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23년 문화취약계층 참여자가 다양한 예술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누림’을 시작했다. 예술가가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운영시설에서 선택함으로써 교육기획과 내용의 확장성을 추구하는 자율선택형 사업인 예술누림에 지난해부터 참여하고 있는 문선미, 이현정 예술강사와 이혜인 인천보라매아동센터 담당자, 우치호 인천광역시자립지원전담기관 기관장, 김세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나눔팀 팀장이 만나 현장의 소회와 기대를 나눴다.
김세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나눔팀장 예술누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더 많은 교육 참여자와 더 다양한 수혜자를 만나고자 2023년 예술누림 플랫폼을 열었다. 예술가가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올리면 시설 담당자들이 프로그램을 선택해 예술가들과 사전협의를 거쳐 지원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시범적으로 시도했고, 올해는 ‘문화예술교육 예술누림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 현장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어떻게 체감되었는지 궁금하다.
문선미 사진분야 예술강사 작년에 처음 예술누림 사업에 참여해서 인천보라매아동센터와 두 군데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인천보라매아동센터에서 진행한 수업은 <쿵짝쿵짝 사진관>이라는 프로그램인데, 제목에서부터 국악과 사진의 만남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융합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하려고 했다. 올해 좀 더 보완해서 잘 해보려 한다. 예술강사 입장에서 예술누림 사업이 다른 사업과 가장 달랐던 점은 예술강사가 ‘배치’받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올리면 시설에서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였다. 이런 과정으로 매칭된 다음에는 잘못될 일이 별로 없었다. 시설과의 협의도 잘 되었고 현장에서 수업할 때도 수월했다. 우리 프로그램이 이 시설에 잘 맞는지, 시설에서도 아이들한테 필요한 프로그램인지 미리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이현정 국악분야 예술강사 학교나 기관에 배치받아 나가는 경우 서로 소통이 잘 안되거나 부담스러운 요구를 받으면 껄끄러워질 수도 있다. 그런데 예술누림 사업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그대로 계획에 담을 수 있고, 그걸 원하는 기관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는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전협의가 도움이 되었다. 저는 국악 분야이다 보니 악기가 없으면 아예 할 수 없는 수업이 생긴다. 그런데 수업에 필요한 악기를 다 갖추고 있는 기관에서 의뢰를 주어서 막힘이 없었다.
이혜인 인천보라매아동센터 담당자 저도 같은 생각이다. 우리 기관은 복지시설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도 참여했고 예술누림 지원사업도 참여했다. 사실 우리 센터가 영종도에 있다 보니 예술강사가 복지시설 사업처럼 ‘배치’되었을 때는 오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복지시설 지원사업도 계속 재배치를 하고 결국에는 과목을 바꾸기도 했지만, 예술누림 사업은 사전에 협의할 수도 있고 우리가 선택하고 함께해나간다는 점이 좋았다. 수업할 때도 별로 어려움이 없었고 만족도도 굉장히 높았다. 아무래도 전문 강사가 하는 수업이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아이들도 호기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한다. 국악이라는 장르도 아이들한테는 생소할 텐데 즐겁게 참여했다.
서로 돕고 채우는 융합수업
김세린 두 분은 사진과 국악을 융합한 팀티칭으로 수업을 꾸리셨다. 팀티칭으로 작업하게 된 계기나 새롭게 시도하면서 염두에 둔 것이 있었나?
이현정 영종도에 소재한 영종역사관 수업에서 문선미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그전까지 저는 국악 수업만 했었는데, 사진과 국악이 만나니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나왔다. 그래서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같이 하자고 했는데, 예술누림 사업으로 함께할 기회가 온 거다. 사실 사진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같이 수업을 하면서 이렇게 사진을 찍는구나 배우게 된다. 나의 경험치와 예술적 시야가 넓어지는 색다른 경험이라고 해야 하나. 문선미 선생님도 가끔 국악 노래를 따라 부르시더라.
문선미 그동안 박물관이나 역사관에서 역사와 사진을 연계하는 등 융합수업을 주로 해왔다. 복지시설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저는 예술 수업을 꼭 예술가들끼리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도서관이나 마을 연계 수업을 하면 역사나 마을의 스토리를 가지고 접근하기도 한다. 그런데 복지 분야나 사회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는 쉽지 않다. 사진은 시각적인 매체여서 동적이거나 음악적 요소가 없어 아쉬웠는데, 예술누림 사업에 참여해 국악과 함께하는 융합수업을 짜볼 수 있었다.
김세린 융합수업을 진행하면서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다.
문선미 수업할 때 조금 소심한 어린이가 있었는데, 사진은 하는데 국악은 안 하겠다는 거다. 학교에서 국악 수업 때 잘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던 거다. 걱정되었지만 강제로 하게 하지 않고 그냥 두었는데, 다른 아이들이 재밌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점점 국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그 어린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했고, 발표 때 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을 열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는데, 국악만 좋아했다가 나중엔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도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했다. 인천보라매아동센터가 잠시 모이는 곳이지만 이런 활동을 경험하며 나중에 커서 좋게 기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혜인 말씀해주신 것처럼 입소하는 아이들이 대부분 경험이 없다 보니 자신감이 별로 없다. 그런데 자기는 예술 활동을 해봤으니 너무 신나고 더 관심이 가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고, 그러면서 칭찬받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못해요, 안 해요” 이러면서 어려워하다가도, 나중에는 발표도 하고 “피아노 칠 줄 아는데 이것 한번 해보면 안 돼요?”라고 먼저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휴강이라도 하면 너무 아쉬워하고 수업을 마무리할 때면 또 언제 다시 하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한다. 아이들에게는 경험을 해보는 게 정말 중요하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퇴소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또 그 힘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예술누림으로 꾸린 수업이 예술교육 수업 중 가장 긍정적인 효과가 큰 프로그램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현정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국악을 했던 담임 선생님 권유로 우연히 국악을 접하게 되었다. 아이들 역시 접하지 않고는 모른다. 그래서 경험해 봐야 한다. 저처럼 아이들에게도 인생이 조금은 바뀔 수도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해서 일부러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고 음악치료사 자격증도 땄다.
김세린 인천보라매아동센터는 일시보호시설이라 아동보육시설과는 다르게 교육 기간이 짧았다. 일반적으로 1년간 60회차를 하나의 구성으로 계획해서 들어가는데, 인천보라매아동센터는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회차도 유연하게 조정해서 진행하셨다. 이렇게 시도한 이유가 있나?
문선미 이현정 선생님도 저도 학교예술강사를 하고 있고, 장애인 예술교육 경험도 있다. 저는 복지시설 노인 대상 사진 수업도 한다. 저희 둘 다 다양한 기관과 대상을 경험했다. 그런데 아동기관은 기관마다 성격이 조금씩 달랐고, 저희도 이번에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 저희는 1년 정도 쭉 수업할 계획을 세웠고, 많아도 3번 정도 나누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인천보라매아동센터는 아이들이 잠깐 머물다가 가는 곳이다. 막상 수업하러 가면 지난주에 만난 아이들이 없는 경우도 있고, 내일 퇴소한다며 아쉬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저희도 너무 아쉽고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그래서 올해는 단기 수업에서도 아이들이 충분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다양한 경험, 함께하는 즐거움
김세린 시설 담당자 입장에서 예술누림 사업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기를 기대했는지 궁금하다. 아이들에게 예술교육은 왜 필요할까?
이혜인 인천보라매아동센터는 대안교육 위탁기관으로 지정되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센터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 강사가 와서 수업을 진행하는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아이들이 나중에 퇴소해서 원적학교로 돌아갔을 때도 이어서 생활하고 활동하는 데 동떨어지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실 우리 센터에 예술누림 같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 없으면 어쩌나 많이 걱정할 정도다.
우치호 인천광역시자립지원전담기관장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대부분 시설에서 아이들이 학원도, 심리치료도, 공부도 개별적으로 활동한다.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과정 안에서 협의하고 충돌하고 실패도 맛보고, 그러면서 사회성도 기르고 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김세린 작년 예술누림 사업의 1년 과정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지었는지 궁금하다. 예술누림 사업은 60회차 교육계획을 요청드리지만, 정규 수업만으로 끝내기보다는 일련의 과정도 반추해 보고 마무리하며 성과도 알릴 수 있도록 성과공유회나 발표회를 권장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과 나누고 지역과 공유했나?
이현정 우리끼리 발표회를 했지만, 사실 너무 아까웠다. 전국적으로, 아니면 지역별로라도 날을 잡아서 좀 더 크게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되는 특성상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보완해서, 원하는 곳들은 함께 모여 발표회를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우치호 사업에서 발표회는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발표 자체가 목적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이 예술을 경험해 보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 보는 과정에서도 많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싫은 것도 좀 견디고, 서로 격려도 해주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것도 또한 받아들인다. 친구들끼리 좋은 얘기만 할 수 없잖나.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의 사회성도 충분히 커진다고 본다.
이현정 저희도 ‘경험’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쓴다. 저는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표회나 전시회는 해보기 어려운 경험이다. 그래서 되게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는 건 좋은 것 같다. 만약 가능하다면 경쟁적인 시상이나 대회라는 형식보다는 다 같이 즐기는 축제를 만들면 좋겠다. 저는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여러 번 대회를 나갔는데,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1등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상실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나 박탈감, 상실감이 더 심할 것 같다. 강사들도 1등 해야 한다며 아이들을 막 조일 수도 있다.
참여자의 긍정적 변화를 이끈다
김세린 앞으로 예술누림 사업에 어떤 기대와 바람이 있는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치고 싶은지 궁금하다.
문선미 예술누림 사업을 할 때 기관과 협의해서 했는데, 한 기관만이 아니고 여러 기관과 연계해서 진행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예전에 복지관 어르신들과 초등학교 아이들이 같이하는 수업을 해보려 했다. 아쉽게도 어르신들이 학교에 들어올 수가 없어서 결국 못 했다. 기관과의 협의가 쉽지 않았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도 지역사회와 연계한 활동을 같이 해보면 좋겠다.
이현정 저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가 같이 마주 보고 소고 율동을 하는데, ‘나’의 미래의 모습 ‘나’의 과거의 모습이 공유되니까 뜻깊을 것 같다.
우치호 시설 입장에서는 ‘경험’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비전문가인 제가 아이들 데리고 영화 보러 가면 영화관람이지만, 전문가랑 같이 영화를 보면 견학 아닐까? 수업에서 다뤘던 것을 연결해서 설명해 주고, 보는 관점도 다를 것 같다. 국악 수업이라면 한두 번은 국악 하는 곳을 가보거나, 사진 수업이라면 사진 전시회도 가보고. 너무 기관 안에서만 수업을 하면 아쉬움이 크다. 경험적인 측면에서 그런 부분을 보완해 주면 좋겠다.
이혜인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할 때 제일 좋았는지, 어떤 프로그램이 제일 좋은지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를 이러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또 예술 수업이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라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참여하길 잘했다는 마음만 가져가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이 되고, 이것을 통해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런 예술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크다.
김세린 말씀하신 것처럼 예술교육에 참여하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서 참여자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예술누림 지원사업에서 더 많은 교육 참여자와 예술가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문선미
예술강사, 문화예술교육단체 아트P아토 대표, 문화예술교육단체 뮤지엄 스튜디오 팀장. 사진을 매개로 학교예술강사, 사회예술강사로 활동하며 아동, 어르신과 만나고 있다.
이현정
예술강사. 국악을 매개로 학교예술강사, 사회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이기도 하다.
이혜인
인천보라매아동센터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어떤 활동이 좋을지 고민하며 문화예술교육 연계 사업을 꾸려오고 있다.
우치호
보라매교육원 원장, 인천광역시자립지원전담기관 기관장, 인천재능대학교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인천광역시아동복지협회 회장, 인천사회복지사협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했다.
김세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회예술교육본부 교육나눔팀장. 국내외 공연장 내 교육시설, 교육기관 내 공연장 등에서 일했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환경을 만드는 예술행정가로서 예술로 사람과 자원을 잇는 일에 열성을 다하고 있다.
- 정리_최순화 프로젝트궁리 제작 PD suna.choe@gmail.com
- 인터뷰 사진_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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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교육에 참여하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서 참여자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 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예술가와 참여자들의 만남의 장이 열리길 응원합니다.
배치 말고 매치, 수요자를 위한 협력과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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