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릴라 이용안내
장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50, 3층
시간
개방시간 | 월~일 9:00~22:00 (사전예약 필요)
프로그램
프로그램 | (정기) 마을탱고, 가끔요가, 발달장애청년허브사부작 훌라·요가 / (비정기) 마더피스 타로 워크숍, 희곡낭독 워크숍 외
번호
02-323-1575
링크
페이스북 @leela2010
공간릴라는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가게, 단체, 대안학교, 어린이집, 공간(주택) 등 여러 요소가 모여있는 대로변 건물 3층이다. 좁은 인도에 나무가 키가 커서 간판을 달지 않은 비슷한 건물이 나란히 있으니 찾기가 불편하지만, 찾으려고 하면 금방 보인다. 성미산을 깎아 만든 홍익여고 맞은편 건물이니까. 누군가 우리 공간을 이용하려면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있는가를 확인 후 대관을 하는 터라 전화 통화와 메시지라도 먼저 주고받으며 정체를 밝혀야 한다. 이런 아날로그 행위의 줄 간에는 “우리는 서비스 하지 않습니다. 공간을 같이 운영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가 숨겨져 있다. 공간릴라와 운영자들의 태도가 지역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졌을까.
  • 마을탱고
  • 발달장애청년허브사부작 훌라
쉼이 있는 공간, 점을 찍다
번거로운 대관과 이용 방식에도 땅값 비싼 마포에서 지상에 있는 다용도 공간이 흔치 않아 지역 사람들이 자주 공간을 사용한다. 공간릴라의 기획 프로젝트, 작업, 예술교육 시간 외에는 대부분 지역 사람들이 회의, 교육, 개인 연습, 단체 대관 등 다양한 활동 공간으로 사용한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훌라와 요가 모임, 독거 어르신들 합창 모임 등 복지와 문화예술이 연결된 작업도 우리 공간을 사용하는데, 이유는 햇볕이 잘 들고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중요한 이유라는 것을 모임 지기들의 언어로 알게 되었다.
망원동에 사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망원시장이 있는 큰 대로변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인근 성산동과 공원이 많은 연남동은 어르신들이 가볼 일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공간릴라에서 빛을 맞으며 커피도 한잔 먹고 노래도 부르고 요즘 젊은(그분들 기준에서)이들의 낯선 물건을 보다가 연남동까지 산책하러 간다고 했다. 공간릴라가 다른 길로 넘어갈 수 있는 점을 찍어 드린 셈이다. 이런 이야기는 몇 년 뒤 모임을 진행한 사람의 입을 통해 듣게 되었다. 우리는 전혀 상상을 못 한 역할이었다.
2010년 12월 10일 문을 열고 공간을 시작할 때 소개 글 중 ‘쉼이 있는 공간’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쉼이 있어야 나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도 보이고, 그래야 사유도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아이를 키우며 ‘잃어버린 10년’을 갖게 되는 엄마들, 삶의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하나 고민하며 갈림길에 선 사람들이 쉬면서 사유하기를 바랐다. 그게 십여 년이 지나니 하나의 점이 되어 사람들에게 다른 길로 삶을 열어주는 좌표가 되고 있었구나! 놀랐다. 어르신들이 분리수거 안 하고 일회용 컵을 사용해서 ‘이걸 어쩌나’ 운영지기들끼리 투덜거리던 일이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공간릴라는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정기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금요일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비움이 있어야 새로운 흐름이 생긴다. 예전 공간을 운영하는 지역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공간에는 사람이 흘러야 고여 썩지 않는다. 왔다가 오지 않는 이들에게 서운하지 말고 오히려 다시 물길 따라 돌아오면 반갑게 맞이하면 된다.” 점이 되기 위해서는 점을 찍을 시간과 공간을 비워둬야 하니까.
  • 2022 말랑말랑 동네예술위크 ‘탱고 오케스트라’
  • 마을교육포럼
점과 점을 이어 선이 되다
올해 ‘마을교육’을 주제로 모임 하는 사람들이 교육이 있는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 자리로 공간릴라를 찾아왔다. 동네 친구가 필요해 문을 열면서 예술을 통한 쉼과 성찰, 평생 배움 같은 의미를 부여하며 13년 차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활동과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징검다리가 되어서 발판을 닦고 독립하는 시간의 비빌 언덕이 되고 싶었다(존엄한 죽음과 무연고 장례 지원하는 나눔나눔, 순천에서 출판사 하는 열매하나, 지금은 훌라춤을 추는 홀라당), 예술 모임들이 해보지 않은 작업을 안전하게 만나서 해보고 다른 경험이 주고받으며 만들어서 익숙한 작품 카피만 하지 않도록 고민했다, 소수성을 가진 이들이 차별을 느끼지 않는 공간이 되고 싶었고, 사람들이 흘러와서 흘러가 공간 자체가 생명력이 있기를 바라며 누구나 찾아올 수 있지만 아무나 막 쓸 수 있는 공간이 아니게 유지되도록 애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운영자들의 이야기 끝에 댓글처럼 공간릴라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달렸다. 마을에서 살면서 1년여 동안 지역 연구를 하는 청년의 이야기가 큰 인상을 주었다. “마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어느 시점에서 공간릴라 혹은 삐삐(필자의 별명) 얘기가 나왔어요. 우연인가 생각했는데 반복되는 것을 보고 궁금해져서 직접 와보고 싶었습니다.” 공간릴라에 직접 와보지 않은 사람도 이웃의 공연 때문에 마주치고, 작은 문화예술 워크숍과 예술 소모임에 참여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혹은 부모 교육과 지역 단체의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대관을 했을 것이고. 이렇게 공간 하나에 서로 이어지는 선들이 13년 동안 이어지고 겹쳤다. 청년 연구자가 이어진 선의 겹침을 목격한 이야기를 공간릴라에게 전해준 것이다. 이야기 자리가 끝나고 공간을 정리하며 세월이 한 역할이 크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공간을 나서는 우리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같았다. ‘아, 참 다행이다’였다. 시간이 쌓이는 데 더 많은 의미를 붙이기보다 더 단순하게 처음의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확장보다 깊이를, 낯섦 속의 사유와 성찰을, 예술이 사람들 가까이 머물게, 한 사람이 ‘자기’로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되자, 시작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기를. 이런 몇 가지 주제 말이다.
내년 2월에는 지금 공간의 재계약날짜가 돌아온다. 건물주님이 월세와 보증금을 인상할지 긴장하면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다음 스텝을 이어가거나 한순간에 이별을 결심할지도 모른다. 결과가 무엇이든 사람들의 일상과 이야기, 관계 속에서 나아가거나 마무리 짓는 점을 찍을 것이다. 사람 사이의 징검다리, 그게 공간릴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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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희
허선희
일, 놀이, 일상이 떨어지지 않은 하루를 살아가고 싶습니다. 마포 골목 많은 동네에서 문화예술 기획을 하면서 2010년 문을 연 골목길과 닮은 장소인 공간릴라를 동네 친구들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삶을 닮은 문화, 예술이 사람들에게 닿고 머물기를 바라면서 하루를 삽니다.
pippiyaho@gmail.com
사진제공_공간릴라
그림_이파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