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유엔은 사회, 경제, 그리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만들었다. 총 17개의 목표 중 ‘SDG 12’. ‘지속 가능한 소비 및 생산 패턴 보장’은 책임감 있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하고, 쓰레기 발생을 줄이며, 생산 및 소비 활동으로 인한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래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이러한 목표를 실제 삶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연구진, 예술가 단체가 협업하는 ‘SDGs 기반 청소년 대상 학교 문화예술교육 모델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위치한 서석중학교는 1학년 9명, 2학년 12명, 3학년 15명으로 전교생이 36명인 소규모 학교이다. 이곳에서의 출근길은 차들이 빼곡히 들어선 도시의 출근길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넓은 차도 대신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자욱한 안개가 산 중턱에 걸쳐 앉아 있다. 여름이면 해바라기,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논에서는 벼가 익어가며 노란 황금빛 물결을 보여준다. 아침 일찍 관사에서 걸어서 출근하는 길은 언제나 자연과 함께여서 행복하다. 또한 우리 학교는 ‘예술꽃 씨앗학교’로 2019년부터 4년 동안 음악 중점 활동을 하며 이미 예술 분야와 아주 가까웠고, 지역사회에 선한 예술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 1주차 가정 선물 꾸러미
  • 1주차 활동지
SDGs와 학교예술교육의 만남
소규모라는 우리 학교의 특징을 살려 이번 프로젝트 ‘홍천에서 그린 Green’은 1학년 9명이 연극 분야 예술가와 함께 각 가정에서 버려지는 폐기물,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를 감축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스토리텔링하고 연극 영상을 제작해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2차시씩 9회차 수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먼저 가정에서는 매일 버려지는 폐기물, 음식물, 재활용품을 측정하여 활동지에 기록하고 한 주간의 기록을 합산하여 비교하고 점검하였다.
사실 학교가 아닌 각 가정에서 측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각 가정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저마다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시골 특성상 평소 음식물 쓰레기를 밭에 퇴비로 버리거나 일반 쓰레기를 직접 태워버리기도 했고, 부모님과의 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이나, 부모님이나 학생의 관심과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등 9명의 소수 인원이지만 참으로 사례가 다양했다. 또한 학교에서는 측정방법을 잘 이해하는 듯 하였지만, 막상 집에서 실제 측정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측정지를 백지로 가져온 학생도 적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측정하고자 하는 방법을 이해시키는데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먼저 첫 주 차에,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가정통신문과 함께 각 가정에 선물(?) 꾸러미를 제공하였다. 꾸러미에는 일반 종량제 봉투 20매(20L 한 묶음), 음식물 종량제 봉투 20매(5L 한 묶음), 재활용품 배출 투명 비닐 40매(55×74 한 묶음)와 쓰레기 측정을 위한 중량계(30kg)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매주 다양한 보상을 통해 동기를 제공했다. 2주 차부터는 측정 활동지를 성실히 기록해 오는 학생에게 간식 보상을, 3주 차에는 전주보다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이 줄인 학생,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더욱 집중했던 4주 차에는 음식물 배출량을 가장 많이 줄인 학생 등 매주 다양한 보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동기를 제공하였다.
측정 중반부인 4주 차에는 각 가정의 협조에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 더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리고자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두 번째 선물꾸러미를 보냈다. 이번에는 친환경 무독성 제품으로 음식물을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여 유지 기간을 늘려주는 고기능 ‘미라클 통’을 크기별로 제공하였다. 특별히 4주 차에는 음식물 줄이기에 집중하여 환경오염을 줄이고자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장 볼 때 유용한 장바구니 카트도 선물로 드리며 장 볼 때도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줄여달라는 부탁을 전했다. 특히 반찬통을 너무 좋아하셨다는 아이들의 전언이 있었다.
  • 측정기록에 따른 순례주택 입주
홍천에서 그린 Green
학교에서는 이렇게 가정에서 측정해 온 폐기물, 음식물, 재활용품 수치를 토대로 가정에서 일어난 상황을 스토리텔링 하여 연극 대본을 함께 작성하고 연습했다. 등장인물은 엄마, 할머니, 오빠, 동생, 친구와 같이 주변에서 늘 함께 생활하는 인물로 실제 삶에서의 우리 모습을 드러내고 인식이 변하고 삶이 개선되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국어 교과 시간에 추천받은 유은실 작가의 청소년 소설 『순례 주택』 제목을 차용하여 각 가정이 ‘순례 주택’이 되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잠깐 왔다가 가는 순례자(巡禮者)로의 의미를 가진다. 더불어 순례 주택의 가장 높은 층을 차지하는 ‘오늘의 순례씨’를 지정함으로 아이들에게 자발적인 동기 유발을 유도했다.
각자의 인생이 세상에 왔다가는 순례자가 되어 지구와 환경을 다음 세대에 아름답게 물려줄 방법을 고민하며 오늘의 순례 씨, 우리 학교의 순례 씨는 누구인지, 쓰레기를 줄이는 삶으로 노력하며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고민하는 미래의 주인공들이 되길 소망하며 프로젝트를 마쳤다. 연극의 마지막은 1992년부터 1996년까지 개최된 환경보전 슈퍼콘서트의 주제곡인 <내일은 늦으리>를 다 함께 부르며 마무리한다.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가사가 우리 프로젝트의 메시지를 모두 담고 있다.
‘그 누구가 미래를 약속하는가 / 이젠 느껴야 하네 더 늦기 전에 /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 볼 때에 /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주오’
생각해 보면 30년 전에도 이렇게 환경보호를 외쳤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수많은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미세먼지가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예전보다 환경보호 활동이 많기는 하지만 지구 온난화는 급속도로 심해지고 있다. 30년 후를 생각하며,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미래를 위해 나부터 작은 실천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이후 만들어진 연극 영상은 전교생과 학부모에게 QR코드를 포함한 가정통신문으로 링크를 보내 공유하여 프로젝트의 의미를 전달하였다. 오는 12월에는 학교 축제에서 영상이 아닌 실제로 공연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개인의 인지 행동 변화에 그치지 않고 학교가 거점이 되어 학생들을 통해 지역사회의 확산, 변화까지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 연극 촬영 현장
최연지
최연지
중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며 현재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 석사과정에서 ‘컴퓨팅 사고를 적용한 창작 수업’ ‘스크래치를 활용한 음악 코딩 수업’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문제와 사회, 경제 등 미래에 필요한 다양한 이슈들을 가지고 예술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좀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한다.
yeonji3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