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며 행복한 모두를 위하여!” 무용 분야 문화예술교육의 확장을 위해 2022년 시작된 ‘꿈의 무용단’. 사업 연계의 초석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하며 ‘임펄스탄츠-비엔나 국제 무용제’(ImPulsTanz-Vienna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이하 임펄스탄츠) 현장에 도착했다. 비엔나에 도착하자마자 축제가 진행되는 대규모 문화복합단지 뮤제움 콰르티어(Museums Quartier, 박물관 지구, 이하 MQ)역으로 향했다. 역을 빠져나와 나와 축제 현장을 마주한 순간이 생생하다. 한 달여간 진행되는 큰 규모, 홈페이지에서 본 포스터의 키치함을 통해 짐작건대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일 거로 생각한 것과 달리 마주한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웠고, 길을 걷다 간간이 보이는 현수막과 포스터만이 임펄스탄츠에 왔음을 실감 나게 했다. 이처럼 임펄스탄츠는 첫인상과 같이 도심 속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축제였다.
1984년에 시작한 임펄스탄츠는 매년 여름 비엔나에서 약 한 달간 열리는 국제 무용제이다. ‘임펄스(ImPuls, 심장 뛰는, 충동적인)’와 ‘탄츠(Tanz, 무용)’를 결합한 명칭처럼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득한 현대무용 기반의 축제다. 2023년 7월 축제가 시작된 직후부터 4일간 머무르며 임펄스탄츠 40주년 기념행사와 아홉 번의 워크숍에 참여했다. 임펄스탄츠에서 경험한 워크숍 중 꿈의 무용단 사업에 시사점을 가져다준 시민 대상 워크숍 <퍼블릭 무브(Public Moves)>, 티칭 아티스트 아코쉬 하기테(Akos Hargitay, 이하 아코쉬)가 진행한 아동 청소년 대상 ‘바디파쿠르(BodyParkour)’ 워크숍을 소개한다.
비엔나 시내에 걸린 임펄스탄츠 홍보물(왼쪽), 축제 홈페이지
2백여 명의 시민과 함께 춤을!
<퍼블릭 무브>는 다양한 장르의 무용수들에게 춤을 배우고 함께 추는 일일 워크숍이다. 축제 기간 MQ 광장을 비롯해 비엔나 도심 내 특정 장소에서 진행된다. 그곳이 워크숍 장소임을 알 수 있는 장치는 펜스에 걸린 현수막과 단차 낮은 노란색 바닥이 다일 정도로 워크숍 공간은 캐주얼 했다. 일상과 다를 바 없이 조용했던 광장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어디선가 모여든 2백여 명이 함께 춤추는 장면은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더 생기 있고 활기찼다. 워크숍은 매일 오후 6시 이후 해가 질 무렵 시작된다. 들썩거리는 리듬의 디스코, 보깅, 하우스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워크숍이 하루에 2~3개씩 진행되었다.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은 나이도, 성별도 매우 다양했고, 아티스트의 지도 아래 춤을 배우고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워크숍이 오픈된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구경하던 시민들이 춤을 따라 추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이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자유롭게 춤추는 참여자들의 모습은 바라보는 이들도 함께 리듬을 타게끔 했다.
<퍼블릭 무브>의 특징은 임펄스탄츠에서 진행하는 전문 무용 워크숍 아티스트가 강사로 참여하여 시민과 함께 일일 워크숍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일종의 맛보기 수업이라 할 수 있는데, 무용인들을 위한 전문 워크숍 외에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이 진행된다는 점이 임펄스탄츠의 창립자 이스마엘 이보(Ismael Ivo)의 이념 아래 ‘모두를 위한 무용 축제’임을 느끼게 한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한 달간 매일 시간마다 함께 춤추는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면? 망설이다가도 한 번쯤은 슬쩍 참여해 보고 싶지 않을까?
뛰고, 구르고, 매달리며
축제 기간 MQ 내 ‘정글(Dschungel)’이라 불리는 공간에서 열리던 아동 청소년 무용 워크숍 <셰이크 더 브레이크(Shake the break)> 중 바디파쿠르 워크숍을 이틀간 참관할 기회를 얻었다. 바디파쿠르는 낙하, 브레이킹, 현대 서커스, 아크로바틱 등을 동작의 구성요소로 하여 다양한 움직임을 하는 장르이다. 수업은 티칭 아티스트 아코쉬의 지도로 10세 이상 어린이 10여 명이 함께했다. 워크숍에서는 아이들이 뛰고, 올라타고, 구조물을 넘나드는 바디파쿠르를 통해 동작을 익히고 이를 안무로 발전시켜 나간다. 이틀간 참관하며 동작이 안무가 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본격적인 워크숍에 앞서 아이들의 기량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린이들이 공간을 가로질러 달려와 매트를 짚고, 높게 달린 파이프에 매달릴 수 있는지, 반복적으로 동작을 확대해 가며 시도했다. 이틀 차엔 본격적인 파이프 구조물이 등장했다. 아이들은 안전하게 구조물을 잡는 방법을 교육받은 다음 구조물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동작을 만들고,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갔다. 수업이 끝날 때쯤이 되자 음악에 맞춰 동작을 이은 하나의 짧은 안무를 만들게 된다.
바디파쿠르 워크숍이 인상 깊었던 점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무용 교육 중 국내에서는 생소한 장르인 데다, 티칭 아티스트 1인이 단독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아코쉬는 첫날 수업이 끝난 후 직접 파이프를 이용한 구조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 구조물로 어떻게 수업할까?’ 궁금증을 가지고 참여한 다음 날 수업에서 어린이들이 구조물을 올라타고, 넘나들며 동작을 점차 키워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정글짐에 올라타고,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며 즐거웠던 순간이 떠올랐다. 어린이들이 흘리는 땀만큼 에너지가 느껴지는 수업 현장이었다.
몇 달 뒤, 아코쉬를 국내로 초청하여 꿈의 무용단 참여자들과 함께하는 바디파쿠르 워크숍 <점프! 무브! 댄스!(JUMP! MOVE! DANCE!)>를 진행하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아코쉬가 꿈의 무용단 참여자들에게 남겼던 말 “끝없이 놀자[Play Forever]!”처럼 교육과 놀이의 구분 없이 워크숍 내내 뛰고, 구르며 어린이들의 즐거운 함성이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 바디파쿠르 워크숍 [제공] 아코쉬
춤추며 행복한 모두를 위하여
비엔나 광장에 모여 자유롭게 춤을 추는 시민들을 보며 가만히 생각했다. 꿈의 무용단 사업에서도 아이들과 시민들이 함께 모여 즐겁게 춤출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을까? 꿈의 무용단을 함께 만드는 예술가, 관계자들의 참여와 지지를 바탕으로 무용 분야에서 꾸준히 사업을 알려 나간다면 분명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처음엔 작은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임펄스탄츠가 40년이 지난 지금 세계인이 모이는 큰 축제가 된 것처럼.
  • 2023 꿈의 무용단 <JUMP! MOVE! DANCE!> 워크숍
윤가경
윤가경
미래사업본부 가치확산팀 주임
newygk@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