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호,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ESG경영…. 지난 20여 년간 명칭을 달리하며 불려 온 환경 이슈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명칭으로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맴돌 해결하지 못한 어쩌면 해결하지 않은, 회피당한 환경 이슈들.
우리는 왜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할까? 어쩌면 그럴 마음이 없어서는 아닐까? 환경 이슈들을 극복할 방법은 ‘그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으로 생각하며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통해 그럴 마음의 씨앗을 심어보기로 했다.
청년 농부와 어린이 농부
‘그럴 마음’의 씨앗
“선생님 물 주러 언제가요?”
“뽑으면 이제 못 만나요?”
작은 씨앗으로부터 무를 만나는 데 걸렸던 시간 63일, 그리고 비트를 만나는 데 걸렸던 시간 87일. 수확의 기쁨보다는 이별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속에 ‘그럴 마음’의 싹이 트고 있음을 발견했다.
2022년부터 2년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한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으로 지역의 6~7세 아이들과 함께 지구를 지키는 마음, ‘그린마인드(Green Mind)’를 키워나갔다. 식물과의 대화, 노래, 춤 등의 예술적 요소를 통해 식물을 키우면서 재배자와 식물 간 정서적 영향을 주는 문화예술적 재배는 식물에 열매를 맺게 할 뿐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속에도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는 그린마인드도 맺게 할 것이라 기대하며 <새싹농부들과 꿈꾸는 Green>을 진행했다.
“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다.”
두더지 때문에 농사를 망치 농부의 딱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이들은 손도장을 찍으며 어린이 농부가 되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게 보살피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해 수확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약속과 다짐에 충실하며 식물을 키워갔다. 함께 씨앗을 심고 이름을 지어주고 자연물을 이용해 집도 지어주고 노래도 해주고 토닥토닥 응원도 해주는 교육과정을 통해 아이들과 무와 비트는 친구가 되었다. 잡초가 무성했던 유휴부지에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 다면체의 반구형 돔)을 설치하고 식물재배 장소이자 문화예술교육 장소로 활용했다. 청년 농부가 일반적인 재배방식으로 키우는 자연동과 아이들과 함께 문화예술적 재배로 키우는 예술동을 구분하여 80여 일간 무와 비트를 키웠다.
수확한 무와 비트는 크기, 당도 측정기를 통한 당도, 엽록소 형광분석기를 통한 식물의 형광분석 값(형광분석 값을 통해 식물의 생리상태, 활성화 상태를 알 수 있다)을 비교하며 아이들의 관심이 얼마큼 식물의 성장에 기여했지는지 분석해 보기도 했다. 비트의 당도를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드라마틱한 차이점은 없었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파종에서 수확에 이르는 80여 일간의 시간 동안 식물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생태 감수성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라나 있었다. 아이들이 식물을 대하는 표정과 태도가 달라졌음은 물론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들의 어린이집 출석률도 높아졌다. 초콜릿, 초록이, 사랑이 등 아이들이 식물에 지어 준 이름처럼 80여 일간의 예술교육을 통해 식물과 아이들의 마음속엔 달콤한 열매를 맺었고 서로를 생각하는 녹색의 마음 꽃도 피었다.
  • 어린이 농부 선서
  • 아이들이 식물에 지어 준 이름
그린 세대의 확산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세대(Generation)란 같은 시대를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일컫는다. 세대는 현재의 사회문화적인 요소가 반영된다. 2010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술을 접한 첫 번째 세대이자 22세기까지 생존하는 세대를 알파 세대라 한다. MZ 세대 이후의 세대이기도 하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그린 세대’로 자라나길 희망한다. 그린 세대는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쓴 채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생활을 하고 이상기후로 사계절을 만끽할 수 없는 세대, 해수면 상승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의 계속된 환경오염과 위협에 직면할 세대, 그리고 결국 기후위기를 극복할 세대이다.
기후위기는 현실이다. 해수면은 점점 높아지고 세계기상기구는 앞으로 5년 사이 적어도 한 해 이상 지구의 기온 상승이 기후 마지노선인 1.5℃를 넘길 확률이 80%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편리함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내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지구를 위해 또 미래세대를 위해 불편을 감수할 ‘그럴 마음’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나조차도. 2년 간의 창의예술교육 랩 지원사업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럴 마음’의 씨앗을 심으려 노력했다. 이 아이들이 자라 어른 세대가 해결하지 못한 환경 이슈들을 해결해 주길 바라는 기대와 미안한 마음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할 발현체가 되길 바란다. 우리 어른들이 해결할 수 없다면 아이들이라도 해결할 수 있게 ‘그럴 마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어른들의 최소한 역할이 아닐까 한다.
변화 그리고 확산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태블릿 pc 사용으로 종이 사용량을 줄였다. 재단 내 일회용품 사용량이 줄었다. 재단 테라스에 상추를 비롯한 반려 식물을 가꾸는 직원들도 늘었다. 2년간의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을 통해 나와 재단 직원들의 마인드가 조금은 녹색으로 변화되었다. 앞으로의 재단 사업에는 녹색의 필터가 장착되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 안에 또 다른 ‘그럴 마음’이 생겨난 거 같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그린마인드를 좀 더 확산하려고 한다.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할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각 가정에서도 쉽게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팝업북을 활용한 교육 키트를 개발했다. 교육의 자발적 참여도를 위해 재미와 호기심 요소를 추가해 식물을 키우는 과정을 통해 그린마인드를 함양할 수 있게 팝업북을 구성했다. 아직은 시제품에 불과하지만, 그린마인드 확산을 위해 사업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재단에서 할 수 있는 나의 역할이자 우리들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동화 팝업북
이주환
이주환
부안군문화재단 예술융합팀장. 그린마인드 확산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2022년부터 23년까지 2년간 운영했으며 올해는 전북 지방정원 3호로 지정된 ‘해뜰마루 정원’을 모두의 생태정원으로 가꾸기 위한 사업을 운영 중에 있다.
inmyfilm@bac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