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지난 12년간 노인복지관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하며 정말 많은 어르신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다. 쉴 틈 없이 돌던 인생의 쳇바퀴에서 내려선 노인들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인생을 돌아보며, 잊었던 꿈을 찾고 풍요로운 삶을 살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이 노인으로 분류된다. 노인들은 생업에서 은퇴하고 여가생활을 원한다. 은퇴 후 다양한 활동들을 위한 여러 기관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노인복지관이다.
  • 묵호노인복지관 ‘청춘제’ 연습(사진_최윤정)
다양한 특성이 공존하는 노인 세대
노인복지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노인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다양한 노인들이라고 말했는데 노인복지관에는 정말 다양한 노인들이 다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나이대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65세부터 80대 후반까지 20년이 넘는 나이 차를 가진 다양한 노인들이 있다. 실제로 노인복지관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수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10년이 훨씬 넘는 나이 차로 인해 같은 수업에서 세대차를 느끼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농촌과 도시의 노인들은 더 차이가 난다. 농촌의 노인들은 고령화가 더 심해져서 도시의 노인복지관에서 70대 후반이면 반에서(한두 명을 제외하면) 거의 가장 나이가 많다고 하는데, 농촌의 경우 70대 후반이 가장 젊을 정도로 고령화가 이미 심화되고 있다. 농촌의 노인복지관에서 만났던 노인들의 경우, 전자기기를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단체톡 방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할 만큼 스마트폰을 가진 노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수업이 어려웠을 때, 도시의 노인복지관에서는 그래도 비대면 수업을 통해 수업이 이루어져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지만, 농촌의 노인복지관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불가능했었다. 농촌의 노인들이 겪은 코로나19는 더 많이 통제되고 더 많이 답답했던, 힘든 일로 기억되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수업에 들어오는 참여자들의 나이 차가 20년 넘게 나더라도 그럭저럭 잘 어우러져 수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날 무렵 무대복을 고르게 될 때도 각자의 개성을 뽐내기보다는 무던한 의상을 골라 65세도 85세도 어울리는 옷을 입고 수업을 잘 마무리 지었다. 65세와 85세의 20년 되는 나이 차는 있지만, 전쟁을 겪었고, 먹고 사는 것이 아주 힘든 시절을 지낸 세대이기에,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양보하고 배려하여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세대의 공통점이 있었다. 물론 세대차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수업 진행이 불편하지 않았다.
지금의 노인들도 그럴까? 12년 전의 노인들과 현재의 노인들은 많이 달라졌다. 프로그램 안에서 노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농촌의 경우에도 다수는 아니지만 변화가 눈에 띈다. 도시에서의 바쁜 삶에서 은퇴하고 농촌을 찾는 노인들이 노인복지관에도 다니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노인들의 비중도 늘어나 농촌의 노인복지관에서도 단체 톡 방을 만들면 거의 모든 수강자가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겪으면서 나는 지금 시점에서 65세 이상인 노인들을 살펴보았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이들은 65세가 넘었어도 노인이 아니다. 아니, 노인임을 거부한다. 각자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문화생활도 이미 많이 접해 본 세대들이다. 많은 신중년은 노인들을 하나의 표본에 맞추는 노인복지관을 찾지 않는다.
평균 수명 연장에 따라 노인의 절대 수가 증가하였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 인구 진입으로 노인 집단 내 다양한 특성이 공존한다. 이에 따라 건강한 노인과 돌봄 욕구가 높은 노인,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노인과 빈곤한 노인, 건강 상태, 거주 지역 등 삶의 주요 부분에서의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년기 진입은 노인의 건강 수준, 교육 수준, 경제 수준 등의 질적 변화는 물론 가치관이나 생활방식(라이프스타일)에 있어서도 이전 노인 세대에 비해 적극적인 사회참여 성향의 차이를 보인다. 또한 여가와 사회 참여에 있어서도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고졸 이상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평생교육 욕구가 다양해지고 확대될 것임에 따라 기존 노인대학과 노인복지관 중심의 노인 교육 체제는 전면적인 재고가 필요하다.(주1)
[표 1] 고령자의 장래 인구 추계: 연령별 규모 및 구성비(주2)

(단위: 천 명, %)
구분 2020 2025 2030 2035 2040 2045 2050
총인구(천 명) 51,836 51,448 51,199 50,869 50,193 49,030 47,359
노인
인구
65+
(65세 이상)
4,653
(9%)
6,219
(12%)
7,559
(15%)
7,988
(16%)
8,152
(16%)
7,767
(16%)
7,328
(15%)
75+
(75세 이상)
4,609
(9%)
5,720
(11%)
7,064
(14%)
9.348
(18%)
12,004
(24%)
13,812
(28%)
15,072
(32%)
85+
(85세 이상)
782
(2%)
1,185
(2%)
1,576
(3%)
1,946
(4%)
2,528
(5%)
3,551
(7%)
4,408
(9%)
이러한 변화에 따라 앞으로의 노인 문화예술교육은 노인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기표현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며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전의 노인 문화예술교육은 종종 수동적인 참여로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주체적인 참여자로 그들의 의견과 관심사,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예술 창작 활동을 통해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자기표현의 기회를 가지며,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공유하며 새로운 스토리를 창작한다. 그 과정은 특정 예술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예술 형태가 통합되어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일상에 급속히 들어온 디지털 기술 또한 스마트기기, 온라인 리소스, 가상 예술체험 등도 접목되어 예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을 해나갈 것이다.
나이 들기 또한 크리에이티브하게
미국의 ‘라이프타임 아트(Lifetime Arts)(주3) 는 주 정부 기관인 전미주예술진흥기관연합회(National Assembly of State Arts Agency’s, NASAA)와 협력하여 ‘크리에이티브 에이징(creative aging)’을 통해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문화생활의 주체가 되어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노인을 예술가이자 학습자로 설정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어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전역의 박물관, 공공도서관, 문화기관과 함께 ‘크리에이티브 에이징’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55세 이상의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쉽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프로그램은 경험이 풍부한 전문 예술가가 강사가 되어 일주일에 1회, 90분 이상의 수업을 8회차 이상 진행하고, 수업의 결과를 가족, 친구 공동체에 공유하는 전시나 공연을 진행하여 서로의 작품을 축하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공동 창립자이자 대표인 마우라 오말리(Maura O’Malley)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고립이 아니다(Social Distancing ≠ Social Isolation)”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원격 프로그램을 시도하여 노인들이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팬데믹 이후 원격 프로그램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징 디지털 영역’으로 발전하여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례는 ‘브루클린 디지털 이니셔티브(Brooklyn Digital Initiative)’이다. ‘뉴욕커뮤니티트러스트(New York Community Trust)’ 지원으로 브루클린 도서관 25개 지점에서 50명의 사서를 교육하여 25개 창의적 노화 원격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은 ‘줌(zoom)’을 통해 실시간으로 만나 스토리텔링, 라틴댄스, 글쓰기, 콜라주 아트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데 프로그램은 라이프타임 아트 크리에이티브 에이징 프로그램의 기본 프레임을 유지하되, 온라인 원격 프로그램의 특성을 감안하여 유연하게 운영되었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참여자들이 창작한 작품을 보여주는 공연‧전시 프로그램인데 초대된 모든 사람에게 노인의 창조성과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한 존재임을 인식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 브루클린 공공 도서관 크리에이티브 에이징
    프로그램 홈페이지 소개
    [출처] www.bklynlibrary.org
  • 브루클린 공공 도서관 미드우드 지점 콜라주 예술
    프로그램에 참가한 Amy Salant의 작품
    [제공] Antonia Perez
  • 브루클린 공공 도서관 미드우드 지점 콜라주 예술 프로그램 온라인 결과 전시회(주4)
    [출처] CADA 유튜브 채널
노인들은 은퇴, 건강 문제의 시작, 배우자 상실 등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련의 상실로 인해 사회적 고립의 위험에 처해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노인에게 예술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표현하며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정신적 혹은 두뇌 활동을 촉진하여 창의적인 생각과 문제를 해결하며 노인 간 소통과 사회적 연결을 통해 또래는 물론 다양한 세대 친구를 만든다. 또한 공동으로 참여하고 창작하는 활동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와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문화예술교육이 노인에게 보다 효과적인 경험이 되기 위해서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나이로 인한 신체적·인지적 능력 감소, 건강 및 안전에 대한 민감성, 비용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은 노인이 생활권 내에서 쉽게 접근하고, 공간 내에서도 경사로나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친밀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지난 ΄23년 6월, 독일의 노년 문화교육 및 포용적 문화 역량 센터(Kubia)에서는 <노인을 위한 양질의 문화교육 연구>를 진행했다.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질적 기준 모델인 ‘The kubia quality star(Der kubia-Qualitätsstern)’를 제시했는데, 연구에 따르면 ‘노인을 위한 양질의 문화교육’ 기준을 ① 적극적인 참여와 요구 존중, ② 장벽 없는 접근성, ③ 연령과 성별, 문화, 환경과 배경 등의 다양성 존중과 포용, ④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과 개인의 성장 중심, ⑤ 참여자 간 교류와 상호 작용을 촉진하는 학습환경, ⑥혁신적인 접근, ⑦ 지적, 정서적, 신체적 측면이 통합된 경험, ⑧ 참여자의 경험을 돌아볼 수 있는 자기성찰, ⑨ 교육의 결과물과 영향을 시각적으로 표현, ⑩ 노인의 복지와 삶의 질에 대한 문화교육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지속가능성, ⑪ 요양시설-예술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 ⑫ 양질의 문화교육을 위한 전문가 등으로 제시했다.
  • ‘The kubia quality star(Der kubia-Qualitätsstern)’
노화는 평생의 과정
노인 인구의 증가, 새로운 노인의 등장, 노인의 예술 활동, 평생 학습의 중요성은 인식되고 있으나, 정작 그 활동은 노인복지관, 경로당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새롭게 등장하는 노인 세대마저 이 시설을 이용하려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기인한다.
노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을 만드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액티브 시니어와 웰에이징’과 같은 긍정적 노인상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활동가인 애쉬튼 애플화이트(Ashton Applewhite)는 그녀의 저서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This Chair Rocks: A Manifesto Against Ageism)』와 TED 강연(’17.4.)에서 늙어가는 것을 “그토록 어렵게 만드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를 미래의 자신, 그리고 서로에 대해 불리하게 만드는 편견인 연령차별입니다”라고 말하며, 이는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문제로, 미디어와 문화적 표현, 정책 등이 연령차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화는 고쳐야 할 문제도, 치료해야 할 질병도 아니며 그것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자연스럽고 강력한, 평생의 과정”으로 노화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서로 다른 세대 간 이해와 존중을 증진하는 긍정적 노화에 대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제 노인은 더 이상 노인으로만 분류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노인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노인들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이 노인복지관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이슈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되며, 세대 간의 교류도 원활하게 이루어져 노인들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이해도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은 노인들이 쉽게 이용하고, 그들의 창조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다양한 기관 – 노인복지관뿐만 아니라 문화기반시설 등에서 이루어져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초고령화 사회가 오더라도 마음 놓고 나이들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주1) 이윤경, 김세진, 남궁은하, 임정미, 김혜수, 이선희 (2021), 『미래 노인 정책 혁신을 위한 종합적 체계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1)

(주2) 「장래인구추계」 성 및 연령별 추계인구(1세별, 5세별)/시도(‘22.5 기준), 통계청

(주3) 라이프타임 아트는 창의적 노화 프로그램 개발 분야의 국가적 리더로 2008년에 설립되었다. ΄23년 현재 미국 내 56개 주 중 42개 주에 걸쳐 60만 명 이상의 노인들이 도서관, 문화예술 기관, 노인복지시설에서 850개 크리에이티브 에이징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350개 문화예술 및 지역사회 단체와 협력, 3,000명 이상의 예술강사(TA)를 양성하고 있다.

(주4) 창의적 노화 개발 기관(Creative Aging Development Agency)이 ΄22년 6월 개최한 국제 온라인 컨퍼런스 ‘Aging Artically Going Global’에서 라이프타임 아트 교육 디자이너이자 트레이너인 애니 몽고메리(Annis Montgomery)가 소개한 온라인 결과전시회 이미지임.

* 이 기사가 수록된 「2023 문화예술교육 기획리포트 3호-접근과 포용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아르떼 라이브러리 연구자료실에서 전문을 내려받을 수 있다.
최윤정
최윤정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사회문화예술교육 분야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에꼴노르말을 졸업하였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주 활동을 하였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가 어르신들을 만나 어르신들이 음악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르신들이 새로운 창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수업 시간에 나눈 이야기들을 컨텐츠화하여 여러 창작뮤지컬(빛나는 내인생, 은빛 메아리, 염라나라 흥부놀부전, 동화나라 묵호 등)을 만들어 공연하였다. 해마다 열리는 청춘제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연극, 미술, 음악 분야의 예술강사와 교류도 활발하게 하여 ‘2022년 창작실험프로젝트’ 공모전에도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