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돌봄이라도, 본질은 예술에

[좌담] 늘봄예술학교의 성과와 과제

늘봄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기획·개발부터 연수, 시범운영, 확산에 이르는 단계적 구조 속에서 학교 현장에 새로운 교육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번 좌담에서는 다양한 역할로 늘봄예술학교에 참여해온 전문가와 함께 실제 적용 과정에서 드러난 이슈와 대응 경험,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현장 변화를 공유했다. 아울러 변화하는 정책 환경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방향과 돌봄 영역에서의 역할을 함께 모색해 본다.
[좌담 개요]
일시·장소: 2026. 4. 13.(월) 오전 10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 라이브러리
참석자 : 박수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예교육사운영팀장, 이미형 예술교육가, 이보연 문화예술단체 하트 대표, 윤성원 아산 송곡초등학교 교사, 현혜연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좌장)
현혜연  늘봄학교는 교육과 돌봄을 결합한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으로, 학교가 지역사회와 함께 한 아이의 성장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24년 초등 1학년 대상 교육을 시작하였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다양한 정책과 실행을 통해 늘봄학교 사업에 참여해 왔다. 올해 정부는 늘봄학교 정책을 지역사회와의 연계 협력을 강조하는 ‘온동네 초등돌봄·교육’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늘봄이라는 명칭은 변화하지만, 그동안 늘봄학교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정말 의미 있는 시간과 현장을 만들어 냈다. 오늘 이 자리는 그 노력과 의미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그 유산을 이어갈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자 마련했다. 우선 늘봄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서 어떤 일과 역할을 하셨는지로 소개를 시작하자.
윤성원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예술로 탐구생활’에 참여하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융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5년 진흥원이 아트센터 나비와 개발한 늘봄학교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미디어아트 실험실>에 자문으로 참여했다. 개발과정에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현대미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표현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 사업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으로만 머물기보다는 공교육으로 확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보연  2024년 국립현대무용단 어린이 무용 <얍! 얍! 얍!>에 기반한 늘봄예술학교 <온몸으로 얍! 얍! 얍!> 프로그램 기획에 인정주·밝넝쿨 안무가 등과 함께 참여했다. <온몸으로 얍! 얍! 얍!>은 무용, 음악, 문학 장르를 융합한 120분 5회차 프로그램이다. 2024년 말 시범운영을 위한 1박 2일 연수를 진행한 후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반영해서 2025년에는 80분 20회 차로 확장하여 기본 연수와 심화 연수를 진행했다. 늘봄예술학교 동시 문화예술 프로그램 <나태주와 시로 만나는 세상>에는 개발진은 아니고 연수 기획자, 진행자로 참여했다. 늘봄예술학교 고학년 대상 문화예술 프로그램 <동시로 여행하는 세상>을 개발하기도 했다.
박수아  작년에 늘봄창의교육팀 팀장을 맡았고, 지금은 문화예술교육사운영팀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진흥원에서는 2023년부터 조금씩 늘봄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예산도 없었지만, 언젠가 진흥원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2024년에 워낙 급하게 사업이 시작되어 전국으로 프로그램과 강사들을 보냈던 거로 안다. 늘봄 문화예술교육 전문 기관으로서 진흥원의 역할을 고민하며 기반을 다졌는데, 2025년까지 범부처 협력으로 이루어지던 사업구조가 2026년에 교육부 중심으로 개편되며 진흥원 내 부서가 없어지게 됐다. 앞으로 늘봄 사업이 더 확대될 거로 기대하면서 장기적 전망을 세워왔는데, 갑자기 끊어져 무척 아쉬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늘봄이 다시 한번 기억되면 좋겠다.
이미형  이렇게 많은 분이 수고해 주셔서 제가 연수를 듣고 수업까지 나갔다. 전공이 만화 애니메이션이라서 2025년 ‘만화강사들의 비법노트를 펼쳐라’ 연수에 참여했고, 아트센터 나비 프로그램 자문을 하고 어떻게 개발되었을지 너무 궁금해서 연수에도 참여했다. 연수가 끝난 후 경기도 광주에 있는 도수초등학교에 나가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집에서 거리가 멀어 고민했는데, 제가 제일 가깝다는 말씀에 나가게 되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광주에 있는 다른 학교에서도 수업하고 있다.
현혜연  저는 2024년 진흥원이 주관하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학교 지원과 강사 연수도 맡았다. 작년과 올해는 교육부 차원에서 늘봄학교 라이즈(RISE) 연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 참석한 분들의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잘 이해할 거로 생각하여 좌장을 맡긴 것 같다. 먼저 진흥원에서는 늘봄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방향과 구조 등을 해마다 조금씩 변형하거나 전환해 왔다. 그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기대했던 바는 무엇인가?
박수아  일단 정책적인 요구가 있었다. 여러 공공기관과 대학에서 교육부와 협력하여 전방위적으로 늘봄학교에 들어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 개발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전문 기관인 진흥원이 늘봄학교라는 새로운 정책을 만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안에 깊숙이 들어가려고 했었다. 실무자로서 갈등했던 부분은, 그동안 진흥원에는 중앙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확산하는 모델이 없었다. 학교예술강사도 강사가 자기 프로그램을 갖고 나가고, 사회문화예술교육도 프로그램을 공모해서 선정되면 그 단체가 자기 프로그램을 하는데, 늘봄학교에서는 중앙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확산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 프로그램 개발-강사 연수-시범운영-학교 매칭의 구조를 만들었다. 프로그램 개발에서는 늘봄학교에서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연수에서는 개발된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의도와 꼭 전달해야 할 것들을 알려드리고 그것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것은 강사의 역량에 맡기기로 했다. 연수를 이수한 강사를 학교와 매칭했을 때 학교 현장에서 자신의 역량과 결합해서 프로그램을 잘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이 모델의 가능성을 느꼈다. ‘늘봄허브’에 올라와 있는 타 부처기관의 예술 프로그램과 진흥원이 개발한 프로그램 간에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도 고민 중 하나였다.

  • 현혜연

  • 윤성원

  • 이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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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아
현장의 여건과 이슈들
현혜연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 여러 정책 기관이 다 함께 늘봄에 역량을 집중해서 준비하고 서둘러 실행하느라 준비가 매우 부족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며 어떤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거나 혹은 차별화하셨는가?
이보연  대상과 환경을 먼저 고려했던 것 같다. 늘봄학교에 온 어린이들이 그 시간 동안에 예술로 무언가를 해보는데, 마음 편히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언제 들어와도 할 수 있게 구성했다. 지난 시간에 안 했어도 오늘 하면 되도록,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은 구성하지 않았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양해서, 어떤 곳은 120분을 한 교실에서 하는데, 어디에선 각각 다른 반에서 해 달라기도 했다. 그래서 2025년에는 모듈형으로, 80분 안에서도 40분씩 흐름을 끊어서 갈 수 있게 했다. 저나 함께 기획한 분들이 돌봄이나 교과 연계 예술가교사(TA)를 오래 하면서 돌봄의 환경을 잘 알고 있었다.
현혜연  사실 지금 말씀하신 부분들이 강사에게 굉장한 걸림돌이자 어려움인 것 같다. 그 안에서 어떤 것을 전달하고 싶으셨나?
이보연  자연스러운 일상의 경험과 환경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중점으로 예술에 관한 편견을 깨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이게 시였네, 시가 재밌네, 그러면 나도 써볼까? 내가 쓴 것도 시가 되네’ 예술이 멀지 않고 나의 삶 속에서 발현될 수 있고 그 과정과 경험을 친숙하게 느끼고 자신도 ‘예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경험을 줄 프로그램을 짜려고 노력했다.
현혜연  아이들에게는 예술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과정이었을 것 같다. 그러면 이미형 선생님은 막상 늘봄 현장에 나가보니 기존 학교 현장과 달랐던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조정하셨는가?
이미형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수업할 때는 학생들이 좋든 싫든 수업을 듣는데, 늘봄에서는 출결이 정말 당황스러웠다. 어떤 학생은 간식 먹고 가고, 중간에 들어오는 학생도 있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개별적으로 아이들을 살펴야 했던 거다. 사실 1, 2학년은 아직 학교에 적응도 안 된 시기고, 1시간 안에 무언가를 완성하기도 힘들다 보니 자꾸 제가 뭔가를 만들어가게 된다. 심지어 학년이 섞여 있기도 해서 수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난감한 부분도 있다. 처음엔 야심 차게 PPT를 준비했는데 안 되겠더라. 그래서 과감히 버리고 개별지도를 하듯이 했다.
현혜연  늘봄학교 구조에 돌봄의 영역이 같이 있어서 예술강사에게 예술 역량뿐만 아니라 돌봄 역량까지 요구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진흥원에서는 2025년에 단순히 늘봄학교 강사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좋은 인력을 배출해서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바뀌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 과정을 어떻게 보셨는지, 학교에 적용되었을 때 어떤 장단점이 있었나.
윤성원  애초에 늘봄학교 전신이 ‘돌봄교실’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학생들의 돌봄이 우선이다 보니, 출결의 변동이 크다. 그래서 관련자 인터뷰를 하면 하나같이 차라리 늘봄학교 예술융합 프로그램을 공교육에서 운영하면 좋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정부에서 조사한 바로는 전국에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 수가 저학년 기준 80% 이상이니, 그만하면 늘봄학교도 정규교과로 볼 수 있지 않겠냐고 하던데, 그건 통계로만 보니까 그런 거다.
제가 늘봄 실무사, 보호자, 교사, 강사들과 얘기해 보면,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정말 크다. 문제는 학생들 스케줄이 2월에 결정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3, 4월에 나오면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맞벌이 보호자들의 녹록지 않은 돌봄 현실로 인해 학원 일정, 외부 스케줄에 따라 참여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 늘봄예술학교X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연수
    <오케스트라의 숲>
  • 늘봄예술학교X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연수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미디어아트 실험실>
현혜연  조금 다른 얘기지만, 올해 늘봄학교 이름이 바뀌면서 학교에서 모든 체계가 다시 예전 방과후와 돌봄으로 돌아간 것이 무척 아쉬웠다. 그렇지만 의미도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윤성원  진흥원에서 개발한 프로그램과 다른 예술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고민하던데, 저는 단연코 자신 있게 ‘깊이’라고 말씀드리겠다. (모두 박수) 가끔 늘봄 강사님이나 실무사님 얘기를 들어보면, 학생들은 엄마 아빠가 부르기 전에, 학원 차가 오기 전까지, 80분 또는 40분 안에 뭔가를 만들고 싶어 한다. 게다가 80분 동안 온전히 참여하기도 어렵다. 그 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면 예술적 소양이 높은 강사 외에는 키트에 많이 의존한다. 초반에는 열심히 하다가도 아이들 반응이나 출결 등 현실적인 상황을 마주하며 스스로 꺾이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무슨 수업이야, 그냥 돌봄에만 충실하면 되지.’ 문제는 예술 소양을 갖춘 분들은 키트를 가지고도 예술적인 수업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키트를) 나눠준 거로 끝이다. 또 집에서는 아이들이 만들다 만 걸 가지고 오면 ‘왜 엄마한테 숙제를 내주지?’ 그러신다. 늘봄학교 만족도를 높이려고 시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집에서는 모아서 버리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미디어아트 실험실>은 학생들이 세상을 예술적으로 바라보고 일상을 예술로 표현하길 바라면서, 키네틱아트라든지 사운드아트,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우리 생활에서 겪는 모든 것들이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깊이 있게 얘기해 준다. 이 정도 깊이면 확실히 공교육으로 들어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박수아  프로그램 개발 단계에서는 1, 2학년 대상이라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참여한 전문가들께 “한글을 모르는 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게 만드셔야 한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까지 예술적으로 전문적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1, 2학년이라고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을 경험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 아이들의 눈높이를 바꿔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의 숲>을 개발할 때는 1학년이 악기를 다루고 오케스트라를 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었고, 악기도 없었다. 오케스트라 감독님과 고민을 거듭하다가, 오케스트라의 기본인 박자, 화음 등의 요소를 추출하고 지휘자와 연주자, 연주자와 연주자 간의 약속이라는 공동체 개념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서 악기 하나도 없이 오케스트라를 한다.
또 하나의 도전은, 재료비가 없거나 소액이라는 점이다. 진흥원은 좋은 선생님들을 뽑아서 매칭하는 역할이고, 그 이후에는 학교와 강사가 계약하는 구조여서 진흥원 예산이 있어도 보낼 수 없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스러웠다. 아트센터 나비에 기술 융합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요청하면서, 학교에 태블릿도 없고 인터넷도 못 쓸 수 있다는 걸 고려해달라고 했다. 요즘은 태블릿이 다 있다고 해도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자재 없이 기술 융합 예술교육을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운 상황에서도 예술에 기술을 결합하는 기본적인 원리로 들어갔다. 말하자면 로우테크부터, 모터가 돌아가는 것부터 시작하자, 최신 기술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알려주는 것부터 풀어갔다. 학교의 환경 조건, 예산도 재료도 없고, 재료를 보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만들었지만, 원리를 파고든 게 오히려 문화예술교육의 기본과 연결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간송미술관과 함께 개발한 <반짝! 간송 보물상자>에선 학교에서 사용할 보드게임판을 실물로 제작하는 등 프로그램마다 뭔가를 만들어서 연수에 참여한 강사들에게 직접 나눠줬다. 한계는 많았지만 어떻게든 늘봄학교 현장에서 우리가 생각한 것이 구현되도록 여러 방법을 써서 극복해 나가면서 또 다른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 늘봄예술학교X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연수 <온몸으로 얍! 얍! 얍!>
한계 속에서 본질을 찾아
현혜연  진흥원이 단지 판을 벌이고 개발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교육의 본질이 뭔지 함께 찾고 한계 속에서 가능한 범위를 조정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이보연 대표님은 다양한 분들과 새롭고 융합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셨는데, 현장에 적용되는 것도 직접 보셨나?
이보연  <온몸으로 얍! 얍! 얍!> 프로그램을 몇 번 모니터링했다. 처음에는 120분 팀 티칭으로 2명이 진행하는 걸로 구성했다. 몸으로 활기차게 움직이고 놀이하니까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했고, 강사 2명이 하니까 출결과 케어, 진행을 분담하기도 훨씬 좋았다. 그러다가 80분으로 줄어 활동을 덜어내면서 어린이들이 어렵지 않게 즐겁게 할 수 있게끔 했다. 팀 티칭에서 1인 티칭으로 바뀌면서, 혼자서도 쉽게 음악 켜고 재료 준비하고 간단한 활동을 계속 반복하여 진행할 수 있게 조정했다. 1, 2학년인 만큼 어린이마다 이해도도 다르고 몸의 상태도 달라서, 쉬운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현혜연  진흥원이 진행한 2024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 모델에서 2인 협력 수업 구조가 정말 좋았었다. 강사 간 분담이나 융합이 일어나는 많은 장점이 있었는데, 교육부가 받아들이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쉽다. 이미형 선생님은 연수를 통해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선생님 것으로 만들어 현장에서 수업하셨을 텐데, 그 과정이 어떠했나? 또한 늘봄이나 돌봄교실에서 강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이미형  학교 상황이 다 다르다. 특히 실무사 선생님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 어떤 분은 적극적으로 재료를 마련해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돌봄교실에 있는 것을 활용하거나 수업 내용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디벗(교육용 스마트기기)으로 이런 재밌는 수업을 할 수 있으니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다른 학년에서 빌려서라도 충전까지 해 주신다. 처음에는 강사 두 명이 나갔다고 했는데, 그 차이가 진짜 클 것 같다. 저는 직접 돌봄 선생님이나 실무사 선생님께 출결 체크도 부탁하고 협조를 구한다. 칼 같은 위험한 도구를 쓸 때는 제가 학생들 대신 다 해줘야 할 때도 있다. 그 밖에도 현장에 맞춰서 수업하는 역량이 필요한데, 그런 유연함은 배우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학교 교사와의 관계다. 관계가 안 좋으면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놓칠 수 있다.
현혜연  앞서 진흥원 프로그램이 공교육에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하셨는데, 그러려면 어떤 점들을 변형하거나 조정해야 할까? 변화의 조짐 같은 것들이 있을까?
윤성원  2022 개정 교육과정 이후 점진적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교육부에서도 이미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다루는 양이 월등하게 많다는 걸 알고 있고, 성취 기준을 줄이고 있다. 그리고 새로 개정된 교육과정은 활동 중심에서 개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학생들의 개념과 사고력 향상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 바칼로레아)가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개념만 익히면 다른 지식이나 기능들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니까 핵심을 추론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혜연  실제 구현이나 적용이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고 있고, 특히 AI가 등장하면서 교육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 같다. 이 부분에서 학교 교육이 다룰 수 없는 부분을 진흥원이나 문화예술교육가들이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 혹시 현장에서 재미있고 행복하고 뿌듯했던 사례가 있다면 얘기해 달라. 추상적인 말보다 작은 사례가 현장을 훨씬 더 잘 전달할 것 같다.
이보연  예전에 학교와 서울문화재단이 협약한 돌봄교실에 예술가교사로 나가서 1년간 같은 아이들 25명을 만났다. 그런데 돌봄사 선생님이 최대한 20명 정도는 꾸준히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 주셨다. 5개 장르를 합쳐서 통합예술교육으로 진행했는데, 그렇게 1년이 지나니까 어린이들의 다양한 니즈나 취향, 성향을 만나고 어린이의 큰 변화와 성장을 볼 수 있었다.
이미형  도수초에서 수업할 때, 저는 오히려 방학 때 더 잘 나올 줄 알았는데, 부모들도 방학이니까 늦잠 자면 그냥 안 가도 된다고 하는 것 같더라. 제가 방학 때는 꼭 애니메이션을 만들자고 약속했다. 직접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배경도 만들더니 몇몇 친구들은 너무 재밌어서 빠지지 않고 나왔다. 자기들이 만든 걸 엄마에게도 보여드리고 싶대서 보냈더니, 정말 감사하다고 답장이 왔다. 그럴 때 좀 뿌듯했다.
현혜연  그리고 실물이 아닌 영상으로 보내드리니 더 좋아하셨을 거다. (일동 웃음)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엄청 힘든 일인데, 선생님의 열정이 좋은 현장을 만든 것 같다.
박수아  행정적으로 사업 성과를 수치화하는 게 꼭 필요한데, 연수에서는 ‘만족도’가 주로 사용된다. 늘봄학교 사업에서 수요 조사, 프로그램 개발, 연수, 시범운영, 학교와 강사 매칭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처음 해봤는데, 연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기존 연수 만족도에 비해 평균 7점 정도 올라서 93점을 넘었다. 그 이유는 개발된 프로그램에 기반한 연수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역을 돌면서 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심화 연수 과정도 만들었는데 심화 연수 참여 신청 경쟁률이 굉장히 높았다. 연수를 거듭하면서 연수 자체의 질이 더 좋아지고 사업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강사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연수를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현혜연  저도 늘봄 사업을 하면서 만난 많은 분이 더 실질적인 정보와 자신의 역량을 확장할 가능성을 주는 연수를 요구하더라. 빠르게 현장에 적용해야 할 강사로서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콘텐츠와 도움, 교육이 필요했는데, 진흥원이 그 부분에 빠르게 대응해서 잘 만들어주었다. 정책적인 요구나 사회적인 요구를 잘 반영했던 사업이었고, 실효성이 있었다고 본다.
협업과 확장, 실천의 인사이트
현혜연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늘봄학교’라는 정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경험, 성과와 한계를 같이 나눴다. 앞으로 늘봄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겠지만 다양한 단위에서 활용도 가능할 것 같다. 앞으로의 지속 가능성이나 방향성 등에 관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이보연  지역에서 연수를 진행하다가 한 참여자의 하소연을 들었다. 프로그램이 정말 좋은데, 학교에서 통합예술교육이 뭔지 몰라서 선정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 학교에선 대체로 ‘캐릭터 만들기’ 같은 명확한 것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학교 측에서도 알 수 있을까? 막연히 상상해 보면 프로그램 개발자 1~2명이 가까운 학교에서 공개 수업을 하는 거다. 진행 과정이나 거기서 나온 피드백을 영상으로 찍어서 올린다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알리고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박수아  ‘늘봄허브’에 올려놓은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신청하면 연수를 들은 분 중 매칭하는데, 사실 학교의 신청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다. 학교의 인식 개선이나 홍보에 한계는 있지만. 계속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아르떼 라이브러리’에 올라가 있고 누구나 보고 쓸 수 있다. 한편, 진흥원으로서는 얻은 것이 프로그램만은 아닐 것 같다. 하나의 사업을 완결된 구조로 만들고 운영하며 노하우를 얻었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여러 전문가를 알게 되었다. 인력 풀로서의 예술강사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배웠다는 것 또한 성과다.
윤성원  작년에 늘봄교실 학생들이 8차시 동안 점진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회화 중심의 미술 수업에서 뭔가 조작을 하고 전동기를 달아서 키네틱아트를 만들고 작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면서 특히 남학생들 참여도가 정말 높았다. 무엇보다 연속성을 가지며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하는 것을 직접 봤기 때문에, 출결이 변수가 되지 않도록 공교육에서 하면 좋겠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 것은 ‘학교자율시간’(지역과 학교의 여건 및 학생의 필요에 따라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부 시수를 확보하여, 국가 교육과정에 제시된 과목 외에 새로운 과목을 개설·운영하는 시간, 학자시)이다. 올해부터 의무화된 교과인데, 학교의 특색을 살려서 고유의 교과나 활동 과목을 만들도록 강조한다. 이 교과가 32차시고 진흥원에서 만든 프로그램도 마침 32차시 모듈식으로 되어 있으니, 아예 그걸로 승인받으면 어떨까.
이미형  아트센터 나비 연수를 듣고 이 수업을 꼭 해보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이 많은 차시를 다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공교육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에 정말 공감한다. 학교는 보통 원하는 게 분명해서 해보고 싶은 게 있어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못한 수업도 사실 많다. 그리고 아이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속도로 같은 결과물을 내기보다는 언제든 참여해서 자기만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 꼭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직접 참여해 봤다는 경험 자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삶을 조금은 더 풍요롭게 만드는 한 부분이니까. 그래서 수업만이 아니고 평상시에도 아이들의 삶에 녹아들면 좋겠다. 제가 가르치고 나서 만화를 전공한 학생도 있고 애니고로 진학한 학생도 있다. 그럴 때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 보람을 느낀다.
현혜연  그렇다. 아이들의 말 한마디가 주는 감동 때문에 우리가 현장에서 이렇게 열심히 움직인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현장이 가능했던 것은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행정가, 기획자, 강사, 학교 교사까지, 우리 모두의 노고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흥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학교와 협업을 해봤다. 학교 현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협업하는 방식도 새로운 개념화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히 콘텐츠나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AI 시대에 아이들의 기본적인 학습 태도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도 잘 협업해 나가면 좋겠다.
박수아
박수아

예술(적인)행정가. 인생의 많은 시간을 예술계에서 보냈다. 내가 가진 예술력이 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적극적인 방법을 찾다가 행정가가 되었다. 지금은 문화예술교육에 발을 딛고 서서 사람들의 삶에 의미가 되는 또 다른 것들을 탐색 중이다.
윤성원
윤성원

‘교사는 한 개인의 어린 시절 한 조각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11년째 학생들에게 학교에서의 기분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고자 연구하고 실천 중이다. 인생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터널 같은 시간을 학교에서의 밝았던 기억들이 작은 온기가 되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미형
이미형

만화학을 전공하고, 약 20년간 초중고등학교에서 예술강사로 아이들을 만나왔다. 아이들의 작은 생각과 이야기가 작품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수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누구나 편안하게 표현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교육을 고민하며, 늘봄학교 등 다양한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고 아이들의 일상에 따뜻한 기억을 더하고자 한다.
이보연
이보연

문화예술을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누고 키우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사람과 예술을 잇는 문화예술단체 하트(HEART)의 대표로, 문학과 그림책, 통합예술을 통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어린이와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어왔다.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라고 믿는다. 학부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현혜연
현혜연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연구자. 사람에 관심이 많아 사회복지, 사진예술, 인류학을 공부했다. 1997년 어린이 사진캠프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모험을 시작했고, 지금은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교육원장을 맡아 문화예술교육 및 인력양성에 힘쓰고 있다.
프로젝트 궁리
정리_남은정 프로젝트 궁리 기획자
좌담 사진_이재범 라무팜스튜디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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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2026년 05월 12일 at 9:08 AM

    늘봄학교가 단순히 아이들을 맡아주는 ‘돌봄’을 넘어, 예술적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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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철 2026년 05월 12일 at 11:08 AM

    늘봄학교가 아이들이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며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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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2026년 05월 12일 at 9:08 AM

    늘봄학교가 단순히 아이들을 맡아주는 ‘돌봄’을 넘어, 예술적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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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철 2026년 05월 12일 at 11:08 AM

    늘봄학교가 아이들이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며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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