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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톡 <예술×기술, 감상자 교육의 출발점> 개요
일시: 2024.9.3.(화) 14:00~15:30
장소: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공간 P4
참석자
– 사회: 최원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아트랩 팀장
– 패널: 김서진 ABC LAB 대표, 박혜수 아트랩 페스티벌 참여 작가, 심효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이혜원 기어이스튜디오 대표
진행 및 협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파라다이스문화재단
지난 9월 3일 ‘2024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장충’(2024.8.31.~9.13.)의 일환으로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협력하여 예술교육단체, 창작자, 미술관 등 각자의 활동 영역에서 예술×기술 감상자 교육에 대한 사례와 층위별 감상자 교육에 대한 방향성을 공유하는 오픈톡을 진행했다. 파라다이스 아트랩은 예술의 미래를 발견하고 경험으로 현실화하는 예술×기술 플랫폼으로써 교육, 페스티벌, 워크숍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예술×기술 분야는 기술이라는 특수성이 산업과 밀접히 맞닿아 있기 때문에 변화에 더욱 기민하게 움직이고, 감상자의 눈높이 또한 산업의 빠른 변화에 따라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수용의 방식, 형태가 모두 변화한 시대에 이번 오픈톡은 감상자에 대한 화두를 처음으로 던지는 자리였다. ‘감상자 교육’이란 단어부터 생소할 수도 있는 시점에, 예술×기술 분야에서의 감상자 교육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각자 활동하고 있는 분야에서 정의하는 감상자란? 또한, 감상자에게 작업이 도달하기까지 기획, 창작, 준비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감상자를 고려하고 있는가?
최원정 각 패널이 활동하는 층위에서 정의하는 감상자라는 대상, 의미도 조금씩은 다를 것 같다. 감상자의 사전적 의미는 예술작품을 이해하고 즐기며 평가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 가운데 감상자를 작품이나 활동, 교육 등을 경험하는 최종 수혜자라고 정의 내리고 각 층위에서 감상자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자. 우리는 감상자를 고려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감상자를 고려하여 활동해 왔다. 파라다이스 아트랩의 관점에서 감상자는 우리 작품을 감상해 주는 관객으로 볼 수 있다. 기획 단계부터 감상자를 고려하여 공간, 동선, 관람방식에 따라 작품의 제작과 구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찾아간다. 모든 작업은 결국 우리의 최종 수혜자 감상자에게까지 도달하기 전에 준비하고 기획하고 창작하고 구현하는 전 과정을 ‘감상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그림을 그려나간다. 감상자 교육이란, 최종 수혜자 교육의 개념에서 나아가서 작품활동 혹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감상자를 고려하는 일련의 활동을 일컫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서진 ABC LAB은 소셜벤처의 정체성을 가지고 몸 기반(Body-based) 예술융합교육 콘텐츠를 연구·기획하고 있다. 우리는 실천의 방식으로 ‘교육’을 선택했기 때문에 ‘감상자’를 ‘학습자’로 상정하고 있지만, 이번 좌담을 통해 ‘감상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개념화하였다. ABC LAB에게 ‘감상자’란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예술이 주는 힘, 창의교육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콘텐츠를 개발할 때 감상자의 수준과 경험치, 관심사를 고려하면서, 이들의 경험을 설계한다는 관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동·청소년 대상의 <춤추는 몬스터, 댄싱몬>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증강현실을 활용한 기술 교육과 캐릭터를 매개로 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융합교육 콘텐츠이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스마트폰을 통해 기술을 접목해 보는 점, 몬스터라는 매개를 활용한 부분이 감상자인 아동·청소년의 발달적 특징과 이들의 관심사와 흥미를 고려하여 반영한 부분이다.
박혜수 저는 보편적인 삶 가운데 불합리하거나 상실되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다루는 주제에 따라 작품의 방식, 재료를 선택하는 편이라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최근엔 다원예술, 융복합, 기술결합 방식을 활용한 프로젝트들도 선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작가들은 관객을 고려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부터 작품이 내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작가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배운다. (웃음) 그런데 감상자가 왜 중요할까? 미디어라는 매체가 들어오면서부터 관객의 역할이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에 참여하고 굉장히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게 돼버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객의 생각이 반영되는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고, 어떤 관객이든 같은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 아닌 관객의 생각을 조사하고 그 내용을 분석한 뒤 작가적 해석을 작품으로 제작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업 전 아카이브 설문조사라는 연구 방식을 선행하여 관객들의 저마다 다른 생각,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비예술 분야의 방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심효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예연구사이다. 공교육 정책 연계 청소년 관련 미술관 교육 및 학교와 미술관의 지속 가능한 상생을 위한 매개자(교사) 교육을 개발, 기획하고 있다. 미술관 교육에서의 감상자는 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관람객이 대상이다. 공공미술관이다 보니 포용성이 중요하고 공공성을 띠고 있다. 모든 관람객이 전시와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관람객이 감상자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관람객으로의 경험에 의미가 있게 하려면 교육이라는 장치가 필요하고, 그걸 통해 경험이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 공공미술관이기에 다양한 층위의 관람객에 대한 프로그램이 기획, 개발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더욱 관객 소통방식에 대해서도 고민도 있다.
이혜원 ‘기술이 어울리는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기어이스튜디오 대표이다. XR(확장현실. 다양한 몰입형 및 인터랙티브 기술 영역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용어로,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가상현실(VR)을 모두 아우름) 및 이머시브(immersive) 기술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번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에서는 AR 프로그램을 전시 중이다. 우리 단체의 초기 작업은 이머징 기술(Emerging Technology) 분야(scene)가 없는 데서 시작하다 보니 우리 작품을 보러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의 질문에 가정만 있을 뿐 답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초기 VR 전시를 할 때는 기술 용어에 현혹되는 사람들에게 기기에 대한 인식을 먼저 바꾸고 가상현실이나 새로운 이머징 기술에서 창의적인 표현이 가능하게 하며 관객 주도성을 가진 감상을 유도했던 작업들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감상 전 온보딩(On-boarding, 조직사회화) 시간을 가지며 관객이 주인공이 되고 관객이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예술가랑 관객이 함께 뭔가를 만들어내면서 거기서 새로운 걸 발견하게 하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이머시브 작품의 정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관객의 적극성을 끌어내야 했고, 관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디바이스에 자연스레 익숙해지고 좋은 경험과 인식을 갖게 하며 디바이스에 종속되지 않도록 강력한 동기부여를 심어주었다. 디지털 경험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낯선 기술이기 때문에 경험의 척도도 고려하되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만들며 그걸 즐기는 사람들을 감상자로 정의해보고자 한다.
작품활동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겪은 어려웠던 점, 더 고려해야 했던 점, 세분화에 따른 감상자 교육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자.
최원정 감상자를 고려한 처음 의도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 아트랩 페스티벌을 장충으로 옮기면서 지역과 소통하는 시간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이 젊은이들이 가는 데에 우리가 가도 되나 하는 마음에 문턱을 쉽게 넘지 못했다. 이 점을 매우 아쉽게 생각하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박혜수 감상자를 생각할 때 요즘 시니어 층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업에 앞서 관객들의 다양한 방법을 취합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할 때, 디지털과 서면 방식을 모두 이용하는데, 디지털 방식은 고령의 관객들에게는 문턱이 높다. 사실 기술은 약자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매체지만, 정보의 양극화와 접근성의 어려움이 큰 문제라 각 계층의 사람들에게 적합한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빠르고 편한 길은 없으며 얼마나 진정성 있게 꾸준히 관객과의 소통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한편, 기술을 사용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예술이어야 하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최근 젊은 관객들은 쇼츠, 틱톡과 같은 매체에 익숙한데 긴 시간과 복잡한 사고를 필요로 하는 작품들이 소외되는 것이 안타깝다. 이런 측면에서 아트랩 페스티벌도 서울로 장소를 옮겨 왔다는 점이 평소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김서진 교육 현장은 철저한 준비가 있어도 뜻밖의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다이나믹한 곳이다. ABC LAB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학습자들의 흥미 유발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세대 격차에 따라 공감이 부족한 경우도 생긴다. 한 예로 미래세대라고 불리는 아동・청소년 대상을 주 타깃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할 때였다. 개발진은 아동・청소년은 대체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할 것이라는 전제를 뒀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본 어떤 아동・청소년들은 기술의 작동 방식이나 원리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알지 못한 채로 기술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생활화된 기술을 관성적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들의 모습이다. 또 세대에 관한 편견으로 인해 오히려 두려움이나 압박감이 더 심한 아동・청소년들도 많았다. 이런 경험을 겪으며 ‘어쩌면 우리는 종종 학습자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교육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가?’ 자문하게 된다. 또한 융합교육을 실천하며 만난 아동・청소년들을 바라보며, ‘누구나 창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고 경험의 지평을 넓혀 이들에게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혜원 가상현실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작품을 만들 때 연령별 특성도 다양하다. 10대는 직관적으로 VR을 흡수하고, 20~40대는 오히려 소극적이고, 50대는 또 적극적인 다양한 모습을 본 적 있다. 어떤 가정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통하지 않아, 개인화하긴 어렵고, 그런 구분(segmentation) 안에서 어떻게 감상자의 고몰입(high involvement)을 이끌어 행위 주도성을 가진 감상자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기술은 공기 같은 것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리터러시를 채워가고 이것이 즐겁게 예술이 된다는 관점을 가져가려 한다.
심효진 미술관에서도 대상에 따른 감상자 교육을 세분화하고 있다. 2007 개정 교육과정부터 「문화예술교육 지원법」도 많이 바뀌었지만, 학교에서도 필수적으로 박물관, 미술관 1회 관람이라는 게 정책적으로 들어갔다. 15년 넘게 공교육 안에서 박물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면서 보편성을 갖게 했다. 이런 학창 시절의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도 박물관,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의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경험들이 좋았던 경험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두 가지는 디지털 역량과 자기 주도성 함양이다. 그렇기에 미술관에서도 도슨트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교육이 아닌 자기 스스로 원하면 알 수 있는 정보들을 통해 결국에는 작품이나 전시가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정말 좋은 것,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그런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 하는 경험이 나중에도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찾아올 수 있는 계기를 심어주는 것이 감상자를 만드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의 빠른 변화만큼 관객의 수용 방식, 형태, 예술 환경의 생태계도 변화하고 있다. 관객의 눈높이도 더 이상 보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 행위자로 변화하고 있다. 예술×기술 교육 분야는 결코 편하지 않다. 관객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접근 가능하게 하면서도 보편성을 가져야 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에는 관객에게 즐거움과 공감을 끌어내야 하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인 것 같다. 그럼에도 감상자 교육을 설계하는 것 자체는 결국 경험을 설계하는 일로 귀결된다. 앞으로는 이런 예술×기술 분야의 교육과 작품관람 경험도 좀 더 대상별 세분화해 가면서 정의 내리고 분석과 연구도 필요한 지점들이 있을 것이다. 이번 오픈톡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예술×기술 분야에서 감상자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감상자들이 작품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다양한 감상자 교육의 시도가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최원정
현재 파라다이스문화재단에서 아트랩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기술이 예술의 창작과 향유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예술×기술의 다양한 예술 활동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wjchoi0929@gmail.com
wjchoi0929@gmail.com
김서진
AI시대에 역설적으로 더 중시되는 몸의 가치를 탐구한다. 특히 우리의 교육이 몸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배움을 실천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실험적 탐구로서 몸으로 배우는 인공지능 교육 <둠칫둠칫AI아뜰리에>, 언러닝의 창의를 강조하는 미술과 무용 융합교육 <뜻밖의 예술>, 현실과 가상이 만나는 증강현실 예술교육 <춤추는 몬스터, 댄싱몬> 등을 기획했다. 현재 ABC LAB 대표이사이며,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SW융합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sjkim@abclab.kr
sjkim@abclab.kr
박혜수
조각, 설치 미술가이자 기획자 및 작가로 활동 중인 시각예술가. 200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여러 기획전에 참여했다. 2022년 파라다이스 아트랩 참여 작가이자 최근 융복합 다원 예술 제작, 기획을 하고 있다.
www.phs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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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
미술교육 전공으로 박사를 졸업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미래의 청춘의 배움을 위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청소년, 교사 관련 학교연계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ssimedu@gmail.com
ssimedu@gmail.com
이혜원
기어이 스튜디오 대표, 2024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참여 작가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원, 미디어아트 기획, CJ CGV 스크린엑스(ScreenX) 등 예술과 기술이 접목된 콘텐츠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rene.lee@giioii.com
rene.lee@giioii.com
- 정리_전략사업팀
사진_파라다이스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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