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입고 고쳐 입는 기쁨, 생명을 아끼는 마음

오늘부터 그린㉖ 생태적 시선으로 보는 옷

예전부터 나는 요즘 현대 사회가 참 이상하게 여겨졌다. 아이들에게는 들에 핀 작은 풀꽃 하나, 지나가는 개미 하나 함부로 밟지 않도록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가르치면서, 우리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산을 깎아 도로를 내고, 땅을 파헤쳐 집과 공장을 짓고, 농약과 살충제를 뿌려 먹거리를 재배한다. 생태계와 지구환경을 무참히 파괴해도 이유가 있겠거니, 인간이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겠거니 하며. 지금 사회는 인간이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아닌, 무작정 많이 만들어 최대한으로 팔아서 돈을 벌고 남는 것은 자연에 버리는 ‘소비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인간의 기본 생활, 의식주를 포함하여 우리가 구매하고 사용하는 물건은 모두 자연에서 채취·채굴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말은 곧, 우리가 그만큼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명체를 위협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소비’는 이렇게 생태계의 수많은 종뿐만 아니라 인류의 멸종 위기까지 초래했다.
  • 전시 《옷, 재앙이되다》(2023)
옷장 속 잠자는 옷을 깨워
‘옷’은 대표적인 소비재이다. 특히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패스트패션’은 현재 온 지구를 모두 옷으로 뒤덮을 수 있을 만큼 흘러넘치게 생산되고 있다. 패스트패션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바로 유행을 좇아 빠르게 옷을 생산하여 빠르게 팔고 빠르게 또 다른 유행을 만들어내 소비자에게 계속해서 새 옷을 사도록 부추기는 방식이다.
수많은 옷으로 넘쳐나는 우리의 옷장. 그러나 정작 실제 입는 옷은 얼마나 되나? “당신의 옷장 속 잠자고 있는 옷들은 얼마나 되나요?” 2020년에 다시입다연구소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이 문항의 설문 결과는 ‘21%’였다. 사실 실제로 조사해 보면 옷장 속 옷 중에 입지 않고 가지고만 있는 옷은 21%보다 훨씬 많다. 설문 결과와 실제는 분명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의류교환행사 이름을 <21%파티>로 짓고 현재까지 30회 이상 행사를 진행했다. 21%파티는 사놓고 안 입는 옷을 가지고 모여 서로 바꿔입는 행사이다. 인터넷 쇼핑이 유행인 요즘엔 옷을 입어보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파티에 나오는 옷 중에는 가격 태그가 붙은 새 옷도 무척 많다.
  • 21%파티
  • 예술 수선 워크숍
21%파티에 참여하는 옷은 모두 가격 태그 대신 ‘굿바이 앤 헬로우’ 태그가 붙는다. 참여자가 그 옷의 스토리를 같이 적어 떠나보내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이 태그를 보고 그 옷에 관한 이야기와 정보를 얻는다. 환경에 관심이 많고 자신이 내놓은 옷에 애정이 있는 이들은 나의 옷이 부디 누군가에게 가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잘 입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옷을 준비한다. 그러다 옷을 선택하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환한 얼굴로 다가가 말을 건넨다. “이 옷, 제가 내놓은 옷이에요. 가져가셔서 예쁘게 입어주세요. 기념으로 우리 사진 한 장 찍을까요?” 21%파티는 이미 세상에 나온 옷이 주인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끝까지 입혀지고 쉽게 버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마음은 어느새 파티 참여자들 마음에 전달되어 옷을 매개로 관계가 형성되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21%파티에는 멀쩡한 옷을 ‘교환’해서 입는 코너도 있지만, 좋아서 자주 입는 옷을 직접 수선하는 ‘수선 예술 워크숍’도 있다. 구멍 나고 헤지고 뭐가 묻어 얼룩이 잘 빠지지 않을 때 나만의 개성을 살려 창의적이고 예술적으로 수선하면, 내가 해서 더 애정이 가고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옷이 된다. 내가 원하는 색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느질하고 뜨개질하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감쪽같이 흐르고 그 시간만큼은 나를 옭아매던 수많은 고민도 멀리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손에 쥐어져 있는 나의 옷에는 ‘창조’와 ‘예술’ ‘나다움’이 깃들어 있다.
  • ‘굿바이 앤 헬로우’ 태그
소비가 아닌, 함께 사는 기쁨을 위해
패션산업은 석유화학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이다. 한 산업이 이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면 그것은 개개인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물론 옷을 사지 않고, 순환해서 입고, 수선해 입어 버려지는 옷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각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이 옷을 만들 때부터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버려지는 옷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법과 제도가 마련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 다른 생명체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은 바로 인간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상의 생명체들이 더 심각한 위험에 빠지기 전에 인간이 욕심을 줄이고, 파괴를 줄이고, 소비를 줄여나가야만 할 것이다. 내가 가진 물건들에 감사하고 아끼고 고쳐 쓰며 끝까지 함께 하는 ‘오래된 미래’를 살아간다면, 소비가 주는 기쁨보다 더 깊고 아름다운 기쁨을 맞이할 것을 확신한다.
정주연
정주연
지구환경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에 관심이 많다. 인간의 의생활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고 지속 가능한 의생활을 캠페인 하는 (사)다시입다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생명과 손잡기』를 번역했다.
lab@wearagain.org
사진제공_정주연 대표
4 Comments
  • author avatar
    김양남 2024년 02월 23일 at 11:21 AM

    바꿔 입고 고쳐 입는 기쁨, 생명을 아끼는 마음
    오늘부터 그린㉖ 생태적 시선으로 보는 옷
    공감이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4년 02월 23일 at 1:02 PM

    바꿔 입고 고쳐 입는 기쁨, 생명을 아끼는 마음
    오늘부터 그린㉖ 생태적 시선으로 보는 옷
    기대만점입니다

  • author avatar
    이승희 2024년 02월 26일 at 12:57 PM

    평소에 옷소비가 너무 심한 요즘의 시대에 경각심을 일으키는 내용이었어요!

    21%파티이라는 명칭도 아이디어가 넘 좋고 옷에 스토리를 담아 내가 아끼지만 잘 입지 않는 옷을 더 어울리는 사람에게 보내는 행위도 넘 보기 좋아요.
    무엇보다 정주연대표님이 이름이 넘 멋져 기사와 정대표님 소개내용을 한참동안 들여다 보았어요.
    자연, 생태계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 사회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해요 ㅎ

  • author avatar
    권순례 2024년 02월 26일 at 11:18 PM

    과거에는 셔츠 하나 사기에도 가격이 부담되어서 참 오래 고민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상대적으로 가격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패스트패션 덕분에 자유롭게 옷을 구매하고 자기표현할 수 있는 것이 참 좋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환경에 대한 걱정이 커지니 참 어렵네요. 저는 이제 의류 구매는 거의 하지 않고 낡은 옷을 입는 기쁨을 즐기는 중입니다. 낡은 옷이 초라해지지 않고 멋스러울 수 있도록 내면을 잘 가꾸어야겠어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4 Comments
  • author avatar
    김양남 2024년 02월 23일 at 11:21 AM

    바꿔 입고 고쳐 입는 기쁨, 생명을 아끼는 마음
    오늘부터 그린㉖ 생태적 시선으로 보는 옷
    공감이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4년 02월 23일 at 1:02 PM

    바꿔 입고 고쳐 입는 기쁨, 생명을 아끼는 마음
    오늘부터 그린㉖ 생태적 시선으로 보는 옷
    기대만점입니다

  • author avatar
    이승희 2024년 02월 26일 at 12:57 PM

    평소에 옷소비가 너무 심한 요즘의 시대에 경각심을 일으키는 내용이었어요!

    21%파티이라는 명칭도 아이디어가 넘 좋고 옷에 스토리를 담아 내가 아끼지만 잘 입지 않는 옷을 더 어울리는 사람에게 보내는 행위도 넘 보기 좋아요.
    무엇보다 정주연대표님이 이름이 넘 멋져 기사와 정대표님 소개내용을 한참동안 들여다 보았어요.
    자연, 생태계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 사회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해요 ㅎ

  • author avatar
    권순례 2024년 02월 26일 at 11:18 PM

    과거에는 셔츠 하나 사기에도 가격이 부담되어서 참 오래 고민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상대적으로 가격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패스트패션 덕분에 자유롭게 옷을 구매하고 자기표현할 수 있는 것이 참 좋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환경에 대한 걱정이 커지니 참 어렵네요. 저는 이제 의류 구매는 거의 하지 않고 낡은 옷을 입는 기쁨을 즐기는 중입니다. 낡은 옷이 초라해지지 않고 멋스러울 수 있도록 내면을 잘 가꾸어야겠어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