이해해야 자발성에서 우러난 진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정신없이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을 따라잡겠다고 열심히 노를 저었다. 하지만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오는 동안 왜, 어디로 가는지 생각할 시간을 잃어버렸다. 이제 잠시 멈춰서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각자의 길을 찾아야 한다. 목도나루학교는 그런 학교다. 삶의 방향을 찾는 학교, 공부의 의미를 발견하는 학교, 잃어버린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을 되찾는 학교. 사실 교육은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예술과 닮았다. 더군다나 낯섦을 유발한다는 것은 존재로서 예술의 한 조건이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목도나루학교 학생들은 예술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을까?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의 회복, 삶의 방향 찾기라는 목표에 예술 수업이 어떻게 기여하고 있을까? 우리 학교에는 상주하는 음악이나 미술 선생님이 없다. 수업 시간이 많이 배당된 것도 아니다. 작년에 갓 개교한 학교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 거창한 예술교육을 한다고 자부할 순 없다. 하지만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행복한 배움’이라는 목표는 어떤 아름다운 이상에 가깝기에 예술적 속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정식의 악기가 없이도, 악보가 없이도 연주가 가능한 재즈 형 학교니까.
어릴 때부터 겪어 내면화된 경쟁의 부작용은 대입을 앞두고 폭발한다. 이상과 자기 위치 사이의 괴리를 직면하면서 학생들은 더 큰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다. 노력이 부족하면 ‘노오오력’을 해야 하고, 성적과 성과로 자신을 증명하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학교에서는 빨리 진로를 정하고 너만의 스토리로 자소서를 채워야 한다고 다그친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코로나가 학생들의 문해력과 관계 감수성을 빼앗아 갔지 않은가. 작은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고 모두 교사에게 가져온다. 목도나루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이 스트레스가 밖을 향하면 학교폭력, 안을 향하면 자해로 이어진다.
자기 표현을 위한 예술 수업
행복 국가 덴마크에서 영감을 얻어 학교가 만들어진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 학교 또한 행복을 찾는 학교라고 알려져 있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불행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불행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의 하나는 자기 표현하기다. 두려움과 망설임에서 벗어나기다. 남의 시선과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기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당당함이다. 목도나루학교는 이것들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수업의 방향과 관점이 이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술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한 즉흥극
이번 학기 연극 수업의 주제는 즉흥극이다. 짜인 대본에 맞춰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호흡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서 이어 나가는, 말하자면 프리 스타일 랩 같은 연극이다. “연극도 하나의 소통이거든요. 단순한 표현이 아닙니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연극을 지도하는 홍정연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대사뿐만 아니라 몸짓이나 손짓 같은 감각, 소리로 움직임을 표현한다든지, 정해진 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연극을 꾸려갈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과 사회의 만남, 벽화 그리기
수업을 통한 사회 참여도 활발하다. 직접 피켓을 만들어 기후위기 집회에 참여하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기록한다. 학생 자치 조직인 기후위기 대응팀에서는 프로젝트 시간을 활용해 학교 뒤뜰 옹벽에 벽화를 마무리했다. 환경부에서 지원하는 ‘꿈꾸는 환경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예술이 자신을 비롯한 타인의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특히 벽화 그리기는 예술로 사회와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다른 학교로 배움 여행을 가서도 미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예술이라고 해서 시급한 사회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간단명료하고 직관적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스스로 디자인하고 일구는 텃밭
학생들이 텃밭에 가기 싫은 이유가 무엇일까? 야심 차게 노작교육을 시도한 곳은 많지만, 교사만의 노작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곳에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텃밭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만드는 시간, 어떤 작물과 꽃으로 채울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해진다면 텃밭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터가 될 수 있다. 수확이 적으면 어떤가. 잡풀들이 어지러우면 어떤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과 때때로 찾아오는 생물들을 만남으로써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합창 활동 ‘감성 소리 숲’
‘배려와 존중’ ‘조화와 공동체’. 합창이라고 하면 따라오는 공식 같은 말이다. 합창은 노래를 통해 조화와 균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번 학기의 합창 주제는 노래로 감각하기다. 기본적인 발성과 가창법도 배우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한계를 넘기, 느끼기, 도전하기, 노래로 세상을 만나기다. 온몸으로 자기감정 표현하기다.
“목도나루 학생들은 적극성이 있어요. 음악에 음감이나 목소리 등 재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어요. 좀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전문적인 훈련에도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합창을 지도하고 있는 윤종식 선생님의 말씀이다. 자기 몸이 훌륭한 악기가 될 수 있도록 갈고 다듬어 보기를 추천한 것이 인상적이다.
“목도나루 학생들은 적극성이 있어요. 음악에 음감이나 목소리 등 재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어요. 좀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전문적인 훈련에도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합창을 지도하고 있는 윤종식 선생님의 말씀이다. 자기 몸이 훌륭한 악기가 될 수 있도록 갈고 다듬어 보기를 추천한 것이 인상적이다.
자립과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삶의 기술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경험은 자존감을 한 단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창조의 기쁨, 이것은 예술의 가장 큰 즐거움이니까. 창작은 그 과정도 즐겁지만, 결과물을 통해 자립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효과다. 필요한 것들을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채울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안감도 줄어든다. 행사를 위한 현수막을 직접 제작한다든지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들도 그 과정 중 하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의존을 줄일 수 있다.
삶을 담은 영상 자서전
다음 학기에는 지역의 영화 감독님의 지도를 받아 영상 자서전을 촬영할 계획이다. 부모님과 지역 어른, 친구 등 주변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고자 한다. 영상 자서전을 촬영하고 시사회를 진행함으로써 사람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좋은 관계를 맺어나갈 앞으로의 장면도 기대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1년간 좌충우돌한 자신만의 항해 일지를 한 권의 책으로 묶는 것도 수료를 위한 필수 코스이다.
수업의 과정이 때로는 즉흥적이고,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즐겁고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불안은 줄어들고 자존감은 높아진다. 이렇게 키워진 자신감과 자발성은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자기 삶의 지도를 스스로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은 인생의 예술가가 된다는 뜻 아닐까? 목도나루학교 예술교육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 곽두호
- 공립 대안학교인 목도나루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국어교육을 전공했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관심이 많다.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보다 좋은 교육을 항상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evgreen2@naver.com - 사진제공_곽두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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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예술가 되기
어쩌다 예술쌤㉙ 즉흥과 변주, 실천으로 찾아가는 삶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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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예술가 되기
어쩌다 예술쌤㉙ 즉흥과 변주, 실천으로 찾아가는 삶의 방향
기대만점입니다
이런학교가 있다는것에 감동을 느낌니다. 우리는 인생의 목표를 어디에 두는것일까요? 학교에서 인생을 시발점을 찾고 답을향해 인생을 배워가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