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열정공간99℃ 이용안내
장소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네고지 1길 14 1층
시간
개방시간 | 화~금 15:00~20:00
(매월 2·4주 10:00~12:00까지 동아리 활동)
프로그램
공간 이용 대상 | 청소년
번호
031-416-1318
링크
페이스북 @99teenagers
요즘 세상이 무덤덤하고 밋밋한 것 같아도 청소년열정공간99℃(이하 99도씨) 청소년 사이에선 새로움과 흥미로운 감정들이 흘러 다닌다. 어른들 사이에선 새롭지 않은 일도 이들 사이로 옮겨가면 흥미진진한 일로 바뀐다. 따분할 수 있는 책 읽기도 친구와 함께라면 새로운 경험이 되니까. 청소년들에게 99도씨는 어떤 존재일까? 공간에 불이 켜지면 청소년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벌렁 눕거나 음악을 들으며 흔들흔들 리듬을 타기도 한다. 배가 고플 때는 모여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다.
  • ‘수수밥 모임’ 식사 준비
  • 작곡 수업
입을 열고 마음을 열고
99도씨는 청소년이면 누구나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 공간이다. “마을에 노인정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청소년 공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2014년 마을기획단 활동을 하던 한 청소년이 마을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당돌하고 당연한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 활동한 청소년 동아리 친구들과 마을 어른들이 힘을 모아 2017년에 ‘청소년열정공간99℃’ 공간을 열게 됐다. ‘99℃’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족함을 채워 건강한 어른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족함을 인정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서로에게 틈을 내어 주고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작은 99도씨 공간 안에서는 청소년이면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명랑하고 재미난 일이 많이 일어난다. 날씨를 닮은 청소년들은 때로는 손님처럼 때로는 공간의 주인이 되어 다양한 일을 펼쳐가니 이들이 만들어가는 흐름은 변화무쌍하고 새롭다.
99도씨는 밥으로 청소년들의 입을 열고 마음을 나눈다. 콩나물, 가지나물, 호박나물에 넣어 먹을 양념장, 떡갈비, 미역 오이냉국으로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맛있니?” “맛있어요!” 말이 오가고, 숟가락이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예쁘고, 가지나물, 오이 들어간 미역 냉국이 싫다고 해도 좋다. 대가족처럼 둘러앉아 (거리를 두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수수밥 모임’(수요일에 수다 떨며 밥 먹는 모임)이 있는 날이면 잔칫집 같다. 아이들과 음식을 준비하며 양파 까기 달인, 썰기의 달인을 칭찬하며 틈틈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밥 먹는 시간에는 다양한 작당이 일어난다. 그림을 쓱쓱 그려 벽에 붙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편안한 공간에 있어서인지 자유롭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청소년들은 모두 예술가이다.
  • <만질 수 있는 이야기>
  • <나무들의 밤> 야외공연
동아리에 예술교육 더하기
99도씨는 1318 동아리(중학생), 인클루드(고등학생) 동아리가 있다. 동아리 프로그램에는 사회적 이슈와 역사적 사건을 배우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다. 만약 이론적 배움에 예술교육이 더해지면 어떨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건 99도씨를 잘 이해하고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 안용세 예술교육가가 있어 가능했다. 이후 청소년들과 세월호참사 내용을 담은 <생명의 기억> <기억과 망각 사이> <만질 수 있는 이야기>, 사리역을 품은 <나무들의 밤> 공연을 준비하고 펼칠 수 있었다. 공연 준비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다양한 경험을 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춤추고 옆 사람의 손도 다정하게 잡을 줄 안다. 좀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던 아이가 친구들과 손을 잡고 활짝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동작을 만드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창의적이고 나다움을 끌어내는 예술교육이 가진 힘이다.
<만질 수 있는 이야기>는 참여한 청소년들이 사회적 경험으로 선정한 ‘미투’ ‘세월호참사’ ‘코로나19’를 말과 행동으로 표현했다. “마냥 아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 아이가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는 거리를 뒀으면 했는데 오늘 발표회를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한 어머님이 들려준 이야기다. 참여한 청소년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거나 꿈을 찾기도 하고, 자기 신체 중에 등이 가장 소중하다며 힘든 사람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도 했다. 지금 당장 뚜렷한 변화는 없지만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게 됐다는 청소년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99도씨 옆에 사동 주민들과 역사 교사가 함께 힘을 보태서 ‘1℃’라는 새로운 공간을 열었다. 마을박물관의 역할뿐 아니라 99℃ 청년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개성을 가진 모임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공동으로 운영한다.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99도씨 공동체는 뚜렷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유롭고 느슨함 속에서 특별한 구슬을 하나씩 꿰어가고 있다. 꿰어진 구슬이 어떤 모양, 빛깔이 될지 모르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반짝이는 것을 찾아내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99도씨는 이들의 나무 그늘이 되고 연결자가 되고자 한다.
김부일
김부일
청소년들과 삶을 나누며 일상에 작은 행복을 알아가는 중이다. 앞으로도 99℃에 머물며 울퉁불퉁 자유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청소년들의 비빌 언덕이 되고 싶다.
gldoggebi@naver.com
사진제공_김부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