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우리 일상과 현장에 영감을 주는사례와 시도를 소개합니다.

접근성 수단이 예술로 자리 잡기까지

모두의 예술교육⑦ 서로 다른 속도로 함께 걷기

지난해 6월, 나의 첫 개인전 《터치투어⠁⠢마음씨》가 태어났다. 터치투어는 시각장애인이 전시나 공연을 이해하는데 촉각을 통해 돕는 수단으로, 미니어처 공간 모형이나 무대 위 소품을 직접 만져보고 배우의 동선을 경험하는 방식이 있다. 퍼포먼스와 지도 작업을 이어온 나에게 터치투어는 자연스러운 형식이자 작업 주제로 다가왔고, 이를 전시 제목으로 내거는 순간 나는 저시력자임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세계에 안겼다. 사전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부제로 ‘⠁⠢(‘그러므로’의 점자표기) 마음씨’를 붙였다. 당시 나의 가장 중요한 작업은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자’였다. 시각, 체계, 분석과 같은 단어로 가득 찬 나의 작업은, 나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불씨는 꺼지지 않도록

동료 상담실⑥ 예술교육가의 주관적 웰빙

나는 먼저, 창작하거나 교육하고 있지 않을 때 다들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그 안의 소소한 행복은 무엇인지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생경한 시도들, 따뜻한 죽 한 그릇, 요가나 명상, 30개월 된 딸과 나 사이 둘만 아는 사인, 좋아하는 작가의 뉴스레터, 집 정리, 아침마다 내려 마시는 드립 커피, 영화와 리뷰 감상, 아무것도 하지 않기…” • 상담 일시‧장소 : 2025.12.27.(토) 창작공간 다재다방 • 동료 상담가 : 고보경(시인·예술교육가), 공윤지(작가, 예술매개자플랫폼 얌지얌지 대표), 김설주(예술교육가, 커뮤니케이션 스페셜리스트), 윤채연(배우·예술교육가, 극단 숨 대표), 윤혜성(예술교육가, 통합예술플랫폼 소잔 대표), 임혜원(공예가·예술교육가)

삶의 속도를 늦추는 놀이터

예술로 365길㉕ 스튜디오 해봄터

스튜디오 해봄터 인천시 부평구 마장로409번길 4, 3층 운영시간은 별도 문의 ribbonclass@naver.com 홈페이지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은 나의 바람이 꽉 차게 담긴 곳, ‘스튜디오 해봄터’.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공간의 정체성에 관해 묻곤 한다. “여긴 뭐 하는 공간이에요?”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많은 리본과 종이, 용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물건들로 꽉 차 스무 평 남짓한 공간이 버거워 보이니 그럴 만도 하다. 마음속에 품은 것을 해보는 공간 원래는 리본과 선물 포장을 배우는 공방으로 어떤 이는 전직을 위해서, 또 어떤 이는 취미로, 또 다른 이는

담쟁이와 함께 존재하기

오늘부터 그린㊷ 존재의 상호 의존성과 충족

나는 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바로 옆 공원에 산책을 간다. 벽과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 식물을 볼 때면 늘 감탄을 금치 못한다. 덩굴 식물의 덩굴손(Tendril)은 스스로 곧은줄기를 형성하지 못하고 지면을 기어가거나, 다른 물체에 자신의 몸체를 감싸 자기 몸을 지지한다. 마치 영장류의 손처럼 휘감고, 뻗어 나가고, 붙잡고, 햇빛 혹은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모습은 동물 못지않은 움직임과 생명력이 가득 차 있다. 덩굴손과 담쟁이 ‘덩굴손’이라는 명칭은 그 특징을 참 잘 포착하고 있다. 놀랍게도 덩굴손은 화학적 성분을 내뿜어 자신과 다른 종인 식물을

가 닿지 못할지라도, 응원하기 위한 질문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요즘 문화예술 현장에서 질문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때가 있다. 급격하게 산업이나 성과 중심으로 바뀌는 정책 환경 속에서 예산도 줄고 현장이 쪼그라들고 있어 더 그렇다. K-컬처나 관광 등 성과 추수에 대한 기대가 큰 산업은 자주 거론되지만 낮고 깊게 만나야 하는 수고로움이 동반되는 ‘지역’이나 ‘예술’, ‘교육’의 현장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산업이나 경제는 중요해 보이고 기초 예술과 사회적 가치, 공공성의 토대를 만들어 가는 문화와 예술은 그 역할과 쓸모를 다한 것인가 허탈하기까지 하다. AI로 예고되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선택할 권리, 멈출 자유, 안전한 시간

모두의 예술교육⑥ 각자의 방식을 인정하는 미술 수업

나는 장애인복지관에서 발달장애 아동 및 청년들과 미술 수업을 5년여 진행해 왔다. 나는 이 시간을 ‘가르친다’라고 표현 안 한다. 그러고 싶지 않다. 대신 함께 ‘논다’ ‘작업한다’라고 얘기한다. 수업 시간은 늘 조금 소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붓을 잡자마자 종이를 벗어나 바닥까지 물감을 흘리고, 누군가는 한 가지 색만 집요하게 반복한다. 또 누구는 가만히 머물며 다른 세상을 꿈꾸는 듯하다. 나는 이 모든 장면을 ‘지도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 흥이 오르는 순간으로 바라보려 애쓴다. 예술교육이란 결국, 잘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존재하도록 허락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로 관성에 빠져도 다시 자각하고 다짐하며

동료 상담실⑤ 현장 비평과 성찰

자니스밴드는 예술가와 예술교육실천가들이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고민과 성찰 지점 등을 자유롭게 나누는 네트워크다. 이번 모임에서는 ‘현장철학 읽어주기’를 주제로 자신의 예술교육 활동에 관한 ‘철학적 해석’과 ‘비평’의 경험, 그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을 나누었다. • 상담 일시‧장소 : 2025.11.17.(월) 온라인 • 동료 상담가 : 강진주(무용 예술교육가), 손현정(시각예술가·예술교육가), 유병진(문화기획자), 유은정(연극 예술교육가), 이초영(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최서연(무용 예술교육가) Q. 돌아가는 길 위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초영  돌아가는 길에는 항상 겁이 납니다. 제가 생각했던 내용이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늘 궁금하고 긴장되거든요. 현장에서 제가 의도했거나 나누고 싶었던 주제들이 공유될

스며듦으로 시작된 변화

예술로 365길㉔ 영해 청년문화예술발전소

영해 청년문화예술발전소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예주길 76 월~금 10시~17시(시즌에 따라 변경 가능) 인스타그램 @yeonghae_yesulro2025 ‘영해’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는가? 대부분 처음 들어보는 지명일 것이다. 영해는 경상북도 영덕군의 북쪽, 울진군보다는 아래쪽에 있는 인구 5천 명이 조금 넘는 알려지지 않은 면 단위 지역이다. 영해면은 이름 ‘평안한(寧) 바다(海)’에서 알 수 있듯이 동해 바닷가에 면해 있으며, 산과 넓은 들, 바다와 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다. 특히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고양이가 많은 동네이자, 서울에서 버스로 4시간 30분이 걸리는 동쪽 변방 오지이다. 동쪽 변방에서 초대한 청년예술가

거대한 담론보다 작은 위로와 안심을 구하는

오늘부터 그린㊶ 안전한 삶은 가능할까

항상 ‘변화를 추구하는 삶’으로 살아온 나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내 삶에는 늘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두려움이 함께 한다. 변화를 원한다는 것은, 지금 이 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좁은 방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은 뜨거운 욕구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또한, 변화는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게 하고, ‘왜 그때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나와 우리부터 시작하는 턱 없는 세상

모두의 예술교육⑤ 접근성에 관한 오해와 이해

휠체어 타는 딸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장애를 무의미하게’ 무의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휠체어 이용자들의 눈높이로, 시민 200여 명이 모여 만든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는 그 지도를 쓸 필요가 없는 현장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였다. 그 후 10년이 지나, 무의는 서울지하철에서 휠체어 눈높이의 표지판 디자인인 ‘모두의 지하철’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접근성이 필요함을 설득하고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렇게나 지리하고 길다. 접근성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속해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장애는 장애인 수만큼 다양하고 시대에 따라 요구사항이

서로 배우며 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동료 상담실④ 예술교육 프로젝트 성찰하기

월장석친구들은 서울시 성북구 상월곡의 천장산우화극장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예술인 네트워크다. 지역 사회에서의 공존과 협력을 기반한 문화·예술생태계에 자리하며 또한 지향한다. 월장석친구들의 예술교육 프로젝트 ‘서서히학교’는 ‘동네 주민 모두가 천장산우화극장의 주인’이라는 기조에서 출발했다. 극장이 있는 마을을 상호 배움의 토양으로 만들자는 목표로 하우스어셔 교육에서 창작, 비평까지 다루었다. 어떤 것은 잘 되었고, 잘 안되기도 했다. • 상담 일시‧장소 : 2025.10.27.(월) 온라인 • 동료 상담가 : 츄(추일범, 시인 겸 직장인), 다잉(성다인, 독립기획자), 오배(오선아, 배우) 동네 할머니가 문 열어주는 극장이라니 츄  연극이나 극장 기반의 예술교육이라면 대체로 시민 연극으로 모이잖아요.

파도가 작품이 되고, 예술이 가까워지는 곳

예술로 365길㉓ 슬도아트

슬도아트 울산광역시 동구 성끝길 103 매주 화~일 10:00~18:00 (월 휴관) 052-234-1033 블로그 슬도아트는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주로 시각예술 전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 경험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작품은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환경과 경험을 통해서 온전해진다. 슬도아트는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연을 보고 느끼며 작품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예술과 자연의 공존 슬도아트에서 만나는 순간순간의 배경에는 자연이 함께한다. 통창 너머로 한눈에 보이는 슬도 바다는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예술은 단순히 벽에 걸린 작품이 아니라,

나무와 마음으로 이어진 섬

오늘부터 그린㊵ 바닷가 나무 보물섬

경기창작캠퍼스는 마치 바다와 같았다. 바다라는 큰 품이 있었기에 작은 섬들이 태어날 수 있었다. 이 바다 위에서 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자 배솔희 선생은 나무가 되었고, 그 나무에 깃든 다양한 결이 공동체를 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가능케 한 것은 경기문화재단의 끊임없는 실험과 이어짐이었다. <바닷가 나무 보물섬>(이하 보물섬)은 바로 이 흐름 속에서 태어났다. 목공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버려진 자원과 가족, 공동체, 자연을 다시 잇는 예술적 실천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어릴수록 상상의 그릇이 크다는 전제 아래,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장을

설명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게

동료 상담실③ 오답 노트로 돌아보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시간이 쌓일수록 잘한 일도 많지만, 모르고 헤맨 일도 여럿 있다. 자바르떼 조합원들과 함께한 다양한 시도들 속에는 기억에 남는 ‘오답 노트’들이 많다. 돌이켜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왜 그랬을까 싶은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오답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자바르떼 조합원 중 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 중인 두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상담 일시‧장소 : 2025.10.21. 온라인 Zoom / 2025.10.22. 고정순책방 • 동료 상담가 : 이동근(동네기획자 대표), 고윤희(연극배우), 고정순(그림책 작가)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동근  2011년쯤 자바르떼에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을 위한 보수교육

다른 듯 닮은 두 세계는 춤이 되고, 말이 되고

모두의 예술교육④ 탈춤과 수어의 맞장구

천하제일탈공작소(이하 천탈)는 2020년부터 장애와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무장애 공연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무장애 공연을 만들 때는 장면이 완성될 즈음 수어 통역사, 문자 통역사, 음성해설가가 함께 후반 작업에 들어간다. 연습실에서는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느라 미처 보지 못했는데, 공연장에 들어서자 창작진 모두의 언어와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협업의 순간이 펼쳐졌다. 예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아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천탈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러한 감각을 이어가며, 과거 탈춤 속 장애 캐릭터의 의미와 사회적 인식을 함께 탐구했고, 이를 오늘의 감수성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넘나듦의 자리에 꿈처럼 함께 깃듦

예술로 365길㉒ 공간 듬

공간 듬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승로69번길 22 수~일 13:00~19:00 032-259-1311 홈페이지 인천 미추홀구 신기시장 주택가에 있는 ‘공간 듬’은 작가를 지원하려는 신미선 대표의 마음에서 출발해 2014년 12월에 개관한 비영리 전시 공간이다. 전시, 창작, 공동체 문화, 예술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제일슈퍼’를 사이에 두고 7평 남짓한 전시장 ‘공간 듬’과 같은 크기의 작업실 겸 사무실 ‘꿈에 들어와’를 운영하고 있다. 공간 앞으로는 2015년 노화된 열아홉 집이 해체되며 만들어진 ‘주안7동 녹색마을 쉼터’의 우거진 나무와 상자 텃밭 식물들이 계절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 듬’ 작가와의 만남(2025) 골목을 오가며 공간을