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우리 일상과 현장에 영감을 주는사례와 시도를 소개합니다.

서가를 떠난 책이 담아온 마을 이야기

예술로 365길⑧ 느티나무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 이용안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수풍로 116번길 22 개방시간 | 화·수·금·토 10:00~21:00 / 일 13:00~18:00 / 월·공휴일 휴관 / 목 집중 업무일 031-262-3494 홈페이지 http://neutinamu.org/ 소란스럽고 활기찬 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도서관 한복판에서 책 읽는 소리는 일상이다. 낭독회의 안내 문구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소리 내어 돌아가며 읽어요’처럼 낭독회 멤버들은 한 문장, 한 단어를 곱씹으며 한 손에 들기에도 버거운 벽돌책을 또 한 권 완독한다. 물고기를 좋아한다며 바닥에 주저앉아 바다 도감 푹 빠진 어린이 옆에서 더 큰 사진을

법석이면서 가만한

예술가의 감성템⑱ 모빌의 세계

아기였을 때, 내가 누워 있던 곳에도 이게 있었을까. 고향에 내려갔을 적에 때마침 궁금해졌다. “엄마, 우리 집에도 모빌이 있었어?”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투로 묻는다. “있었지.” 엄마는 짧은 대답으로 대화를 끝내려고 한다. “언제 있었어? 어떤 모양이었어?” 그걸 다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답하면서도, 엄마는 아들을 위해 기억을 더듬는다. “알록달록했지.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어. 너는 특히 동그라미가 빙그르르 도는 걸 좋아했어. 꺼이꺼이 울다가도 동그라미가 회전하면 그걸 응시하느라 눈물을 뚝 그쳤으니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웃는다. 공중에 매달린 동그라미가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모순되고 터무니없는, 그러나 온전히 교감하는

오늘부터 그린㉕ 자연과 관계 맺는 예술적 시도

나는 자연을 좋아하는 예술가다. 나의 작품 활동과 교육 활동을 포함한 사회적 활동은 ‘공존’과 ‘자연’이라는 키워드에 집중되어 있다. 나는 자연과의 조화를 탐색하는 활동을 즐겨 하며 환경적 실천을 위한 소소한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환경운동가는 아니다. 단지 자연에 애정이 있는 예술가일 뿐이다. 공존과 자연을 주제로 예술 활동을 하다 보니 사람들 눈에는 내가 환경운동가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솔직히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다. 나의 작업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함께 있으면, 그들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행동해야 할 것만 같다. 행여나 깜빡하고 텀블러라도 집에 놓고 오는 날이면,

사람과 사람, 점을 찍고 선을 잇다

예술로 365길⑦ 공간릴라

공간릴라 이용안내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50, 3층 개방시간 | 월~일 9:00~22:00 (사전예약 필요) 프로그램 | (정기) 마을탱고, 가끔요가, 발달장애청년허브사부작 훌라·요가 / (비정기) 마더피스 타로 워크숍, 희곡낭독 워크숍 외 02-323-1575 페이스북 @leela2010 공간릴라는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가게, 단체, 대안학교, 어린이집, 공간(주택) 등 여러 요소가 모여있는 대로변 건물 3층이다. 좁은 인도에 나무가 키가 커서 간판을 달지 않은 비슷한 건물이 나란히 있으니 찾기가 불편하지만, 찾으려고 하면 금방 보인다. 성미산을 깎아 만든 홍익여고 맞은편 건물이니까. 누군가 우리 공간을 이용하려면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을

협업으로 가르치고 협력으로 배운다

어쩌다 예술쌤㉖ 매개자와 협력하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올해 2학기에는 디자인을 주제로 1학년 미술 수업을 계획했다. 첫 번째 주제인 공공디자인 수업에 이어서 두 번째 디자인 수업으로 ‘집 만들기 – 슈필라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간과 건축에 관한 수업은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접하는 공간에 자신을 담아내는 작업이면서, 공간을 만들며 체험하는 건축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기도 하다.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공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우리의 주변 환경과 공간을 스스로 가꿀 수 있는 능력과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라 하겠다. 아울러 모둠에서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과 소통하며 서로에게서 배우고, 협력의 가치를 깨닫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낯설고도 아름다운 미장센

오늘부터 그린㉔ 그림책에 담는 환경 이야기

나는 왜 환경문제를 그림책으로 계속 이야기하고 있을까? 어느 날 문득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다가 과거를 되짚어 보았다. 어릴 적 살던 지리산은 울타리 없는 놀이동산이었다. 시간마다 계절마다 풍성한 자연이 만든 놀잇감들로 지루할 틈 없는 시절이었다. 그 자연 속에서 놀면서 관찰하고 형상화하고 감정이입을 하곤 했다.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자연 안에 패턴이 보였다. 이것과 저것이 닮았고 어떤 것은 전혀 다른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자리 곳곳에서 제 할 일을 다 하는 것이 보였다. 극한의 심심함을 느끼다 보면 자연스레 관찰에 깊이를 느끼게 된다. 자연 곳곳을 자세히

놀이로 시작하여 용기로 돌아오는 순환의 삶

예술가의 감성템⑰ 철, 아프리카, 업사이클

나에게는 과거를 지나오며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영감을 준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아프리카 유학을 하며 가치관의 변화를 겪은 과거, 철로 꿈을 형상화한 현재, 친환경 업사이클로 사람들과 공존하고픈 바람을 써 내려가는 상상 속 미래다. 시간의 흐름을, 오늘과 어제의 예술을 돌아보며 내일을 써 내려간다. 이로써 나의 영감은 현재진행형이다. Fe01 재생복합 문화공간 삶의 아름다운 원소 – 철 애정을 갖고 정크아트에 몰두하니 어느새 십수 년의 시간이 흘렀다.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열정으로 보내는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유학을 마치고 다양한 경험을

방방곡곡 들썩이는 문화예술교육의 향연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예술교육 축제

매년 연말이 되면 우리 지역사회 곳곳에서는 수많은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결과와 의미를 공유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는 수백여 개의 공연과 전시, 담론의 장이 열린다. 올해는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를 통해 지역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행사를 연결함으로써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다. 그중에서도 우리 지역에서, 내 곁에서 열리는 문화예술교육 축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 홈페이지에서는 연말까지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행사를 지역별, 일정별, 유형별로 살펴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그중 지역의 효율적인 문화예술교육 체계를 구축하고자 애쓰고 있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최하는

지구 순례자의 작은 실천을 담아

어쩌다 예술쌤 ㉕ SDGs 기반 학교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2015년 유엔은 사회, 경제, 그리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만들었다. 총 17개의 목표 중 ‘SDG 12’. ‘지속 가능한 소비 및 생산 패턴 보장’은 책임감 있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하고, 쓰레기 발생을 줄이며, 생산 및 소비 활동으로 인한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래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이러한 목표를 실제 삶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연구진, 예술가 단체가 협업하는 ‘SDGs 기반 청소년 대상 학교 문화예술교육 모델 개발

사라진 소금밭이 남긴 이야기를 찾아서

오늘부터 그린㉓ 바다에 기댄 인간과 비인간의 연결망

짠 것에 대한 나의 관심은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영도구 해안에서 식물을 오감으로 관찰하는 책을 준비하며 절영해안산책로를 오가던 때의 일이다. 산책로에서 오리나무와 사스레피나무를 관찰하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바닷가 그늘로 들어서는데, 콘크리트 계단과 바위 사이로 반짝이는 초록의 무언가 보였다. 엄지손가락보다 작고 도톰하면서, 마름모꼴 모양의 잎을 지닌 풀이었다. 줄기마다 무성한 잎에 하나같이 오톨도톨 유리구슬 같은 돌기가 돋아 있었다. 낯선 풀을 보고 있으니, 함께 조사하던 동료가 ‘번행초’라 일러준다. 맨 위 여린 잎 하나를 똑 따서 내게 내밀었다. 맛이 궁금해 앞니로 조심스레

이를테면 소양하는 방식으로

예술로 365길⑥ 소양하다

소양하다 이용안내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효제길37번길 3 개방시간 | 월~금 10:00~18:00 커뮤니티 운영 시 자율 운영(새벽~심야) 홈페이지 soyanghada.com 인스타그램 @soyang_hada 소양하다는 춘천시 효자동에 위치한 작은 문학라운지 & 라이브러리로, 도시에 살고 있는 개인의 가치 있는 경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곳입니다. 소양하다는 춘천의 가장 오래된 원도심에 있습니다. 신도심의 화려한 아파트들 사이를 지나쳐 오면 어느새 낮은 담들과 빨간색 벽돌로 만들어진 맨션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은 초등학교를 끼고 올라오다 보면 늦은 밤까지 불이 켜져 있는 공간이 바로 소양하다입니다. 소양하다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일상을 문학적으로

재능과 쓸모의 새로 고침

예술가의 감성템⑯ 거울, 빛, 버려진 물건

감성이라는 말이 다소 걱정스럽지만 나에게 이성적인 판단보다 작업에 중요한 자극이 되는 아이템이 뭘까 접근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거울, 빛 그리고 버려진 물건이라는 단어들이 추려졌다. 이들은 독립적으로 나를 자극한다기보다 서로 유기적인 형태로 나와 내 작업에 어우러져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낸다. 그 시작이 된 작은 사건이 있었다. <눈부신 위장술> (버려진 폐선, 유리거울 조각, 여의도 한강공원, 2018) 경계를 통과하는 – 거울과 빛 나는 생계 때문에 졸업 후 바로 작업을 하지 못했다. 타일 모자이크 벽화로 돈을 벌었지만, 9년째 될 즈음 고용주가 건넨 ‘넌 재능이

낮은 문턱에서 뭉근한 환대가 넘친다

예술로 365길⑤ 안녕코너샵

안녕코너샵 이용안내 대전 동구 대전천동로 586-1 개방시간 | 목,금,토 12:00~22:00 010-2950-2703 / seduk@hanmail.net 인스타그램 @hi_corner_shop 셋이서 따로 또 같이 빚어나가는, 올해 4월 5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세 친구들이 작은 공간을 열었다. 각자의 작업을 하며 각자의 코너를 운영하는 코너샵 사장님이 된 것이다. 대전에서 20여 년간 기획 일을 한 서은덕은 주변 예술인과 친구들의 작업물을 모아 ‘컬처코너’를 채웠고, 허벌리스트인 강수희는 따뜻한 온기를 담은 허브티를 마음과 몸의 상태에 맞게 블렌딩 해 ‘허브코너’에 담아냈다. 미국인 아티스트 패트릭 라이든은 소규모 갤러리와 본인이 좋아하고 소개하고 싶은

소멸의 위기에서 선택의 가능성을 찾다

오늘부터 그린㉒ 남극에서 만난 기후위기

“작가님, 이제 남극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2011년 여름, ‘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를 기획하던 김용민 기획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에 참여하기 위해 기획하는 중인데 영상 부분을 맡아 참여해달라는 제안이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지구온난화와 탄소 줄이기 등 기후위기에 관한 일련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제작하고 영화제에 참가하던 시기였다. 아이들과 함께 창작한 애니메이션에는 종종 남극 대륙이 등장했지만 실제로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남극은 지도상의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훨씬 멀었고 마치 다다를 수

노인의 지혜와 예술의 건강함이 만나는 현장

어쩌다 예술쌤㉔ 노인을 이해하는 예술교육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고, 온갖 매스컴에서 그 말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그땐 크게 체감하지 못했고,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배워 좋은 연주자와 교육자가 되어 보겠노라 두 번째 대학에 다녔던 시기이기도 하다. 노인이라는 대상을 관심 있게 보고, 연구를 시작한 건 2015년부터였다. 성인 플루트 취미반을 운영 중이었는데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 간에 실력 차이가 나면서 젊은(young) 팀과 나이 든(old) 팀으로 나눠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 비로소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누구나 늙는 것이 불변의 법칙인 것을, 다소 늦음이 함께 어울려

작지만 분명 의미 있을 오늘의 실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목소리 ‘오늘부터 나도 그린’

기후위기는 빠른 속도로 일상을 위협하며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르떼365]는 ‘오늘부터 그린’ 연재를 통해 전지구적 문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실천하는 예술가·활동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기획에 참여한 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일상의 순간에서 기후위기를 마주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지 않을까? 지난 7월 24일부터 3주간 진행한 ‘오늘부터 나도 그린’ 이벤트를 통해 독자들의 환경을 위한 실천 사례를 들어보았다. 일상 속 작은 실천과 다짐을 독자들의 ‘그린일지’을 통해 만나보자. 관심을 두고 살피면 보이는 것들 일상의 소소한 발견이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는 아파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