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문화공간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동로376
- 10:00~22:00 (월 휴관)
- 063-272-7223
- http://www.woojin.or.kr/
예로부터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 이름부터도 온전한 마을(온 고을)인 전주, 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전주천을 따라 걷다 보면 담쟁이로 둘러싸인 건물 하나가 보이는데, 바로 ‘우진문화공간’이다. 우진문화공간은 지역 예술인의 창작 활동과 지역민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극장, 갤러리, 실기실, 연습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우진문화공간에는 한 번 오면 모두가 반할 특별한 장소가 있다. 그곳은 바로 건물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비밀 정원이다.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손수 가꾼 정원에서는 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 깃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이다.
예술과 지역민의 연결 공간
매일 많은 예술인과 지역민이 방문하는 우진문화공간은 다양한 창작 활동과 예술 프로그램이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다. 1층 갤러리에는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2층과 3층의 연습실에는 예술가들의 열정이 가득하다. 저녁이 되면 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우진문화공간은 단순한 시설을 넘어 예술과 지역이 소통하는 ‘연결의 공간’이다.
우진문화공간은 편안한 공간을 넘어 콘텐츠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매년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 ‘젊은 공연예술가를 위한 우리 소리 우리 가락’ ‘우리 춤 작가전’ 등의 전통 국악공연 지원과 ‘우진 청년미술상’ ‘청년작가 초대전’ 등의 미술‧전시 지원을 통해 지역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진문화공간은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 혹은 예술가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예술가와 지역민들이 예술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예술터이다.
나 역시 지역에서 예술 영역의 선순환을 구축하고 있는 우진문화공간을 평소 관심 있게 바라보다 ‘2024 문화예술교육사 현장역량강화 지원사업’을 통해 올해 6월부터 이곳에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내가 기획한 도예와 글쓰기 프로그램 <감정빚기, 기록담기>는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나’ ‘우리’ ‘감정’이라는 키워드에서 시작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끊임없는 경쟁 속에 내몰리고 있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돌보는 일을 잊어버리곤 한다. 감정은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에서 소홀히 다뤄지기 마련이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감정을 도자기를 만들고 기록하는 시간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찾아가는 작은 여정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기획했다.
마음과 일상을 담는 공간
<감정빚기, 기록담기>를 기획하고 나서 주변의 반응은 “우진문화공간에서 도예와 글쓰기가 가능할까?”였다. 물론 ‘도예는 공방에서, 글쓰기는 도서관이나 카페에서’처럼 공간에 대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의문에 “예술은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어!”라는 신념을 우진문화공간에서 새롭게 시도하며 도전하고 있다. 수요일에는 감정빚기(도예), 금요일에 기록담기(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데 매회 수업이 끝난 후 수강생들에게 짧은 글을 받는다. 프로그램이 의도한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감정빚기’ 첫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뛰어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그날의 감정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도 좋아요! 그저 여러분들이 이 수업만큼은 편히 오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씀을 드렸다. 한 수강생이 “잘 만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았다. 기획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는 글을 남겨주었다. 마음이 무척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완성’과 ‘미완성’을 스스로가 정해두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었지만, 지금은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매시간 탄생한다.
‘기록담기’에서는 이제 막 글을 쓰려는 10명의 기록가에게 5주간 20개의 글감을 전달하고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쓴 글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 부담스럽지 않은 글쓰기를 위해 ‘말과 글’ ‘소재와 글’ ‘일상과 글’ ‘내일과 글’ ‘나와 글’이라는 주제를 정했다. 그리고 “뛰어난 글을 쓰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여러분이 진솔하게, 그날의 감정들을 기록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사소한 것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라고 안내했다. 그렇게 꾸준히 즐거운 마음으로 기록한 진솔한 이야기가 『모두가 미루던 그 책: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려는 노력에 대하여』라는 책으로 곧 엮인다. 이 책은 기록가 10명의 노력이 담긴 책이자 ‘기록담기’ 그 자체이다.
여전히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은 어렵다. 새싹 기획자로서, 좋은 기획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중이다. 글을 쓰고 있는 수요일 오후, 잠시 후 시작되는 ‘감정빚기’ 수업을 상상하며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들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 이수민
- 미술을 전공해 우진문화공간 문화예술교육사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현재 우진문화공간에서 나의 감정이라는 주제로 <감정빚기, 기록담기>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예술을 통해서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길 바라는 기획자로서 오늘도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archiving.draw@gmail.com - 인스타그램 @archiving.d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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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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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개설 되면 아이들 참여 시키고 싶습니다
기획자님 프로그램 획기적입니다.
참여하고싶어요
현대인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입니다.
기획자님을 포함하여 우진문화공간 발전을 기원드립니다.
기회가 된다면 함께 일하고 싶어요
건승을 기원합니다.
우진문화공간 보기 좋습니다 꼭 가보고 싶은 공간입니다 빠른 시간에 방문하겠습니다
전주에 이런곳이 있는줄 처음알았어요
감정과 기록이라는 매체를 미술로 표현함이 새롭고 신선했습니다
여기건물 정말예쁘죠 소규모 전시와 공연만 하는줄 알았는데 이런 프로그램도 하는군요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것 같아요 어린이 체험프로그램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복합문화예술을 즐기고 직접 체험할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너무 좋은 것같아요 이런 프로그램이 꾸준히 기획됬으면 좋겠습니다!
우와~~
전주에 이런 참신한 프로그램이 있었나요
우진문화공간내 훌륭한 문화예술사가 계시는군요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전주에 다음주 가는데, 꼭 가보겠읍니다.
일상과 지역, 예술을 잇는 ‘연결의 공간’
예술로 365길⑬ 우진문화공간
잘 보고 갑니다
일상과 지역, 예술을 잇는 ‘연결의 공간’
예술로 365길⑬ 우진문화공간
기대만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