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문화예술교육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저는 극작가이면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에 연극을 시작하고 극작가로는 2017년에 데뷔했다. 주변에 학교 수업을 나가거나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료를 많이 봐 왔지만 내가 누군가를 이끌거나 가르친다는 것에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아 문화예술교육 분야는 “내 일이 아니다!” 여기면서 오래 못 본 체 해왔다. 그러다 생계 문제도 그렇고 작업을 확장할 만한 배움도 필요해 2021년에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 후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도 함께 소개해 달라.
문화예술교육 활동은, 아마 ‘초심자의 행운’이었겠지만 2021년도에 지원했던 공모에 선정되면서 바로 시도해 보게 되었다. 그때 기획자로 참여했는데, 그 작업을 끝내고도 여러 고민이 있어서 ‘내가 문화예술교육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활동 중에 연결된 선생님들께서 보조강사로 종종 불러주셔서 자칭 ‘전문 보조강사’로 현장을 떠나지 않을 수 있었다. 올해는 다시 만남에 대한 욕구와 궁금함이 생겨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 보려고 경기문화재단 2026 문화다양성 사업 ‘다이아 프로젝트’에서 <글로브 극장>이라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 밖에도 본래 하는 연극 작업을 소소하게 이어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을 계속해야겠다고 다시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무엇이 당신을 이끌었을까.
“나는 왜 희곡을 쓰고, 왜 연극을 하는 걸까?”라는 질문의 연장선에 있다. 자꾸 부인하고 싶지만 사실 연극을 좋아하고, 서늘한 세계나 기묘한 인간군상을 무대에 올리면서도 결국 여기서 잘 살아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그득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런 생각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작업을 했던 건데, 내가 쓴 희곡을 연극으로 만들어 극장에서 상연하는 거로는 뭔가가 충분하지 않았던 거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고, 관객 이상의 관계를 만들고 싶고, 같이 무언가 해보고 싶어서 문화예술교육으로 다시 시선이 돌려졌다. ‘이 일을 계속해야지!’ 하고 결심한 구체적인 사례가 딱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경험했던 문화예술교육 시간, 공간, 맴도는 공기나 느껴지는 정서 같은 것이 나에게는 생동감 있으면서도 안전하게 느껴졌기에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사건으로 다시 돌아왔고 또 계속하게 될 거로 생각한다. 반면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마음 한구석에 있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은 어떤 순간에 가장 커지는가.
타인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있으면서도 만나기 싫다는 정반대의 욕구가 내 안에 크게 있다. 낯선 이들을 만나서 말하고, 이끌어 내고, 나도 잘 정리되지 않는 내 경험과 방법을 말하는 게 나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어떤 때에는 환대에 대한 강박 때문에 ‘밝고 명랑한 나’를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런 개인적인 이유 외에도 대부분이 ‘공모’라는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라 일이 되게끔 해야 한다는 압박,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그런데 잘하고 잘 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답답함, 끊임없는 자기 증명에 대한 회의감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불러일으킨다.
그런 고민과 질문이 쌓일 때 혼자 견디기보다는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질 것 같다. 주로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
이런 생각이 들거나 벽에 부딪힌 것 같을 때 비슷한 작업을 하는 주변 동료, 선배, 후배와 수다를 빙자한 하소연 잔치를 벌이곤 한다. 풀어내고 싶은데 마침 한밤중이거나 말한다고 뭐 달라지겠나 싶어 담아 둔 얘기들이 있을 땐, 이렇게 우연히 만난 [아르떼365] 독자 설문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금 맞서고 있는 키워드로 ‘성과’ ‘참여자 모집’ ‘작업’을 꼽았다. 이 세 가지를 뽑은 이유와 경험을 들려달라.
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어느 깊은 밤, 이 단어들이 내가 넘어야 할 큰 산처럼 느껴졌다. 너무 막막해서 어디든 얘기하고 싶은 밤이었다. 문화예술교육에 함께 할 참여자의 윤곽을 나름대로 그려보고 섭외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놓친 것들이 있었다. 올해 <글로브 극장> 프로젝트는 안산에 사는 이주노동자와 만나보려고 계획했던 작업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와 가까이서 만나는 기관이나 단체의 선생님들은 그분들이 일상에서 정기적으로 만나 뭔가를 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으며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삶에 긴급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일회성으로 다양한 체험과 흥미 위주의 수업을 듣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기획 단계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는데, 내가 몰랐구나 싶고 충분히 납득했다.
그 경험이 문화예술교육과 자신의 작업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적지 않은 질문을 남겼을 것 같다.
<글로브 극장>에서는 참여자도 나도 동등한 창작자, 작업자가 되어서 자신만의 연극을 만드는 과정을 목표로 했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만남이 가능해서 결과물이 흥미롭게 나온다면 내가 얻고 싶었던 성과가 될 테지만, 그 만남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었다. 내가 뭔가 멋진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욕심을 부렸구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잘 모르겠다.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을 참여자로 모집하고 지속적으로 만나 뭔가를 쌓아가는 것이 꿈같은 일인 건지, 만나보고 싶다는 이유가 혹시 상대를 타자로 둔 채 내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었는지, 짧게 주어진 시간 안에 참여자가 작업자, 창작자가 되어 함께 만들고 함께 보는 연극이 가능한 건지, 불가능하다면 문화예술교육이 과연 내 작업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문화예술교육을 부업이자 아르바이트라고 여겨야 하는지….
문화예술교육을 하며 느끼는 ‘재미’를 10점 만점에 7점이라고 답했다. 그 점수를 준 이유는 무엇이고, 점수를 1점 더 높이기 위해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그때 생각보다 높은 점수를 주었던 것 같다. 꽤 긴 시간 누군가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스태프로서 참여하다가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기획하고 실행하니 약간의 흥분이 있는 상태여서 그런 것 같다. 그야말로 ‘나의 작업’이라는 데서 오는 몰입의 재미가 아니었을지! 물론, 함께 하는 동료, 참여자와 이야기 나누고 좌충우돌하고 발견하고 배워가는 과정은 실제로 재밌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난관과 갈등 상황에서 수시로 5점 밑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그런데 문득, 난관이나 갈등, 고민 없이 모든 것이 물 흐르는 대로 진행된다면 더 재미있어질까, 싶기도 하다. 이런 요소들이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어떤 순간이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1점 더 높아지려면 나의 실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스스로 관대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수나 뜻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지원기관이 관대하게 바라봐 줄지는 모르겠지만)
설문조사 결과 기사를 읽으며 자신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거나 새롭게 다가온 부분이 있다면 들려달라.
독자 설문조사 결과 ‘키워드로 읽기’ 기사를 읽고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다. 성과와 증명에 대한 피로감, 경쟁 구조 안에서의 지속성, 문화예술교육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등을 타인의 문장으로 읽다 보니 내 안에서 막연했던 것들이 오히려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또한 내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질문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생생한 대화로 이런 이야기들을 더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AI, 도파민’과 같은 키워드가 많이 언급되었다는 부분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러한 시대 변화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여전히 해당 키워드들을 낯설어하는구나 싶었다. 이렇게 많은 분의 현실에 있는 키워드라니 공부하고 알아가야겠다는 다짐도 덤으로 해 봤다.
거창한 변화보다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는 변화도 있을 것 같다. 최근 직접 시도해 본 경험과 앞으로 이어가고 싶은 실천이 있다면 들려달라.
이런 것도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나 자신의 동기에서 출발해 사람들과 작게 연결되는 시도를 해 봤다. 지원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생일에 늘 우울한 나의 상황을 떠올리며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을 모아 생일에 대한 독백을 써 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정산이나 참여자 모집, 결과보고 등 아무런 제약이 없으니 편안하고 즐겁게 해볼 수 있었다.
고민도 있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벌인 일이라 해도 어떤 과정은 ‘일’처럼 느껴졌다. 당연히 프로그램을 위한 재료 등은 사비로 지출해야 했다. 편안하고 즐거워서 내 호기심이나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 또 이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하긴 했지만, 이것이 딱 맞는 대안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있다면 뭐든 해보고, 그 과정과 결과를 잘 갈무리하고, 그것을 나누는 것밖에는 떠오르질 않는다.

@babambabibi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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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_장정아 문화예술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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