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사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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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미 넘치게 살아갈 힘을 길어 올린다

예술교육이 내 삶에 스며드는 사이

며칠 전 쓰러져 응급실로 향했다. 의식이 돌아오자 불쑥 내 인생의 기억을 되짚게 되었다. 어린 시절 엄격하고 무서웠던 아버지가 한 달에 한 번 가족 장기 자랑을 여셨던 기억이 젤 먼저 떠올랐다. 나는 부채춤이나 악기 연주를 했고 두 언니는 시(詩)나 노래를, 남동생들은 태권도, 때론 마술을 했다. 그 엄격하고 무서웠던 아버지는 매번 곱추춤을 추셨다. 아버지가 고(故) 공옥진 여사로 변신해 바보 같고 재밌는 표정과 행동으로 웃음을 줬던 시간, 우리 가족의 딱딱한 관계를 비집고 들어온 사이, 그 장기 자랑 시간이 기억났다. 그 해학미 넘치던 소리,

대명사 아닌 고유명사로, 의미를 만드는 다정한 관찰

사라지는-살아지는, 그 ‘사이’에 주목하는 할매발전소

‘할매발전소’는 지금까지 이름 없이 살아왔던 노인들에게 주목하고, 이들이 자신의 이름과 존재의 의미를 되찾는 다정한 여정을 지난 수년간 담아내고 있는 곳이다. 할매발전소가 위치한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 남쪽 끝자락 신림(神林)면은 시내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1시간여를 달려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신들의 숲’이라는 지명처럼 깊은 숲속에 숨겨져 있는 할매발전소에서 지난 9월 세 번째 전시 《내 이름에게: 나의 이름에게 보내는 헌사》를 열었다. 22명의 할머니가 지난봄부터 여름에 걸쳐 자기의 삶과 예술을 오가며 천천히 일궈 낸 이야기와 작업이 사진으로, 그림으로, 글씨로 오롯이 담겨 있었다.

일상과 지역, 예술을 잇는 ‘연결의 공간’

예술로 365길⑬ 우진문화공간

우진문화공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동로376 10:00~22:00 (월 휴관) 063-272-7223 http://www.woojin.or.kr/ 예로부터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 이름부터도 온전한 마을(온 고을)인 전주, 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전주천을 따라 걷다 보면 담쟁이로 둘러싸인 건물 하나가 보이는데, 바로 ‘우진문화공간’이다. 우진문화공간은 지역 예술인의 창작 활동과 지역민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극장, 갤러리, 실기실, 연습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우진문화공간에는 한 번 오면 모두가 반할 특별한 장소가 있다. 그곳은 바로 건물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비밀 정원이다.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손수 가꾼 정원에서는 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

우둘투둘해도 재밌게, 마음껏 인생을 연습한다

‘펀그라운드 진접’이 채워가는 사이와 틈

청소년기와 후기청소년을 지나 어느덧 후기 청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2024년 오늘의 나는 언젠가부터 눈뜨면 청소년을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하며 청소년의 삶과 행복의 질을 고민하는 사람들 곁에 서 있다. 돌아보면 누구나 우둘투둘했던 청소년기를 보낸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청소년기를 ‘환승하는 시절’로 가벼이 여겨왔던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들어 내가 가장 많은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대상은 청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존중받는 청소년, 행복한 청소년’ 펀그라운드 진접이 비전으로 내세우는 ‘존중’과 ‘행복’은 허울 좋은 단어에 그치지 않는다. 펀그라운드 진접의 청소년들은 우둘투둘할 법한 청소년기를 서로 존중하며 즐겁게 행복을 만들어가고

설렘과 갈등 사이, 거리 좁히기

어쩌다 예술쌤㉛ 공항을 창의적으로 경험하는 ‘꿈의 비행’

많은 사람에게 공항은 ‘설렘과 기대감’을 떠올리게 하지만, 항공기 이착륙 소음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도 있다. 한국공항공사(이하 공사)는 공항 소음 완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공항을 방문하는 여객들에게는 설렘을 더해주고, 소음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는 공항을 새롭게 이해하고 경험할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기존에도 버스킹이나 북콘서트 같은 문화 행사를 진행했지만, 대부분 일방적인 행사로 여객들이 관람하는 형태였다. 이번에는 공항에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과 협력하여 ‘꿈의 비행’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소규모나 개인

공감을 쌓고 규칙을 비틀면 틈이 생긴다

[대담] 함께 만드는 사이 공간

대담개요 일 시 : 2024.9.26.(목) 오후 4시 장 소 :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참석자 : 지정우 건축가·이유에스플러스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가,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본지 편집위원) (왼쪽부터) 지정우 건축가, 최도인 편집위원 최도인  문화예술교육 안에서도 문화와 예술, 예술과 교육이 역동적으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기도 하고, 서로 간 교류하고 융합되기도 하고, 사용자들에 의해 재해석되기도 한다. ‘사이 공간’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그 역동성을 다뤄보고자 한다. 특히 ‘사이 공간’에서 ‘공간’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오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 장소로 건축가님이 리모델링 설계를 한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를 선택했다. 특별히 이 공간을 추천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지정우  짧은

별것 없이 반짝이고 별것처럼 유쾌하게

삶의 해학이 흐르는 독립서점 ‘빛나는친구들’

한정된 공간에 선택지를 만들어 놓은 독립서점은, 저마다 갖는 특색과 지향이 다르고 그에 따라 구축된 세계가 있다. 그래서 독립서점을 가는 길은 어떤 세계로 들어서는 여행의 길처럼 느껴진다. 다른 도시를 갈 때면, 꼭 독립서점을 가보려고 애쓰는데 그 도시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틈이기도 하고 때론 문화적 지형을 엿볼 수 있는 너른 장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관과 접점이 진하게 찍히는 독립서점이 일상 공간 내에 가까이 있으면 든든하다. 퇴근길을 밝혀주는 동네 서점으로 곁에 있을 때의 푸근함을 느껴본 사람이면 공감할 것이다. 우리 동네에 또 하나의 독립서점이

경계에 구멍을 뚫고 틈을 벌리는 공동공간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장소와 공간에 대해 지금보다 더 예민해진다면, 더 많은 공동공간이 있다면 우리는 더 좋은 사회에 살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며 공간을 간절히 욕망하기 시작하였을 때는 10여 년 동안 살던 시골을 떠나 다시 도시로 돌아온 8년 전이다. 다시 도시에 살게 된 그때 나를 압도하는 느낌은 불행하게도 답답함과 무력감이었다. 생계를 위해 할 일이나 직장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내 나를 사로잡는 답답함과 무력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도시는 공간이 부족했고, 관계는 단절되어 있었고 시간은 부서져 있었다. 도시에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할

극복할 문제에서 함께할 존재로, 사이의 회복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사이’는 나와 타자의 거리감 또는 시간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우리는 나와 다른 존재와 어떤 사이로 지내고 있을까? 가깝게 보자. 나는 나와 좋은 사이일까? 사회의 빽빽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바쁘고 충실하게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나의 내면 그리고 다양한 관계망에서 상실한 연결 감각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고요히 응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효율로 훈련된 우리는 이 고요함을 받아들이는 데 참 서툴다. 사단법인 씨즈가 운영하는 ‘두더집’은 은둔·고립 청년이 잠시 숨을 고르며 다시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세상과 연결될 수

매일 조금씩 자라날 아이들과 풀꽃들을 위하여

진주 봉원중학교 풀노리교실

풀노리교실은 LH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22년 봄부터 가을까지 진주 봉원중학교의 유휴공간을 학생을 위한 생태, 자연체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프로젝트다. 서울가드닝클럽은 이 프로젝트에서 전반적인 프로젝트의 기획, 공간 디자인, 조경 시공, 운영계획에 참여했다. 프로젝트 대상지인 봉원중학교는 진주시 구도심에 자리했다. 1984년 개교하여 과거에는 한해 1,000명이 넘는 학생이 다녔지만, 점점 학생이 줄어 프로젝트 당시에는 150여 명 학생이 등교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학교에 있던 여러 교실은 새로운 쓰임을 찾아야만 했다. 그중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은 별관에 위치한 탁구 교실과 그 바깥의 을씨년스러운 중정 공간이었다. 그 외에도

아무것도 아닌 사이, 얽히고설킨 든든한 사이

김중미 작가·기찻길옆작은학교 큰이모

‘공동체’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에서 빠질 수 없을 만큼, 오랜 기간 교육의 핵심이 되어온 키워드다.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파편화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함께 노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게 불편한 아이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길을 걷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점점 공동체를 경험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요즘, ‘동네의 공부방’이자 ‘함께 노는 놀이터’이자 ‘칙칙폭폭 인형극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천시 만석동 ‘기찻길옆작은학교’는 요즘 세상에 만나기 어려운 ‘찐’ 공동체다. 1987년 ‘기찻길옆아가방’으로 시작해 1988년 ‘기찻길옆공부방’, 그리고 2001년 강화도에 농촌공동체를 만들며 새로운 ‘강화공부방’이 생겼고, 만석동 공부방은 ‘기찻길옆작은학교’(이하 기찻길)로

위대한 항로를 건너는 해적들의 아지트

‘보물섬 영도’가 만드는 사이 공간

조선 수리소와 부산항이 보이는 봉래산자락 아래,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리는 배와 이를 지탱해주는 그물이 걸려있는 2층 건물이 있다. 이곳은 2023년 6월 개관한 영도 해양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중심기지이자 아동 청소년을 위한 공간 ‘보물섬 영도’이다. 주차장을 지나 승선장에 들어섰다면, 이미 이 여정에 발을 들인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해적이 되어 자유롭게 활동하며 생존, 탐험, 교류를 실천해볼 수 있는 각각의 공간을 만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보물섬 영도의 각 공간은 기관실, 해도실, 조타실, 기관실, 선실 등 배의 구조를 본떠서 부른다. 문화예술이라는 연료로 모터를 돌려 앞으로 나아갈 곳을 고민하고

존중이 마음을 연다, 연결이 시작된다

패치워크가 추구하는 매개의 역할

요즘 나는 대부분 시간을 배다리 마을에서 보내고 있다. 배다리 마을은 인천의 원도심으로, 한때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활발한 마을이었다. 큰 시장이 서는 곳이기도 했고 40여 곳의 헌책방이 늘어서 전국 3대 헌책방 거리로 불렸을 정도다. 지금도 다섯 곳의 헌책방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이곳에 온 건 2021년이다. 워낙 오래된 것과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라 인천의 원도심에 놀러 왔다가 책방과 문구점이 모여 있는 모습과 그사이에 섞여 있는 오래된 건물들에 반하고 말았다. 평온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이렇게 빨리 공간을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이 동네를 만나면서 커피

스스로 채워가는 10대의 한 페이지

슬기샘어린이도서관 ‘트윈웨이브’가 추구하는 사이 공간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과 인접한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은 2005년 개관했다. 도서관 3층에는 트윈세대를 위한 특별한 공간인 ‘트윈웨이브’가 있다. 트윈세대란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뜻하며, 트윈웨이브에서는 12~16세로 정의하고 있다. 도서관 속 사이의 공간 트윈웨이브에서는 연령의 사이, 공간의 사이를 어떻게 이어가고 있을까. 수원 슬기샘어린이도서관 ‘트윈웨이브’ 일렁이는 파도 앞에서, 항해의 시작 슬기샘어린이도서관 ‘트윈웨이브’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되었다. 하나는 청소년이 이용할 만한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현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청소년의 도서관 이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도서관은 안전한 공간에서 트윈세대가 즐거움을

흐르고 쌓이는 성찰을 잇는, 지금 여기 문화예술교육

[아르떼365] 3기 편집위원이 만들어 갈 사이 공간

김선아 편집위원 김규원 편집위원 김자현 편집위원 서지혜 편집위원 최도인 편집위원 지난봄부터 3기 편집위원회는 더욱 새로워질 [아르떼365]를 구상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이어왔다. 올해 웹진 20주년을 지나, 내년에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 20주년이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설립 20주년이 다가온다. 정책과 현장의 변화가 예상되는 중요한 시기에 [아르떼365]의 방향을 만들어 갈 편집위원 5인의 바람과 다짐을 들어본다. 문화예술교육의 사이 공간을 열며 김선아_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지금은 [아르떼 365] 편집위원 3기가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시점이다. 하지만 내 삶에서 시작과 끝은 종종 뒤바뀌기도 하고, 중첩되기도 하며, 부지불식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