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일구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골목

예술로 365길⑮ 10년후그라운드

10년후그라운드
장소
광주광역시 남구 양촌길1
시간
11:00~21:00
번호
070-4763-5070 / 10y_ground@naver.com
링크
홈페이지 https://10yground.com/
인스타그램 @10yground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서 어른들을 위한 공간으로
양림동에는 50여 년간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였던 은성유치원이 있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몬테소리(Montessori)’를 도입해 신식 교구와 선진 교육 방식을 널리 알렸던 곳이다. 양림동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모두 이곳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수많은 세대의 추억과 역사가 깃든 이 공간은 2020년, ‘10년후그라운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던 장소가 이제는 10년 후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어른들을 위한 모임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토록 좋은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이름을 말해주는 이가 드물어서 몇 년간은 좀 서운하기도 했다. 그래도 요즘엔 10년후그라운드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 ‘옛날 은성유치원 자리에 있는 빨간 벽돌 건물이요’라고 설명하면, ‘아~ 거기 카페도 하고 이것저것 재밌는 거 하드만’이라며 알아봐 주시기도 한다.
10년후그라운드에서 정말 다양한 일이 진행된다. 평소에는 카페로 운영되다가, 때로는 전시장이 되고, 강연이나 교육도 진행되고, 가끔은 파티까지 열린다. 자체 기획 행사도 있지만 외부 대관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께서 ‘이것저것 재밌는 거 하는 곳’이라고 말씀해 주신 게 사실 이 공간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모임공간
더 나은 내일이라. 뭔가 거창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여기서는 부담을 조금 내려놔도 좋다. 10년후그라운드는 거대한 비전을 세우기보다 소소하지만, 삶에 양분이 되는 일들에 집중한다. 우리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들 말이다. 유치원이었던 공간의 맥락을 이어받아 ‘퇴근후유치원’을 기획했다. 재밌으면서도 어린아이를 성장시키는 유치원처럼 퇴근한 어른들이 개인의 발전을 꾀하면서도 유쾌하게 참여할 수 있는 가벼운 프로그램으로 꾸렸다. 영감, 비건 등 다양한 주제의 독서 모임으로 시작한 ‘퇴근후유치원’은 뜨개질 클래스, 전통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모임 등 다채로운 취향 클럽으로 확장되었다. 올해는 외부에서 활동하는 모임장을 모집하여 전통주인 이화주 만들기,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와 좋아하는 미술작품을 덕질하는 소모임 등 색다른 취향의 클래스를 열기도 했다.
어른이 될수록 우리는 취미와 취향으로부터 멀어진다. 성과와 효율을 우선하며, 단순히 좋아서 하는 일을 스스로 금기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취향은 단순한 선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열쇠이자, 삶의 균형을 찾고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도구다. 결국,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면 나를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 필수다. 내 취향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것은 나를 공부하는 일이다. 10년후그라운드는 그러한 여정을 돕는 공간이자, 각자의 취향이 모여 함께 성장하는 장이다. 여기서 시작된 작은 취향의 씨앗들은 우리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단단한 뿌리가 될 것이다.
  • 〈퇴근후유치원〉 코바늘클래스
  • 〈예술가의 시간〉 흙인형 만들기
예술이 마을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10년후그라운드는 예술과 사람을 잇는 교차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일상이 멈췄던 2020년, ‘예술이 마을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양림골목비엔날레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10년후그라운드는 방문자들을 위한 안내센터이자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하는 전시장으로 활약했다. 화이트큐브의 정돈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고유의 매력을 지닌 울퉁불퉁한 벽돌 사이에 자리 잡은 작품들은 오히려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를 더해, 작품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를 공유하며 깊은 공감과 이해를 끌어냈다. 이는 단순한 전시 이상의 경험으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갔다.
그 결과, 올해만 해도 이곳에서 19점의 작품이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는 지역에서 작품 판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사서 읽고 소장하듯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하고 향유하는 컬렉션 문화는 지역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외에도 10년후그라운드는 작가와 협업한 예술체험 프로그램인 ‘예술가의 시간’을 운영했다. 와이어 아트를 비롯해 요가 클래스와 피아노 연주를 접목하거나, 전통주와 국악을 페어링한 공연, 미술 및 전시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주제를 통해 심도 있는 예술 경험을 제공하며 방문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건강한 땅에 좋은 어른이 깃든다
토양은 오랜 기간 무기질, 유기물, 수분이나 공기가 섞이며 형성된다. 토양의 특성에 따라 자라나는 식생도 달라진다. 양분이 풍부한 땅일수록 생명은 더욱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란다. 10년후그라운드는 로컬과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토양 같은 공간이다. 이 땅 위에 모이는 사람들이 풍성한 경험을 흡수하며 함께 성장하길 꿈꾼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며 자라나는 것처럼 어른들도 이곳에서 문학, 미술, 공연 등 예술을 누리며 즐겁게 성장하길 바란다. 예술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길목에 10년후그라운드가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이다영
이다영
대학 내내 연극동아리에 빠져 살다 문화기획자가 되었다. 연극이나 전시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구체화되어 우리의 삶에 주는 울림을 사랑한다. 복합문화공간 10년후그라운드를 운영하며 로컬 상품 큐레이션 및 마케팅, 공간 기반의 문화기획을 맡고 있다. 골목 미술 축제 양림골목비엔날레(2023-2024)에 PM으로 참여하며 로컬과 문화 예술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다.
ldy38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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