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신문화-문화예술교육을 축으로, ‘문화국가’를 꿈꾼다

임진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2026년은 유네스코가 공식 지정한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의 해’다. 유네스코는 회원국이 제안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 교육, 과학, 문화를 통한 국가 간 협력 촉진과 평화와 안보에의 기여라는 유네스코의 목표와 가치에 부합하는 경우 ‘유네스코 기념해’(UNESCO Commemorative Year)로 지정하고 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의 힘’을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한 김구 선생의 사상이 지닌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2025년 12월 취임한 임진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역시 오랜 기간 현장에서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확대하고 문화의 힘을 높이는 다양한 창작과 축제 기획 활동 등을 이어왔다. 마당극이라는 공통의 지향 속에서 20여 년간 인연을 이어온 가운데, 취임 100일을 맞은 임진택 원장과 만나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동안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보편적 예술교육의 확대에 힘써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정한 ‘문화국가’를 지향하며 계획하는 행보는 어떠한 것일지 들어본다.
이화원  늦었지만, 취임을 축하드린다. 문화예술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기관을 이끌게 되신 만큼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 같다. 처음 제의받았을 때 어떠한 마음이었나.
임진택  올해로 활동한 지 49년이 되었다. 마당극은 기존 연극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연극이 극장을 떠나서 마당으로, 사람들의 삶의 현장으로 간다는 뜻이었다. 밖으로 나간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그게 가능하냐’고 의구심을 가졌다. 극장이 없으면 연극을 못 한다고 생각하던 때다. 그런데 우리가 밖으로 나온 거다. 그때 연출의 변으로 딱 한 마디만 썼다. “연극은 민중의 것이다.” 연극은 특정한 사람들, 연극인, 지식인만이 하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또 물었다. ‘특별한 재주가 있어야 하지 우리가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내가 내놓았던 창작 이론이 ‘공동 창작’이었다. 연극은 한 사람의 작가·연출가, 전문적으로 연극을 배운 사람만이 아닌, 누구나 모여서 함께 공동 창작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저의 예술의 출발이자 시작이었고, 이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설립 목표, 방향과 같다. 문화와 예술은 모든 국민이 향유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향유만이 아닌 모든 국민이 체험하는 것이고 창작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20년 전 진흥원이 태동했다. 그래서 저는 와야 할 곳에 제대로 왔구나 생각했다.
이화원  취임 후 100일이 지났다. 이제 어느 정도 진흥원의 역할과 기능, 조직 구도와 지향점 등을 파악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지난해 진흥원 설립 20주년을 맞기도 했다. 문화와 예술과 교육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다른 기관이나 정부 부처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협력하고 있고, 앞으로 어떠한 관계 맺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임진택  문화예술 정책은 오랫동안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데 그 중심이 있었다. 그런데 ‘창의한국’이 나오면서 관점의 변화가 있었다.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기관이 출범하게 되었고,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시작으로 점차 전 국민이 향유하는 문화예술로, 더 심화해서 생애주기별, 생활 밀착형 등 다양한 관점으로 취약계층, 소외계층, 특수 계층으로 깊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확장해왔다. 훼손되어 가는 가족, 공동체의 문제를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복원하고자 보건복지부 등 다양한 부처와 협력하고 있고, 서로 지원하기도 한다. 한 부처의 산하 기관이지만 여러 부처와 관계하고 있는 매우 독특한 기관이다.
이화원  20년을 회고해 봤을 때 가장 대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이고, 앞으로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임진택  앞서 말한 것처럼,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우리 기관의 주축이 되는 사업이다. 교사는 교사로서의 역량이 있지만, 진짜 예술의 실기를 통해 예술의 깊이와 본질을 경험하는 교육이 필요했다. 한편으로는 전업 예술가로는 생활이 쉽지 않은 정황도 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아이들에게 예술적 재능과 기질을 전달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보완이 되고자 했던 정책 방향이 있었다. 상당히 좋은 효과를 얻었고 많이 보급되면서 확장되었는데, 지금 문제는 그렇게 부처 간 협력으로 재정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면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위축되는 측면이 있어서 그것을 제대로 정비하고 만회하는 일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이전에는 밖에서 정부가 하는 일을 비판해온 사람인데, 막상 안으로 들어와 보니 정부, 관의 규모와 속성이 그렇게 빨리 움직여지지 않더라.
임진택  성과는 또 있다. ‘꿈의 예술단’ 사업이다. ‘꿈의 오케스트라’를 확장해 무용, 연극, 시각예술로 확장한 것이 꿈의 예술단이다. 꿈의 예술단 사업은 지난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이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지역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한 중학생이 국악을 배우고 싶은데 배울 곳이 없다는 이야기에 한 번 더 언급되었다. 꿈의 예술단 사업에 국악 오케스트라는 아직 없다. 부임하고 국악 분야 확장과 국악 오케스트라단의 필요성 등 내부에서 의논하던 중이었는데, 힘을 좀 받고 있다.
이화원  지난 과정과 성과를 되돌아보았는데, 앞으로 더욱 보람 있는 활동을 설계해 나가기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임진택  올해부터 진흥원이 ‘인문정신문화’ 사업을 전담하게 되었다. 앞으로 진흥원은 인문정신문화와 문화예술교육 두 축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인문정신문화 사업은 지금까지 3년마다 전담기관이 바뀌어왔는데, 원하는 바는 3년 후에 전담기관을 바꿀 수 없는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화원  사실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해서 AI가 모든 분야의 키워드로 떠오르지만, AI 물밑에서 바른 가치관과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을 갖고 있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폐해가 있을 수 있다는 위협 속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한다. 인문정신문화 사업의 핵심은 무엇인가.
임진택  우리가 국민의 보편적 문화향유라고 표방했는데 정작 ‘문화’ 분야에 관한 생각, 추진이 좀 미약했다. ‘예술’이 문화를 대표하는 한 종목일 수는 있지만, 문화는 그보다는 훨씬 더 넓은 개념이다. 이른바 한류를 지나 케이팝, K-컬처가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진흥원이 진정한 K-컬처, 진정한 K-아트를 연구하고 발굴하고 보급하는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구 선생이 선견지명으로 밝혀 놓은 문화국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조한 진정한 문화강국이란 어떤 모습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설계해 보급하는 일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화원  2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17개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있고, 기초문화재단이 속속 설립되면서 각 지역에 부합하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진흥원은 각 지역과 어떻게 만나고 어떤 역할로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임진택  그 부분도 지금 파악하는 중인데, 진흥원과 지역 자치단체나 문화재단의 관계 설정이나 협력이 매우 훌륭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지역의 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지역의 다양하고 독특한, 고유한 문화와 역사, 자기 현장성은 지역이 더 잘 안다. 지방 이양이라는 방향은 맞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와의 관계에서도 영향을 받겠지만, 권한 이양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이 펼쳐질 수 있는 방식의 협업이 필요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업의 많은 부분이 지역에 위탁하고 이를 지역에서 자기 사업으로 현장에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의 풀뿌리, 실핏줄처럼 삶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민간 문화예술단체에까지 혈액이 공급될 수 있으려면 지원 방식을 좀 더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관의 지원으로 문화가 순환하고, 문화재단조차도 없는 문화적으로 취약한 지역에까지 실핏줄처럼 닿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어떻게 해야 가장 합당할 것인가 큰 과제로 생각하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화원  연결해서 질문을 드리자면 지금 진흥원과 광역 지원센터 등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이 괄목할 만함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많은 아동청소년이 문화예술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꿈의 예술단도 있지만, 전국의 아동청소년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국가적으로 또는 진흥원이 어떻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임진택  그 부분은 문화예술교육만이 아니라 교육 전반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 공교육에 대한 우려와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현실 속에서,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가정의 재정 여건에 따라 교육 기회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적 재능은 환경과 무관한 만큼,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 전반의 문제도 그러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차등 없이 차별 없이 지원되고 협력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화원  5월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아 여러 행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들었다. 진흥원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문화예술교육 관련 제도나 사례 연구 등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교류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준비와 계획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
임진택  유네스코와는 오래전부터 상당히 밀접한 연관을 가졌더라. 유네스코는 2011년 우리 정부의 제2차 세계대회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여 매년 5월 넷째 주를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현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으로 선포했다. 유네스코 자체가 인류의 문화와 예술, 교육을 고양하는 목적으로 생겨난 국제기구다. 이는 진흥원의 취지, 목표와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올해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토대로 유네스코의 프로그램과 전략을 지원하는 국제적·지역적 연구·교육·연수 기관인 ‘카테고리2센터’ 인준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협력 관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화원  많은 얘기를 들려주셨는데, 마지막으로 [아르떼365]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달라.
임진택  진흥원이 문화예술교육 전문연수원을 조성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옛 충남도청사 소유권을 이전받았고, 그중 후생관과 단재관 2개 건물을 진흥원이 전문연수원으로 조성·운영하게 되었다. 올해 말에 완공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술교육가 개인의 자기 소양과 역량도 있겠지만, 전문연수원에서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인문적 소양을 일정하게 갖출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단순히 실기를 가르치는 강사가 아니라 인간을 가르치는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 인문정신문화 사업과 관련한 현장의 문화예술교육 내용이 필요하고, 이를 기획하고 실행할 예술교육가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일이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다.
[아르떼365]를 보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앞으로 진흥원이 해야 할 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아르떼365] 독자와 공유하고 토론하고 협력하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화원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지속적인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에 더불어,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함께 갈 수 있는 중요한 소통의 장으로서 [아르떼365]를 활성화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 앞으로 진정한 문화국가로 거듭나는 우리 사회를 위하여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주시기를 기대한다. 긴 시간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하다.
임진택
임진택

예술가이자 연출가로 오랜 시간 우리 전통예술과 현대 공연예술을 넘나들며 활동해 왔다. 한국 마당극의 창시자로, 창작 판소리와 연극, 음악극을 기반으로 한 창작 작업을 통해 한국적 서사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해 왔다. 세계야외공연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지역 축제를 만드는데 힘을 기울이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데 힘써왔다. 1998년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겸임교수와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을 역임했다. 2025년 1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으로 임명되어, 예술가로서의 창작 경험과 현장 중심의 시선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의 방향과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이화원
이화원
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이자 상명대학교 연극학과 명예교수로서 오랜 기간 연극 교육과 평론 활동에 몸담아 왔다. 우리나라에 현대적 거리극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프랑스 현지에 진출하는 작품들을 제작했으며 문화 소외 지역과 계층에 예술을 널리 나누는 공공적 예술 활동과 국경을 넘어 우리의 공연예술을 작업 및 평론으로써 소개하는 데에도 힘써왔다. 2009년 서울시장 표창, 2011년 민관협력 우수사례 우수상, 2026년 올빛 평론상 등을 수상하였다. 2023-2025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연극전문지 [연극평론] 편집장을 역임하였고 2026년 3월부터 [아르떼365]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audela90@gmail.com
사진_이재범 라무팜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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