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예술

프랑스 거리예술축제

프랑스의 여름은 바캉스 시즌이 시작하기 전인 6월부터 도시에서 예술축제들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그중 7~8월 프랑스 각 지역의 거리예술축제들은 여름의 흥겨움이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온 듯한 폭발적인 분위기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넘쳐난다.
거리에서 마주하는 ‘살아있는 예술’
거리예술이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프랑스어로 아르비벙(Art Vivant), 즉 살아있는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큰 범위로는 ‘공연예술’ 분야 내 한 장르이며, 공연예술 중에서도 클래식한 문화공간을 벗어나 도시나 마을 등 인구 밀집 지역, 야외 공공장소에의 예술적 행위와 대중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모든 예술 형태를 말한다. 이미 고대부터 그리스 야외 연극, 로마의 음악 및 전투 공연, 중세 시대의 놀이, 서커스, 마임, 벽화 등으로 거리예술은 늘 존재해 왔지만, 르네상스 시대부터 연극과 미술은 제도화되기 시작했으며, 1548년 프랑스에서는 종교적 거리 공연인 ‘미스테르(Mystère)’가 금지되었고, 연극은 실내에서만 열리게 되었다. 18세기에는 지방에도 실내극장들이 세워졌고 거리예술은 프랑스 거의 모든 도시에서 사라졌다. 이로써 연극은 폐쇄된 공간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교양 있는 특정 계층 사람들을 위한 특권이 되었다.
1968년 학생 운동 이후, 프랑스의 모든 예술 분야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대중과 직접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와 공공장소에서 공연을 펼쳤다. 1970년대 뉴욕 거리 그라피티의 탄생과도 맥을 같이하며, 거리예술은 현대예술의 한 장르로 재정의되었다. 연극, 음악, 무용, 뮤지컬, 설치 및 행위예술, 벽화, 서커스, 불꽃놀이, 영상 등 여러 분야가 거리예술의 유연한 경계에 들어간다. 거리예술가들은 장소의 공간/시간적 제약에 더불어 관객 및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동시에 고려하고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예술 분야 간의 경계를 넘어 장르의 혼합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거리예술만의 임시성과 의외의 변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GONFLÉS/VÉHICULES> ©Holger
[출처] 디디에 테론 컴퍼니 홈페이지
지역 문화예술거점 ‘크나렙’
프랑스의 거리예술은 1987년부터 시작된 샬롱거리페스티벌(Festival Chalon dans la rue)과 오리악국제거리극페스티벌(Festival International de Théâtre de Rue d’Aurillac)로 큰 상승세가 시작되는 듯했다. 하지만 1991년 걸프 전쟁 후 극심한 경제공황으로 프랑스 전역의 거리예술이 완전히 침체되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1997년 프랑스 거리예술가들이 오리악에서 다시 함께 뜻을 모았고, 같은 해 9월에 샤띠옹에서 프랑스 거리예술협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이때부터 거리예술협회는 문화부와 깊이 있는 문화정책 담론을 시작하였다. 마침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 정책으로 큰 비중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던 시기였던지라, 지역의 문화적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필요와 활동무대를 확장하고자 했던 거리예술가들의 필요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문화부는 거리예술의 예술적 가치와 공공 서비스적 성격을 인정하며 2005년도부터 정책개발을 시작했고 2010년에 공식적으로 국립거리예술센터(Centre National de l’art de la rue, CNAR, 크나르) 라벨 인증제도를 만들었다. 2017년에는 문화부에서 더욱 구체적인 관련 법령을 제정하며 ‘공공장소’를 명칭에 포함하여 ‘국립 거리예술 및 공공장소 예술센터(크나렙)’(Centre National des Arts de la Rue et de l’Espace Public, CNAREP)로 라벨 명칭을 바꾸었다.
크나렙 선정은 문화부에서 주도하며, 심사 기준에 따라 각 지역 거리예술 분야 기관/단체/협회를 선정한 후 주요 운영예산을 지원하고 해당 지역의 거리예술가 및 단체의 창작지원, 공연 및 홍보 지원, 예술가 네트워크 인증 및 관리 등의 역할을 부여한다. 이를 위해 크나렙 라벨을 보유하는 기관은 예술가들의 레시던시를 포함한 공연 제작 장소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크나렙 선정 심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지원기관이 운영하는 거리예술 프로젝트 현황 및 향후 계획

– 사업자등록증을 포함한 행정문서, 보유시설 장비 및 인력 현황, 예산 현황 및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자금조달 현황

– 지원기관이 위치한 지역의 환경, 예술/문화적 맥락, 전문가 네트워크 현황

– 지원기관 라벨 부여 가능성 관련 해당 분야 타 전문 기관 심의

크나렙은 중앙정부인 문화부의 예산 외에도 시‧도 단위의 지역자치단체에서 별도 예산도 지원받는다. 특히 지역자치단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해당 지역 거리예술축제 운영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2019년까지 크나렙이 총 14개 선정되어 운영 중이었으나 2020년 앙제 지역 1개 기관 폐지 후 현재 총 13개 기관으로 각 지역에 운영되고 있다. 2008년부터 크나렙으로 선정되어 12년간 운영된 앙제 지역 ‘라 파프리(La Paperie)’는 2020년도에 심각한 내부 운영 문제로 크나렙에서 퇴출당함과 동시에 문을 닫았다. 앙제 및 인근 지역 거리예술단체 간 네트워크와 거리예술축제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크나렙의 빈자리가 크기에, 문화부는 앙제 지역 새로운 크나렙의 선정을 기다리며 50만 유로(약 7억 5천만 원)의 지원 예산을 보류하고 있다.
대부분의 크나렙에는 크고 작은 지역 거리예술축제 혹은 다양한 규모의 실험적인 거리예술행사가 연계된 경우가 많다. 각 크나렙이 직/간접적으로, 전체 혹은 부분 운영을 담당하는 페스티벌/행사 등은 다음과 같다.
크나렙 연계 페스티벌/행사 최근 운영 기간
아뜰리에231 비바씨떼 Viva Cité 2024.5.18.~5.19.
르푸르노 페스티벌 데 히아 Festival des Rias 2024.8.27.~8.31.
쉬르 르 퐁 페스티벌 페트 르 퐁 Fêtes le Pont 2024.6.5.~6.9.
르빠라플뤼 오리악 페스티벌 Festival d’Aurillac 2024.8.14.~8.17.
프로노마드 _
뤼진 페스티벌 레젝성트릭 Les Excentriques 2024.6.14.~6.15.
시트롱존 레메크르디 뒤 포 Les Mercredis du Port 2024.7월(매주 수요일)
르불롱 페스티벌 레튀르뷜렁뜨 Les Turbulentes 2024.5.3.~5.5.
르물랑퐁듀 프리모, 이동식 페스티벌 Primo, Festival Itinérant de spectacles de rue 2024.9.14.~10.13.
라바투아르 샬롱 거리 페스티벌 Chalon dans la rue 2024.7.10.~7.13.
아뜰리에 프라빠 페스티벌 레장비트 Les Invites 2024.6.19.~6.22.
껠끄빠 텅포르 Temps Fort 2023.9.22.~9.24.
리우퓌블릭 라씨떼오정펑 La Cité aux Enfants
*거리예술 예술교육 확장형 이벤트
2024.7.8.~10.8.
<캐리온> ⒸAlexis Lancien
[출처] 샬롱거리페스티벌 홈페이지
창작과 향유의 경계 넘나들기
거리예술축제의 성격상 예술가와 대중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창작과 향유가 뒤섞여 시너지를 내는 순간을 많이 마주칠 수 있다. 그에 한발 더해 축제의 메인 혹은 서브 프로그램 등에 관객이 제작 및 공연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워크숍이 눈길을 끈다. 2024 샬롱거리페스티벌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프레스크 시아모아즈 극단’(Cie Presque Siamoises)의 <캐리온(Carry-on)>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부모 중 1인과 3~8세 아이가 한 쌍이 되어 8쌍이 참여하였고, 서로를 들고 안고 내리는 몸짓 사이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각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자리를 찾아가는 부모와 자식 간의 균형에 대해 함께 바라보고 표현한다.
2024년 오리악국제거리극페스티벌에 라메엉드르 콜렉티브(Collectif La Méandre)는 음악·사물 연극인 <유령(Fantôme)> 공연 준비 과정에 참여할 20명의 참가자를 찾고 있다. 참가자들은 <유령> 무대 연출 및 제작에 참여하고, 주인공 ‘괴물’에 감정 이입하여 가면을 쓰고 무용을 해 보고, 음악 및 음향효과 작업, 관객들 사이에서 춤추며 무대를 확장하는 등 여러 역할에 참여한다. 각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혹은 담당자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워크숍을 운영하는 예술가 혹은 극단이 찾는 참가자의 역할/인원수/프로필(나이, 성별, 특징 등)/연습 및 공연 일정 등이 안내되어 있다.
라메엉드르 콜렉티브 <유령> ⒸLoïc Nys
[출처] 오리악국제거리극페스티벌 홈페이지
[참고자료]
· 프랑스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 CNAREP 안내
· 공연예술 performing arts, 드라마 사전, 2010, 김광요, 박진권, 황성근, 류용상, 김종대
· 프랑스 거리예술의 기원과 탄생에 관한 연구 L’origine et la naissance des arts de la rue en France, 프랑스학연구 제 51호, 2010년 1월 313-338p, 서명수
· 살아있는 공연예술 spectacle vivant 분야 공동체, 레자르펀테르 les artpenteures ‘CNAREP이란 무엇인가?‘ 브뤼노 드 보포Bruno de Beaufort, 라호쉘 크나렙 ‘쉬르 르 퐁 Sur le Pont’ CNAREP 디렉터 인터뷰
· 샬롱거리예술페스티벌 홈페이지
· 오리악국제거리극페스티벌 홈페이지
박보연
박보연
프랑스 메츠 및 파리 대학에서 문화중재와 문화 프로젝트 전공. 한국에서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일했으며,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가협회에 소속되어 미술 분야 작업 중이다.
park.boyeon@gmail.com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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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2024년 07월 17일 at 9:11 AM

    예술이 제약된 공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거리 등에서 열리니, 많은 사람들이 즐기면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게 된거 같네요~
    다양한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프랑스의 정책 좋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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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4년 07월 18일 at 12:52 PM

    거리로 나선 예술
    프랑스 거리예술축제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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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4년 07월 18일 at 2:13 PM

    거리로 나선 예술
    프랑스 거리예술축제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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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진 2024년 07월 20일 at 10:20 AM

    거리로 나선 예술
    프랑스 거리예술축제
    그 현장에 함께 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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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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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2024년 07월 17일 at 9:11 AM

    예술이 제약된 공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거리 등에서 열리니, 많은 사람들이 즐기면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게 된거 같네요~
    다양한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프랑스의 정책 좋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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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4년 07월 18일 at 12:52 PM

    거리로 나선 예술
    프랑스 거리예술축제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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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4년 07월 18일 at 2:13 PM

    거리로 나선 예술
    프랑스 거리예술축제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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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진 2024년 07월 20일 at 10:20 AM

    거리로 나선 예술
    프랑스 거리예술축제
    그 현장에 함께 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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