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화예술교육은 무엇과 맞서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설문조사를 넘어 현장으로 향한다. 문화예술교육가, 행정가, 전문가, 연구자 등 24인의 시선으로 각기 다른 조건 속 장벽의 실체를 짚고, 그 공통점과 차이를 탐색하며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의 성숙을 위한 통찰을 모색한다.
평행선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평행선 #만남 #소통
박진영 광주대 교육상담학과 평생교육 전공 교수
‘어떤 감정으로 나를 만나보는 작업을 해볼까?’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어울리는 음악에는 어떤 음악이 있을까, 챗GPT에 물어봐야겠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어떤 상황에서 올라오고, 어떤 신체적 반응이 따라올까’ ‘이를 몸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내가 기획하여 운영하는 대학 교양과목인 ‘내 안의 나와 마주하는 무용’ 수업 시간을 위해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이다. 학기 초에 수업 계획을 세우고 학생들에게 공유하지만, 학기마다 만나는 학생들의 특성과 성향에 따라 감정들의 선별과 수업 방식에 조금씩 차이가 난다. 말하자면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게 수업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세상에 답이 없고 예술에도 답이 없듯이, 이러한 나의 수업 전개 방식을 스스로 맞춤형 수업이라고 칭하고 싶다.
교육학자로서, 평생교육 실무자를 양성하는 교육자로서, 감히 ‘인간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과 교육콘텐츠를 고민하기에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기본이라 생각하고 문화예술교육 수업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교육학, 특히 그중에서도 인간 성장에 평생의 학습을 연결시켜 바라보는 ‘평생교육’을 전공한 나의 입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책상과 강의실에 갇혀서 진행하는 연구가 아닌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그야말로 열려 있는 실천의 장이기도 하다. 인문학과 성찰을 통해 인간 본성과 삶, 인간 자신 등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말과 글이 아닌 또 하나의 소통 매체인 몸을 통해 자신을 표현해 보도록 함으로써 학습자들이 자신과, 타인과, 세상과의 소통을 확장해 보도록 도와주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의 고민과 실천 장면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들은 나와 같은 마음과 비슷한 고민을 머릿속에 담고 있지 않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어떨 때는 다른 이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도 열려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다루고 접근하고 있을지 의문도 가져본다. 더 나아가 예술을 전공하고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하는 이들과 나처럼 교육학을 전공하고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무용을 나중에 배워 문화예술교육을 수행하는 이들 사이에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은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체성, 예술과 교육과의 관계,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하는 방식 등.
우리나라의 「평생교육법」상 문화예술교육은 7대 영역 중 하나에 해당하고, 매년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평생학습실태조사’에서 문화예술교육은 국민의 참여도가 가장 높은 평생교육 영역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바라보는 문화예술교육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교육은 명칭은 같지만, 서로 다른 영역은 아닌지 항상 의심스럽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의 시작은 두 부처의 만남에서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현재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주도하면서 연계해 나가는 다양한 부처 중 하나로 교육부의 위치가 축소된 인상이다. 다른 부처와는 다른, 즉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고 고민하는 관계여야 하는데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물론 지역 차원으로 들어가서 보면 예술을 전공한 이들과 평생교육을 전공한 이들 간의 연계와 만남이 더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말이다.
예술을 통해 인간의 성장과 행복,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바가 같다면, 즉 같은 일을 수행하고 있고 강점이 다른 이들이 서로 만난다면, 우리가 원하는 바는 좀 더 커지고 내면이 깊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에 공감대가 커진다면 서로 만나고 부대껴보는 일들은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도 기대해 보면서, 이 글 또한 ‘평행선’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떠도는 배의 방향타를 붙들고
#수치화된_성과 #불분명한_목표
윤기훈 상명대학교 연극전공 교수·극작가·연출가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마치 나아갈 방향을 잃고 그저 바다를 떠도는 배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무형의 인프라 격인 배의 규모는 분명 성장했고, 사공들은 곤란한 지경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자리에서 각자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 이런 현상을 타개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뚜렷한 항해 목표를 설정하고 방향타를 안정적으로 틀어쥐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해결책이 수립되거나 추진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적 의미의 예술교육이 단순한 기예의 전수라는 축소된 의미에서 벗어나 창작, 감상, 향유 등으로 예술만이 갖는 의미와 경험이 정서 함양, 감성 계발, 미적 지각력 육성 등, 인격 형성 과정에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가치관 형성에도 기능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문화예술교육을 장려하고 영위하는 이유이자 본질이다. 그러나 현실은 문화예술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을 상실하고 본질을 벗어난 목표들로 인해 방향감각을 잃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보면 우선, 문화예술교육사업 대부분에 존재하는 정량적 목표의 늪이다. 수강생의 수, 교육 시간, 강사의 수, 참여자 대비 예산 등, 효율적 예산 운용이라는 명목으로 수치화된 성과지표를 강요하고 있으며, 심지어 교육 현장의 실정과 현격히 유리된 목표와 방법까지 제시하기도 한다. 사업을 수주하고 이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지만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어떤 사업은 과연 이것이 문화예술교육 사업인지 일자리 창출 사업인지 모를 정도로 그 목적 자체가 불분명해지는 경우도 있다. 사업공고를 통해 운영단체를 모집하면서 대부분의 예산을 강사료로 책정하게 강요하고 단체의 운영비를 인정하지 않거나 사업 규모에 비해 턱없는 예산을 배정한다면, 이는 사업의 목적이 고용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는 의미다. 문화예술교육사업의 운영은 단순 행정이 아니다. 교육대상에 관한 연구, 교육목표 설정, 프로그램 및 교육 방법론 개발 등에 많은 인력, 시간, 노력 등이 소요된다. 문화예술교육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사를 모집하여 인건비를 나눠주는 일도 필요하지만, 강사진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개발하고 효과적인 교육 방법론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문화예술교육을 가르치고 사업을 운영해 온 지 20년이 넘었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초기에는 늦은 시간까지 연구원·강사진과 연구와 개발에 몰두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공모 사업은 내용이나 예산 운용에 있어 자율성이 많이 배려되었었다. 그로 인해 연령별 대상뿐만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 하나원, 가정주부, 교도소 재소자 등, 다양한 교육대상을 발굴할 수 있었고, 연극, 미술, 영화, 문학, 무용, 음악 등 모든 예술 장르와 영어, 역사, 수학, 물리학 등의 영역을 아우르는 융합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사업공고에는 지나치게 구체화된 대상과 목표가 명시되기 시작했고, 이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돌봄 사업의 보완재로서, 자유학기제나 방과 후 학교의 도구로 문화예술교육은 최저가 낙찰제의 굴레에까지 갇히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이 맞서고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위에서 거론한 몇 가지 예는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문화예술교육을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상기하고 다시금 목표를 뚜렷이 설정하는 것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되어야만 한다. 분명 작금의 어려운 환경에서 진정성과 사명감을 잃지 않은 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문화예술교육 단체와 강사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떠도는 배의 방향타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 누구인지는 자명해진다.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적 목적의 도구로, 기관평가와 감사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성과지표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위상을 규정하고 있는 사람들부터 각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획이 이를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_예술이 사라지는 자리에 남은 프로그램
#성장과_확산을_넘어 #다양성의_아름다움
현혜연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 전공 교수·문화예술교육원장
문화예술교육이 정책의 맥락에서 수립된 지 20년을 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정책적 용어로 만들어져, 적극적으로 제도를 만들고, 강력하게 현장을 견인해 왔다. 그 용어의 결정에 있어 해석이 분분하고 논쟁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교육은 기량 중심의 예술교육을 넘어 삶과 예술의 관계를 묻고 고민하며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 예술의 장을 열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빠르게 정착해 왔다.
정책으로 탄생한 제도적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그토록 빠르게 확산되고 정착하는 과정에는 공모방식의 대규모 지원 정책이 한몫을 해왔다. 공모방식의 지원사업은 무엇이 문화예술교육이고, 다른 예술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 어떤 접근법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가늠자가 되었고, 문화예술교육의 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런데 공모방식의 지원은 초기 정착 과정에서 효율적인 확산과 질적 성장의 장점을 가진 반면, 시간이 갈수록 방향성을 한정 짓는 한계도 가지게 된다. 공모의 심사 과정에서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이 계획은 문화예술교육인지 아닌지 판단 받는다. 그 과정에서 예술교육가들은 선정을 위한 태도와 내용, 형식을 학습하게 되고, 그 결과 예술이 사라진 자리에 비슷비슷하게 서술된 프로그램이 남게 되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20년, 무엇이 다른지 모를 프로그램들이 채운 자리에서 나는 담론과 다양성을 잃었다는 안타까움에 직면하고 있다. 무수한 심사와 컨설팅과 연구와 실천 속에서 나는 어떤 다양성을 지켜내고자 했는지 성찰하고, 성찰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만큼의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예술은 인간이 창의력을 발휘하며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을 이끌어 낸다. 지금 우리는 그 담론의 다양성과 실천의 다양성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논의해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지키기 위해 잃은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세상 예술가만큼의 예술성에 주목하고, 그 다양한 실천을 이해하는 부드러운 관점과 친절한 청취를 힘껏 지키며, 대화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다시 세상의 모든 어려움과 맞서는 예술의 힘이자 문화예술교육의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의미에서 지원사업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예술의 본령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시선과 관점을 지켜야 한다. 또한 서슴없이 말하고 그 말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마주치며 새로운 담론을 담아내는 무정형의 장에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모든 실천과 담화는 정책의 장을 넘어 누구나 어디서나 자주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성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한 도깨비 사진나라(출처_중부대학교 늘봄 온 캠퍼스 인스타그램)

박진영
광주대학교 평생교육 전공 교수·문화예술교육가. 평생교육을 전공하고, 교수가 된 이후 문화예술교육 평가 및 심사위원으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2021년 광주문화재단 지원의 청장년 인생설계학교 ‘꿈을 꾸는 청년도시 라라랜드’, 2022년 광주광역시 광산구청 지원의 여성노인 대상 ‘예술로 나를 표현하는 문화예술’, 2023년 광주광역시·광주인재평생교육진흥원 지원의 장애인 대상 ‘무용으로 찾아가는 자유로운 나’를 기획·운영했다. 무엇보다 2017년부터 광주대 교양교육원장 재직 시 문화예술교육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대학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교양과목 7개를 기획했고, 2023년부터 ‘내 안의 나와 마주하는 무용’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jinyjyp
인스타그램 @jinyjyp

윤기훈
상명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전공 교수, 극작가, 연출가. 20년 넘는 기간 동안 대학에서 산학연계 및 사회적 기업, 경계없는예술센터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수행했으며 예술강사, 문화예술교육사 관련 정책 및 교육에 참여했다.
akyoon@smu.ac.kr
akyoon@smu.ac.kr

현혜연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연구자, 해석자. 1997년 어린이 사진캠프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모험을 시작하였고, 지금은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교육원장을 맡아 문화예술교육 연구, 실천 및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정책 사업의 연구, 개발, 기획운영, 컨설팅 등에 참여하고 있다.
hyhy119@hanmail.net
hyhy119@hanmail.net
- 사진제공_필자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코너별 기사보기
비밀번호 확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