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양면과 같은 나의 예술교육

맞서는 인터뷰④ 행정서류·인건비·생존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무엇과 맞서고 있나’라는 독자 설문에 참여한 여섯 명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짧은 키워드에 다 담지 못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문화예술교육이 마주한 현실과 흔들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를 살펴본다.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들려달라.

A.

처음 문화예술교육을 접한 것은 미대에 입학한 후, 학비를 보태기 위해 다닌 입시미술 학원에서였다. 2020년에 ‘새동전 스튜디오’를 열고 문화예술교육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브랜딩, 시각, 공간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으며, 교육 관련해서는 연필, 펜, 색연필 등을 이용한 핸드드로잉과 아이패드를 활용한 디지털드로잉 수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기관, 기업 대상 디자인 기획 및 굿즈 강연과 자체 개발한 <삐꾸랑 놀자 – 뇌구조, 인생그래프 그리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Q.

여러 활동 가운데 문화예술교육을 꾸준히 이어오는 힘은 무엇인가?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A.

문화예술교육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든다. 미취학 아동부터 80대 중장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참여자가 의미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배운 시간이 되었다거나, 미술을 배우고 표현하고 싶었던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진정으로 보람차고 뿌듯하다.
최근 금천문화재단 ‘금천시민대학’에서 20대부터 80대까지의 폭넓은 연령대의 참여자와 <삐꾸랑 놀자 – 일러스트로 그려보는 나의 마음 지도>를 진행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작성해 보고, 그를 통해 알게 된 자신의 키워드를 일러스트로 그려보는 수업이었다. 이때 참여자에게 설문을 받았는데 모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셔서 감사했다. 더불어 자신의 마음과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배워보고 싶었던 일러스트도 접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단순히 미술도구와 그림을 배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과의 연장선을 가질 수 있어 기뻤다.

  • 〈삐꾸랑 놀자 – 일러스트로 그려보는 나의 마음 지도〉(2026, 금천시민대학 동캠퍼스 만천명월예술인가)
Q.

현실적인 고민도 있을 것 같다.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이나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면 들려달라.

A.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실질적인 금액이 맞지 않거나 수업 방향이나 추구하는 바가 나와 다를 때, 수업을 거절한 적은 있다. 나는 단순히 스킬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보다 무엇을, 어떻게 기획하고 디자인하거나 표현할 것인지 각자의 생각을 확장하고 열어주는 수업을 진행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와 결이 맞지 않거나 수업 시간 및 이동시간, 수업 준비시간을 모두 포함한 것에 비해 인건비가 너무 낮게 책정되었을 때 거절했다.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힘든 순간에는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돌아본다. 그러면서 의뢰한 기관과 추구하는 바가 어떻게 다른지 분석해 보며, 실질적인 합일점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대화와 레퍼런스 이미지를 보여주며 조율했던 것 같다.

Q.

현장에서 생기는 고민은 주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나.

A.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님들과 제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보조강사로 함께 작업했던 작가나 기획을 하며 함께 협업한 작가와 서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시뮬레이션하면서 의미 있는 수업을 만들고자 노력하곤 했다. 스튜디오 호재 이재호 대표, 23스튜디오 이지연 대표와 특히 원초적인 질문과 실질적인 고민에 대해 속 깊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업의 목적이 무엇이고,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다시 질문한다. 군더더기를 제외하고 목표를 재점검하며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석한다. 더불어 말이나 글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 이미지를 찾아 시각화하고, 경우에 따라 제작하거나 출력해서 현실화시켜 시뮬레이션해 보면서 해결방법을 찾아간다.

Q.

지금 맞서고 있는 키워드로 ‘행정서류’ ‘인건비’ ‘생존’을 꼽았다. 의미 있는 교육을 이어가기 위해 이 세 가지와 맞서게 된 이유를 들려달라.

A.

가장 크게 맞서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는 결국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내고 쟁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나 지원사업에 도전할 때는 행정 서류 작성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단순한 신청서 작성 수준이 아니라 교육 커리큘럼, 준비물, 목표, 대상, 기대효과, 기존 실적, 이력, 예산 등 매우 광범위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획 단계부터 검토와 작성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면접 심사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편이다.
기관의 섭외로 수업이나 강연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은 인건비, 즉 강사료다. 일반적으로 강사료 책정은 수업 시간만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실제 업무에는 교육 자료 제작 시간, 수업 준비, 이동 시간, 수업 사이 대기, 점심시간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이러한 시간은 비용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관에 따라 실제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Q.

이러한 고민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던 경험이나 사례가 있다면 좀 더 자세히 들려달라.

A.

저의 경우, 같은 주제의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기관의 성격, 대상, 수업 목적에 맞게 내용을 세부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한다. 즉, 같은 수업이더라도 매번 새로운 구성과 준비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준비시간이 상당히 필요하지만, 실제 지급되는 비용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교육 활동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저 자신도 전문성과 역량을 더욱 강화하여 더 큰 규모의 수업, 워크숍, 강연으로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을 거다. 동시에 기관 차원에서도 강사료 책정 방식에 대한 현실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매년 진행되는 서울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경우, 기획부터 운영까지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라서 행정서류 준비와 장소 섭외 등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다. 그러던 중 2024년과 2025년 관악문화재단 ‘관악마을창작소’ 프로그램의 핸드페인팅 및 디지털드로잉 수업 주강사로 섭외되어, 기관에서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때 강사료 외에도 준비시간에 대한 비용을 일부 책정해 주었다. 현실적으로는 충분한 인건비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었지만, 다른 기관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이었다.
궁극적으로 문화예술교육 분야가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생존과 직결되는 인건비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창작자와 교육자가 안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보다 질 높은 교육과 지속적인 성장 또한 가능해질 것이다.

  • 〈가족과 함께 2025년 세계여행 달력 만들기〉(2024)
Q.

행정과 생존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문화예술교육 활동의 재미는 10점이라고 답했다. 이 일이 여전히 재밌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저에게 있어 수업하거나 워크숍을 진행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지원사업으로든 수업 의뢰를 받아서든 어떤 분들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참 기대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인 것 같다. 같은 내용의 커리큘럼이라도 사람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고, 어떤 톤앤매너로 정보나 경험 등을 전달할지 늘 고심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만나서 생각하던 기획을 현실화시키고, 감동을 주는 일이 아직은 설레고 기대된다.

Q.

그 설렘과 기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A.

결국 자신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느끼는 불안 요소나 긴장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며, 만약 불안 요소가 발생했을 때는 왜 불안한지,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해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수업에 임하는 마인드셋이다. 이후에는 진행하고자 하는 수업 내용에 대해 기관 또는 기업 담당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방향성을 조율한다. 수업 운영에 필요한 노트북, 마이크, 빔프로젝터, 화이트보드 등의 준비물도 사전에 꼼꼼히 확인하는 편이다. 수업 공간 구성 역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통 교실식 배치보다는 원형 또는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형태로 책상을 배치하여, 참여자들이 서로 어울리며 즐겁게 배우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공간 구성에 따라 참여자들의 태도와 분위기, 동선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책상 배치와 공간 환경도 사전에 충분히 확인하고 준비하고 있다.

Q.

독자 설문조사 결과 기사를 살펴보면서 인상 깊었던 내용이나 새롭게 느낀 부분이 있다면?

A.

많은 분이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은 위로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데이터로 읽기’ 기사에서 경력이 낮은 그룹은 상대적으로 재미 점수가 낮게 나타난 반면, 경력이 높아질수록 재미 점수가 상승한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는 수업을 진행할 때 참여자들에게 비교적 높은 자유도를 부여하는 편이다. 단순히 규칙이나 방식에만 맞추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해석하는 과정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자 역시 자신의 수업 안에서 역할에 대한 숙련도와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만족도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키워드로 읽기’ 기사에서는 각자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군분투해온 이야기들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방식으로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언어의 벽’에 관한 내용이 깊이 와닿았다. 저 역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표현을 행정적인 언어로 수정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이를 크게 의식하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괴리감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중요한 지점이었다.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방식 속에서도 의외로 놓치고 있던 부분이 있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 구로구립 궁동어린이도서관 <색연필 드로잉>(2024)
Q.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지난 활동을 돌아보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우리가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에는 무엇이 있을까.

A.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무엇과 맞서고 있나’라는 질문이 깊이 와닿았다. 저 또한 이 영역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일해온 사람 중 한 명이기에 이 질문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저의 경험과 고민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하고, 나아가 이 인터뷰로 더 깊은 이야기와 경험을 나누는 것 또한 저만의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변화는 아닐지라도,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는 일 역시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고 믿는다.
AI의 발전으로 많은 영역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모든 분야가 같은 속도로 변화하지는 않는다. 특히 문화예술교육과 같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영역은 구조적 특성과 현장의 맥락이 깊게 연결되어 있어 단기간에 빠르게 변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는 분명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대한 움직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을 나누고 목소리를 더하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차곡차곡 쌓여 문화예술교육 생태계가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신주화
신주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새로운 감동을 전하는 새동전 스튜디오 대표로 있다. 서울 매력일자리,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한강플플, 용산청년지음 등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강의와 문화예술교육을 한다.
artmath@naver.com
인스타그램 @artmath

사진 제공_신주화 디자이너·기획자·문화예술교육자
정리_프로젝트 궁리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