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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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불안의 시대, 예술은 무엇을 상상할 것인가

<더 넥스트 노멀: 다이얼로그 인 아시아> 포럼이 제기하는 질문들

지금 우리는 어떤 ‘정상(Normal)’ 속에 살고 있는가. 기후위기, 심화하는 불평등, 전쟁, 이주, 시민의 자유와 주권을 둘러싼 갈등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 시대에, ‘정상’이라 여겨지는 것들은 과연 누가, 어떻게 만들어온 것인가. 지난 2월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더 넥스트 노멀: 다이얼로그 인 아시아> 포럼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더 넥스트 노멀(이하 TNN)’은 오랫동안 아시아 지역을 리서치하고 협력해 온 아시아 프로듀서들이 2년간의 논의 끝에 첫 단추를 끼운 아시아 협력 프로젝트다. 레지던시 형식의 ‘아시아 예술가 리서치 랩’과 예술가들의 담론을 모아 공유하는 ‘다이얼로그 인 아시아’로

너의 말에 귀 기울일 때 세상은 변한다

지역과 현장을 만나야 할 이유

언제부턴가 “나”와 “너” 사이에 대한 고민이 더욱 처절해진 시간이 지속된다. 문화기획자로 활동할 때부터 절실했는데 기초문화관광재단의 대표를 맡으면서 숨이 턱턱 막히도록 절박해졌다. 간절함이 있었던 시간을 되돌아보면 바로 현장에 발을 딛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북구문화의집에서 연간 예산 1억여 원을 가지고 수많은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진행할 때 가장 최전방의 목표는 당신이 행복한가에 집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의 삶에 더 천착하는 방식으로 실천해 갔다. 그가 살고 있는 터전은 어떤 상황이며, 그 기반 위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날것의 말씀, 즉 ‘터무니’에 집중해 듣는 것에 주저함이

무대 위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2025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 참가기①

연극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특히 셰익스피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런던이라는 도시를 쉽게 지나칠 수 있을까? 필자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한 ‘2025 우수 예술교육가 발굴대회’ 수상 특전으로 주어진 ‘2025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를 통해 런던의 살아 있는 문화예술 현장을 경험할 귀한 기회를 얻었다. 해외 유수 예술·교육 기관을 방문하여 국내 예술교육 현장에 적용·도입할 수 있는 다양한 영감을 얻고자 기획된 이번 연수는 2025년 9월 21일부터 7일간 영국과 프랑스에서 진행되었다. 기대에 잔뜩 부푼 연수였지만, 마음 한켠 부담도 있었다. 9월은 마침 내가 교육 및 연출

거대한 담론보다 작은 위로와 안심을 구하는

오늘부터 그린㊶ 안전한 삶은 가능할까

항상 ‘변화를 추구하는 삶’으로 살아온 나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내 삶에는 늘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두려움이 함께 한다. 변화를 원한다는 것은, 지금 이 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좁은 방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은 뜨거운 욕구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또한, 변화는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게 하고, ‘왜 그때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나무와 마음으로 이어진 섬

오늘부터 그린㊵ 바닷가 나무 보물섬

경기창작캠퍼스는 마치 바다와 같았다. 바다라는 큰 품이 있었기에 작은 섬들이 태어날 수 있었다. 이 바다 위에서 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자 배솔희 선생은 나무가 되었고, 그 나무에 깃든 다양한 결이 공동체를 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가능케 한 것은 경기문화재단의 끊임없는 실험과 이어짐이었다. <바닷가 나무 보물섬>(이하 보물섬)은 바로 이 흐름 속에서 태어났다. 목공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버려진 자원과 가족, 공동체, 자연을 다시 잇는 예술적 실천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어릴수록 상상의 그릇이 크다는 전제 아래,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장을

문화의 시대, 예술교육의 길을 열다

몬디아컬트 2025와 국제예술교육연구소의 여정

지난 9월 말,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정책 회의인 ‘유네스코 세계문화정책회의’(UNESCO World Conference on Cultural Policies and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몬디아컬트) 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되었다. 글로벌을 뜻하는 불어 ‘몬디알’(Mondial)과 ‘컬처’(Culture)의 합성어인 ‘몬디아컬트’는 전 세계의 문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를 칭한다. 이번 회의에는 각국 문화장관, 국제기구, 학계, 시민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문화는 인류 모두의 권리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공재”라는 비전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특히 2022년 멕시코 선언 이후 3년간의 이행 과정을 점검하며, 문화와 교육, 인공지능, 평화, 기후 위기 등 인류 공동의 과제를 문화정책

뙤약볕과 폭우 속에도 생명을 길러내는 농부의 마음으로

오늘부터 그린㊳ 인도농사연극

요즘 열대 우림에서 건기에 더위 나기는 우리네 겨울나기처럼 생사가 걸린 일이 되었다. 그러잖아도 더운데 기후 변화로 온도가 더 올라갔으니 말 그대로 ‘더워 죽는 위기’를 체감하게 된다. 그런 때 공연을 보려고 사방이 다 뚫린 삼륜차 오토릭샤를 타고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는 열대 바람과 뙤약볕에 쏘이며, 요철 구간마다 엉덩이를 털썩털썩 좁은 골목길을 헤매다 컴컴해져서야 공연장에 도착한 적이 있다. 벼를 베고 난 자리에 세운 무대에서 <초승달>이라는 어린이 청소년 연극을 상연하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아도 씻어 걸어둔 초승달 같은 청량함을 무대 위에서 느낄 수 있었던

지구를 떠돌던 부표가 띄운 각성의 메시지

오늘부터 그린㉟ 생명 존중의 빛 만들기

지구를 여행하는 부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국 연안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13.8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 54%는 폐어구와 부표로, 바다를 떠다니며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해 해수를 오염시키고 해양 생물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부터 국민공감 문화예술교육 행사의 일환으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제안받았을 때 ‘폐부표’가 떠올랐다. 내가 부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10년, 캐나다 서부 해안가에서 우연히 ‘조개표’라는 글자가 적힌 부표를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낯선 곳에서 한글을 발견한 반가움도 잠시, 광활한 바다를 홀로 떠돌다 밀려온 그 부표는 마치 나와 같은 여행자로 느껴졌다. 영화

줍는 마음, 버리지 않는 마음, 실천하는 마음

오늘부터 그린㉞ 3개국 해양도시가 함께하는 비치코밍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것은 최근 공공 문화예술 기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지역문화진흥의 중심 기관인 지역문화재단은 지역 소멸과 같은 심각한 문제부터 일상 속 발생하는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도 2019년 수립된 ‘비전 2030’을 통해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 문화예술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라는 미션을 세우고,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를 문화적으로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단은 사업의 방향성을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재구조화했다. 지역의 주요 이슈인 ‘사회적 고립’, ‘고령화’, ‘도심 공동화’, ‘해양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적

고민하고 부딪치며 창작에 스며든 ‘숲숲열매’의 힘

오늘부터 그린㉝ 변화의 매개체로서의 기후

기후 문제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코끼리들이 웃는다(코웃다)’ 단체 대표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던 중, 대표가 진열된 음료를 보며 “이건 유리인가요, 플라스틱인가요?”라고 물었고, 직원이 플라스틱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따로 머그잔에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선택해 주문했다. 그 순간, 나는 ‘이런 사람이 있구나, 내가 몰랐던 것뿐이지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많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목격한 것은 처음이라 강한 기억으로 남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행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였다. 어쩌면 코웃다 단체에 대한 이상과 대표의 행동에 대한 동경이 이러한 결심을 하게

오늘에 도전하고 미래를 가늠하는 비판적 성찰

2024-2025 균열과 재구성② 2024년 돌아보기

디지털화, 탈경계화, 세계화(다문화, 다양화)라는 시대 변화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예술교육가 또한 충돌의 틈새에서 조정과 이해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예술(교육)가가 만난 ‘균열’(변화)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2025년 ‘재구성’을 위한 준비와 다짐을 들어 본다.   ① 변화를 향한 질문    ② 2024년 돌아보기    ③ 2025년 내다보기 사라지지 않을 가치 #본질과_철학 #정책의_역할 #예술교육의_가치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된 지 20년이 되어 간다. 이제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그동안 크고 넓고 깊어진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그 안의 사람을 바라보며,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답 없는 질문을 품고 다시 카메라를 든다

오늘부터 그린㉜ 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

해녀 삼춘(제주에서 남녀 무관하게 웃어른을 일컫는 말)에게 물었다. “삼춘, 언제까지 물질할 꺼?” 삼춘이 답했다. “나는 언제까지고 하고픈데, 나보다 바다가 늙어 못할 거라. 해녀가 줄어 바다에 잡을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세상이 발전하는 만큼 바다는 늙어가더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의 막내 해녀인 명자 삼춘의 말이었다. 2012년, 우연히 제주에 들렀고,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 모습에 홀려 카메라를 이고 지고 바다에 들었다. 온평에 살면서 몇 년 동안 미친 듯이 찍었던 해녀 사진은 나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그 당시 50대 초반이었던 명자

무심한 공생을 위해, 초록은 생각하지 마?

오늘부터 그린㉛ 일상에서 행동하는 작업

새는 살만한 곳에 산다 <렛츠 버딩!(함께 새 하는 중!)>(2022)은 탐조(birding)로 도심에 거주하고 있는 구체적인 새를 만나고, 의도된 오역/어설픈 ~되기(새 하는 중)의 시도를 통해 자신과 새의 (이미 있는) 연결성을 발견해 내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 성북천에서 만난 한 오리(한동안 흰뺨검둥오리로 오해했던, 하지만 청둥오리 암컷이었던)와의 조우였다. 어느 날 약속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식당 바로 앞에 있는 성북천으로 내려갔는데, 그곳에 흔한 오리가 한 마리 있었다. 도착하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며 별생각 없이 오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질문이 들었다. ‘여긴 인공하천인데, 쟤네

자연을 소유하지 않고 연구하기

오늘부터 그린㉚ 생태적 자연 관찰과 연구

매일 숲에 간다. 며칠 전부터 꽃피운 석산에 다가가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한다. 꽃봉오리를 발견한 늦여름부터 늘 그래왔다. 오늘은 어제보다 꽃잎 색이 옅어졌고, 떨어진 수술도 있다. 나는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다. 매일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나의 일이다. 식물세밀화는 식물종의 형태적 특징, 특히 분류키를 드러내야 하는 그림이다. 식물의 형태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생식기관이다. 꽃과 열매 그리고 씨앗. 나는 식물의 꽃이 피고 열매 맺은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내게 한 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의 개화, 결실 시기가 자꾸만

머나먼 구호가 아닌 나의 일상에서

오늘부터 그린㉙ 따라 하고 싶은 기후위기 캠페인

일상에서 일상의 언어로 지난밤 새벽 2시,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커튼 틈으로 하얀빛이 번쩍 내 방을 비추더니, 천둥소리가 건물에 무겁게 내리꽂혔다. 살아생전 처음 느껴보는 천둥이었다. 건물이 무너지면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수 있게 옷을 갈아입고 자야 하나, 가족과 친구들이 사는 동네는 괜찮은가 싶어 쉬이 잠에 들지 못했다. 기후위기는 이제 더 이상 먼 나라 북극곰의 이야기도, 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 기록이 매년 경신되고 폭염과 폭우, 폭설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린세대의 마음에 지구를 심다

오늘부터 그린㉗ 그린마인드를 키우는 문화예술적 실험

자연보호,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ESG경영…. 지난 20여 년간 명칭을 달리하며 불려 온 환경 이슈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명칭으로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맴돌 해결하지 못한 어쩌면 해결하지 않은, 회피당한 환경 이슈들. 우리는 왜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할까? 어쩌면 그럴 마음이 없어서는 아닐까? 환경 이슈들을 극복할 방법은 ‘그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으로 생각하며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통해 그럴 마음의 씨앗을 심어보기로 했다. 청년 농부와 어린이 농부 ‘그럴 마음’의 씨앗 “선생님 물 주러 언제가요?” “뽑으면 이제 못 만나요?” 작은 씨앗으로부터 무를 만나는 데 걸렸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