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2025년부터 도입되는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해 교사 10%, 학부모 30%만이 찬성했다는 여론조사([세계일보] 2024.08.07.)는 현재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우려를 잘 보여준다. 디지털교과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학생 개별 학습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디지털교과서보다는 디지털 튜터(tutor)로 봐도 무방하다는 입장도 있다. 학생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활용하여 학생의 학습 이해도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보조수단으로서의 디지털교과서와 AI 기술. 교사와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AI 교육,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스마트폰 중독,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스마트폰을 보면 길을 걷는 사람들을 뜻함)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발생한 사례를 보면 교사와 학부모가 AI 교육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것처럼 AI에 대한 학생들의 의존도가 높아진다.’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
“엄마, 나 오늘 뭐 입지?”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해요?”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신 선택해 주면 안 돼요?”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해요?”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신 선택해 주면 안 돼요?”
대부분 ‘의사결정’에 대한 질문이다. 본인의 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결과와 그에 대한 책임에 대한 불안감에 어린 시절부터 주변 어른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 무엇인지 경험을 쌓아나간다. 사회에선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그 가치관과 개인의 기준에 따라 올바른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길 기대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마보이, 파파걸, 헬리콥터 맘’ 등 시대에 따라 부모 의존적인 성향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많아지는 걸 보면 주체적인 개인으로 성장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현실 속에 생성형 AI에 자신의 선택과 의사결정, 더 나아가 삶을 맡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6월, 구글 인공지능 부서의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은 구글의 인공지능 챗봇 ‘람다’와 대화한 후 인공지능이 사람 같은 인격과 감정이 있다고 주장해 충격을 안겼다([한겨레] 2024.05.27.). 수많은 양의 대화와 문서, 서류를 학습한 AI가 ‘확률적 앵무새’(통계에 기반을 둔 예측에 불과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빗대어 부르는 말)에서 탈피하여 개인에게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단순히 사람으로 여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사랑에 빠지거나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3월에는 심각한 기후 우울증에 빠진 벨기에의 한 남성이 인공지능 챗봇 일라이자와 기후위기 관련 대화를 6주간 나누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보도되었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고 절망한 이 남자는 인공지능 일라이자에게 자신이 죽는 게 지구에 도움이 될지 물었고, 인공지능은 남성에게 함께 낙원에서 살자고 답하며 친절하고 다정한 어조로 다양한 자살 방법을 안내했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절망하고 우울해하는 이 남성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고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준 일라이자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애착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어린 시기부터 생성형 AI를 접하고 활용하도록 수업을 구상하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게 알맞을까 고민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주변 사물과 기계를 의인화하여 쉽게 감정 이입한다. 인형이나 애착 사물을 갖고 일방적으로 혼자 말하고 상상하며 노는 어린이가 생성형 AI를 만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자신이 물어보는 질문에 화도 내지 않고 친절히 답변해주는 생성형 AI가 단순히 ‘확률적 앵무새’로서 ‘대화처럼 보이는 말’을 하는 것뿐임을 어린이가 구별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생각하다 보니 AI 기술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바람처럼 AI 기술이 교육 현장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순기능만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이런 질문들로 AI 기술을 올해 예술로 탐구생활 프로젝트에 시류를 반영해 활용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예술로 탐구생활 참여그룹 기획 워크숍 <예탐 플러스 알파(+α)>를 만났다.
예술로 탐구하는 AI 활용의 새로운 관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늘봄‧창의센터가 준비한 워크숍의 주제는 ‘디지털 기술 융합’이었다.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인공지능(AI) 소양’을 공식적으로 제시할 만큼 우리 사회에 인공지능이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을 워크숍에 반영한 것으로 생각했다. 워크숍은 그동안 내가 참여하며 공부했던 AI 활용 연수들과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 그동안의 AI 활용 연수를 통해 다양한 AI 프로그램을 접하고 수업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을지 배울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마음 한편에선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기존 수업을 바꿔야 하는 주객전도의 느낌이 들 때가 있어 불편했다. 하지만 이번 <예탐 플러스 알파>에서는 AI 기술이 지닌 장점을 분석하고, 여기에 사람의 감성과 창의성을 더하는 방법을 알아보면서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수업이 아닌 AI를 활용한 덕분에 가능한 수업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AI는 사람이 연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여러 요소를 섞어서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 보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금치’와 ‘공포’를 연결해 본다고 생각해 볼까요? 우리는 ‘시금치’와 ‘공포’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문화 속에서 시금치는 뽀빠이의 강함, 건강함을 연상하고, 이는 공포와 상반됩니다. 하지만 AI는 주저하지 않습니다(AI는 시금치를 씻다 시금치 줄기들 속에서 머리카락과 비슷한 이물질이 나온 것으로 공포 분위기를 연출했다). 고정관념을 가질 수 없는 기계이기 때문에 보여주는 새로운 연결에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을 더해 보면 어떨까요?”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관점이었다. 이어서 진행한 실습과 사례 분석에서 새로운 관점과 영감을 얻었다. AI를 활용해 참여자들의 추억을 연결하고, 노래로 만들어보는 실습으로 어쩌면 AI가 개인과 개인을 다른 방식으로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했고, 이미지 생성형 AI 기술이 난민의 ‘합성기억프로젝트’를 돕는 도구가 되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난민들의 정서지원과 치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과제물과 이미지들의 범람으로 인한 우려와 걱정에 익숙해졌던 사람으로서 AI가 만든 이미지가 비록 허상일지라도 누군가에겐 공포와 충격으로 망각한 기억을 떠올리게 도울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알고, AI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느라 AI가 줄 수 있는 장점을 간과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도 분명 존재하는데…. 결국 균형의 문제인 걸까? AI 교육 과도기인 현재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균형을 맞추어나가야 할까?’
고정된 시선을 풀고 균형 잡기
2024년 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 교육복지 등 학교 운영과 학생 지원을 위한 예산이 대부분 삭감되었다. 반대로 AI 교육 예산은 눈에 띄게 증가하여 AI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부정적인 시선은 더 두꺼워졌다. 그 와중에 내년부터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사는 AI 기술이 보조수단이 아니라 수업의 주인공이 된 듯한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AI 기술을 수업과 다양한 프로젝트에 활용해야만 할 것 같은 교육 현장의 분위기와 압박감, 부담감으로 마비되어 있던 내게 이번 <예탐 플러스 알파>는 AI 전문가와 미디어아트 전문가들의 연구와 사례를 통해 AI 기술을 교육 현장과 예술 분야에서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이 되어준다는 걸 알려주는 처방전이었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하나의 문제에 골몰하면 몸이 굳어지는 것도 모른다. 그러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새로운 생각을 하면서 문득 굳은 몸이 저릿해지며 쥐가 났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AI 기술로 인한 폐해와 안타까운 사고들을 보면서 부정적인 자세로 오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예탐 플러스 알파>는 내게 새로운 질문과 관점을 주었고, 덕분에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나 스스로가 굳어있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AI 기술이 일상화되면 과거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발생한 여러 문제처럼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AI 의존으로 인한 사고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위험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부정적인 사례에서 배운 교훈과 AI 윤리, 고민으로‘균형’을 잡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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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탐 플러스 알파(+α)’ 1차 워크숍 <빅히스토리와 메타버스, 서사를 통한 스토리텔링>
[출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유튜브 라이브
- 윤성원
- ‘교사는 한 개인의 어린 시절 한 조각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11년째 학생들에게 학교에서의 기분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고자 연구하고 실천 중이다. 인생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터널 같은 시간을 학교에서의 밝았던 기억들이 작은 온기가 되어 도움이 되길 바란다.
mazdai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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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관련 문제를 접하게 될 때마다 방향성을 잘 잡는 것이 정말로 너무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요 사건들과 사례를 기점으로 토론, 토의가 활발해지고 적절한 법안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AI와 대화를 나누다가 자살을 한 사례나 AI를 사람이나 생물(반려동물 등) 과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들은 충격적이고 새롭게 다가오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에 매몰되기 보다 장점을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굳은 몸을 풀 듯 고정관념을 깨는 시간
어쩌다 예술쌤㉚ 인공지능의 창의적 활용
잘 보고 갑니다
굳은 몸을 풀 듯 고정관념을 깨는 시간
어쩌다 예술쌤㉚ 인공지능의 창의적 활용
기대만점입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좋은 교육방법에 대해서 하고 있다는것.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더욱 공부해야하는..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거 같습니다.
미래세대에게 익숙한 매체를 예술 활동에 연계한 AI 교육 이야기 관심있게 보았습니다.실제 교육현장에서 AI 초상화나 AI 스피커를 직접 만들어보거나 챗GPT Generative AI등 생성형 AI 체험을 커리큘럼과 연계하는 모습 잘 볼수 있기에 앞으로도 더욱 활성화 된다면 예술 꿈나무 인재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면서 예술 교육의 효과도 배가될수 있지 않겠나 기대해보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