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생태]에 대한 검색 결과입니다.

무심한 공생을 위해, 초록은 생각하지 마?

오늘부터 그린㉛ 일상에서 행동하는 작업

새는 살만한 곳에 산다 <렛츠 버딩!(함께 새 하는 중!)>(2022)은 탐조(birding)로 도심에 거주하고 있는 구체적인 새를 만나고, 의도된 오역/어설픈 ~되기(새 하는 중)의 시도를 통해 자신과 새의 (이미 있는) 연결성을 발견해 내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 성북천에서 만난 한 오리(한동안 흰뺨검둥오리로 오해했던, 하지만 청둥오리 암컷이었던)와의 조우였다. 어느 날 약속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식당 바로 앞에 있는 성북천으로 내려갔는데, 그곳에 흔한 오리가 한 마리 있었다. 도착하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며 별생각 없이 오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질문이 들었다. ‘여긴 인공하천인데, 쟤네

경계에 구멍을 뚫고 틈을 벌리는 공동공간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장소와 공간에 대해 지금보다 더 예민해진다면, 더 많은 공동공간이 있다면 우리는 더 좋은 사회에 살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며 공간을 간절히 욕망하기 시작하였을 때는 10여 년 동안 살던 시골을 떠나 다시 도시로 돌아온 8년 전이다. 다시 도시에 살게 된 그때 나를 압도하는 느낌은 불행하게도 답답함과 무력감이었다. 생계를 위해 할 일이나 직장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내 나를 사로잡는 답답함과 무력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도시는 공간이 부족했고, 관계는 단절되어 있었고 시간은 부서져 있었다. 도시에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자연을 소유하지 않고 연구하기

오늘부터 그린㉚ 생태적 자연 관찰과 연구

매일 숲에 간다. 며칠 전부터 꽃피운 석산에 다가가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한다. 꽃봉오리를 발견한 늦여름부터 늘 그래왔다. 오늘은 어제보다 꽃잎 색이 옅어졌고, 떨어진 수술도 있다. 나는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다. 매일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나의 일이다. 식물세밀화는 식물종의 형태적 특징, 특히 분류키를 드러내야 하는 그림이다. 식물의 형태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생식기관이다. 꽃과 열매 그리고 씨앗. 나는 식물의 꽃이 피고 열매 맺은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내게 한 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의 개화, 결실 시기가 자꾸만

머나먼 구호가 아닌 나의 일상에서

오늘부터 그린㉙ 따라 하고 싶은 기후위기 캠페인

일상에서 일상의 언어로 지난밤 새벽 2시,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커튼 틈으로 하얀빛이 번쩍 내 방을 비추더니, 천둥소리가 건물에 무겁게 내리꽂혔다. 살아생전 처음 느껴보는 천둥이었다. 건물이 무너지면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수 있게 옷을 갈아입고 자야 하나, 가족과 친구들이 사는 동네는 괜찮은가 싶어 쉬이 잠에 들지 못했다. 기후위기는 이제 더 이상 먼 나라 북극곰의 이야기도, 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 기록이 매년 경신되고 폭염과 폭우, 폭설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뽐내고 나누며 즐거움이 피어난다

예술로 365길⑪ 희 문화창작공간

희 문화창작공간 이용안내 전남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710-30 운영시간 | 10:00 ~ 17:00 (상시 개방) 010-5529-6739 / bird2491@hanmail.net 고불고불한 월출산 자락에 숨겨진 공간, 바로 ‘희 문화창작공간’이다. 이곳은 나무와 흙, 새와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곳이다. 누구나 살아가며 그리움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듯, 고향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돌아왔을 때 이곳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자연도, 사람도, 그리고 내가 사춘기를 보냈던 시간도 변함없이 남아 있었다. 이곳에 다시 뿌리를 내리며 주위 사람들, 마을, 지역에 눈을 돌렸을 때,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이라는 이름의 삶이 시작되었다. 지역의 작가들과 함께 우리만의 터전을 만들어가기

이름보다 오래된

오늘부터 그린㉘ 생명과 교감하고 공존하기

어느 이른 아침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다 사슴과 마주쳤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마주한 사슴은 몹시 다급하고 이상하리만치 간절한 눈빛이었다. 무언가 망설이듯 머뭇거리던 사슴은 이내 사라졌고, 잠시 후 흰 개 몇 마리가 나타났다. 쫓기고 있었구나! 종일 사슴의 잔상이 마음에 남아 뒤숭숭한 기분이었다. 반쯤 얼이 빠져 있던 나에게 누군가 물었다. 노루였어? 아니면 고라니? 그제야 둘 다 이름만 익숙할 뿐 서로 무엇이 다른지 조금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신비를 하나의 단어로 덮어버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름을 안다는 것 내가 아침에

그린세대의 마음에 지구를 심다

오늘부터 그린㉗ 그린마인드를 키우는 문화예술적 실험

자연보호,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ESG경영…. 지난 20여 년간 명칭을 달리하며 불려 온 환경 이슈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명칭으로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맴돌 해결하지 못한 어쩌면 해결하지 않은, 회피당한 환경 이슈들. 우리는 왜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할까? 어쩌면 그럴 마음이 없어서는 아닐까? 환경 이슈들을 극복할 방법은 ‘그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으로 생각하며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통해 그럴 마음의 씨앗을 심어보기로 했다. 청년 농부와 어린이 농부 ‘그럴 마음’의 씨앗 “선생님 물 주러 언제가요?” “뽑으면 이제 못 만나요?” 작은 씨앗으로부터 무를 만나는 데 걸렸던

바꿔 입고 고쳐 입는 기쁨, 생명을 아끼는 마음

오늘부터 그린㉖ 생태적 시선으로 보는 옷

예전부터 나는 요즘 현대 사회가 참 이상하게 여겨졌다. 아이들에게는 들에 핀 작은 풀꽃 하나, 지나가는 개미 하나 함부로 밟지 않도록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가르치면서, 우리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산을 깎아 도로를 내고, 땅을 파헤쳐 집과 공장을 짓고, 농약과 살충제를 뿌려 먹거리를 재배한다. 생태계와 지구환경을 무참히 파괴해도 이유가 있겠거니, 인간이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겠거니 하며. 지금 사회는 인간이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아닌, 무작정 많이 만들어 최대한으로 팔아서 돈을 벌고 남는 것은 자연에 버리는 ‘소비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멈출

나를 명료하게 하는 동작

예술가의 감성템⑲ 푸시업과 스쿼트

푸시업(push-up)은 몸을 엎드려 팔을 굽혔다 펴기이고, 스쿼트(squat)는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 동작이다. 어떤 느낌이 떠오를 듯 말 듯 할 때, 생각이 복잡해서 정리가 잘되지 않을 때,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푸시업이나 스쿼트를 한다. 익숙하면서도 정교한 움직임 양손, 양발로 바닥을 짚고 몸통을 곧게 펴서 엎드린 후 크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 잠깐 숨을 참으며 팔을 굽혀 몸을 낮춘다. 다시 팔을 펴면서 숨을 길게 후~ 하고 내쉬며 원래 자세로 돌아온다. 여덟 번이나 열 번 아니면 열두 번 정도씩 컨디션에 따라 무리하지 않는 정도로 푸시업을 하고

방방곡곡 들썩이는 문화예술교육의 향연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예술교육 축제

매년 연말이 되면 우리 지역사회 곳곳에서는 수많은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결과와 의미를 공유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는 수백여 개의 공연과 전시, 담론의 장이 열린다. 올해는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를 통해 지역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행사를 연결함으로써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다. 그중에서도 우리 지역에서, 내 곁에서 열리는 문화예술교육 축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 홈페이지에서는 연말까지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행사를 지역별, 일정별, 유형별로 살펴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그중 지역의 효율적인 문화예술교육 체계를 구축하고자 애쓰고 있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최하는

사라진 소금밭이 남긴 이야기를 찾아서

오늘부터 그린㉓ 바다에 기댄 인간과 비인간의 연결망

짠 것에 대한 나의 관심은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영도구 해안에서 식물을 오감으로 관찰하는 책을 준비하며 절영해안산책로를 오가던 때의 일이다. 산책로에서 오리나무와 사스레피나무를 관찰하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바닷가 그늘로 들어서는데, 콘크리트 계단과 바위 사이로 반짝이는 초록의 무언가 보였다. 엄지손가락보다 작고 도톰하면서, 마름모꼴 모양의 잎을 지닌 풀이었다. 줄기마다 무성한 잎에 하나같이 오톨도톨 유리구슬 같은 돌기가 돋아 있었다. 낯선 풀을 보고 있으니, 함께 조사하던 동료가 ‘번행초’라 일러준다. 맨 위 여린 잎 하나를 똑 따서 내게 내밀었다. 맛이 궁금해 앞니로 조심스레

소멸의 위기에서 선택의 가능성을 찾다

오늘부터 그린㉒ 남극에서 만난 기후위기

“작가님, 이제 남극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2011년 여름, ‘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를 기획하던 김용민 기획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에 참여하기 위해 기획하는 중인데 영상 부분을 맡아 참여해달라는 제안이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지구온난화와 탄소 줄이기 등 기후위기에 관한 일련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제작하고 영화제에 참가하던 시기였다. 아이들과 함께 창작한 애니메이션에는 종종 남극 대륙이 등장했지만 실제로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남극은 지도상의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훨씬 멀었고 마치 다다를 수

작지만 분명 의미 있을 오늘의 실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목소리 ‘오늘부터 나도 그린’

기후위기는 빠른 속도로 일상을 위협하며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르떼365]는 ‘오늘부터 그린’ 연재를 통해 전지구적 문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실천하는 예술가·활동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기획에 참여한 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일상의 순간에서 기후위기를 마주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지 않을까? 지난 7월 24일부터 3주간 진행한 ‘오늘부터 나도 그린’ 이벤트를 통해 독자들의 환경을 위한 실천 사례를 들어보았다. 일상 속 작은 실천과 다짐을 독자들의 ‘그린일지’을 통해 만나보자. 관심을 두고 살피면 보이는 것들 일상의 소소한 발견이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는 아파트에

지역 사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예술로 365길④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이용안내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금로1길 10, 1층 평일 12:00~18:00, 토요일 12:00~17:00 043-732-8116 인스타그램 @doombung_grs “우리 지역 청소년 갈 곳 없다.” 1989년 9월 30일 [옥천신문] 창간호 1면 기사 중 일부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이들을 위한 공간이나 활동은 담보되지 않던 시절, 이를 걱정한 지역사회의 감각이 꽤 오래전부터 벼려져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그 후속 조치도 일찍이 실행됐을까? 잊을만하면 한 번씩 신문 지면에 오르내리던 청소년 문화 향유에 대한 염려 어린 기사는, 정작

일상, 사람, 예술을 잇는 예술의 상호작용

어쩌다 예술쌤㉓ 학교 중심 프로젝트

학부모들이 하얀색 우비를 입고,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어린 시절, 모난 돌을 줍고 잡초를 뽑던 벌칙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장면이 생경하면서도 재미있어 웃음이 났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교육일까? 교사도 아닌 내가 예술꽃 씨앗학교 ‘씨앗가꿈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충북 영동 부용초등학교)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는 활동을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모두의 정원 학교로부터 시작되는 모두를 위한 예술 장마가 시작되던 늦은 6월, 학부모 대상으로 ‘모두의 정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자녀들이 스스로 가꾸어 놓은 공간을 체험하고, 봄꽃이 저문 자리에 새로운 식물을 보식하는 활동이었다. ‘모두의 정원’은

반려식물과 함께 그린 일상의 즐거움

오늘부터 그린⑳ 원예수업으로 뿌린 작은 씨앗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성장하였고 결혼하며 경력 단절이 되었던 지극히 평범한 주부였다. 그런 나에게 자연과 식물이란 먼 이야기였을 뿐, 크게 관심을 쏟아 본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알 수 없으며, 삶은 계획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30대 초에 갑작스럽게 유방암을 겪게 되었고, 수술 후 건강 회복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생활을 통해 처음으로 자연과 식물을 접하게 되었다. 시골에서 살며 정원에 나무와 식물을 심고, 가꾸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텃밭에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