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빠른 속도로 일상을 위협하며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르떼365]는 ‘오늘부터 그린’ 연재를 통해 전지구적 문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실천하는 예술가·활동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기획에 참여한 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일상의 순간에서 기후위기를 마주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지 않을까? 지난 7월 24일부터 3주간 진행한 ‘오늘부터 나도 그린’ 이벤트를 통해 독자들의 환경을 위한 실천 사례를 들어보았다. 일상 속 작은 실천과 다짐을 독자들의 ‘그린일지’을 통해 만나보자.
관심을 두고 살피면 보이는 것들
일상의 소소한 발견이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는 아파트에 찾아오는 새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을 시작으로 ‘도시’를 생태공간으로 인식하고 자연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진희 작가(논밭암시랑토)는 귀농하여 고랑에서 마주친 농촌쓰레기를 통해 자연을 덜 해치는 농사를 고민한다. 개인의 관심사가 전지구적 문제를 돌아보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독자들은 어떤 관심에서 시작하여 위기를 인식하게 되었을까?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보태니컬아트로 식물에 대한 흥미가 생겨났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꽃을 탐구하다보니 환경과 자연까지 관심이 확장되었다. 그러던 중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배출량이 생각보다 상당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건 없을까 고민하다 집에서 작은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직접 재배하기로 했다. 식물들은 성장과 수확의 기쁨을 주었고 단순히 키우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인간은 자연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의식을 더 깊게 심어주었다. – 소프트문 님
패션에 관심이 많아 빈티지 의류를 좋아하는데요, 패스트패션의 유행으로 옷이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며 그 과정에서 전 세계 탄소배출의 10% 가까이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의식하고 중고마켓/빈티지숍에서 쇼핑하면서 새로운 제품의 소비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 Max 님

  • 보태니컬 아트_소프트문

  • 옷 구입, 중고마켓 이용하기_Max

  • 산책하며 만난 쓰레기 줍기_심재윤
식탁 위 녹색 풍경
우리의 식습관은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현대 식량 생산 과정 특성상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생산은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의 식단을 모두 친환경으로 꾸리는 일은 어렵지만, 공존을 고민하며 먹거리로 환경과 관계 맺는 다양한 방법을 실천할 수 있다. 비건 레스토랑 ‘홀썸’을 운영하는 배서영 셰프는 로컬 식재료를 이용하여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실천하고, 비건생활연구소 강소양 대표예술교육 프로젝트 그룹 종달정은 환경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위해 비건을 실천한다. 독자들은 어떤 먹을거리로 식탁을 채우고 있는지 다양한 실천이 등장하는 식탁 위 풍경을 만나보자.
저는 몇 년째 채식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채식은 같은 양의 육류를 생산할 때보다 더 적은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하고 이산화탄소를 덜 만든다고 하지요. 채식하니 정신적으로도 더 평화롭고 몸이 가벼워집니다. – 고은이 님
아이와 함께 강낭콩, 루꼴라, 바질 등등 심어서 관찰하고 농산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요. 살아있는 식물을 가까이함으로써 여러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김지영 님
인류의 생존의 방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팬데믹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온라인 쇼핑, 배달음식 등으로 달래고 있었다. (중략) 느리고 서툴지만, 집밥을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재활용, 일반 쓰레기가 1/3 정도 줄어들었다. 특히 플라스틱이. 나의 그린은 결국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의 일상을 천천히,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것인 것 같다. – 박지명 님
가급적 육류 소비 줄인다: 어쩔수없을 때를 제외하고, 나서서 먼저 고기를 먹지는 않는다! 굳이 육류 소비를 늘리거나 그런 분위기에 동조하고 싶지 않습니다. – 이재영 님

  • 비건 식단_고은이

  • 상추 화분 키우기_김정곤

  • 로컬푸드·저탄소 장보기_이재희

  • 배달말고 집밥먹기_박지명
지속가능한 소비하기
“현재와 같은 물질 소비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어렵다”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의 말처럼, 지속가능한 소비의 시작은 나의 소비 태도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비닐스런 프로젝트>는 과자봉지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일상과 얽혀 있는 무분별한 비닐 소비 의식을 되짚었다. 많은 독자 역시 기존의 물질 소비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불필요한 포장과 일회용품을 벗어나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하는 새로운 소비 방식을 중요한 실천의 하나로 꼽았다.
일회용 생리대는 썩는 데에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죠. 저는 학생 때부터 면생리대를 사용했는데 월경통 상당히 감소 + 일회용품 덜 사용 두 가지를 모두 얻어내어서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 고은이 님
일회용제품 줄일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이 많이 생기고 있더라고요. 가격도 저렴하고 일회용품 사용도 줄일 수 있고 정말 추천드립니다​. – 임지연 님
저희집은 화장실에서 플라스틱을 아웃! 했어요. 그리고 샴푸바, 린스바, 바디바, 천연비누를 사용하고 있는데 만족스럽습니다! 비누는 플라스틱 용기보다 관리도 편리해요. 분리수거가 어려운 플라스틱 병뚜껑을 비누 아래 붙이면 바닥에 물때도 생기지 않고 비누도 빨리 건조되어요. 쓰다가 작아진 비누는 새 비누 위에 꾹 눌러붙여서 같이 사용하고요. – 김새경 님
고체 비누 우선, 안되면 알맹상점에서 리필-비누, 샴푸, 린스, 주방세제를 고체비누로 사용합니다. 수영장에 다니면서 플라스틱 용기를 쓰는데 마침 근처에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있어서 내용물은 리필하여 사용하고 있어요. 물은 끓여먹거나 브리타 정수기로-물은 보리차죠~ 커피 등 정수물이 필요한 경우도 브리타 정수기를 150L 한도까지 꽉꽉 채워 사용해요. 그러려면 사용일수 메모는 기본. 사용한 필터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에 반납합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어렵지만 레스웨이스트는 그럭저럭 따라 할 만합니다. – 임혜경 님

  • 리필 상점 이용하기_임혜경

  • 밀납랩 사용하기_이은주

  • 직접 만든 친환경 비누_김현정

  • 친환경 제품 사용하기_고주영
오늘의 실천, 내일의 실천
그 밖에도 여러 독자가 텀블러 사용, 자전거 타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에어컨 적정 온도 유지하기, 분리배출 하기 등 일상 속 다양한 실천 방법을 공유했다.
‘자전거를 간단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지만, 내가 얼마나 대단한 물건을 소유했는지 깨닫는 데는 평생이 걸려도 부족하다’(장 폴 사르트르) 에코바이크 앱을 깔고 지출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매일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를 계산해 온실가스와 에너지 감축량을 객관적 수치로 표현해주고 있어서 나의 생활 속 친환경 실천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고현주 님

  • 에코바이크 어플로 에너지 감축량 측정_고현주

  • 이메일 정리하기_임지연

  • 설거지는 물을 받아서_김은주

  • 가까운 곳은 자전거 이용_이재창

  • 실내 적정 온도 27도 유지하기_김우순

  • 투명 플라스틱 분리배출은 필수_정하나
자전거를 타고, 분리수거를 잘하고, 육류 소비를 줄인다 해도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 지구의 기후 변화 앞에서 실천이 무색하다 느낄 수 있다. 국가적 규모의 탄소 배출량과 해결책 부재를 더하면 완벽한 탄소 제로로 가는 길은 더욱 아득하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향한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은 칼자루를 쥔 사람을 움직일 힘이 있다. 강력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고 기업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오늘의 실천은 분명 의미가 있다.
‘오늘부터 나도 그린’ 이벤트를 통해 모인 126개의 그린일지에서 기후위기를 향한 독자의 지대한 관심을 살펴 보았다. [아르떼365]는 오늘도, 내일도 기후위기를 향한 독자의 관심에 귀 기울이며 독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프로젝트 궁리
정리_서련희 프로젝트 궁리 에디터
yhee575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