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구호가 아닌 나의 일상에서

오늘부터 그린㉙ 따라 하고 싶은 기후위기 캠페인

일상에서 일상의 언어로
지난밤 새벽 2시,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커튼 틈으로 하얀빛이 번쩍 내 방을 비추더니, 천둥소리가 건물에 무겁게 내리꽂혔다. 살아생전 처음 느껴보는 천둥이었다. 건물이 무너지면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수 있게 옷을 갈아입고 자야 하나, 가족과 친구들이 사는 동네는 괜찮은가 싶어 쉬이 잠에 들지 못했다.
기후위기는 이제 더 이상 먼 나라 북극곰의 이야기도, 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 기록이 매년 경신되고 폭염과 폭우, 폭설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후위기를 대하는 방식은 나의 일이 아닌 남의 일로 치부되거나, 정부와 기업에서는 아직도 다른 생물들의 고갈과 착취를 원료로 삼은 녹색 기술의 개발을 해결 방법으로 내놓는 식이다. 또한 시민사회에서의 운동방식은 너무 뾰족하거나, 주장하는 슬로건과 개인의 생활세계와 잘 연결되지 않아 더 많은 시민에게 확산하지 못한다.
이러한 기후위기 캠페인의 한계를 느끼며 활동가, 디자이너, 기획자가 ‘키후위키(keywhowekey)’를 시작했다. 키후위키는 일상에서 일상의 언어로 기후위기 메시지 캠페인을 벌이며, 일상용품을 매개로 기후위기에 관한 다양한 서사를 드러내고 행동을 북돋는 메시지를 확산하고 있다.
메시지를 입는다 – 날씨가 이상해
메시지를 입는다
오래전부터 옷은 정체성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미디어였다. 그래서 우리는 옷을 ‘입는 미디어’로서 접근하며 캠페인 도구로 활용한다. 패스트패션 산업으로 인한 의류 폐기물, 노동 착취 등의 사회적 문제를 의식하며 중고의류에 기후위기 메시지를 입히고 생활세계에서 기후위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우리는 시민 모두가 기후위기 시대 당사자로서 앞으로의 생존 방식과 삶을 향유하는 방식을 상상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과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협업하고 있다. 키후위키의 시그니처 메시지인 ‘날씨가 이상해’를 시작으로, 기후위기로 멸종위기에 처한 커피부터 사람까지 다양한 생물들을 시각화한 ‘시그널(signal)’ 시리즈, 우리와 비슷한 생김새와 생활방식을 지닌 동아시아 나라들의 고유한 특성을 ‘향(香)’을 통해 접근하며 ‘날씨가 이상해’를 동아시아 지역의 언어-인도네시아어, 필리핀어, 캄보디아어, 베트남어, 라오스어, 미얀마어, 말레이어, 태국어-로 표현한 ‘날씨가 이상해_동아시아’ 시리즈, 일상에서의 번아웃(burn out)과 자연 생태계의 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번아웃을 연결하여 번아웃에 대응하기 위한 일상의 실천들을 디자인한 ‘번아웃’, 시민 주도적인 기후위기 언어를 만들기 위해 초등학생, 그래픽디자이너, 활동가, 편집자가 협업하여 사회적 메시지를 일상용품에 입히고, 메시지를 확산하는 과정이 즐거운 놀이길 기대하며 이름 붙인 ‘플레이어’ 등 다양한 캠페인 툴과 방법론을 디자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에서 확장하여, 비슷한 취향으로 구성된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의 활동과 기후위기를 연결하고자 ‘키후위키 라이프’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또한, 짧은 행사를 위해 일회용으로 만들어지는 단체 티셔츠를 리사이클링으로 제공하는 ‘버라이어티’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가 보편화된 것처럼, 일회용 단체 티셔츠를 제작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고자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계촌클래식축제, 에코크리에이터, 서울변방연극제 등의 단체 티셔츠, 공식 기념 굿즈를 리사이클로 제작했다.
전시《날씨가 이상해》©이은정
공통감각을 만드는 경험
시민들이 직접 캠페인 도구를 만드는 ‘메시지를 찍는다’는 자신의 소지품에 실크스크린으로, 기후위기 메시지를 직접 인쇄하는 시민 참여형 워크숍이다. 참여자들은 직접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하는 행위를 통해 기후위기에 관한 공통감각을 형성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또한 작업 방식이 매우 단순하면서도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아서, 자신이 만든 캠페인 도구를 사용하며 성취감을 느낀다.
올해는 캠페인의 또 다른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하며 더 많은 시민을 만나고 있다. ‘날씨가 이상해’를 다양한 버전으로 콘텐츠화하고, 감상으로 끝나는 전시가 아닌 참여형 전시를 기획하며 참여자들의 생태 친화적인 감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생태 친화적인 감각의 형성은 오염된 이 지구에서 기후위기와 무기력증에 압도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키후위키 캠페인을 통해 기후위기에 관심은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시민들을 길어 올리고, 삶에 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캠페인 과정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열쇠는 누구에게? 우리에게! 있으니까!
메시지를 찍는다 – 시민 참여형 실크스크린 워크숍 (왼쪽 ©이은정)
신영은
신영은
키후위키 협동조합 대표. 그래픽디자이너이자 활동가.
keywhowekey@gmail.com
인스타그램 @keywho_wekey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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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4년 09월 07일 at 12:44 PM

    머나먼 구호가 아닌 나의 일상에서
    오늘부터 그린㉙ 따라 하고 싶은 기후위기 캠페인
    공감이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4년 09월 07일 at 1:21 PM

    머나먼 구호가 아닌 나의 일상에서
    오늘부터 그린㉙ 따라 하고 싶은 기후위기 캠페인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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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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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4년 09월 07일 at 12:44 PM

    머나먼 구호가 아닌 나의 일상에서
    오늘부터 그린㉙ 따라 하고 싶은 기후위기 캠페인
    공감이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4년 09월 07일 at 1:21 PM

    머나먼 구호가 아닌 나의 일상에서
    오늘부터 그린㉙ 따라 하고 싶은 기후위기 캠페인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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