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말고 진짜 미술 수업을 하고 싶다

맞서는 인터뷰⑤ 자가복제·증명·업체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무엇과 맞서고 있나’라는 독자 설문에 참여한 여섯 명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짧은 키워드에 다 담지 못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문화예술교육이 마주한 현실과 흔들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를 살펴본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어떻게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나?

A.

나는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다. 경기도에 위치한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루틴 속에서, 작업실 월세와 재료비를 감당하면서도 작업 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초등 저학년 대상의 돌봄·맞춤형 미술강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2024년 말, 입시미술과 과외, 미술학원 등 대학생 때부터 쌓아온 교육 경력을 그러모아 이력서를 썼고, 운이 좋게도 학교에 출근하게 되었다.

Q.

현역 작가로서 학교 예술교육에 기대했던 것과 실제로 요구받은 역할 사이에 차이가 있었나?

A.

사실 나와 같은 젊은 작가들에게 이러한 공고 자체를 찾는 것부터가 하나의 장벽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예술 현장과 교육 현장은 정보의 유통 경로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어디서 어떻게 강사 자리를 구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많다. 어렵사리 공고를 찾아내 들어선 면접장 대기실에서 나는 미술 강사 시장의 치열함을 처음 피부로 느꼈다. 마트 장바구니에 온갖 도구와 샘플 작업물을 가득 들고 온 이들이 있었다. 무거운 가방을 이고 지고 다녀야 하는 강사들의 현실을 보며 서글픈 동질감과 치열함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러나 더 큰 벽은 면접관들의 질문 앞에서 마주쳤다. 그들의 질문은 하나로 수렴했다.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돌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아쉽게도 현역 작가로서 쌓아온 전문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채로운 수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추상적인 답변으로 취급받았다. 작가로서의 이력은 면접장에서 단독적인 전문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현역 작가가 재단이나 예술공간에서 진행하는 워크숍과 학교 저학년 대상 미술 수업은 본질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학교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강사들에게 ‘돌봄’의 기능만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1년 치 커리큘럼을 정리하고 상상하며 예술적 교감을 기대하고 온 젊은 작가들은 이 지점에서 현장과의 괴리를 느끼며, 예술이 아닌 오직 ‘통제와 돌봄’에만 치우친 환경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Q.

지금 맞서고 있는 키워드로 ‘자가복제’ ‘증명’ ‘업체’를 꼽아주셨다. 해당 키워드를 뽑은 이유나 경험이 있을까?

A.

저학년 중심의 돌봄 학교에서 아이들은 수업 중간에 다른 학원 스케줄에 맞춰 불쑥 교실을 나가버리기 일쑤였다. 미술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나와 버티기 대결을 하는 것처럼 수업 시간 내내 흰 도화지를 앞에 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통제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지금 예술을 가르치는 강사일까, 아이들이 다음 학원에 가기 전까지 시간을 때워 주는 사람일까.
그 흔들림은 시스템과 부딪히면서 더 깊어졌다. 2025년에 일하던 학교 측에서 다음 해부터 업체 위탁으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담당 교사는 업체에 소속되면 수수료를 떼이지만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제안했다. 번거로운 서류와 면접을 줄이고 싶었던 나는 업체 소속을 택했고, 업체에도 직접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업체는 기존 소속 강사들로 배치를 마쳤다며 계약 종료를 알려왔다. 차가 없어 도보 거리의 학교만 지원할 수 있는 나에게, 주변 학교들의 연쇄적인 업체 위탁 전환은 순식간에 실직으로 이어지는 생존의 문제였다.

Q.

갑작스러운 업체 위탁 전환으로 다시 수업을 나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후 수업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나?

A.

몇 달간의 단기 아르바이트와 수많은 면접 끝에 올해 겨우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업체를 거쳐 학교 두 곳에서 강의하게 되었다. 수업 방식도 완전히 바뀌었다. 업체에서 커리큘럼과 도안, 재료를 세트로 보내주기에 몸과 마음은 이전보다 편하다. 그러나 수업에는 연속성이 없다. 지난 수업의 원리를 발전시켜 다음 작업으로 이어가는 재미 대신, 결과물만 예쁘게 포장된 느낌이다. 도안을 복사하기 위해 교무실 복합기 앞에 줄을 서면 오늘 내가 진행할 도안과 똑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규격화된 도안 앞에서 스스로가 도구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특히 학교들의 이러한 ‘업체 위탁화’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공교육 안으로 자유롭게 진입하는 통로를 차단해 버린다. 업체가 요구하는 규격화된 강사의 기준 속에 작가의 예술적 전문성이 들어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와 현역 작가 사이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어지게 되었다.

Q.

교실의 모습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체감되는 변화가 있나?

A.

입체의 원리를 깨쳐주었을 때 “진짜 같다”라고 소리치며 더 알고 싶어 하던 아이들, 페트병을 원기둥으로 그려냈을 때의 그 작은 쾌감은 이제 좀처럼 교실에서 만나기 어렵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의 결과물은 확연히 서로 닮았다. 물리적 환경도 다르지 않다. 한 학교는 정규 수업이 끝난 교실을 빌려 쓰는 구조라 10분 안에 모든 세팅을 끝내야 하며, 노트북과 교재는 물론 마대와 청소포까지 직접 챙겨 다닌다. 교실 뒤편에 멀쩡한 청소기를 두고 굳이 개인 마대만 써야 하는 규정은 비효율을 넘어 자의적인 통제처럼 느껴진다. 다른 학교는 출석 확인 문자를 강사의 개인 휴대폰으로 직접 발송해야 한다. 창문을 직접 닫고서 ‘창문을 모두 닫았나요?’라는 체크리스트 칸에 서명하는 행위처럼, 실질보다 형식에 더 많은 에너지가 쏠리는 행정 속에서 예술교육이라는 본질은 점점 뒤로 밀린다.

Q.

그럼에도 문화예술교육 활동의 재미를 8점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첫해 수업은 학생들 덕분에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다. 미술학원과의 차별성을 고민하며 기술적인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학생 각자가 자신의 미감을 이해하길 바랐다. 어리기 때문에 모르는 게 많았지만 몰라서인지 하고 싶은 게 분명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은 작가적인 시선으로도 재미있는 순간을 발견하기 충분했다.
작게 그리는 아이에게는 작은 것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했고, 특정한 색을 즐겨 쓰는 아이에게는 그 색과 어울리는 것을 추가하도록 선택지를 주었다. 선생님을 골탕 먹이려는 아이라도 자신의 선택에 이유가 있고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완성할 방법을 함께 찾았다. 하얀 도화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들이 서서히 자기 안의 세계를 알아차릴 때, “금요일 미술 시간이 제일 재미있었어요.”라고 수줍게 건네는 쪽지를 받을 때, 작가이자 강사로서 보람을 느끼곤 했다.

Q.

독자 설문조사 결과 기사를 보면서 공감되거나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A.

기사를 통해 행정과 절차에 의해 많은 것이 결과와 형식을 따르게 된다는 점, 그리고 이를 요구받는 현장의 깊은 피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사회 변화와 제도 압박 속 대립과 성찰’(①데이터로 읽기) 기사에서 ‘재미’에 대한 질문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경력이 적은 강사들의 ‘재미’ 점수가 낮은 이유는 이 시기가 행정과 형식의 틀에 적응하느라 가장 애를 먹는 단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기사를 읽었다. 행정과 형식 안에서도 유연한 결과를 인정하고 다채로운 수업 방식을 존중하는 것. 그것은 결국 ‘현장 강사들의 재미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고민과 직결된다. 이 지점을 함께 연결해 들어간다면 미술 교육을 개선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Q.

더 나은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A.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아이 한 명을 위해 정말 많은 어른이 곳곳에 서 있다. 그러나 그 어른들이 서로의 업무를 확인하고 인계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거대한 업무가 되어버릴 때, 책임이 흐려지고 업무가 쌓인다. ‘돌봄’과 ‘늘봄’이라는 이름 아래 강사들이 소모되는 구조는 결국 아이들에게도 소모적인 교육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학생도 강사도 예술과 교육을 느끼며 수업하기 위해서 개인 강사들이 자생할 수 있는 구조와 작가의 전문성을 진짜 교육으로 받아들이는 구조적 설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구나혜
구나혜

시각예술 분야에서 설치 작업을 진행한다. 사물에 대한 사유를 특정 재료와 연결 지어 풀어내는 작업에 주목해 왔다. 프로젝트로서 공공성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공공조형물을 리서치하거나 도시 공간 자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할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2025년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 레지던시 3기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개인전 《Curing》을 개최했다. 이외에도 개인전 《NEMO》(2024)와 공공예술 조형물을 리서치하고 투어 형식으로 풀어낸 프로젝트 《캡션되기 | Closed Captioning》(2024) 등의 이력이 있다.
rngp222@gmail.com
홈페이지 gunahye.house

사진 제공_구나혜 설치미술가·문화예술교육가
정리_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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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훈 2026년 07월 21일 at 2:24 AM

    교육현장에서 실제로 수업을 맡고 계신 예술교육 강사님들의 고충과 희망사항에 대해 잘 들어보았습니다. 고용 불안과 수업 시수 부족, 그리고 정규 교육의 커리큘럼에 있어 협조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쉽지만, 학생 중심의 주도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교과 과정과의 유기적 융합을 도모하며, 포용적인 교육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사뭇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이런 현직 강사분들의 의견들이 잘 피드백 되어 보다 실효성 있는 예술 교육 시설 확대 및 정책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author avatar
    윤하람 2026년 07월 21일 at 9:47 AM

    작업을 하기 위해 방과후 강사, 아동 미술학원 일을 하러 다녔을 적이 생각나네요.
    그때가 10년 전이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라는게, 아니 어쩌면 더 심한 상황이 된 것 같아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를 접했을때, 내가 원하던 예술교육이 이런 결이었다는 안도감과
    전문성이 생긴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 제목이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응원합니다.

  • author avatar
    호수수 2026년 07월 21일 at 12:41 PM

    늘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 결과 중심, 돌봄 중심, 과정에는 관심없는 관리자와 행정 편의를 위해 축소되는 디테일들. 하지만 늘 제기되는 문제, 변하지 않은 문제에 그럼에도 강사 개인이 수업 중에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슬프지만 현실이 참 안 바뀌네요.

  • author avatar
    최병성 2026년 07월 21일 at 6:48 PM

    읽으며 많이 공감했습니다. 예술교육의 본질은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만의 시선과 표현을 발견하도록 돕는 데 있다는 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행정과 형식은 늘어나도 아이들이 “미술 시간이 제일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이야말로 강사가 계속 교실에 서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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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훈 2026년 07월 21일 at 2:24 AM

    교육현장에서 실제로 수업을 맡고 계신 예술교육 강사님들의 고충과 희망사항에 대해 잘 들어보았습니다. 고용 불안과 수업 시수 부족, 그리고 정규 교육의 커리큘럼에 있어 협조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쉽지만, 학생 중심의 주도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교과 과정과의 유기적 융합을 도모하며, 포용적인 교육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사뭇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이런 현직 강사분들의 의견들이 잘 피드백 되어 보다 실효성 있는 예술 교육 시설 확대 및 정책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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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람 2026년 07월 21일 at 9:47 AM

    작업을 하기 위해 방과후 강사, 아동 미술학원 일을 하러 다녔을 적이 생각나네요.
    그때가 10년 전이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라는게, 아니 어쩌면 더 심한 상황이 된 것 같아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를 접했을때, 내가 원하던 예술교육이 이런 결이었다는 안도감과
    전문성이 생긴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 제목이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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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수 2026년 07월 21일 at 12:41 PM

    늘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 결과 중심, 돌봄 중심, 과정에는 관심없는 관리자와 행정 편의를 위해 축소되는 디테일들. 하지만 늘 제기되는 문제, 변하지 않은 문제에 그럼에도 강사 개인이 수업 중에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슬프지만 현실이 참 안 바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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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성 2026년 07월 21일 at 6:48 PM

    읽으며 많이 공감했습니다. 예술교육의 본질은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만의 시선과 표현을 발견하도록 돕는 데 있다는 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행정과 형식은 늘어나도 아이들이 “미술 시간이 제일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이야말로 강사가 계속 교실에 서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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