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성장하였고 결혼하며 경력 단절이 되었던 지극히 평범한 주부였다. 그런 나에게 자연과 식물이란 먼 이야기였을 뿐, 크게 관심을 쏟아 본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알 수 없으며, 삶은 계획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30대 초에 갑작스럽게 유방암을 겪게 되었고, 수술 후 건강 회복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생활을 통해 처음으로 자연과 식물을 접하게 되었다. 시골에서 살며 정원에 나무와 식물을 심고, 가꾸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텃밭에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면서 자연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건강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건강 회복이라는 필요성에 의한 시골 생활은 자연과 식물을 접하게 해주며, 나의 인생에 큰 비중을 차지하였고 현재 원예 강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 반려식물과 업사이클링 토분
반려식물, 취미에서 이어지는 관심과 실천
자연과 식물을 접하면서 치유 받은 나는 반려식물, 꽃꽂이, 도시농업, 꽃차, 허브, 가드너, 치유농업 등 누구나 쉽게 원예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 구분 없는 문화적 취미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반려식물을 매개로 체험 수업과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교육을 한다. 반려는 짝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처럼 식물을 정서적으로 가까이 두고 키우면서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식집사’라는 말도 생겨났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반려식물을 키우지만, 대체로 자연과 식물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정서적 안정과 치유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반려식물을 이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수강생들과 만나고 있다.
하지만 원예 강사로 활동할수록 단순히 취미활동으로 식물을 심고 가꾸며 흥미를 느끼는 수업에 아쉬움을 느꼈다. 자연과 환경에 관한 관심을 두고 지구의 환경을 걱정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같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보는, 자연에서 진행하는 친환경적인 원예 수업을 시도하고 싶었다.
‘퍼플스모크트리’는 2020년 3월 창업 때부터 올해 2월까지 수원시 서둔동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에 입주해 활동하였다. 경기상상캠퍼스는 2003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이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유휴공간으로 남은 교정과 건물들에 다양한 분야의 특색 있는 단체들이 입주하여 문화예술 기반의 여러 콘텐츠 개발 및 실험과 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 울창한 숲속에서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프로그램이 열릴 수 있도록 교류 및 협력을 지원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가 원하던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휴식뿐 아니라 전시, 교육프로그램, 캠페인, 축제를 통해 문화적으로 소통하며,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며 이용하고 있다. 나 또한 입주하면서 문화축제 ‘포레포레’, 수원 로컬문화콘텐츠 직거래 장터 ‘수문장’과 ‘수원시 평생학습축제’ ‘수원청소년진로박람회’ ‘누구나학교’ 등에서 여러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점차 친환경적인 원예 활동이라는 나만의 영역을 키워가게 되었다.
  • 경기상상캠퍼스 퍼플스모크트리 공방
스스로 그리는 ‘그린’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원예 체험수업과 진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생각보다 창의적이며, 인식의 변화에 능동적이라는 장점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그런 장점을 펼치기에 앞서 많은 스트레스에 힘들어하는 것이 아쉬웠다. 내가 하는 원예 수업으로 자연 속에서 식물과 많은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스트레스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되기를 바랐다. 또한 식물을 단순히 심고 가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지구와 공생하고 공존하는 다양한 방법을 창의적으로 모색하며 인식의 변화를 갖게 되었으면 했다. 이런 목표를 갖고 경기꿈의학교에 지원하여 2021년, 2022년에 〈내가 그린(green) 꿈의학교〉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였다.
수원과 인근 지역의 원예에 흥미와 관심 있는 초·중등 학생들과 함께 2년 동안 5~6개월 동안 매주 3시간씩 만나서 수업하였다. 탄소와 기후변화와 식물의 관계를 주제로 친환경 식생활교육, 환경생태교육, 문화예술교육, 창의재량 활용교육, 체험농장 탐방 등의 현장 중심적인 체험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또한 마을공동체에서 활동하는 다른 입주단체와도 연계하여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구체적인 진로체험 및 직업체험의 기회를 갖게 하였다.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서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서로 소통하며 찾아보도록 하였다. 폐팔레트에 화초를 심고, 페트병을 이용하여 상추를 재배하고, 와인 상자를 재활용해 액자도 만들면서 주변에서 자원을 아끼고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실천방법을 모색했다. 도시의 새를 알아보는 활동과 친환경 양봉을 하는 농장을 견학하며 자연환경과 생명의 소중함 또한 알게 되었다. 친환경 공간인 경기상상캠퍼스에서 내가 바라던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원예 수업을 하였다.
마지막 수업에서는 학생 스스로 꿈의학교에서 느낀 것을 피드백하는 성장 책자 형태의 스크랩북을 함께 만들었다. 이렇게 정리하는 경험을 통해서, 매주 다양한 주제로 수업하는 것이 학생들뿐 아니라 나에게도 성장할 기회가 되었다. 학생들은 각자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지만 자연, 환경, 건강한 삶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계속 지속할지 알 수 없지만 시작이 중요하지 않은가!
  • <내가 그린(green) 꿈의학교>
이제는 마스크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지구의 기후,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린(green) 꿈의학교>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환경친화적인 삶이 필요한 이유를 고민하고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이고 다양한 탐구를 하는 태도를 갖도록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나 또한 자연에 대하여 알아간다는 겸손한 자세로 학생들과 친환경 원예 수업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식물과 자연을 접하며 친숙해진 경험은 우리의 자원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성을 함양한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믿음, 철학으로 계속 활동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참여해 준 학생들과 옆에서 지원해 주신 부모님들께 감사할 뿐이다.
염지현
염지현
‘모두가 반려식물’이라는 슬로건을 목표로 경기상상캠퍼스에 입주하여 활동하였다. 원예를 쉽게 접함으로써 인식을 변화시키고, 다양한 세대의 문화적 취미가 되도록 친환경 원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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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purplesmoke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